세이지

 

1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너 신입생 맞지? 다이애나 앨리에서 얼굴 본 것 같은데! (다이애건 앨리다.) 숙제 같이하자!

 

세이지 프레아카 11

신입생은 맞지만...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거리를 가본 적이 없거든요. (다이애나 앨리란 거리가 있다 생각하는 중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정말? 신입생들은 다 거기서 준비물을 구입한다고 들었는데! 교수님들도 틀릴 때가 있나 봐. 너도 슬리-데린 인 거지? 나랑 같은 기숙사! 이름이 뭐야?

 

세이지 프레아카 11

...다이애건 앨리예요. (그제야 잘못된 걸 깨닫는다.) 세이지 프레아카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님. 그런데... ...마법사가 어떻게 잘못 알고 있을 수 있죠? (슬리데린이라면 당연히 순수 혈통, 혹은 혼혈이라 생각한 듯.)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음? 그런 이름이었나? 뭐, 별로 틀리지도 않았네! 다이애건 앨리나 다이애나 앨리나. 미미를 디미트리오스로 잘못 부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뻔뻔스럽게 대꾸한다. 문장 이면의 뜻을 모르니 태생에 관련한 부분을 제대로 정정해주지도 못한다.) 내가 항상 가장 영리한 애는 아니었거든.

 

세이지 프레아카 11

...하지만 분명 배정식 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라 들었는데요. (모자가, 마법사들이 실수했을 일은 없다.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기본 상식인걸요. 마법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머글 태생이 슬리데린에 들어올 수는 없을 텐데. (무심코 중얼거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그건 그러니까… (눈 굴린다.) '공식적인' 이름일 뿐이야. 도대체 누가 디미트리오스라고 불리길 좋아하겠어? 너도 미미라고 불러. 애칭이 당연히 훨씬 귀엽잖아? (중얼거리는 소리 놓치지 않았다. 눈썹 치켜올리고 묻는다.) 머글 태생은 슬리데린에 못 들어와?

 

세이지 프레아카 11

...저는 별명을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그렇게 부르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제 이름은 세이지니까요. (미미 님,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뒷말에는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순수한 혈통을 가진 아이들만 가르치겠다, 창립자인 살라자르 슬리데린 님의 말씀이시죠. 저조차도 불확실했는데, 어떻게 머글 태생이 들어오겠어요? (상대에 대해 모르니,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와, 진짜? 난 그런 사람은 처음 봐. 하지만 네 뜻이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엄숙하게 맹세하지. 너는 꼭 세이지라고 부를게! (이어지는 말에도 활짝 웃는다.) 으응, 그렇구나? 가장 순수한 혈통이란 건 대대로 마법사라는 뜻이야? 아, 미리 얘기하자면 내 무지에는 사정이 있어. 내 보호자는 마법사가 아니라, 내게 이런 걸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없었거든.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결국 그냥 비마법사 태생이란 소리지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해놓으니 개인사가 있는 것 같다.)

 

세이지 프레아카 11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 그리고 상대를 본다.) 네, 대대로 마법사인 분들이죠. 국제 비밀 유지 법령이 시행된 이후 머글 세계와 마법사 세계는 단절되었고, 간혹 머글 중에서 마법사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마법사의 기준에 순수함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더구나 어둠의 마법사란 존재도 있었으니. 혈통에 따른 차별은 그에게 있어 당연한 것이었다. 여전히 옅게 의심이 서렸으나 상대의 말에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한다.) ...더 궁금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아하, 그렇군. (그리고 이 대목에서 빨간 머리통은 생각한다. '텄네.' 잠깐은 괜찮겠지만 머글 태생이란 것 밝혀지는 데엔 얼마 걸리지도 않을 거다. '그럼 얘는….' 새파란 눈이 굴러간다.) 궁금한 게 있긴 하지…. 그럼 너는? 너도 그 순수한 혈통이야? 아니면 아까 너조차도 불확실했다고 말했으니까 아닌가?

 

세이지 프레아카 11

...저는 아마, 혼혈 마법사예요. 지금까지 마법사 세계에서 자랐고, 또... (제 혈통을 묻는 말에 말을 멈췄다. 뒤늦게 답을 하지만, 어딘가 시선이 불안정해 보였다.) ... 머글 세계는 몰라요. 가보고 싶지도 않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뭐야, 머글 태생도 아닌데 어깨 좀 펴! 어차피 이미 정해진 걸 기죽어서 뭐하겠어? (네 등 두드린다.) 난 마법사 사회에 있어선 초짜지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라도 머글 세계보단 여길 고를 것 같긴 해. 누가 마법을 마다하겠어? 파인애플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세계를 두고 삭막한 머글 사회를 택하라니, 안될 말씀이지. 아 맞다, 마법 수업 과제도 해야 하는데!

 

세이지 프레아카 11

하지만 순수한 분들이 보시기엔 저는 많이 부족하니까요... 어쩔 수가 없죠... ...그런데 머글은 마법을 싫어한다면서요. 그래서 마녀사냥 같은 것도 일어났다고... (등을 두드리는 행동에 그대로 굳는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랑 타란텔레그라... 였죠, 아마... ...아직 안 하셨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세상에, 머글들이 마법을 싫어한다고? 소피아는 무지 멋있다고 하던데! 설마, 그건 그냥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거겠지! (역사를 모르니 확언할 때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중얼거린다. "마녀사냥이 뭐지?" 마법의 역사 과제도 아직 안 한 모양이다.) 응! 아직! 헉, 설마 과제 기한이 벌써 지난 건 아니겠지? 넌 이미 제출했어?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세이지 프레아카 11

…여전히 마법을 악으로 설정한 이야기가 있다던데요. ...마법의 역사 과제 확인 안 하셨나요? 이번 과제인데,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머글이 마법사를 두려워하고 배척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정도. (느릿이 말하다 잠시 멈춘다.) 기한은 좀 남았을 거예요.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데 저로 괜찮으시겠어요…? 저도 많이 부족해서… (영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자신감이 매우 없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정말? 하지만 동화책에서 등장하는 마법은 보통 환상적인 쪽인데! 왜, 보통 테마파크에서도 종종 말하잖아. "환상적인 마법의 공간 테마파크에 어서 오세요!" 하고. (조잘조잘 떠들어대다가 의아하게 되묻는다. 많은 '마법사'가 죽은 거야, 그러면?)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넌 이미 통과한 거 아니야? 혹시 낙제해서 보충수업이 확정된 건 아니지?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보단 낫겠지만! 키득거린다.)

 

세이지 프레아카 11

테마파크는 잘 모르지만... ...정말 동화에서 등장하는 마법이 그런 이미지라고 확신하시나요? ('마녀는 음침하게 이상한 재료를 가지고 위험한 것을 만든다.', '그들은 사람을 제멋대로 조종하고...' ... 그가 머글 세계의 글에 대해 읽은 것이라곤 이런 것뿐이었다.) ...마법사도, 머글도 죽었고... ...결국 국제 마법사 비밀 법령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죠. ...맞는데요. (눈 피한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는 기초 마법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걸 실패해서...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그럼! 너 신데렐라의 요정 대모 이야기 몰라? 막 호박 마차 불러주고… 참, 머글 사회 이야기는 아주 모른댔지. (혀 차는 소릴 낸다. 한편 이쪽은 너무 긍정적인 쪽만 본다. 낙천적으로 군다.) 내가 너보단 머글 세계를 10년이나 더 겪어봤잖아? 거기에 관한 내용은 날 믿어도 돼. 마법사 어쩌고 법령이 뭘 하는 건지는 몰라도 말이야. (집요하게 시선 쫓아간다.) 와하하! 너도 못하는 게 있구나? 괜찮아, 괜찮아! 같이 연습하면 되는 거지. 어쨌든 넌 나보단 나아, 난 그게 뭐하는 마법인지도 잊었거든.

 

세이지 프레아카 11

… (무어라 더 말하기도 애매하고. 차마 말하지도 못하고 시선만 아래로 내린다.) …국제 마법사 비밀 법령은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거예요. 모든 마법사는 마법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가지니까… …마법부에 재판받으러 가시고 싶은 거 아니실 거잖아요.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 말을 멈춘다.) …저 못하는 거 많아요. 이미 보충 수업받은 과목도 있고, 비행술은 재능이 없고…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마법이에요. 지금까지 무슨 마법을 사용해 보셨나요? (머글 세계에서 왔다면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으려나, 잠시 생각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솔직히 한마디만 더 해도 돼? 마법부에서 재판받는다니, 생각만 해도 온몸이 떨린다. 그거 되게 끝내줄 것 같아! 영화에 나오는 범인 같고! … 물론 넌 이 뜻으로 한 소리 아니겠지. 알아, 나도 비밀 지키는 것 정도는 잘한다고. (괜히 찔려서 덧붙인다.) 와우, 난 비행술은 좀 잘하는 것 같아. 우리 서로 가르쳐주기 할까? 마법이고 뭐고, 난 예습 같은 거 안 해서 하나도 몰라. 아, 탈란탈레그라는 재밌어 보여서 해봤다. 파인애플이 춤을 추는 마법이라니!

 

세이지 프레아카 11

…역시 그리핀도르에 가셨으면 더 잘하셨을 것 같은데… (무심코 상대의 붉은 머리카락을 본다.) 그럼 나중에 퀴디치도 하시려나요… (비행은 퀴디치라는 공식이 자리 잡힌 듯.) …어차피 1년만 하고 말 과목이니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 데요… (주요 과목이 아니기도 하고. 잠시 고민한다.) …장난 같은 게 그렇게 좋으신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그리핀도르는 용기의 기숙사라며? (뒷말은 딱히 하지 않지만 대충 짐작된다. 그럼 어울릴 일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빨간 머리면서 기숙사까지 그리핀도르라니, 카멜레온 같을 거야. 그건 네가 우리 집에서 안 살아봐서 그래! 24시간 장난을 치고 싶어서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자라다 보면 누구나 좋아하게 되지! 심지어 재밌잖아. 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이건 아닐 때도 있겠지만.

 

 

4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휘적휘적 연회장에서 나간다.)

 

세이지 프레아카 14

급한 일이 있으신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방학 과제를 아직 안 했거든. 지금 기숙사 가서 벼락치기로 해야 해. (윙크한다.) 기숙사 점수를 까먹을 수는 없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걸 아직 안 하셨다고요? (꽤 오래전에 받은 거 아니었나... 한참 전에 끝냈기 때문에 중얼거린다.) ... 그런 것치곤 항상 장난을 치시던데요... ... 올해는 또 무슨 일을 하실지 걱정되던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모두가 너처럼 모범생은 아니야, 세이지. 너 같은 애가 있으면 나 같은 애도 있는 거지. (같이 갈 거야? 기숙사 방향 가리킨다.) 내 노력에도 기숙사 우승컵을 기어이 따내는 우리 뱀들에게 감동해서, 올해는 좀 힘내보려고.

 

세이지 프레아카 14

네, 기숙사에서 정리해야 할 게 있어서... (고개를 끄덕인다.) ... 기숙사 우승컵, 안 받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거 받겠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살짝 원망 서린 눈으로 본다.) ... 또 꼴찌는 하기 싫어요... 분명 평판도 안 좋아질 거라고요... (중얼거린다. 슬리데린의 머글 태생, 그것을 신경 쓴 듯.)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젠장. 기숙사 점수를 까먹지 않겠다고 했잖아. 반대야.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과제도 그래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희대의 악당인 것처럼 쳐다보지 마. (변명하듯이 빠르게 대꾸한다.) 내 '평판'이 더 추락할 구석이 있나? 걱정해주려고?

 

세이지 프레아카 14

...미미 님께서 지금까지 하신 일들을 나열해 볼까요... (들리는 소문이 한둘은 아니었다. 역시 기숙사를 잘못 배정받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죠. 미미 님이 그런 행동을 하실수록 편견이 더 심해진다는 건 아시나요? (그것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머글과 머글 세계, 그것을 꺼려했으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넌 내가 무슨 사고만 치면 ‘머글 태생 마법사가 한 일’로 취급하더라. 내가 그렇게 머글 태생처럼 생겼나? 나 그냥 평범한 슬리데린 남자앤데. (어깨 으쓱인다.) 게다가 보통 애들은 너처럼 장난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을걸. 그냥 유쾌하다고 생각하고 웃어넘기겠지.

 

세이지 프레아카 14

적어도 슬리데린에서는 눈에 띄죠.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건 이유 없이도 가능하지만, 이유가 생기는 순간 더 악질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모르시진 않을 거잖아요... (잠시 말이 없다가) ...글쎄요. 그 장난에 당한 분들도 그리 말씀하시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래서 내가 애들은 잘 안 건드리잖아. 미움받기 싫어서. 잘못했어, 난 그냥 내 방식대로 친근하게 굴려던 것뿐이야. 그게 꽤… 우아하지 못한 방식이라는 데엔 동의해. (입꼬리 매끄럽게 올려 웃는 얼굴 만든다.) 세이지, 내가 싫어?

 

세이지 프레아카 14

... (잠시의 침묵,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뱀은 교활한 이미지라고 하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미미 님은 누구보다도 뱀이라 할 수 있을 테고요. (만들어진 미소를 본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시선을 피한다.) ...그러니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게요. 저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거든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상대는 자신이 꺼리는 유형이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잘 모르겠으면 알려줄게. 나에 대해 뭘 알면 평가가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날 좋아해 줄 거야? (클릭 시 로그로 이어짐)

 

세이지 프레아카 14

포기해요. 때로는,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으니까요.

Invariable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유감이지만, 이제 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클릭 시 로그로 이어짐)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 말이 이 세계에서 당신이 어떤 취급을 받을지 각오를 한 말이라면 기꺼이 그래드리죠. 이딴 세계,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생각하도록 말이에요.

Boundary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괜찮아.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잖아. (클릭 시 로그로 이어짐)

 

세이지 프레아카 14

(익숙한 벽난로 위로 시선이 갔다. 그곳에는 색깔 별로 늘여놓은 곰인형이 있었다. 다르다, 생각을 지우고 다가온 상대에게 시선을 옮긴다.) ... 이번 한 번뿐이에요. 무슨 과목이죠? (최초의 적의는 아니었으나, 대상을 명확히 한 감정이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마법약. 너 이거 잘하잖아. (이것도 고전적인 마녀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도 같고, 문득 속으로 생각한다.) 위도소로스가 뭐하는 마법약이길래 해골박각시 나방의 번데기가 들어가?

 

세이지 프레아카 14

독약이에요. 만드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제조자도 죽는다는 말이 있지만... (마법약 책을 꺼내 펼친다. 상대 쪽으로 밀어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거기다가 오그라든 무화과 나무의 즙을 넣어서 효과를 극대화하죠. 해독제는 다음 과제였던가... 어때요, 무섭나요? (이곳은 미성숙한 학생도 독약을 배우는 세계다. 보호 하나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곳, 그곳에서 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소파에 앉는다. 교과서 읽으려 허리가 앞으로 기운다.) 아…하. (시선은 서술에 고정한 채로 만년필 움직였다. 여전히 끔찍한 악필이다.) 무화과나무 다듬어서 즙 짜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남은 나무껍질은 어디에 못 써? (펜 빙그르르 손에서 굴리던 것이 멈춘다. 고개 들어 쳐다본다.) ……이것도 겁주기의 일환이야?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리스어로 과제를 제출하는 건가요? (알아보지 못하겠으니... 중얼거린다.) 대부분 버리지만... 최근 학계에서 해독제 쪽으로 사용해 보려고 연구 중이라 들었어요. 즙을 가두던 것이었으니 효과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궁금하면 시도해도 되겠지만, 장담은 못 해요. (검증되지 않은 것이니 냄비가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어진 말에는 가볍게 긍정한다.) 당신이 이 세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엥, 영어잖아. 세이지 너 필기체 잘 못 읽는구나. (당당한 얼굴이다, 놀랍게도.) 어엉, 그럼 그건 다음에 해보는 걸로 하고 과제에는 적지 말아야겠다. 냄비가 터지면 좋겠는데… 그것도 어렵겠지? (이 드러내며 웃는다.) 위험한 것에 끌리는 사람들도 있어. 나 맨날 금지된 숲 못 들어가서 안달이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14

이 정도면 글씨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작게 한숨 쉰다.) ...냄비가 터지면 마법약은 실패한 거예요. 그걸 바라는 거라면 올해 성적은 T겠네요. (시야에 웃는 모습이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버린다.) 녹턴 앨리도 겁 없이 들어갈 사람이네... 그러다간 마법사 평균 수명은 고사하고 머글 수명도 못 채워요. 위험한 일 좀 하지 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T를 감수하고서라도 폭발이 재밌는 거야. (낄낄거리며 좀 더 받아적는다. 한 문단 빼곡하게 채우고 나서야 뻐근한지 손목 돌린다.) 죽어서 쫓겨나는 건 또 바라는 바에 해당 사항 없는 모양이지. 녹턴 앨리 가봤어?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 말, 교수님 앞에서도 해봐요. 수업은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 하실걸요. (자신으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에 고개를 내젓는다.) 사람의 죽음을 바랄 정도로 성격이 나쁜 건 아니라서요. ...안 가봤어요. 애초에 들어가도 되는 곳도 아니고... 제가 가본 곳은 다이애건 앨리가 전부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매리슨 교수님 아주 자비로우셔. 내가 이빨 달린 프리스비로 그렇게 장난을 쳤는데도 아직 날 내쫓지 않으셨거든.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그래? 그럼 녹턴 앨리에 가게 있단 것도 그냥 헛소문이야? 데려가 달라고 조르려고 했더니.

 

세이지 프레아카 14

왜 안 내쫓으셨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을 중얼거린다.) …그런 소문도 있었군요. 프레아카가 워낙 이상한 소문에 잘 얽혀서, 잘 모르겠네요.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인지. 적어도 그는 아직 가본 적이 없었다.) 뭐가 좋다고 그런 곳에 관심을 둬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귀염성이 있으면 좀 봐주고 싶어지잖아. (윙크한다. 다시 두 번째 문단 쓰기 시작했다. 갈 길이 멀다.) 어, 그런 얘기 돌더라.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두지그래? 너같이 평판 신경 쓰는 애가 그런 건 또 내버려두는 게 희한하네. (사이.) 난 그냥 새로운 것들이 좋은 거야. 내가 아직 모르는 것들.

 

세이지 프레아카 14

때리고 싶어질 것 같은데... (또 중얼거린다. 상대가 싫다고 표현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말이 제멋대로 튄다.) 프레아카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함부로 할 수 없으니까요. 정 궁금하면 스테비아 님께 여쭤보는 게... (물론 그 사람은 전형적인 순수 혈통 주의자기 때문에... 그리 좋은 취급은 못 받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르는 채로 둬야 하는 것도 있죠. 아즈카반이 궁금하다고 거길 가려 하진 않을 거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다른 사람들 앞에선 눈치 좀 보지 않아? 이제 내가 편해? (심한 말을 막 하네…. 상처받았다느니 하며 종알댄다. 기실 전혀 그렇지 않은 기색이다.) 프레스트는 내가 말만 걸어도 복도 끝으로 피하던데? 잘 상대 안 해줘. 부끄러움이 참 많다니까. (그 이유는 아닐 것이다. 생각만 해도 유쾌한지 웃는 소리 뒤따른다.) 거기 간수는 한번 만나보고 싶긴 하지. '디멘터'란 거 교과서에서 몇 줄 읽어선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이 안 되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14

아뇨, 이 정도는 해야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요. 제가 눈치 봐야 할 대상에 당신이 없기도 하고. (아, 여기. 작성하는 두 번째 문단을 보며 책의 한 구절을 가리킨다. 이쪽 내용을 적어야 한다는 듯.) …그야 당연하죠. 슬리데린에 머글 태생이 들어왔다며 엄청 화를 내셨는데… …참 신기하단 말이죠. 어째서 당신이 슬리데린에 오게 된 건지.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며, 중얼거린다.) 때론 호기심으로 끝내야 하는 것도 있는 거예요. 사람의 영혼을 빼앗아 가는, 두려움 그 자체니까. …악마라는 이미지랑 잘 어울리겠네요. (생각만으로도 껄끄러운지 팔을 쓸어내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더 좋아지는데. 이거, 네 의도랑은 정반대 효과 아니야? (하하! 웃는 소리 낸다. 네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대로 눈알 굴러간다. “와, 그러네. 이걸 적어야겠네….” 문득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성경 읽어본 적 있어? 아무리 신실한 사람이라도 그걸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현대엔 없어. 시대가 바뀌어서 요즘엔 안 어울리니까. 따지자면 창립 이념도 그런 거 아니야? 이젠 꼭 ‘순수’할 필요까진 없는 거지. 순수한 세계에 끼어들고자 하는 의지 정도로 어떻게 안 되려나? (윙크한다.) 나중에 아즈카반에 잡혀가면 후기 꼭 들려줄게.

 

세이지 프레아카 14

…진짜 뭐가 문제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이런 상황은 겪어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괜히 애꿎은 제 머리끝이나 만지작거린다.) …그런 건 읽어본 적 없어요. 따르는 사람이 없다 해도, 누군가는 따를 수 있으니까요. …고작해야 40년 전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사람의 믿음이란 그런 법이니까… (오래전 일도 아니고, 그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 상황에서 살아온 이상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저희 모르는 사이인 거로 하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네 말대로라면 난 이미 태어날 때부터 문젯거리잖아. 일일이 스트레스받지 마. (심지어 위로를 건넨다! 어깨 토닥이는 행태가 뻔뻔스럽다.) 누군가는,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이야. 솔직히 너도 머릿속으론 알잖아, 그게 윤리적으로 적절하진 않은걸. 바뀌겠지, 차츰. (낙관적인 태도로 읊는다.) 인터뷰에선 절친한 동기로 꼭 세이지 프레아카를 대야겠네. 모르는 사이 하기엔 이미 글렀어.

 

세이지 프레아카 14

...지금 내 스트레스는 당신이란 존재 자체인 것 같은데... (너무한 말이나 중얼거린다. 어깨를 토닥이는 손은 치워냈고.) ...아뇨, 몰라요. 전 이렇게 살아왔거든요. 언젠가 바뀐다 하더라도... 그게,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일어날 일로는 안 보이고요. (그러니 아마 이 태도는 이어질 것이다. 제 인생에 있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보다 더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기억 조작하는 마법이 뭐였더라... 프레아카에 얽힌 소문 중 가장 어처구니없다는 소리를 듣겠네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안타깝게도 내 죽음을 바라기엔 성격이 충분히 나쁘지 못하고 말이지. (네 말 인용한다. 손 거두고 다시 펜 들어 과제 적어내려간다.) 정말로?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 난 비마법사 가정에서 자랐지만 마법사로서의 능력이 부족하진 않아. 도리어 다재다능하고 사랑스럽지. 변화에 너무 보수적이네. 너 마년데, 150년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거 되게 긴 시간이다. (웃음소리 이어진다.) 오블리비아테 할 줄 알아?

 

세이지 프레아카 14

...거기서 조금 더 하면 제 성격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부러 이런다.) 고작해야 40년쯤 전 마법 세계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건 아니죠? 그때 영향을 받은 사람에, 그 사람들에 영향을 받은 사람까지 하면 200년은 넘게 필요하고도 남죠. (다재다능하고 사랑스럽다는 말은 애써 무시한다.) 연습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것도 마법이니까, 당연히 해야죠. 당신이 관심 있는 마법은 장난 쪽이려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난 호기심이 많아, 세이지. 굳이 나를 자극하지 마. 넌 무슨 말을 해도 의도와는 다르게 날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보다. 게다가 미안한데, 고작 40년쯤 전에 난 태어나지도 않았거든. 우리 엄마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됐겠다. 마법의 역사 시간에 배우긴 했어도 너처럼 두려움에 떨 일은 없어. 앞으론 나같이 전후 사정을 모르는 마법사들도 많이 생길 거고 말이지. (“왜 내가 사랑스럽단 말은 무시해?” 투덜댄다.) 고등 마법 아니었나. 굳이 나서서 힘든 일을 자처하네. 뭐… 그랬지. 사실 ‘장난’ 마법으로 개발된 건 몇 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일반 마법을 장난에 활용하는 거지만.

 

세이지 프레아카 14

무슨 말을 못 하게 하네... (입 다물고 상대를 본다.) 한번 일어났던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한 가지에 맹목적인 사람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안다면... ... 그런 낙관적인 생각은 못 할 텐데. (최악을 가정하는 일은 쉬운 것이었다. 과거와 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일은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그리 생각했다. 투덜대는 말은 또 못 들은 척했지만.) 참 신기하단 말이죠... ... 마법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왜 장난이란 것에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최악부터 생각하는 버릇은 어디서 배운 거야? 내가 과제 하는 동안 넌 '어린이를 위한 긍정적인 사고법' 같은 책이라도 좀 읽어라. (그런 이름의 책이 실제로 있을까? 높은 확률로 방금 지어낸 거다.) 재밌다는 것 이외에 이유가 더 필요한지 나는 오히려 의문인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사는 걸 삶의 최우선 목표로 두지 않나?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거 머글의 책일 거잖아요. 싫어요. (책이 정말 존재하는지는 뒷전이었다.) 대부분이라고 한 걸 보면 당신도 알고는 있을 텐데요.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는 거. ...난 필요에 의해 행동하는 것으로도 충분해요.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본다.) 그게 당신의 행복인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저자가 머글 사회에 사는 마법사인지 머글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툴툴.) 대부분이라고 말한 걸 보면, 나도 해당 사항은 없단 소리지. 뭐, 유쾌한 걸 마다하는 성미는 아니지만, 삶의 목표까지는…. 너 실은 동족 혐오하는 거 아니야?

 

세이지 프레아카 14

'어린이를 위한' 이라면서요. 당신이 굳이 그런 책을 찾아봤을 일은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한번 읽어봤단 것일 텐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상대는 마법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테니. 단순하게 생각한다.) ... (동족 혐오, 그 단어에 말을 잃는다. 아, 정말이지...) ...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요. (답하지 않았지만, 이는 긍정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하… (한숨. 실토한다. "그런 책 없거든. 방금 지어낸 거야. 저자도 나란 소리지." 따지자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는 마법사 아닌가. 올려다봤다.) 이런, 약초학도 도와달라고 조르려고 했는데. 미안해. 방금은 그냥 한 소리야.

 

세이지 프레아카 14

당신이 하는 미안하다는 말은 무게가 없어요. 그냥 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하는 거 아니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가 하는 말 중 네가 믿을 수 있는 게 있긴 하고?

 

 

 

세이지 프레아카 14

...부적? (넥타이 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미신 같은 것도 믿어?

 

세이지 프레아카 14

...다른 분들이 찾으시는 것 같아 그런 거예요. (상대의 모습을 보다가) ...넥타이, 어디 갔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레오한테 1갈레온 받고 팔았지. (히죽 웃는다.) 넌 팔 거면 좀 더 받아, 인기 많더라.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럴 생각 없어요. (가방에서 새 넥타이를 꺼내 건넨다.) 받아요. 안 하고 다니면 벌점을 받을 거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설마 우리 교수님들이 그렇게 팍팍하시진 않을…걸? (확신하진 못하겠는지 넥타이 대충 셔츠 깃 위에 얹어둔다. 불량하다.)

 

세이지 프레아카 14

...하. (대충 얹은 넥타이를 보며 옅게 인상을 찡그린다. 직접 해줄 생각인지 가까이 오라며 손짓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하하! 웃는 소리 내며 슬그머니 온다. 허리 숙이고 맡기는 태도가 천연스럽다.) 해줄 거면서 왜 그렇게 얼굴을 구겨?

 

세이지 프레아카 14

마음에 안 드니까요.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는다. 살짝 힘주어 단단하게 넥타이 모양을 만들고 손을 뗀다.) 다음엔 직접 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넥타이 모양이? 아님 내가? (손거울로 슬쩍 본다. 마음에 드는지 웃었다.) 난 이렇게 못 매.

 

세이지 프레아카 14

굳이 확인사살을 당하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넥타이 이야기였으나, 후자도 부정은 못했다.) 시도해 보긴 했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상처받았어. 눈물난다. (눈물 콕콕 찍어 훔치는 시늉 한다.) 아예 방법을 배울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이렇게 단정하게 말고 리본 모양으론 시도해봤지.

 

세이지 프레아카 14

아닌 것 같은데... (연기는 못하겠네, 그런 생각이나 한다.) 1학년 때야 뭘 모르니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는 배우는 게 좋을 거예요. 옷차림도 사람을 판단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니까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들어나 보자. 옷차림 말곤 또 뭐가 도움될 것 같은데? 판단에.

 

세이지 프레아카 14

당신이 싫어할 것들일 텐데, 정말 궁금한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시도는 해보려고. 아는 마녀가 그러라길래. (쳐다본다.)

 

세이지 프레아카 14

실없는 사람보다 단정한 사람에게 호감이 가기 마련이죠. 첫인상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옷차림 하나하나 지적한다. 철저하게 제 기준으로 말한다.) ... 그리고 그 시답잖은 웃음소리나 행동도 고치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넥타이 매는 법 다시 알려줘. 운동화는 똑바로 신어보지, 까먹지만 않으면…. (대충 뒤축에 손가락 걸어 집어넣는다. 태도가 순순하다.) 아니, 근데 방금 건 좀 너무하지 않았어? 웃음소리를 어떻게 고쳐?

 

세이지 프레아카 14

…한 번이에요. (옆에 서 제 넥타이를 풀어 천천히 맨다.) 그 정도 노력은 해야죠.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했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스윽 본다. 제대로 외운 것은 맞는지 모르겠다.) 아주 억양도 RP로 고치라고 하지. 미리 말해두는데, 예시로 든 거고 그건 절대 못 한다. (혀 차는 소리 낸다.) 한동안은 안 웃고 다니는 게 더 빠르겠군.

 

세이지 프레아카 14

그것도 좋네요. (못한다는 말은 못 들은척한다.) 타인이 원하는 대로 산다는 건 이런 거예요. …당신이랑은 안 어울리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넌 안 힘들어? (문득 묻는다.) 너도 처음부터 이걸 다 학습하고 태어나진 않았을 텐데. 어쩌면 이런 일들과 '어울리지 않는' 애였을 수도 있고.

 

세이지 프레아카 14

무슨 답을 듣고 싶은데요? (경계부터 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그냥 내가 의심스럽지? 아무 의도도 없이 물어보는 거거든. 맞다고 하면 위로하면서 초콜릿이라도 사주고, 아니라고 하면… 뭐, 축하하겠지.

 

세이지 프레아카 14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니까요. 전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어요. 다른 삶이란 거, 알지도 못하는데... (중얼거린다.) ... 됐고, 앞으로 당신한테 생길 일이나 걱정해요. 정말 시도해 볼 거라면 하나하나 따질 테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어, 열심히 걱정할게. 큰일 났네, 와아. (화제 물고 늘어진다.) 다른 삶이란 걸 모른다고 해서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너 머글학 수업도 듣고.

 

세이지 프레아카 14

...이렇게 진정성 없는 말은 또 처음인데... (...) ...그건 그냥,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뿐이에요. 기계니 뭐니, 뭐 하나 이해하기 어렵던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솔직히, 네가 '도와'준다는데 내가 사양하거나 겁먹을 이유는 없잖아. 이게 무슨 매리슨 교수님의 보충수업도 아니고. (어깨 으쓱인다.) 내가 호그와트 마당발이라 아는데, 우리 학년 점술 인원수가 머글학 인원수보다 적거든. 이참에 같이 수업 들을래? 그런 이유라면 옮기셔야지.

 

세이지 프레아카 14

...역시 모르는 사람으로 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도와준다는 말에 묘한 표정이 된다.) 점술은 재능 있는 사람만 듣기 좋은 과목이에요. ...무엇보다, 그런 걸 이유로 들면 내가 수락할 것 같았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오블리비아테 빨리 배워. 내가 도망가기 전에. (하하! 시원하게 웃는다.) 네가 먼저 사람이 적을 것 같아 수강했다며. 솔직히 여태까지의 행보를 봐서는, 썩 믿음직한 답변은 아니거든. 그래서 꼬투리 좀 잡아봤어.

 

세이지 프레아카 14

얌전히 당해줄 생각은 있고요? (말없이 보다가) 그렇다 해도, 내가 할 대답은 그것뿐이에요. 지금 와서 선택과목을 바꿀 수 있는지도 모르고… …됐어요, 넥타이 매는 거 기억하죠? (주제를 돌리려는지, 한번 해보라고 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때에도 네가 진짜로 원한다면? (장난스러운 어조는 항상 진담과 농담을 구분하기 어렵다…. 낯짝은 늘 뻔뻔스럽다. 넥타이 한 손으로 풀어내리더니, 느긋하게, 그러나 나쁘지 않도록 도로 묶는다.) 이거면 됐나? O는 아니더라도 E는 줄 거지?

 

 

 

7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신입생들에게 인사하길 잠깐, 테이블 돌아다니면서 빵 집어 먹는다.)

 

세이지 프레아카 17

음식은 돌아다니면서 먹는 거 아니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앉아서 먹으면 포크랑 나이프 쓰는 법도 알려주려고? 오랜만이다, 머리카락 잘랐네.

 

세이지 프레아카 17

...어린 애도 아니고... (묘한 표정으로 보다가)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그러는 당신은 머리, 그새 많이 길렀네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땋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긴 했지. 어울려. 가벼워 보이고. (근처 접시 하나 집어 옆자리에 앉는다.) 3학년 때부턴 줄곧 길렀으니까. 누구랑 다르게 공부에 매진하지 않아서 좀 길어도 괜찮더라.

 

세이지 프레아카 17

... (정작 본인은 여전히 어색해했지만. 머리카락을 잡으려는 손이 헛돈다.) 긴 머리카락에 관심이 있다면 마법 약 하나 줄게요. 몇 년 된 거긴 하지만... (오래전 상점에서 샀던 머리카락 물약을 떠올린 듯)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가 만든 거야? 상점에서 산 거야? 후자면 마음만 받을게, 괜히 장난친다고 오해받으면 곤란하잖아. 너도 잔소리할 거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수업에 필요하지 않은 건 안 만들어요. (혹은 치료 쪽 마법약이거나.) 진짜 사고 안 치는 거 맞아요? (이젠 안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혹시나 해서 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역시 그러시겠지. (놀랍지 않다. 수긍했다.) 이젠 교수님들도 날 거의 의심하지 않는데, 우리 세이지만 계속 묻는다니까. 실은 네가 가장 좋아하던 거 아니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처음 만난 날부터 거짓말을 했는데, 당신 인상이 좋을 리가... (혈통 이야기다. 꼭 무슨 사정이 있어 마법에 대해 모르는 것 같은 대화를 했던 어느 과거를...)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 (하고 생각하면, 짚이는 것이 아주 없지는 않다.) …음, 그걸 거짓말이라고 볼 수도 있나? 포장한 것뿐이잖아. 난 사실대로 실토하면 기숙사에서 내쫓기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중이었다고. 그때도 지금도 네 마음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네. (틈.) 나아진 점은 칭찬 안 해주고, 자꾸 옛 과거만 찾길래.

 

세이지 프레아카 17

잘못된 이해를 정정할 생각하지 않았잖아요. 그게 거짓말이 아니면 뭔데요? (물론 자신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당신을 쫓아내고 싶은 사람이 한둘은 아닐걸요. 내가 당신에게 좋은 말은 해줄 리도 없고. 이쯤이면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잘못된 이해로 내 입지가 넓어진다면, 거짓말이라고 못할 것도 없지. 네가 그걸 지적하는 건 의아하네. 너도 비슷하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니면, 나한텐 대중과는 분리된 특별 취급을 해주는 중이신가. (눈알 굴린다.) 포기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했잖아. 난 마법 없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 돼. 넌 상상할 수 있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난 속이려면 끝까지 속여야 한다는 쪽이라서요. 중간에 실토할 거라면 시작도 안 하는 편이 낫죠. 그보다, 특별 취급은 이미 하고 있지 않나요, 머글 태생 씨? (부러 혈통을 언급하며 상대를 본다.) 그렇다 해도, 당신의 삶에서 마법이 없던 시기는 있었어요. (다만 이해한다. 마법이 없는 자신을 상상해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나는 언제까지나 마녀고요. (짧게 중얼이고 시선을 옮긴다. 근처에 있는 물 한 컵 가져와 건넨다.) 여하튼, 사고 치지 않는다면 됐어요. 올해가 마지막인데, 기숙사 우승컵은 또 노려야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어, 세이지. 그리고 머글 태생이 이 학교에 몇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별로 특수하지 않은데. (히죽 웃고 물 홀짝인다.) 마법이 없었던 시기는 너도 있다니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법을 쓰진 않았을 거 아니야. 넌 나랑 다르게 처음 마법을 쓰던 날 바로 그게 마법인 줄 깨닫긴 했겠지. 기억나?

 

세이지 프레아카 17

비밀인 줄 모르면 그렇게 될 수 있죠. 하지만 슬리데린의 머글 태생은 당신 하나잖아요? (뒷말에 품에서 지팡이를 꺼낸다. 그러니까…) …첫 번째 생일날이라고 하더라고요.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지팡이를 휘두른다. 빈 그릇 하나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러는 당신은 기억하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그 애칭이 이제 좀 질리더라. 슬리데린의 머글 태생이란 거. 너무 오래 들었어. (그릇이 뜨는 것 보다가, 잡아서 잘 내려둔다.) 정확하진 않아. 마법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난 어렸을 때 내 방 창문에서 그대로 뛰어내리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고도 늘 안전하게 착지했던 게 마법이 아닐까 싶어. 아레스토 모멘텀 같은 거겠지. 생각해보면 거의 목숨을 걸고 마법사가 된 셈이네.

 

세이지 프레아카 17

평생 당신을 따라다닐 꼬리표예요. 받아들이는 게 좋을걸요. (접시가 잡히자 다시 지팡이를 넣는다.) …하여간, 몸을 안 아끼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설마 싶은데, 수업에서도 무작정 공격만 한 건 아니겠죠?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떠올린다. 다른 팀이었으니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의심부터 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음, 나 그래도 내 안위는 잘 챙긴다고 생각했는데…. 다치는 것 정도는 괜찮아. 터너 부인이 말씀하시길, 나 회복력이 좋은 편이랬거든. (수업에 관해서는…… 잠시 뜸 들인다. 정확히 정곡이다.) 나 퀴디치에서도 공격수야. 게다가 몇 대 정도는 맞아도 버텨.

 

세이지 프레아카 17

…터너 부인께 다음엔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해야겠어요. 그런 걸 믿고 사고를 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 아, 맞아도 버틴다고요? 진짜 맞을래요? (냅다 지팡이 꺼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요즘은 사고 안 친다니까…. 아, 미안. 미안! 너 진짜 저주 쏠 건 아니지? (몸 움찔…. 황급히 사과한다.)

 

세이지 프레아카 17

안 그래도 공격 마법 좀 연습하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여전히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다.) 겁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음…. 겁난다기보단, 모르겠네. 뭐라고 해야 할지. 약간은 속상하다? (잠시 침묵. 지팡이 쳐다본다.) 오블리비아테 빼곤 해도 돼.

 

세이지 프레아카 17

제일 하고 싶은 게 그건데도요. (잠시 쳐다보다 지팡이를 넣는다.) 됐어요, 사고 칠 생각은 없으니까. 이상한 소문이 생기는 건 사양이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기숙사 가서 맞아줄까? 디터니 상비해두니까 병동까진 안 가도 돼. 점수 깎일 일도 없지. (농담처럼 덧붙인다.) 넌 졸업하면 나 잊으려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진짜 저주 쏘고 싶은 거 참는 중이니까, 이쯤에서 끝내죠? (가만 보다가) 말했잖아요, 안 얽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이제 얼마 뒤엔 ‘굳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될걸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 진짜로 성공할 건데도? 머글 태생이어도 예외 한둘쯤은 늘 있기 마련이잖아. 그렇게 끔찍한 인맥은 아닐 거야. ‘굳이 필요 없는 사람’ 리스트에 해당 사항 없으리란 말이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난 예외를 싫어해요. 당신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 건지… 애초에,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지 않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는 나를 믿거든. 해내지 않으면 안 돼. (눈알 굴린다.) 그건 인정하긴 해야겠지…. 현실적으로 모두가 날 좋아하는 건 무리니까. 그래서 널 골라서 이렇게 매달리는 중이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17

…무엇을 위해서죠? (이렇게까지 매달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 이해할 수 없는 의문에 고개를 기울인다. 뒤이은 말에 툭 건드린다.) 싫다는 사람에게 매달리지 말고, 그 시간에 당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잘해주도록 해요.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될 텐데. 그때 후회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아니, 분명 후회하게 될걸요. (묘한 확신과 함께 말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보여줄 사람이 있어서. 머글은 수명이 짧잖아. (잠시 비치는 것은 조급함이다. 금세 갈무리한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쉬운가? 그게 됐으면 진작에 그랬지.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이유는 대체 뭔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소피아? (종종 들었던 것 같은 이름을 중얼거린다. 뒤이은 말에는 침묵하다가 입을 연다.) …해봤던 거니까. 당신이 했던 것, 하려는 것. 전부 내가 했고 하는 것들이야. (오래전 외면하려던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소피아. 차라리 부모님이었으면 좀 나았겠다. (맞다는 듯 그대로 발음한다.) 이젠 시인하네, 여태까지는 그 이야기만 꺼내도 질색을 하더니…. 뭐가 그렇게 후회돼?

 

세이지 프레아카 17

… (머글의 수명이… 잠시 시간을 계산해본다.) …누구 좋자고 그런 걸 인정해요. 그냥… …계실 때 좀 더 잘할 걸, 그런 거요. (가볍게 손 내젓고는) 이 이상은 못 말해요. 프레아카가 알면 입 막으려 할 테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말해 주곤 싶은가 봐. 장족의 발전이네. 난 나 좋아하는 사람한텐 더 잘해줘, 걱정하지 마. (목소리 낮춘다.) 깨트릴 수 없는 맹세라도 할까? 발설하지 않겠다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분명 말했을 텐데… 마법 쓰고 싶은 거 참는 중이라고… (더 보고 있다간 진짜 지팡이를 쥘 거 같아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내게 좋을 건 하나도 없는 제안인데, 받아들이겠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제 뒷목 주무른다.) 왜 손해지? 나쁠 것 없잖아. 비밀을 털어놓는 건 꽤 괜찮은 기분이고, 상대가 물리적으로 그걸 발설할 수도 없다면.

 

세이지 프레아카 17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당신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슬 바라봤다가 다시 고개 돌려버린다.) ...비밀 하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무슨. 궁금한 거 해소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이상하다. 네가 호그와트에서 가장 격의 없이 대하는 친구가 있다면 나일 줄 알았는데 말이지. 거의 확신했는데. (시선 돌리면 쿡 찌른다.) 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잖아. (궁금해서 그런단 뜻이다.)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진짜 붉은 머리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래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여전히 보지 않고 손만 치워낸다.) 당신에게만큼은 손해 보고 싶지도 않고. 아니면 당신의 비밀을 말해보던가요. 그 정도는 쥐여줘야 고민해 보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너만큼 내 밑바닥을 다 아는 사람도 없어, 세이지. (하하! 웃는다.) 비밀 같은 걸 만들어두지 않아서 거래에 걸 만한 게 없네. 말했잖아, 난 그냥 아주 평범한 슬리데린 남자애야. 여기에 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꼭 같은 품목으로만 거래해? 나한테 빚 지우는 건 싫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어쩌다 이런 걸 알아버렸지. (하… 작게 한숨을 쉰다. 툭툭, 침묵과 함께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말의 빈 공간을 채운다. 시간이 지난 후에 상대를 바라본다.) 내가 당신에게서 무엇을 받아 가도 상관없다면, 딱 하나. 질문 하나만 받을게요. 마녀에게 거래를 요청할 땐 이 정도 각오는 했겠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머글 동화가 인어공주라는 이야길 했던가. 재미있네. 뭐든 가져가…. 다만 알지? 기억만큼은 빼고. (미소가 짙어진다. 소리 없는 웃음이 울린다. 무엇이든 건 것치고는 고민이 짧다. 아까 궁금했던 것 묻는다.) 마녀님이 그리워하는 사람 이야기를 해줘. 후회한다던 것.

 

세이지 프레아카 17

머글 세계에 인어가 있다고요? (아는 인어라고는 검은 호수에 있는 인어뿐이다. 머글 동화는 들어본 적도, 알려고 한 적도 없었다.) …하. (역시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생각을 지우고 입을 연다.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 없이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머니예요. 다섯 번째 생일날이었나, …돌아가셨고. 그때 많이 아프셨거든요. 그러니까 인정받고 싶은 사람, 계실 때 잘 하라고요. 다신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좀 달라. 실존하는 건 아니고, 환상 속의 인외종이지. 인어공주가 육지에 올라가고 싶어서 다리랑 목소리를 바꾸는 거래를 하는 게 동화 내용이고. (짧게 설명해준다. 테이블 두어 번 두드린다.) 문밖에서 왔단 건 아니란 뜻이네. 돌아갈 수는 없어도, 초상화 하나도 남지 않았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아하… 거기서도 마녀나 마법은 ‘악’으로 여겨지나 보네요. (들려주는 이야기를 제멋대로 해석한다.) 어… …음. (뒤이은 말에 잠시간 고민하다가 입을 연다.) 그 문밖에서 왔다는 말, 어떻게 이해하고 말한 거죠? (질문엔 답하지 않고, 다른 걸 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마녀가 나쁘단 소린 아직 한 줌도 안 했다, 나? 거기서 마녀는 그냥 교환을 도와줬을 뿐이라고. (억울하다는 듯 종알댄다. 대답 않는 것을 보고서는 눈썹 들어 올리지만, 채근하는 대신 순순히 답변한다.) 소문 그대로 이해한 거지. 어느 겨울날 문밖에 있었고, 그래서 프레아카가 되었노라고. …아, 그게 다섯 살 이후의 일이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하지만 그렇게 좋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뭐가 문제냐는 듯 본다. 뒤이은 말에 짧게 한숨을 내쉰다.) 하, 이럴 줄 알았지... 내가 당신이랑은 같은 짓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이거 하나만 더 말해줄게요. 어떤 소문은 진실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어떤 소문을 진실을 가리기 위해 존재하기도 하죠. 나랑 관련해서 퍼진 소문, 그거 다 거짓이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보기에 마녀를 제일 나쁘게 취급하는 건 머글들이 아니라 너야. (항변한다.) 역시 그럴 줄 알았지. 그래도 일정 부분은 진실이 섞이기라도 했을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네가 네 가족을 쏙 빼닮았다는 부분?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배운 게 그런 거인 걸 어떻게 해요. (궤변) 아, 그거. 당신이 한 질문에 대해 할 답이에요. 초상화는 남아있지 않지만...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킨다.) 닮았거든요, 어머니랑. 한 10년쯤 지나면 마지막으로 봤던 얼굴과 거의 똑같아질걸요. 이건 정말 말하면 안 되는 거니까, 비밀, 꼭 지켜요. 알겠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하. (알겠다는 듯 소리 낸다. 이후로 손바닥 비비는데, 알게 된 내용이 의아해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추측이 중구난방하다.) ……이거 진짜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겠네. 왜 이렇게 다사다난해? 나 지금 머리 아파. …‘어머니’랑 닮았다고. 혹시 프레스트가 네 사촌이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그래서 내가 알아서 좋을 거 없다고 했잖아요. 세상에는 파헤치지 않는 거 더 나은 것도 있다는 거, 잘 알겠죠?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한걸음 물러서고는 입을 연다.) 더 이상은 답 안 할 거예요.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말해준 거니까, 뭐라 할 생각은 말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알아서 나쁘단 소린 안 했는데? 난 알게 되어 지금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뾰로통하게 올려다본다.) 혹시 일부러 이렇게 감질나게 구는 거야? 라디오 드라마도 이렇게는 안 끊겠다.

 

세이지 프레아카 17

라디오는 머글의 물건이잖아요. (이상한 곳에서 태클 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난 말해주고 싶지 않거든요. 이야깃거리가 되는 건 딱 질색이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머글 물건이면 좀 안 되냐. 난 맨날 그거 보고 사는데. (투덜거림.) 이야깃거리 삼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냥 친구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으로 취급할 수는 없는 거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는 머글 태생의 비중이 크다는 걸 모르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걸요? (고개를 기울인다. 보편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 그런 건 무지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익히 알지…. (사이.) 네가 나한테 궁금한 점이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난 뭐든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궁금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을 겪어 이렇게 되었는지… 당신이 내게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난 그냥 따르기만 했을걸. (그게 가장 쉬웠으니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고, 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순수 혈통이 아니라 아쉽다 생각한 적은 없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렇게 따져 생각하면, 내가 순수 혈통인 것보다야 머글 태생인 게 더 나은 것 같다. 너랑 이런 얘기도 다 하고. (눈알 굴린다. 시큰둥하게 답한다. 아쉬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엄청나게 아쉬운데? 매 순간 억울하지…. 그래도 괜찮은 수준이야. 앞서 말한 이유도 위안이 되고, 무엇보다 너무 쉬운 게임은 흥미도 안 돋고. 이상한가?

 

세이지 프레아카 17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당신은 그리핀도르가 더 어울렸을 거예요. (평소 하던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다. 이미 가진 자들이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곳이 슬리데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상대의 행동은 용기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난 진짜 당신이 싫어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편한 길이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슬리데린이 좋다니까…. 이번엔 또 무슨 이윤데? 내가 요즘 걔네처럼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나름 몸가짐도 바르게 하고 다니는데. (툴툴댄다.)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즐기려는 것뿐이야. 우울한 인생은 취향이 아니거든. 그리고 너도 딱히… 편한 길을 고르는 것 같진 않은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그 말은 그리핀도르는 사고 치는 사람들의 기숙사라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그냥, 당신에게는 야망보다는 용기가 어울릴 것 같아서요. (어물쩍 넘긴다.) 이만하면 편한 길이죠. 덕분에 테러의 위험도 없고, 있을 곳도… … 뭐, 어쨌든. 우울하게 살지 않으려는 노력은 나도 해요. 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비하 의도는 없었는데, 틀린 말도 아니지 않나? 게다가 이건 네가 저학년 때 매번 말하던 거잖아. 그러니까 그리핀도르 가란 식으로. (흥.) 발 디딜 곳이 사라지는 경험이 도무지 유쾌하진 않지. 우울하긴 하단 소리네. 너 취미 같은 건 있냐. 책 읽기랑 마법약 만들기 빼고. 그걸 누가 취미로 삼아.

세이지 프레아카 17

오늘도 해달라는 거죠? 졸업은 그리핀도르로 하는 건 어때요? (이런다.) 당신이 다사다난하다고 평가한 인생이니까요. …저기, 그걸 취미로 삼은 사람이 여기 있는데.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둘 빼면 없어서… 정곡을 찔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한테 백날 말해봐야 소용없는 것도 알지? 차라리 교장 선생님께 항의 편지를 써보지그래. 슬리데린의 미미 파블라디스 학우님을 그리핀도르로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세이지 프레아카 올림. (장난스럽게 읊는다.) 진심이지. …설마 그 지루한 걸 정말로 즐긴다고? 좀 더 활동적이고, 유쾌하고, 햇볕도 쬐는 거 없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공적인 문서를 작성할 땐 축약하지 않고 제대로 적는 거예요. (또 쓸데 없는 것을 지적한다.) ...비행술 수업 때마다 떨어졌는데, 그런 걸 즐길 거 같아요? 그나마 고르라면 약초 관리... 인데. ...당신이 너무 활동적인 거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세이지, 우리 사이에 아직도 애칭으로 부르지 않는 게 이상한 거야. 난 졸업 전에 너랑 리암한테 미미라고 불려보는 게 소원이다. (툴툴댄다.) 약초 관리라니, 좀 낫긴 한데… 그건 내가 끔찍하게 못 해서. 비행하는 게 싫은 건 아니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세이지는 내 이름이지, 애칭은 아닌데요. 무엇보다 난 당신 싫다니까요? (물론, 이름 외의 호칭으로 호명되는 걸 싫어하긴 한다.) 순간 이동이 있는데 굳이 할 필요는 없죠.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 불안해서 싫어요. ...약초학은 낙제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가 신입생 때 말했던 걸 기억하거든. 애칭보다 세이지가 좋다고. 그런데 그렇게 묻는 걸 보니 괜찮은가 봐. 뭐라고 부를까. 이지? 세이? 아니면 의미를 따져서 샐비어도 괜찮을지도. 귀엽잖아. (개구지게 웃는다.) 내 뒷자리에 타는 것도 싫어? 나 나름 빗자루 모는 건 자신 있는데. 아니면 퀴디치 경기 관람이라든지. (하하!) 당연히 낙제지. 6학년 때부터 포기했어, 그건. 나쁜 머리로 모범생 흉내 내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 (못 들은 척 넘긴다.) 의지할 게 당신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차라리 떨어지고 말죠. 나한테 같이 타자고 하면 붙잡고 떨어질 거니까, 시도하지 마요. (막말한다.) 어려운 과목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못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난 슬리데린이라서 가장 안 좋았던 게 기숙사에서 화분을 키울 수 없다는 거였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아, 또 못 들은 척이야. 너 의뭉스럽게 뭉개는 데에도 재주 없거든? 슬쩍 넘길 생각 말도 빨리 애칭 골라 봐. (툴툴댄다.) 같이 죽자고? 그것 참 낭만적이네, 아무렴 같이 약초학 공부를 하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후플푸프에 가는 상상을 해본 건 아니잖아. 아니다, 상상 정도는 해봤어? 슬리데린에 못 들어올까 봐 걱정했다고 했으니.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 이름은 세이지예요. 놀릴 생각이면 차라리 프레세지라고 부르던가, 안 골라요. (외면한다.) 대체 얼마나 약초학이 싫길래, 그게 낫다고 하는 거죠?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중얼거리다가) 그럼요, 스테비아 님은 저더러 후플푸프 외에는 갈 곳이 없을 거라고 하셨거든요. 우리 학년 배정식이 끝나고 모자가 노망난 거란 소리를 몇 번을 들었는데. (제 배정도 그렇고, 머글 태생의 슬리데린 배정에도 화를 냈다. 숨기려 하지 않았으니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슬리데린이 이런 곳이란 걸 알아도 오고 싶었을까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좋아, 이지. 애칭과 달리 하나도 쉽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네. (멋대로 결정하고 말장난한다.) 난 섬세한 작업이나, 적힌 그대로의 규율을 수행하는 일에는 재능이 없고, 재능이 없으니까 흥미도 없는 거지. 음, 따지자면 입학하자마자 슬리데린에 온 것부터가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었잖아. (웃는다.) 이런 곳이라는 게 무슨 뜻인데. 혈통주의가 팽배한 곳? 도리어 더 원했을걸.

 

세이지 프레아카 17

…너 내 말 안 들리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된다.) …하. 지금 상황, 모르진 않잖아요. (아이락 풀케의 부활은 사실이 되었고, 호그와트는 발푸르기스 기사단에 의해 습격당했다. 곳곳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 슬리데린 기숙사만 멀쩡한 상황은 이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이런 사회인데, 당신 스스로를 죽이면서까지 남고 싶냐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당신보단 너가 낫다. 이왕이면 미미라고 불러줘. 애칭은 쌍방향이 좋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나 가끔 가만히 서 있으면 네가 물어보는 소리가 들려.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싶은 거냐고….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목숨까지도 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잖아. 내용물이 대수겠어…. (사이.)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안타까워하는 거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말 안 듣는다.) …하, 그럴 줄 알았지. 그러면 좀 전에, 그 사람이 눈앞에 있었을 때 바로 답하지 그랬어요? 그 사람, 우리를 꽤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아, 혹시 그 정도는 아니었고? (제멋대로 말이 튄다. 그 상황은 제게 있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을 넘었기에. 답답함에 짓눌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이지. (매번 풀네임을 불릴 때면 반응이 늦다. 제 머리 쓸어넘겼다.) 나 지금 네가 왜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짜증 나서. 이 상황이 되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가 보이는데, 그거, 당신이 하겠다고 하는 거잖아. 이런 상황이 되면 목숨 걱정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보상만 얻을 수 있으면 돼. 이미 멀리 왔다고 했잖아. 돌아가는 길보다 수그리는 것이 빠르다면 기꺼이 그걸 택해야지…. (손목 잡고 끌어당긴다.) 이제 와서 후회해?

 

세이지 프레아카 17

미물이라고 하는 거, 들었을 텐데. ... 그들은 당신을 사람 취급도 안 할걸. (그동안 겪었던 것이었으니까. 저항 없이 당겨진다.) ... 그래요, 이제 와서. 우습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동족의 배신자는 받아줄 것 같던데. 왜, ‘위대한 공로’도 있다잖아. (냉랭한 얼굴로 읊는다.) 그럼, 따르지 않으려고? 프레아카의 이름으로 네 앞에 놓인 길을?

 

세이지 프레아카 17

…이미 결정했나 보네요, 당신은. (잡힌 손목을 빼내려 한다.) 몰라, 모르겠다고. 나더러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프레아카? 그게 정말 내 이름이라 할 수는 있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미미. (잡은 손 놓아주지 않고 짧게 정정한다.) 결정한 거 아니야. 그냥… 예견하는 거지. 내가 너한테 오래도록 동질감을 느껴서, 지금 기분이 이상한가 보다. 선택해. 지금 내 꼴이 보기 싫은 거면 넌 여태까지 했던 것 모두 관두면 돼. 혹은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앞선다면 남으면 되는 거고. 난 어느 쪽이든 널 비난하지 않아. 도리어 도우면 도왔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진짜 싫어, 너. 내가 싫어하는 게 다 모아둔 것 같아. (빼낼 수 없는 손에 결국 포기한다. 툭, 그대로 손을 내린다.) ...선택 못해요. 나도 지금 내가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거든요. 이제 와서 당신더러 스스로를 잃지 말라고 하면, 그건 기만이려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새삼스럽게. (입꼬리만 올려 웃는다. 느리게 손목 놔준다.) 나더러는 잃지 말라면서 자긴 모르겠다니. 기만일 뿐만 아니라 바보 같아…. 이게 뭐가 좋다고. 가만히 있다간 죽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얼마나 당신을 싫어하는지 알면 놀랄 텐데. (놓아진 손목을 한 바퀴 돌린다.) 알아요. 그 사람은 시간을 준다고 했지만, 난 아마 저택에 돌아가자마자 선택해야 하거든요. 그냥, 졸업전까지만 조금만 외면할 테니까... ... 여전히, 독립 안 하고 집에 있을 거란 생각은 그대로인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오블리비아테 이상 아바다케다브라 미만인 건 알아. (힐끔 본다.) 졸업식 뭐 얼마나 남았다고. 모르겠어, 고민 중이야.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아서가 플루 네트워크 연결해두면 가족들이 위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해서. 왜?

 

세이지 프레아카 17

그거, 좀 수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바다케다브라 이하인 거로? (...) 그냥, 그 사람에게 조부란 말을 들으니까 당신이 가족 이야기하던 게 생각나서요. 이왕이면 연결점 따윈 없는 것처럼 만드는 게 좋을 거예요. 그 사람이 보장한 건 당신의 안전이지... 당신 가족의 안전은 아닐 테니까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성격 나빠졌네. …네 조언은 진지하게 고려해볼게. 이게 다 누굴 위해서 하는 일인데, 정말 가족들을 해쳤다간 곤란하니까…. 얼결에 혼자 살기라도 해야 하나. 애들한텐 다 더럼으로 연락하라고 했는데. 넌 계획 있어? 그러니까… 비굴해지지 않는 쪽의 계획 말이야. (틈.) 손목은 괜찮아? 세게 쥔 것 같아서, 미안.

 

세이지 프레아카 17

... 외면 좀 하겠다니까. 당신이 가끔 내 목소리 듣는다는 거, 나는 그 비슷한 거 매일 듣거든요. 안 그래도 피곤한데... (피곤함에 눈가를 꾹 누른다. 하필 그 손으로 움직인 탓에 옅게 인상을 찡그린다.) ... 됐어요. 아예 못 쓰는 것도 아니고. 미안해할 거면 왜 했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무슨 말도 못 꺼내게 하네. (하지만 말 더 얹지 않겠다는 듯 두 손 들어 올려 항복 표시했다.) 환청이 마법사 고질병인가 봐. 뭐라고 하든. (지팡이 꺼내려다가 만다. 에피스키나 페룰라는 상대가 더 잘하면 잘했지 덜하지 않을 테다.) 너도 후회할 짓하고 살면서 새삼스럽게. 병동까지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매번 하던 말이요. 머글은 불쾌하다, 마법은 위대하다. 너는 누구보다 뛰어난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세요. (별일 아니라며 손을 내젓는데, 하필 또 그 손이다.) 이 정도면 마법 약으로도 충분해요. 내가 시험 끝난 뒤부터 몇 개를 만들어뒀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은 다친 곳 없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참 멋진 어록이네. 넌 이미 뛰어난 마녀고, 머글 태생인 나도 그렇다는 점을 예외로 하면 말이야. 그래서, 그게 전부 진실인 것 같아? (빈정대는 기색 없이 담담하다.) 없어.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그편이 더 듣기 좋거든.

 

 

 

세이지 프레아카 17

...맞다. (N.E.W.T. 생각에 도서관 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도서관? (지레짐작한다.)

 

세이지 프레아카 17

…도서관 가던 길이었나요? (다른 곳으로 가야 할까… 상대의 물음에 걸음을 멈춘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응, 공부하러. (눈 휘어 웃는다.) 같이 가지? 괜히 도망가지 말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도망갈 걸 알면서도 온 건 참 성격 나쁘다니까… (외면하고 도서관 방향으로 걷는다.) 방해하지 않을 거라면 따라와요. N.E.W.T.는 더 어려울 테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는 너 좋아하잖아. 이젠 네게 성가시게 구는 게 반쯤 내 의무로 느껴져. (하하!) 넌 시험 자신 있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덕분에 난 붉은 머리카락만 봐도 피하게 될 것 같지만요. 하여간에… (가벼운 어조로 중얼거린다. 이어진 말에 잠시 침묵한다.) …노력하는 중이죠. 한 과목만 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변신술, 시험 보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루카스랑 스칼렛이 들으면 섭섭해하겠다. (눈썹 역으로 휜다.) 응. 나 마법약이랑 약초학, 점술 빼고선 다 시험 쳐. 그러고 보니, 너 변신술이 아슬아슬했었지. 왜 그냥 드랍하지 않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스테일은… (진짜 피하는 게 나은 상대라 묘한 표정이 된다.) 어쩐지 요새 마법약 질문 안 하더라… 목표하는 게 치료사라서요. 그건 변신술 성적이 필요해서, 포기 못하죠. 당신은 어딜 희망하는데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 그래서 그런 거야. O.W.L. 때 내 길이 아닌 걸 빠르게 깨달아서. 내가 그리웠어? (이런 소리는 언제쯤 관두지.) 앞으로 성 뭉고에 가면 볼 수 있단 거지. 찾느라 애쓰진 않아도 되겠네. 난 퀴디치 연맹. 일단은… 마법부에 들어가야겠어. 어울려?

 

세이지 프레아카 17

…당신은 진짜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 거야… (...) 글쎄요, 용건 없는 환자는 못 들어오게 할 건데요. 퀴디치 선수를 할 줄 알았는데, 마법부를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요즘 그 소리 많이 듣네. 숨은 쉴 수 있어서 다행이다. (키득댄다.) 내가 다친 것처럼 그럴듯해 보이게 만드는 장난감을 개발해볼게. 알지? 나 개조에는 일가견이 있거든. 어…… 선수도 스카우트가 오면 고려해보겠지만, 난 가급적 마법사적 명예를 택하고 싶은데. 성공했다고 부를만한 거 말이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거품 머리 마법은 어디다 버려둔 건데요? (이상한 곳에서 태클 건다.) 그냥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안 받는다고 해야지... ...그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건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좋아, 우리 마법 만능주의 세이지 양은 항상 생각하지도 못한 관점을 제시해주신다니까…. (실소한다. 이어지는 답이 명료하다.) 응, 무엇이든. 갑자기 궁금하네, 네가 뭘 고려하고 그런 질문을 한 건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당신에게는 이걸 물어야겠죠. 목숨, 그것을 걸 가치가 있나요? (단순히 굽히는 것 정도야 이전에도 그렇다 하였으니. 머글 태생, 또다시 그 시선으로 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괜히 얄미워서 눈 위를 손바닥으로 덮어버린다.) 어. 지금 마음 같아선 안 될 게 있나 싶다. 보상이 있기만 하다면 말이야…. 왜, 넌 걸 수 있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손 잡아 내린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이유에는 '살고 싶어서'도 있어요.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고. 그걸 걸 수 있었다면 난 그리핀도르 아니었을까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도 그리핀도르는 못 가. 그냥… 사랑받으려는 방식이 너랑은 다른가 보지. (순순히 떨어트린다.) 우리 둘 다 성공하긴 어려울까? 어느 쪽이 통할지는 꽤 궁금한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난 성공 못해요. 그분들에게 있어서 난 어디까지나 ‘혼혈’이라는 부족함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순응했다. 거슬리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이상한 사람에게 걸려서 쓰다 버려지지만 마요, 당신은. 언제 죽었다 소문이 들려와도 안 이상하겠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걸 감안하고서도 필수불가결해지면 그만이잖아. 아니면 잊게 하든지. 네가 그렇게 잘하는 오블리비아테 거기에 쓰면 되겠다. (한계를 정해두는 건 그의 방식이 아니고, 도무지 납득하지 못한다. 툴툴댄다.) 걱정하는 거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혼혈이라는 걸 잊게 만들라고요? …못해요, 그건. 하고 싶지도 않고. (인정받아야 할 이유를 없애면, 목표 또한 의미가 없어지기에.) …즉사라면 모를까, 애매하게 살아있으면 내 일이 되는 거잖아요. (헛소리)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이해가 안 되네. 너 내내 그게 네 발목을 잡는 것처럼 말하잖아. 실제로도 사실이겠지.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을 수 있어? (도서관에 도착해서 적당한 소파 자리 찾는다. 삐뚜름하게 다리 꼬아 앉는다.) 미리 살려줘서 고마워. 너만 믿을게.

 

세이지 프레아카 17

(맞은편 대각선 자리에 가 앉는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펼친 책은 이번에도 마법약이었다.) 한 가지 잊은 모양인데, 프레아카의 성을 쓰는 사람은 전부 순수 혈통이에요. …내가 순수 혈통인 척을 하려 했다면, 입학했을 때부터 했을걸. (거짓말이라도 수도 없이 했다. 허나 이것만큼은.) 위험한 일 안 한다는 소리는 안 하는 건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 정도 거짓말은 일도 아니었을걸. 뭐, 이미 엎어졌으니까 불가능한 일이라고 치더라도, 난 왜 네가 그걸 기피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건데. 피를 갈아치우고 싶은 건 또 아니었나. (눈썹 들어 올린다.) 걱정 마, 순수혈통 테러는 안 해. 휘말리면 또 모를까.

 

세이지 프레아카 17

피 하나만 갈아치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말과 동시에 상대의 붉은 머리카락을 본다. 곧이어 시선을 뗐지만.) 안 그래도 세상 흉흉한데. 전에 녹턴 앨리도 이야기하질 않나, 정말 아즈카반이 궁금한가요? 여기 오러도 많은데 그분들에게 가보지 그래요? (안 한다는 말을 들은 건지 뭔지, 사고 치는 상대의 이미지는 이미 고정된 듯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럼 또 뭘 바꿔야 하는데? (찰나에 시선 닿는 것 눈치챈다. 괜히 제 머리카락 헤집는다. 의미도 알지 못하면서.) 너 내가 말하는 거 제대로 안 듣지? 그런 짓 안 한다니까. 아즈카반은 견학하고 싶은 거지,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라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 (질문은 못 들은 척 외면한다.) 견학이나 들어가는 거나 그게 그거죠. 솔직히 지금 상황이면… …테러할 생각이 없어도, 당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 얽히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장담 못 하지. 그러니까 믿어달라고 미리 얘기하는 건데. 머글 출신 마법사 D씨가 임페리우스 저주에 당했다고 주장하면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증언 좀 해주라. (뻔뻔스럽다.) 아니면 베리타세룸 만들어줘.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위증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하나요… …아, 지금 자기는 마법약 더 공부 안 한다고 시키는 거? (짧게 흘겨본다.) 올해 배우는 과정 중 하나라 연습 중이긴 한데… …마법부에 걸리면 당신 혼자서 책임지던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증언 안 해준다곤 안 하네. 안 만들어준다고도 안 하고. (흘겨보면 웃기나 한다.) 합법적인 경로로 쓸 거니까 걱정하지 마. 자발적으로 마시면 주장의 신뢰도가 좀 올라가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살 궁리를 해야지…. 그리고 네가 그걸 내칠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리 마녀님이 은근히 마음이 약하시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17

이런 말을 들으면 안 하고 싶어진다는 것도 알고요? (읽던 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베리타세룸, 그 설명이 적힌 페이지를 펼치고 상대에게 건넨다. 곳곳에 필기가 빼곡하다.) 직접 만들어봐요. 시험 끝나면 졸업 전까지 할 일도 없을 거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건 몰랐네. 애교로 안 봐주시나? (농담하다가…… 빼곡한 필기 보고서는 조용해진다.) 혹시 진짜 진심으로 제안하는 거야? 나 그렇게 매번 너한테 알려달라고 졸라댔는데도 O.W.L. 마법약 A 받은 건 알고 하는 소리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잘 알죠. 당신이 만드는 마법약을 볼 때마다 이게 왜 안되는 거지 싶었으니까. 내가 레시피를 잘못 알고 있나 다시 만들어본 게 몇 번인데... 애교 소리를 해서 더 봐주기 싫네요. 한두 병으로 끝날 것도 아니고, 계속 누군가에게 받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침음한다.) 내가 제안했을 때는, 이런 걸 각오하지 않았는데…. 그럼 만드는 거 직접 봐주면 안 돼? 네 레시피가 틀렸을 리 없으니까, 결국은 만드는 과정 중에 문제가 생긴단 거잖아. 너도 졸업까진 시간 빌 테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알려준 레시피는 전부 책이랑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이에요. 개량 같은 건 한적 없으니까 적힌 그대로 따라 하면 될 텐데...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그때 하려고 했던 게 있어서, 오래는 시간 못 내요. 그래도 괜찮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적힌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모두가 할 줄 알았으면 마법약 시험은 그냥 암기 테스트였겠지. (음울하게 대꾸한다.) 좋아. 원래 하려고 했던 건 뭔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상처 치료 물약이요. 상황이 상황이니... 일이 나도 제대로 날 것 같았는데. 최근 예언자 일보 봤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봤지. 너도 그게 걱정돼? 당장 혼혈인 너한테 피해가 갈 것 같진 않았는데. 게다가 넌 프레아카가 비호해주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세이지 프레아카 17

지금 내 이미지가 어디까지 망한 건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졌는데... 적어도 이 주제에서 내게 중요한 건 치료지, 혈통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분들에게 난 눈엣가시라 기회만 오길 바랄걸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가 나를 매번 비난하는 태도를 생각해봐. 사고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배기나. 그리고 난 딱히 상대가 네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말했을 거야. 현실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도 하고. (틈.)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가진 정 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도 사랑해?

 

세이지 프레아카 17

그래요, 당신이 얼마나 다치든 신경 안 쓸게요. (...) 애초에 난 제작만 할 거예요. 누가 어떤 이유로 쓰든… (제 일은 아니라며 덧붙인다.) 내가 말했잖아요. 난 평생 인정받을 수 없을 거라고. …사랑일까요? (스스로도 정의하지 못한 감정을 상대에게 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왜 결론이 그렇게 나? 진짜 꼬였다니까. (입 삐죽 내민다.) 조제자는 활용의 책임에서 아주 벗어날 수 없는 것 알면서 그래. 도의적 책임을 생각해야지…. 자꾸 회피하지만 말고. (사이.) 애틋해?

 

세이지 프레아카 17

뱀한테 뭘 바라는 거지… 내가 만드는 건 독약이 아니에요. 치료지. 당신은 저 사람은 미래에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도우면 안 된다, 라고 생각하는 쪽인가요? (도의적 책임이라니. 이 생각에 무엇이 문제냐는 듯 본다.) …그렇게 물어보면, 아닌 것 같네요. 내게 그런 존재는 어머니 한 분뿐이라. …당신은 반대 같은데, 맞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렇게까진 말 안 했어. 그냥 날 도우려는 마음 정도는 시인해주면… 내가 참 기쁘겠다는 뜻이지. (천연스럽게 대꾸한다.) 응, 난 애틋하지. 특히 소피아랑. …벗어나고 싶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그럴 사람은 아니죠. (적어도 상대방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인 이상. 뒤이은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쉰다.) 요새 계속 그런 소리를 듣는데... (지끈거리는 머리에 제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벗어난다고 해서 좋아질 거란 보장이 어디 있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되면요? ... 내가 있을 곳은 이곳뿐인데, 가긴 어딜 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렸을 때 네가 그 이야길 했으면 꽤 공감했을 것 같은데. (테이블 두어 번 두드린다.) 좋아지리란 보장은 없지만, 네가 있을 곳이 이곳뿐인 것도 아니야. 하다못해 이제 너 머글 태생 친구들도 많잖아. 나를 포함해서 말이지. 뜨려면 어디든 가능해. 네가 감정적으로 매여있지만 않으면.

 

세이지 프레아카 17

나한테 머글 태생 친구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서 친구라니, 속도 좋네요. …듣기 싫어요. 안 그래도 복잡한데, 다른 걸 생각하게 만들지 말라고요. (아락 파스티스 피살, 아이락 풀케는 정말 악인이었을까. 예언자 일보를 본 뒤로 이런 주제는 피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 나뿐이야? 그럼 더 영광이고. 졸업하고 더럼 놀러 올래? (이런다. 속 좋단 소린 흘리다시피 했다.) 너랑 나랑 그럼 새로 나온 신약 레시피에 관해 논할 수는 없는 법이잖아. 게다가 그렇게 회피만 하면 머리 굳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당신이 내 친구였나… …진짜 맞을래요? (머글 세계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된다.) 베리타세룸 레시피에 대한 말은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살아온 시간이 몇 년인데, 이제 와서 바꾸고 싶지도 않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자꾸 협박하지 말고. 그냥 한 대 쳐. 맞아줄 테니까. 친구 집에 놀러 오는 게 뭔 대수로운 일도 아니고. 이젠 시험공부 같은 것도 없잖아. (뻔뻔스럽게 대답한다.) 책에 있는 걸 읊자고? 개량하지도 않는 레시피가 대화거리가 돼? 난 애초에 네가 왜 그렇게 변화를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오블리비아테는 안 맞아줄 거라면서요. 난 공격 마법 잘 못해요. 그리고, 시험이 아니더라도 할 일은 많아요. 사회에 나가면 더 정신없을 거고. (뒤이은 말에는 문제 될 게 있냐며 본다.) 어떤 이유로 그 방식이 나왔는지 정도는 할 수 있겠죠. 그냥 싫다고 해요. 굳이 이해하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내 사고방식, 당신은 평생 이해 못할 거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손바닥으로 등을 친다는 선택지도 있어. 그 정도는 그렇게 아프지도 않을 거고. 졸업한다고 곧장 사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 N.E.W.T. 성적 나오고, 또 한동안 면접 보러 다니는 거 감안하면 8월까진 할 거 없을걸. (잠시 멈춤, 제 머리 헤집는다.) 모르겠다,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그랬을지. 아무튼 마법약 이야긴 기각이야. 그럼 보통의 7학년들처럼 독립 얘기나 할까? 사는 것도 계속 프레아카들과 함께 살 생각이야? 플루 네트워크가 있긴 해도, 성 뭉고 근처면 더 편할 것 같은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아프게 할 목적이 아니면 왜 해요? 여유 시간이 있다 해도 당신에게 쓰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포기하고요. (평소 행보로 보면 그 시간에도 마법약이나 만들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요. (그곳을 벗어난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가정에 도리어 생각이 멈춘다.) ...병원에 상주하는 치료사 하나쯤은 있겠죠. 당신은, ...마법 세계에 집을 구할 건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날 정말 괴롭히고 싶은 거구나. (눈물 콕콕 찍어 훔치는 시늉 한다.) 하지만 진짜 고려해 봐. 머글 세계도 아주 나쁘지느 않아. 욕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알아야 뒷말을 하지. 우리 집에선 손님 오면 바베큐 파티도 한다? (꾸준히 이어지는 영업 활동….) 와, 직장에 상주라니. 난 상상만 해도 싫어. 아니, 그건 아니야. 우리 소피아가 날 그리워할 것 같거든. 한동안은 집에 돌아가서 애교라도 좀 부려야지. 7년간 손자가 사라져있었잖아. (그런 것치고는 1학년 시기를 제외하고 꾸준히 휴일마다 돌아갔다.)

 

세이지 프레아카 17

…지금까지 내가 당신을 싫어한 거는 뭐, 장난으로 받아들인 건가요? (질색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당신 집에 가고 싶다는 사람에게나 해줘요. 몇 번 듣기로는 당신 가족도 당신이랑 비슷한 성격일 것 같은데, 머글 앞에서 마법을 쓰고 싶진 않거든요. (가자마자 순간 이동으로 도망칠 것 같았다.) 부활절 휴일에도 집에 돌아갔던 사람이 무슨. 그렇게 애틋한 관계면 왜 이 멀리까지 왔는데요? 집에서 다니는 학교로 가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싫어하는 것치고는 옆에 계속 있어주니까, 이 정도로 괜찮아. (하하!) 다들 마법을 직접 본 적은 거의 없어도 알고 있긴 한데, 그래도 문제가 될까? 왜, 순간 이동으로 곧장 달음박질이라도 치려고? (눈 가늘게 뜬다.) ‘마법’ 세계잖아. 호그와트에 오지 않고는 못 배기지. 넌 마법이란 걸 처음 알게 된 날을 기억해?

 

세이지 프레아카 17

…졸업까지 얼마나 남았지… (말로 이길 자신이 없어졌다. 더 안 볼 날을 기다린다…) 그래도 머글이니까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망각 부서에서 사람이 파견되겠죠. (이어진 물음은 외면한다. 침묵은 긍정이란 걸 말하는 마냥.) 프레아카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내 기억의 시작부터 함께한 것이 마법이에요. 당신이라면, 입학장을 받았을 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 뒤에도 쫓아다닐 거라니까. (뻔뻔스럽게 대답해준다.) 스칼렛이랑 엔야가 망각 부서에 지원해본다던데, 두 사람한테 뇌물을 살짝 찔러넣으면 될 것도 같고. (틈.) 그러니까. 난 입학장을 받고서도 안 믿었고, 교수가 와서 설명해준 뒤 내 손을 붙잡고 다이애건 앨리에 갔을 때서야 그걸 알았어. 세상이 바뀌는 경험이었다고. 여태까지 알던 모든 게 따분해지고,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열망이…… 속에서 끓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여길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 소피아도 대뜸 영국에 올 때 그런 심정이었다던데, 어쩌면 이 충동도 유전 아닐까?

 

세이지 프레아카 17

내가 진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에게 내 소식 안 들리게 할 거예요. (피델리우스 마법이 많이 어려웠나, 생각한다.) 지금 공무원한테 뇌물을 쓴다는 말을 하는 건가요? 이러다 진짜 아즈카반에 가겠는데… (...) …나는, 그런 걸 경험해 본 적 없어요. 아니, 할 수 없죠. 내 앞에 있는 건 도전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것들이었으니까. (대체 어떤 열망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의문을 중얼거린다.) …그리스였던가요, 원래 있었단 곳이.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된 건데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정작 나 없으면 아쉽지 않겠어? 허전할걸? (이런다….) 하하! 공무원한테 혼동 마법을 쓰고 감옥 가는 것보단 나을 것 같은데…. (실실 웃는다.) 언젠가 네가 그걸 경험해봤으면 좋겠어, 세이지. 음, 사실 나도 갓 태어난 신생아였을 시절이라 잘은 몰라. 들은 얘기로는 소피아, 그러니까 할머니가 몰래 대학교 교수직에 지원했었나 봐. 그것도 바다 건너 나라에 있는 대학을…. 덜컥 붙어버렸는데, 그 불안감이 너무 좋았대. 위험한 일에 끌리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라니까. 사실 종종 내가 그리스에서 자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긴 해. 거긴 이런 학교 같은 것도 없댔고. 지금이랑은 꽤 달랐겠지.

 

세이지 프레아카 17

역시 졸업 전에 오블리비아테를 쓰는 게 좋을까… (...) 그래도 몇 년은 그리스에 대한 기억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그리스 문화라던가 음식이라던가, 그 정도로 어린 시절이라면 아무것도 모르지 않나 싶었다.) 위험한 일에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의 사람도 있는 법이죠. 아마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그대로 포기했을 거예요. 아니, 시작조차 하지 않았겠죠. 그런데도 그걸 경험해 보라 할 건가요? (이해되지 않은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당신은 영악해서, 여기서나 거기서나 비슷할 것 같아요. 태생을 가지고 문제 삼는 이들은 없겠지만… 당신도, 부족한 것쯤은 있겠죠. 그걸 채우기 위해선 뭐든 할 테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기억은 없지. 관광 차원에서는 한 번 고향에 가봤지만, 그래도 난 여기가 더 좋더라고. 음식이나 언어나, 집에서 누리는 정도로 충분하니까…. (눈알 굴린다.) 그건 그냥 네가 도전하지 못하도록 커서 그런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너 포기는 빨라도 끈기는 있으니까, 아마 어떻게든 적응했을 것 같고. …비슷할 거란 소릴 칭찬으로 들어도 되는 거 맞아? 그리고 장담하는데, 난 부족한 거 없어. 피 빼고는 뭐든지 다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잖아. 나처럼 완벽한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허튼소리.) 내 단점이 뭐가 있는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포기랑 끈기가 공존할 수 있는 말이에요? (적응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된다.) 지금 이 말이 당신에 대한 평가를 깎아내리는데도… 너, 사람을 너무 귀찮게 해요. 입에 발린 말만 잘 하고,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악담이나 한다.) 평생 그렇게 살면 진짜 친하다 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을걸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떻게든 붙어있었잖아, 프레아카에서도. (어깨 으쓱인다.) 입에 발린 말이라는 건 듣기 좋았단 거고, 귀찮다는 건 친근하단 소리지. 진심이 아니라고 오해하면 섭섭한데. 나 거짓말은 잘 안 하거든. 내가 매번 너한테 치대는 게 가짜 마음으로도 될 것 같아? (툴툴댄다.) 나가서 호그와트 한 번 돌래? 누가 날 두고 친구라고 하는지? 너야말로 친하다고 할 사람 곁에 안 두면서!

 

세이지 프레아카 17

오기일 수도 있죠. 그런 거, 어느 정도를 넘어가면 구별할 수 없으니까. (의심부터 하는 건 버릇이었다.) 당신에게 친구의 의미가 뭔데요. 적당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어차피 언젠가는 서로 보지 않을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모르는 일이지. (사이.) 사실 친구라고 뭉뚱그려도 그 안에 관계는 다양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언제라도 대화할 때 어색하지 않은 사람부터 잃으면 안 될 사람까지. 언젠가 보지 않게 되더라도 영원히 중요한 사람들 말이야. 그리고 너를 포함해서, 우리 기숙사 애들은 후자야. 이것도 거짓말 같이 들려? 나 생각보다 너희한테 많이 의존하는데.

 

세이지 프레아카 17

...그럴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러는 건지. 심지어 자신은 내내 상대를 싫어하기만 하지 않았나. 그동안 상대를 생각하면 '이렇게 하는데도?'의 감상이 강했기 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는 답에 의문만 생긴다.) ...난 졸업하면 연락 다 끊을 생각이었는데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이가 먹으면서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사람 마음에 사실 그럴듯한 이유는 없단 거야. 감정이 먼저고 그다음에 까닭이 덧붙는 거지. (쳐다본다.) 누구 마음대로? 나랑 약속한 거 있잖아. 내내 가로막아 주겠다고. 잊었다고 하고 내빼려고?

 

세이지 프레아카 17

누가 들으면 백 살 넘게 산 사람인 줄 알겠네요. 듣기로는 이번 학년 중에서 늦게 태어난 축이던데... ... 아, 그거... ...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모른척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 그거? 이미 기억났으면서 모른 척은. 우리 역할에 충실하라고. 난 성가시게 굴고, 넌 계속 날 쫓아내야지. 파수꾼이 먼저 도망쳐버리는 경기가 어디 있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난 퀴디치 규칙 몰라요. 경기도 잘 안 보러 갔고, 실제로 해본 것도 추격꾼 한 번이라고요. (이런다.) 애초에, 쫓겨날 생각도 없으면서요? 나더러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란 거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아는데, 아무튼 이건 이상한 상황이야. (….) 난 쫓겨날 생각 없다고 신입생 때부터 말했는데, 그걸 겁줘서라도 보내고 싶다던 게 너잖아. 이제야 패배를 선언하는 거야?

 

세이지 프레아카 17

... 이러니까 오기가 생기는데... (...)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아니더라도 당신을 막을 사람은 많을걸요. 숨죽이고 있던 이들이 그럴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으니까... 꼭 내가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걸 모르지는 않지. 하지만 마녀님. 내가 내치지 말라고 조르잖아. 가끔 한두 번 편지 정도는 봐줘.

 

세이지 프레아카 17

마녀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인물이던가요? 원하면 대가를 내어봐요. 내가 아는 마녀는 그런 사람이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게 건 빚이 늘어만 가는 기분인데. ‘무엇이든’ 거는 일은 한 번이면 충분하고, 바라는 거라도 있어?

 

세이지 프레아카 17

연락 안 하는 거. 이런 사람 따위 없었다고 생각해도 좋고, 아니면 죽었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불가능할 걸 알면서 내뱉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연락 안 하면 넌 나한테 연락해주겠다고? 잘도. (웃는다.) 노력은 해보지. 내 인내심이 그렇게 길진 않아.

 

 

 

성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어휴, 이런 데서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많네.

 

세이지 프레아카 28

...완전히 잃어버리진 않은 모양이네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러지 말라며. (어깨 으쓱인다.) 안녕, 마녀님. 아니면 새로 생긴 이름 쪽으로 불러줄까?

 

세이지 프레아카 28

새로 생긴 이름이라니요? (모른 척 먼저 한다.) 10년 전에는 그래도 사람 꼴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지저분해진 거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판테카틀. 이전까진 누군지 짐작도 못 했는데, 네가 여기 서 있는 걸 보고선 곧장 확신했거든. 발뺌하기는. (코웃음 친다.) 옆에서 잔소리하던 여자가 사라져서 그래. 편지 한 번을 안 보내더라.

 

세이지 프레아카 28

...눈치만 빨라가지고. (한숨 쉬며 눈가를 꾹 누른다.) 마법부에 들어간다면서요. 편지 보냈다간 내가 어디 있는지 바로 들킬 텐데, 진심이에요? 나 죽으라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고맙단 얘기 먼저 할까? 덕분에 살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하하! 피곤해하는 것 보고선 웃는다.) 우리 이지는 약속을 지키는 법이 없네. 내가 네 거취 고해바칠 정도로 의리가 없어 보였나?

 

세이지 프레아카 28

됐어요. 어차피 자기만족일 뿐이었으니까. (덕분에 자긴 죽을뻔했다는 소리를 덧붙이며 손을 내젓는다.) 내가 알던 당신은 본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사람이었으니까요. 도망친 사람 하나... 본보기로는 좋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왜 그렇게까지 무리를 하셨는지는 좀 궁금한걸. 머글은 불쾌하다더니. (놀리는 투다.) 좋아,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마법부에서 뛰쳐나온 뒤에는? 내 이름 예언자 일보에서 못 봤어? 반동분자, 비열한 불사조 기사단 소속 마법사… 종종 언급하면서 챙겨주시던데.

 

세이지 프레아카 28

아픈 사람은 보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당신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 리가... 미안하지만 이젠 소문 같은 게 지긋지긋해서. 신문이라고는 쳐다보지도 않았거든요. (제 눈가, 그러니까 상대의 흉터가 있을 위치를 툭 건드리더니) 보아하니 꽤 화려하게 다녔나 보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네 재능이 닿는 곳 있으면 무조건 프레아카의 손바닥 위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 이거 생각보다 더 유쾌하네…. 그래도 무리하진 마. 너도 기사단 소속이잖아, 이제. (같은 위치의 제 흉터 문지른다.) 네 약이 전부 제때 전장에 도착하는 건 아니거든. 게다가 작년부턴 저쪽에서 우릴 쥐잡듯이 잡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생긴 상처들이 좀 있지. 걱정해줄래?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건 나도 여전히 의외라 생각하는 거라, 할 말은 없네요. 하지만 말했잖아요. 난 그분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고... ...그래서 그냥,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요. (무리하지 말란 말은 못 들은 척한다.) 내가 할 말은 '그러게 왜 그런 짓을 했냐' 같은 말인데, 진심으로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같은 '기준 이하' 동지로서 위로해줄까? 그러게 왜 그런 짓을 했느냐니, 전장에 뛰어들었으면 당연히 싸워야지. 계속 도망쳐 살기만 하면 끝이 안 나잖아. (본다.) 대답하기 싫은 말 흘리는 버릇은 여전하네.

 

세이지 프레아카 28

아,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가 그거 때문이에요? (당연히 저쪽에 있을 거라 생각해서인지, 되묻는다.) 사람이 쉽게 변하는 거 봤어요? 봤으면 그거, 죽을 때라는 거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네 말이 맞더라고. 아무리 날 다 깎아내도 기준 이하라 안 받아준다길래, 같잖은 짓 관두기로 했어. 미미 파블라디스가 말단이라니, 그건 못 견디지. (대꾸한다.) 죽을 때 안 됐어도 사람은 영원히 변해. 그리고 ‘쉽게’ 변했다기엔 네가 평범하게 살아온 것 같진 않은데.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세이지 프레아카 28

받아줬으면 저쪽에 있었겠네... (물론, 자기가 할 말은 아니다.) 당신이 다사다난한 인생이라 말했던 건 잊었어요? 이 정도면 쉽고 평범한 편이죠. 그리고 이제 나한테 질문하면, 내가 또 뭘 받으려 할 거란 건 알지 않아요? (묻지 말라는 말 돌려 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응. 그리고 너도 그랬겠지. (씨익 웃는다.) 네가 요구하는 것치곤 받아내질 않던데. 빚 아무리 쌓아둬도 죽을 때까지 받아내지 않으면 무소용인 건 알지?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해줘. 난 널 찾아서 성 뭉고 병원을 박박 뒤져야 했다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프레아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거잖아요? (졸업 이후 한 번을 보지 않았지만, 그들이 활개를 치고 다녔으리란 사실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쌓아뒀다가 나중에 오블리비아테를 요구하려고요. 그 정도 쌓였으면 싫어도 해주겠지... 내가 당신더러 찾으라 한 것도 아닌데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프레아카들이 너를 들여주었으면을 이야기한 거야. 그리고 아니었더라도, 네가 그 사람들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아니진 않을 것 같은데. (생각나는 얼굴들 떠올리다가 관둔다.) 아무리 중첩되어도 기억은 안 내줄 건데? 내가 목숨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라고. 하지만 어쨌든 너와 내 우정 덕에 내가 고생한 건 변치 않는 사실이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가끔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지만, 프레아카가 날 받아들인단 가정은 해본 적 없어요. ...할 수도 없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내가 한다면 뭘 한다고요. 그 기억 때문에 고생했으면서, 왜 안 내준다는 건데요? 없었으면 고생할 것도 없는데, 안 주겠다고 버텨서 그 고생을 한 거면서? 이게 내 잘못이란 건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참 대단한 집안이야, 거기도. 네가 말했었잖아, 미련은 없다고…. 정말 그래? 아쉽지 않아? (홀로 팔짱 낀다.)친구잖아. 그걸 잊고 싶은 사람은 없지. 네가 머글 태생인 나를 아니꼽게 보던 것도, 그리핀도르로 쫓아내려고 들었던 것도, 마법약 과제를 도와주던 것도, 드물게 편지에 답장하던 것도 다 잊으라고? 넌 아직도 나랑 얽히는 게 싫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 무슨 답이 듣고 싶은데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말했잖아요. 당신은 내가 싫어하는 걸 다 모아둔 것 같다고... 당신을 보다 보면 괜한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싫어요. 누군가를 투영 받는 기분도 별로일 텐데, 아닌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시원섭섭하지만 괜찮다는 말? 나처럼 널 지지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대꾸한다.) 난 네가 나한테 누굴 겹쳐본다고 해도 괜찮아. 나처럼 독보적인 사람이 또 있었을 것 같진 않으면서도… 그랬다면 정말 신기한데. 어차피 맞춰줄 생각도 없고, 같은 사람도 아니니까 상대 안 해주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게 누군데?

 

세이지 프레아카 28

... 아쉽지만, 그 말은 못 해줄 것 같네요. 나도 아직 내 마음을 잘 모르거든요. (애써 넘기고 침묵한다. 누구냐고... 생각에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 등 뒤로 옮겨 맞잡는다.) ... 내 아버지란 사람이요. 붉은 머리의 남자고, 머글이고... ... 마법을 정말 싫어했어요. 가끔 한다던 가정이 그거예요. 마법을 싫어하지 않았다면, 그런 거. 웃기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알게 되면 먼저 말해주겠다곤 약속해. 어떤 방식으로든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생각이 정리될지도 모르잖아. (손 움직이는 것 잠시 쳐다본다.) 나 같이 마법을 좋아하는 머글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서? 어렵네. 커서 만난 적은 없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 끈질긴 사람은 싫다는 건 알고 있죠? (이런다.) 그냥 가정일 뿐이에요. 그보다는 머글 태생이란 게 더 싫은 거지. (상대가 싫은 이유는 여전히 머글 태생의 비중이 높았다.) 아, 그거... ... 내 존재도 모를걸요? 마법에 대해 반감이 있는 머글을 그냥 놔두겠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싫다는 소릴 너무 남용해서, 이젠 별로 상처도 안 받는다는 거 알지? (돌려준다.) 머글 태생이랑 같은 편 먹었으면 좀 덜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상한 곳에서 고집을 부린다니까. 살아는 계신 거 맞지?

 

세이지 프레아카 28

다른 말이 뭐가 있으려나... 저기, 저쪽에도 머글 태생은 있거든요? 그리고 그건 몰라요. 알아보려 하지 않아서... 당신, 머글 문학 잘 알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누구 이야기하는 거야? 아이작? 루크? 쟤네 안색을 보고 말하지. 저쪽은 '진정한 마법사를 위하여,' 이쪽은 '다양한 마법사를 위하여.' 어느 쪽이 머글 태생을 대변하는지는 뻔히 알면서 그래. (심드렁하게 말했다.) 대단히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적당한 수준으로는 알지.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좁아진 탓에 할 게 없어서 책을 좀 읽었거든. 그건 왜?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런 말을 들으면, 지금이라도 저쪽에 가야 하나 싶어지거든요. 차라리 그 둘이라면 이해가기라도 하지... (발푸르기스 기사단 쪽을 본다.) ...머글 세계에서 작가 일을 한다고 들었어요. 필명은 솔레. 살아있던가요? (최근까지 책을 내고 있는 걸 보면, 아주 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비극적 낭만화 담론은 읽어봤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취향이 아니라 다른 책을 더 찾아보진 않았지만. 난 필연이나 운명 같은 이야기 별로 안 좋아하거든. (잠시 생각한다.) 살아있겠네. 넌 읽어볼 생각 안 했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낭만이라고는 한 톨도 모를 사람이 그걸 제목으로 썼네... (중얼거린다. 적어도 자신이 들었던 솔레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이어진 물음에 고개를 내젓는다.) 그 사람이 잘 살고 있다는 걸 알면 화병 날 것 같아서요. 이해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 뭐가 좋다고 찾아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평판이 최악을 달리나 봐. 나 네가 나 말고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싫어하는 사람 처음 봐. (조금 유쾌한 기분이다.) 그래도 피가 이어져 있다면 궁금할 수 있지. 나라면 그랬을 것 같아…. 직접 찾아가서 따져보기도 했을 거고. (잠시 틈.) 아, 혹시 프레세지의 무결도 그 사람이 쓴 책인가?

 

세이지 프레아카 28

날 버린 사람을 어떻게 좋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람, 죽었거나 기억 하나 없이 살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괜한 소모전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피가 이어져 있다는 건 내게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없단 거, 알지 않나요? (그때는 답을 피했지만. 프레아카는 제 외가였다.) ... 제목 정말 기분 이상하게 만드네요. 그거, 무슨 책이에요? (예언이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설계한 악당 마법사와 영웅 검사의 이야기. 언제나, 솔레란 작가의 이야기에서 마법은 악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말했잖아. 다른 책은 안 읽어봤다니까. 그런데 아마 내용은 비슷할걸…. 마법을 쓰는 쪽이 나쁜 쪽이고, 흠. 기억 지워진 거 맞아? 제목도 그렇고, 내용이 다분히… 악의적인데. (제 뒷목 주무른다.) 그래, 혈연이 의미 없는 경우도 있지. 그럼 친구들에게 그만큼 잘해주면 되겠다. (나 말이야. 원하는 바가 투명하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뭐...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듣긴 했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그 사람한테 프레아카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았을 텐데... (뒤이은 말에 묘한 표정이 된다.) ...하, 내가 지금까지 당신 싫다고 한 말은 대체 뭐로 들은 거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래? 의아한 일투성이네. 너희 어머니도 그런데 머글 안 좋아하셨잖아. 후일 네게 전달하면서 과장되었을 가능성은? (뻔뻔한 낯짝.) 미운 정이라는 말이 있지. 게다가 우리 말고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없지 않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없어요. 그 사람 때문에 머글을 증오하시긴 했지만, 적어도 사랑하시긴 하셨을 테니까요. 아니었으면 그 사람 진작에 죽고 남았을걸... (...) 내 인생에 그런 건 안 만들기로 했었는데요.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좋아, 정정할게…. 다사다난하다는 말은 네 인생사를 표현하기에 너무 좁다. (…) 보통은 꼭 필요하다고들 하던데. 어차피 네가 부정해도 내 친구 리스트에는 이미 네 이름 옛날부터 올라가 있어, 이지. 그러니까… 내가 뭘 해도 네 마음에 안 찰 거라고 단언한 그날부터 말이야.

 

세이지 프레아카 28

사람은 이제 지긋지긋하거든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전부. (한때는 버림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침묵한다.) 그거, 날 싫어하라고 한 말이었는데 말이죠. 당신은 세상에 싫은 거라고는 하나도 없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 그래? 너도 10년간 많이 변하긴 했구나. 아니면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마땅한 결과인가? (잠시 고민하는 음.) 토요일에 일찍 일어나는 건 싫은데, 초콜릿도 싫어하고. 사람을 묻는 거라면 딱히 없네…. 아, 아이락 풀케와 발렌타인 글렌피딕 정도?

 

세이지 프레아카 28

당신이 나처럼 살아봐요.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나, 안 느끼나. 그리고, 그 사람들은 좋아하면 여기 있는 게 이상한 거고. 싫어하는 거 하나도 없는 거 맞네요. (어디까지나 본인 기준에서 말이다.) 왜 그렇게 주변의 인정을 받으려 하는데요? (싫다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자고 하고, 자신을 깎아내면서까지 그들 틈에 있으려 하고. 여전히 이해가지 않아 되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몰라. 그냥 그렇게 태어났어. 그걸 알았으면 진작에 더 편하게 살았지. 저쪽에 끼려고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고. 아마 그게 내 야망인 모양이야…. (툭 내뱉는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나를 받아준 이유를 종종 생각했어. 너 같은 반응하는 애들이 꾸준히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결론밖에 안 나오더라고. 친구도 아니면, 내가 죽을 땐 꽃 하나도 안 놔줄 거야?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 야망이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하필 이곳이고 중간에 포기해서 좋다고는 못하겠네요. 이러니까 내가 당신을 싫어하지... (끈질긴 사람은 싫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지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 상대의 모습에, 어깨를 툭 건드린다.) 누구 죽더니 감성적이라도 된 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제대로 말해요. 아직 그 정도 야망은 있을 거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포기하길 종용한 것도 너잖아. 환청 요즘엔 안 들린대도 심할 땐 상당히 정신 사나웠다고. 그러니까 어쩌다가 학창 시절에 저주를 얻어서…. (썩 밀리지 않은 채로 쳐다본다.) 원하는 바까지 가면 조금 과도할 것 같은데. 울어줄래?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러게 왜 머글 태생으로 태어났어요. (괜한 것이나 탓한다.) 안 들린다는 건 부럽네요. 난 요새 더 심해졌는데... (그래서 잘 수 없기도 했다. 찔리는 건 있는지라, 시선을 피했다가...) 미쳤, ... (말을 고른다.) ...당장 목숨 걱정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라는 건 알고 있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우리 집 가서 그 소리 한 번 해볼래? (이런다….) 난 원인이 해결됐거든. 지금처럼 ‘나답게’ 살았던 적도 드물고…. 왜. 불쾌한 머글들을 위해서 의술 행하려니 마음이 번잡하신가. 혹시 안 자는 것도 그거 때문이야? (시선 돌아갔다.) 제발 죽지 말고. 이미 힘들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안 간다고 했죠? (...) 아뇨, 애초에 내 앞에 있는 환자는 다 똑같이 대하기로 해서요. (그런 것치곤 좀 전은... 침묵한다.) ...그냥,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마법사가 이게 맞나 싶어서요. 나, 10년 동안 마법약을 만들 때 빼고는 마법도 안 썼어요. (그래서 치료 마법이 너무 오랜만이었다고, 괜히 변명한다.) 답은 못하겠는데요. 당신은 나 죽으면 울 건가요? (안 그럴 것 같은데. 상대를 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하긴, 지금은 나도 우리 집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턱 괸다.) 너희 어머니가 말씀하신 마법사가 뭔지 알려줘. 위대한 마법을 부리는 자들? 네가 보기에 난 마법사가 맞나? (그리고 잠시 생각하기를.) 울고 싶어. 그런데 눈물이 날지는 모르겠어. 언제부턴가 그게 잘 안 되더라고…. 실패가 한 열 번쯤 쌓였을 때였나. (실패라 함은 시체다. 구하지 못한 이들의 시체.)

 

세이지 프레아카 28

더럼? 그곳에 있지 않은 모양이죠? (이유는 짐작이 갔다. 그동안 위험해지진 않은 모양이네, 정도만 생각하고.) 다섯 살 때 일이라 남아있는 게 많지는 않은데요. (이제는 몇 남지 않은 과거를 되새긴다. 그러니까...) ...아마, 어떻게든 마법 세계에 남아있으란 의미였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는, 나보다 당신이 마법사인 것 같지만. (그리고 말없이 본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더라, 알지 못했다.) ...그거, 죄책감 같은데요. 당신이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요? (왜 스스로를 몰아붙이냐고.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면서 판단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어엉. 이사 보낸 건 심지어 여기 합류하기도 전이야. 저쪽에 있을 때에도 우리 가족이 안전하리란 보장은 없었으니까. 알아서 살 궁리한 거지. (대수롭지 않게 답한다.) 그런데 떠나 있어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나 보지. 네가 경험한 쪽을 믿어도 되지 않겠어? 이제는 더듬어 찾아야 할 정도로 옛 기억이라면. …우린 항상 비슷한 고민을 하나 봐. 난 내가 아직도 마법사 같지 않거든. 마법 세계에 인정받지 못했단 사유로. (답 들려오지 않는 동안 마찬가지로 입 떼지 않았다. 기다린다.) 모두를 구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처음부터 안 했어. 너도 알겠지만 내가 보기보단 현실적이라서. 그런데 나보다 정의롭고 숭고한 사명 가진 사람들이 죽는 걸 계속 보고 있으면, 음… 기분이 이상해지네. 죄책감도 맞겠지. 나 나름 구조 담당이잖아. 엔야한테도 내가 걜 꼭 구해주겠다고 했었다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솔직히 말하면, 머글 세계에 대해서는 ‘정신없이 바쁘다’가 전부라서요. 처음엔 적응하고 공부하느라, 지금은 일하느라… 뭐 아는 게 있어야 경험이라고 하죠. …그래서 여기 다시 온 거기도 하지만. (완전히 정리해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의 자신이 어떤 세계에 있을지, 그건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정말이지, 당신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은 하기 싫었는데요. (싫다고 말하는 것치곤 이번에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어조였다.) 그래서 이 세계를 다 엎어서 인정받으면,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우습게도, 이 일만 잘 해결된다면 자신은 더 이상 ‘마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허니 마법에 대해 이야기할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을 일은 없죠. 그래서 난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보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만 괴로울 테니까. 그 사람들이 그걸 바라지도 않을 거잖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뭐, 거창하게 사랑에 빠져야만 세상을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이 뒤로는 어떻게 할 건데? 만약에 우리가 전쟁에서 이긴다고 하면, 그다음에도 머글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테야? 더는 마법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잠깐 건조하게 웃는 소리.) 닮았단 걸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응, 그렇게 생각했지…. 나는 항상 꿈이 마법사였으니까. 이룬 다음에는 또 다른 꿈을 꿀 거야. 그제야 비로소. (눈 느리게 깜빡인다.) 모범적인 대답을 하네. 머리로는 알아. 실천이 안 되는 게 문제지…. 왜 사람들은 유령이 되지 않고 위대한 여행을 떠나는 거지?

 

세이지 프레아카 28

글쎄요. 일단 머글 세계에서 벌인 일은 수습해야겠는데... 다 해결되면, 어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 틀어박힐까 하고 있긴 해요. 당신은요? 17년이나 매달린 꿈을 이루면, 무엇을 하고 싶은데요? (가만 보다가) 그야, 여행이니까요. 이곳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더 멀리까지 가볼 수 있는 기회... ... 난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유령이 더 낫다 생각하나 보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너 정말 혼자 좋아하는구나. 난 평생 그렇게는 못 살지 싶은데. 그때도 마녀님은 연락 한 번 안 보내주실 거야? 내가 세계 여행하며 숱한 랜드마크의 사진을 답신으로 보내도? 멀린 훈장을 받고 떵떵거리는 인터뷰 기사를 보내도? (상당히 물질적인 ‘하고 싶은’ 일 읊는다.) 여행은 여기서 해도 그만이니까. 난 그냥… 미련이 많아서, 욕심도 많고. 죽은 다음에도 애들 얼굴이 보고 싶을 것 같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지금 당신의 말 때문에 세계는 확실히 고른 것 같아요. 피델리우스 마법 걸어두고 있어야겠다... (연락 안 하겠다는 말 돌려 한다.) 이렇게 속물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당신은 진짜 마법사라서 다행인 줄 알아요. 머글에겐 기회도 없으니까. (그리고 잠시 고민한다. 어색해하는 듯,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까이 오라며 손짓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비밀 파수꾼이구나. 영광이네. 암호는 아무에게도 말 안 할게. (헛소리로 받는다. 잠시 의아해하다가, 가까이 붙어 등 수그린다.) 왜?

 

세이지 프레아카 28

당신 진짜 듣고 싶은 대로만 듣지. (결국 한숨을 내뱉는다. 가까이 온 모습에...) 그냥, 이게 필요한가 싶어서요.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어색하게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게 위로...? 인가 싶을 정도로 어색하게 했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응, 그게 내 특기잖아. (잠깐 낯빛 굳었다가, 이내 웃음 터트린다.) 좀 제대로 쓰다듬어보지? 위로란 걸 살면서 처음 해본 사람 같아, 너.

 

세이지 프레아카 28

... 처음 해본 거 맞는데요. 내가 누굴 위로한다고... (손 떼고 한걸음 물러선다.) 됐어요. 안 하던 짓 하면 나만 이상해지지. 알아서 살아요. (손 휘휘 내젓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 (냉큼 손잡아다가 다시 머리 위로 올린다. 뻔뻔스럽다.) 뭐라고 하는 거 아니었는데. 더 해주지? 이래서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니까.

 

세이지 프레아카 28

지금 내 손에 당신 머리가 잡히면 무슨 꼴이 될 줄 알고... (확 잡아버려...? 일단은 행동 없이 가만히 있는다.) 당신은 좀 다른 사람 없이 사는 법도 배워야 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러지 마. 요즘은 꾸미는 일에 신경 좀 못 쓰긴 했지만, 내가 얼굴에 얼마나 민감한데. (제 머리 위로 몇 번 문지른다. 히죽 웃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던데. 가능할 것 같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런 사람이 흉을 만들어요? (어쩔 수 없다는 이유는 알았지만. 뚱하니 본다.) 가능하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삶이라지만, 결국 주체는 나 자신, 혼자잖아요. 하기 싫어서 외면하는 거 아니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탓하려면 나 말고 스칼렛한테 가서 해줄래? 걔가 남긴 거거든? (가서 따져 물을 수도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내 안위를 가장 먼저 챙길 인간이야. 그 정도 우선순위만 지키면 괜찮지 않아? (하기 싫다는 소리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죽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법을 알았으면 진작에 썼거든요? (물론, 지금이 아니라 오래전에 썼겠지만.) 하지만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잖아요.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그 이득은 다른 사람이 보는데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너 똑똑한데 그런 건 개발 못 해? 보고 싶은 인간이 한둘이 아닌데. 아니다, 정작 그런 마법 있으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기도 하네. (곧장 마음 고쳐먹는다.) 양쪽 다 좋으면 행복한 결말 아닌가. 게다가 넌 나랑 있으면서 이득 보냐?

 

세이지 프레아카 28

누가 죽어 미친 마법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게 가능했으면 이미 소문이 퍼졌죠. 그들이 유령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요. (무엇보다 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뒷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된다.) 그러다 이용만 당하지... ... 하? 당신이 나한테 맞춰준 적은 있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음. 너희 어머니는 여기에 미련 안 남으셨을까? (문득 묻는다.) 내가 손익 계산에 느리지는 않거든. 내 기분까지 셈해서 손해 보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니다, 너한테는 조금 이용당해줄 생각까지도 있어. (틈.) 좋아해 달라고 떼는 이제 안 쓰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 (어머니 이야기에 허공을 본다. 정말이지, 이제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 글쎄요. 아픈 와중에도 나한테 그 말만 하셨던 분이라. 무언가 남았다면 증오가 남았겠죠, 미련이 아니라. (이미 다 변질되었을 테니까. 결국 잠시 눈을 감는다.) 나 말고, 당신 좋아해 주는 사람한테 가서 그러라니까요. 내가 당신 싫어한 게 몇 년인데... ... 그럼, 이제 뭘 바라는 건데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음, 이런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겠는데… 두 선택지를 두고 위대한 여행을 떠나셔서 다행일지도. 네가 덜 행복했을 것 같아. (팔짱 끼고 잠시 생각한다.) 난 항상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해. 너만 예외라니까? 특별 취급하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다음엔 진짜로 가끔 연락하는 거.

 

세이지 프레아카 28

... 내 유일한 가족이에요. 행복 같은 거, 난 바란 적도 없었고.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결국 선을 긋는다.) 특별 취급이라고 해봤자,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 것을 그만두면 사라질 것이죠. 내겐 좋을 거 하나 없는 거고. 이번 일 끝나면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냥.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네 유일한 일방적 혐오-친구 관계자로서 나는 바라. 네가 행복하기를. 그럼 행복했다고 느낀 적은 언젠데? (딱 잘라 말하는 것 듣고서도 여전한 어투다.) 연락 두절은 십 년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아니면 또 십 년 뒤에 새로운 가명으로 나타나려고? 왜 그렇게 밀어내. 나 없을 때 진짜 내 생각 한 번도 안 났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런 걸 기억할 것 같아요? (한 번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허나 순간에 불과할 빛에 눈을 뺏긴지 오래라. 이것 역시도 외면하던 것 중 하나였다. 뒤이은 말에는 결국 짜증을 낸다.) ...예전에는 사람에게 버림받지 않기를 바랐지. 이제는 지긋지긋해. 기대하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그러니 그냥 놔두라고요. 생각해서 좋을 것도 없는데, 내가 왜 해야 하는데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기억할 것 같은데. 그런 거 없이 살아갈 힘이 나진 않잖아. (여상하게 대꾸하다가, 네가 짜증낼 때는 잠시 눈가 찌푸렸다.) 나는 네 기대에 부응할 테니까. 매번 답장할 테고, 계속 성가시게 굴어줄 테니까. 버림받는 쪽 입장을 알면, 조금 너그럽게 굴어주지? 내가 지치는 일은 물론 없겠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안 받진 않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산다는 건 그냥도 가능해요. 죽지만 않으면, 시간은 흘러가죠. ... 하, 당신 상처 주겠다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 눈치도 빠르면서 왜 이건 인정 안 하려 하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게 상처 줘서 좋을 것도 없잖아. 아직도 널 투영해서 자해라도 하려는 게 아니면.

 

세이지 프레아카 28

말했잖아, 당신은 내가 싫어하는 걸 다 모아둔 것 같다고… …왜, 그러면 안 되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순간 떠오른 가정을 부정 없이 받아들였다.) 지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그 말, 정말 진심인지 해보고 싶어졌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안된다고 말할 처지는 못 되지, 내가. 우리 관계에서 우위였던 적이 언제 있다고. (혀 찬다.) 너한테 실험 정신이 있는 줄은 몰랐네.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지 미워하는 줄도 몰랐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렇다고 내가 완벽히 우위라곤 할 수 없지 않나요? 계속해서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하잖아요. (물론 제대로 들어준 적은 없었으니 우위라면 우위겠지만. 말을 고른다.) ‘무엇이든’ 그 대가. 정했어요. 나를 싫어해볼래요? (그렇다면 이 불편한 감정도 끊어낼 수 있지 않을까. 말을 내뱉고 시선을 피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한 번도 들어준 적 없으면서 무슨. 난 허공에 대고 말을 했지, 보통. (코웃음 친다.) …난 정말 네가 바라는 걸 들어주고 싶어. 다시 기회 줄 테니까 가능한 걸 말해, 이지. 그걸 진정으로 원한다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 진심으로. 나만 당신을 싫어하는 거, 그동안 조금은 억울하지 않았나요? 똑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정말 단 한 번도, 내가 싫었던 적이 없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억울했지. 분통스럽고 짜증도 났어. 보통은 이만하면 받아줄 텐데, 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럴까…. 그래도 널 싫어한 적은 없어. 살면서 단 한 순간도. (제 관자놀이 긁는다.) 그게 이뤄지면, 내가 더는 귀찮게 안 굴 것 같아서 그래? 내가 치대는 게 성가셔서? 마냥 혼자 거부하는 게 죄책감이 들어서?

 

세이지 프레아카 28

네. 당신 특별 취급도 계속 유지될 테고, 싫어하는 사람을 굳이 귀찮게 만들 이유도 없을 테니까요. (마지막 말은 부러 무시했다.) ... 내가 당신에게 바랄게 이런 거 말고 더 있겠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 특별 취급이 뭐 좋은 거라고 유지하고 싶어해. (제 머리 헤집는다.) 너 지팡이 어딨냐. 좀 들어봐.

 

세이지 프레아카 28

... (말없이 지팡이를 쥔다.... 그래서? 상대를 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손목 쥐고 제 가슴 겨눈다.) 오블리비아테 걸어. 곧장 저주도 몇 번 쏘면 더 좋겠네. 내가 널 싫어할 방법은 그거밖에 없을걸.

 

세이지 프레아카 28

아이락 풀케랑 동일한 취급을 해준단 건가요? (지팡이를 까닥인다. 당장이라도 할 것처럼 했지만... 마법은 의지의 발현, 오블리비아테, 주문은 읊었지만 시전 되는 것은 없었다. 저주는 시동어를 걸지도 못했고. 몇 번 입을 달싹이다, 지팡이를 내던진다.) ...하, 짜증 나. 축하해요, 원하는 대로 된 것 같네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래, 그리울 거야. 기억은 못 하겠지만. (손 놓고 기다린다. 담백하게 말 건넸으나, 내려다보는 얼굴은 굳은 채다. 주문 들려오면 눈 내리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떴다.) ……네가 그 마법을 다 익힌 줄 알았는데. 지팡이가 말을 안 들어? (뒤늦게 비실비실 웃는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지팡이 안 쥔지 좀 됐다니까. 말 안 듣는 건 당신도 잘 알면서? (보기 싫어서인지,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헤집는다.) 다시 연습하던가 해야지. 내가 당신을 찾아가는 날은 마법 성공한 날일 테니까, 각오 제대로 해둬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어… 안타깝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었어. 그냥 포기하고 내 애정을 받아들이도록 해.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 (히죽거린다.) 대신 찾아오는 건 언제든 환영이야. 맛있는 식사 대접 정도는 할게.

 

세이지 프레아카 28

내가 하는 건데, 당신 허락을 받을 이유는 없죠? 이게 아니라면 내가 당신을 찾을 일은 없을 거예요. 나, ... 내가 필요한 사람한테로 갈 거라. 당신은 내가 꼭 필요하지 않잖아요? (원래 있던 응급실이든 어디든. 언제나 아픈 사람은 보고 싶지 않았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애들이랑 싸우고 나서 그랬던 것처럼 빈사 상태쯤 되면 네가 만나러 오나? (그 필요한 사람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한다.) 막을 생각일랑 없는데, 쉬엄쉬엄 해. 이제 마법약 만들 필요 없으니까 잠도 좀 자고. 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알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폴 베크나가 오겠죠... 그 사람, 머글 태생이라면 뭐든 해줄 것처럼 굴던데... (...) 글쎄요, 장담은 못 하겠는데요. 원래 좀 바빠야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좋은 거예요. 그 소리, 안 듣게 되려면 한참은 더 지나야 할 것 같거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너랑 정반대지. 근데 나는 걔 무서워하니까 네가 좀 도와주라. (치댄다.) 언젠가 그칠 거란 생각은 들었나 보네?

 

세이지 프레아카 28

아는 치료사도 수의사도 있으면서? (밀어낸다.) 그러고 싶어서 다시 여길 온 거예요. 안 그쳐도 뭐... ...평생 어머니 목소리 들으면서 사는 거죠. 내 얼굴 말고는 기억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가만 보다가) 내가 당신에게 걸어둔 저주는 소용없게 되었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널 가장 믿잖아. 같은 기숙사의 의리가 있는데. 있지, 이지. 우린 결국 마법사랑 마녀야. 아마 150년은 넘게 살겠지. 웬만한 저주는 당연히 그 전에 닳을 거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걸. (쳐다본다.) 좀 아쉬워?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 같은 기숙사 의리, 다 버리고 온 거 아니었어요? (이본이랑 리암의 현 상태 떠올린다.) 그거, 10년 전의 나는 듣지도 않을 말이란 거 알고 있죠? 그땐 정말이지, 닳지 않기를 바랐는데... ... 글쎄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에겐 안 통할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돌아보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 같단 말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같은 기숙사에, 커서도 같은 편을 먹은 의리가 있지. (말 슬쩍 고친다. 물론 이본에게는 여전히 살갑지만, 마법 쏘아댄 것이 없던 사실 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샐쭉 웃기나 한다.) 이제 내 말이 좀 믿어져? 언젠가 네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날도 올 거란 뜻으로 듣는다, 그거. 같이 밥 먹고 수다 떠는 날도.

 

세이지 프레아카 28

역시 저쪽에 갔어야 했나... (...) 나 지금 다시 오블리비아테를 시도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단 확신이 들거든요. 어때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나동그라져 있던 네 지팡이 소환해서 뺏는다.) 허튼소리. 안 하겠다고 말해. (지팡이 대상으로 인질극을 한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내가 지팡이 안 쥐면 당신만 손해일 텐데요. 그 몸 상태로는 돌아다니기 힘들 텐데, 치료 안 받고 싶나 보죠? 폴 베크나 진짜 불러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너 머글식 치료도 잘하잖아. 아무튼 오블리비아테는 진짜 이제 기회 안 남았어. 그것도 정말 끔찍하게 싫은데 네가 너무 원해서 한 번만 져준 거라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진짜 미라로 만들어버릴까... 그럼 어떻게 해야 날 싫어할 건데요? 대가로 받기로 한 거, 아직 못 받았다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마녀 사정까지 헤아려야 하나? 아니면 다른 대가를 생각해 봐. 감정은 내 맘대로 통제되는 종류가 아니라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럼 남은 건 이거인데요. 앞으로 연락하지 말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정말 조금도 그립지 않겠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이젠 정리할 시간이니까요. 그리운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일 것 같은데, 100년 뒤에도 안 바뀐다면 그때 보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나 원래 구질구질해. 정리 같은 게 어디 있어? 연락할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이지~

 

세이지 프레아카 28

[치료/5] (디미트리오스) ...하.

 

SYSTEM

[치료 결과]: ((3d4 = [1, 1, 1]) 합 = 3) * 1.9 + 5 = 11

 

세이지 프레아카 28

나 진짜 당신 싫어하나 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런가 보다. 이걸 이렇게 체감하네. (봄.)

 

세이지 프레아카 28

...지금 진짜 의사 면허 반납해야 하나 싶어졌거든요? (외면) 괜히 한다고 했네, 진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하지 마. 그럼 치료를 폴한테 맡겨야 하는데…. (동료 생각한다. 말 아낀다.) 응. 널 더 믿어. 우리의 17년 우정이 있지.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 사람에게 맡기느니 내가 죽고 말지... (이쪽은 말 안 아끼고 있다.) 다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땐 좀 더 열심히 해보죠. 보아하니... 당신, 멀쩡히 살아나가도 한동안 병원 신세는 져야 할 것 같거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병원까진 아니고. 치료도 받았겠다, 이 정도는 디터니 좀 바르면 나아. 내가 몇 년을 여기서 굴러먹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세이지 프레아카 28

이쪽 내부 사정은 잘 모르는데요.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의사란 건 알고 있죠? 그게 의사 앞에서 할 소리예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과잉진료 아니야?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난 터너 부인으로부터 회복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고…. (십몇 년째 변명 레퍼토리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진짜 과잉 진료가 뭔지 보여줘요? (미라로 만들어버릴 생각으로... 붕대 꺼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미라로 만들어서 묻게? 그건 좀 사양인데…. 얌전히 입원해 있기엔 좀이 쑤신다고. 너도 가만히 있는 거 잘 못하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아, 묻는 것까진 생각 안 했는데. 아직 땅 파는 재주는 못 익혔거든요. (...)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그래도, 내가 움직이는 건 전부 그래야 해서거든요? 응급실이 얼마나 바쁜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괜한 이야길 했네. (투덜댄다.) 스스로 진료는 못 하나? 네가 그러고 사는데 네 환자들이 퍽이나 네 말을 믿겠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병원에서는 멀쩡하게 다녀요. 마법약을 만드는 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못 자진 않거든요? 기껏 당신들 생각해서 만들었더니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불면증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군. 자, 세이지 양.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주무시죠? (의사라도 된 것처럼 나긋하게 묻는다.)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야, 아무리 불면증이라 해도 도수 높은 술 몇 잔이면 기절해버리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그리고 질문은 외면한다. ... 내가 의사인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엉망이네. (혀 차는 소리.) 술 좋아해?

 

세이지 프레아카 28

마법 약 대신 만들 거 찾다가... 판테카틀이 술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 중 하나라는 전승이 있다는 거 알아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니, 신화에는 무지해서. 그래? 의외로 생각을 많이 한 이명이었나 보네. 얘기해줘.

 

세이지 프레아카 28

...나도 아는 건 이게 거의 끝인데요. 그냥, 대학 동기 중에 양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이 풀케란 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해준 이야기라. 누구 생각나지 않아요? ...옛날에, 그때 내가 했던 일 외면 안 하겠다, 뭐 그런 거였어요. ...이런 것까진 말할 생각 없었는데. (시선 피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이락 풀케? 이름만 그런 줄 알았더니 성씨도 술 이름이었어? 아니다, 애초에 가명인가? (중요한 바는 아니다. 가볍게 흘린다.) 그런 거라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외로 추진력 좋은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건지…. 보통은 그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으니까.

 

세이지 프레아카 28

내가 최근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생각 이전에 몸이 움직이는 사람이다란 것이죠. 덕분에 귀찮아진 게 한둘은 아니었지... (10년 전을 생각하면 급격히 피곤해졌다.) ... 하, 진짜. 이런 상황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몇 잔 마시고 잠들었을 텐데 말이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외면이 특기고 저지르는 쪽이 취미생활인가 봐. 멋진 연계네. 난 그래도 꽤 멋있다고 생각해. (놀리는 건지 진심인 건지 모호하다.) 딱 한 잔만 할까? 불침번을 모두가 설 필요는 없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놀릴 거면 그냥 놀리죠? 내가 미쳤다는 것쯤은 아니까, 말 고를 필요는 없거든요. (한숨 쉬고는) 가지고 있는 건 있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하하! 진짜 놀리는 거 아니야….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가방 뒤적인다. 늘이기 마법이 적용된 건지 한참 뒤적이다가, 술병 하나 꺼냈다.) 우조도 마셔봤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10년 전의 나한테 찔리라고 하는 말 같은데... (멋대로 해석한다. 이런 곳에 술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며 가방을 뒤적이는 걸 본다.) 그리스 출신이라고 광고를 하네... (잔도 달라며 손 까닥인다.) 마셔본 적은 없어요. 자주 마시나 봐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멋대로 해석하네. 그럴 의도 아니었는데, 찔리나 보지. (나불댄다. 잔 두 개 꺼내둔다.) 사실 그리스에서 지낸 기억은 없지만 말이야. 소피아가 좋아했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마시지.

 

세이지 프레아카 28

도망치라는 소리만 그렇게 많이 안 들었어도 여기 있진 않았을걸요, 나. (이럴 땐 객관적이다. 잔 하나 가져간다.) 그런 말을 들으니까 술을 드셔도 괜찮은 연세이신가 싶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럼 잘 된 일이네. 난 여기서 널 만나서 반가우니까. 일조했다니 기쁘다. (잔 모두 채우고 병 내려둔다. 건배하자는 듯 들어올렸다.) 머글 기준으로는 이제 끊어야 할 나이지. 그런데 요즘도 마시는지는 모르겠고, 알아도 잔소리할 수도 없고. 소피아 못 본 지 십 년 쯤 됐어.

 

세이지 프레아카 28

덕분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네요. (잔 채워진 거 보고 그냥 마시려다가, 고민하다 건배한다.) 나 참. 머글의 평균 수명이 짧으니까 빨리 성공해야 한다던 사람 어디 갔어요? 끝나면 병원이 아니라 집으로 보내야겠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잔의 볼록한 부분이 맞닿으며 나는 소리 즐긴다.) 그러니까 이번에 반드시 끝내야 하는 거지…. 무슨 일이 있어서라도. 이미 너무 오래 지체했어. 난 내가 진작에 마법부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떵떵거리고 살 줄 알았다고, 스물여덟쯤 먹었으면.

 

세이지 프레아카 28

당신도 해볼래요? 지금 당장 지구 반대편에 가서 살아보는 건? (잔 부딪히자 한 모금 마신다. 독하지도 않은지, 익숙해 보였다.) 진짜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나 보네... 여긴 이런 세계라니까... ... 그런데 스물여덟이면 머글 세계에서도 한자리 차지하기 어린 나이 아닌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지구 반대편이면 남미인가? 아니면 아시아? 어느 쪽이든 재미있겠는데…. 해보고 싶다. (홀짝인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미 파블라디스잖아. 예외, 특이 케이스, 뭐 그런 거 담당. 그나저나 익숙해 보이네. 이거 꽤 독한데…. 술 잘 마셔? 그렇게나 마셔대면 당연히 늘기야 하겠다마는.

 

세이지 프레아카 28

여기 동양 생각나게 하는 사람 있으니까, 거기로 가보던가요. 어떤 곳인지 이야기는 들을 수 있겠네요. (흥미로워하는 듯한 모습에 괜한 이야기를 했나 싶어진다.) 그래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 그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술을 즐긴다기보다는 자려고 마시는 거예요. 한 반년쯤 전엔 이 정도 마시면 잤던 거 같은데... ... 혹시라도 잠들면 10분 뒤에 깨워줘요. 깨워주겠다던 사람, 자기가 자러 갔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 그러게. 루카스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다. 진짜 이민까진 아니더라도 여행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어디에서든 난 잘할걸…. (그러니까 말이다. 근거도 맥락도 없는 자신감들은 터무니없기 일쑤다.) 엔야 이야긴가, 그거. 난 자러 안 가. 너 깨우지도 않을 거고. 주무시면 좋지, 왜 10분 뒤에 깨려고 해?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 어디서든, 안 된 게 여기면서. 실패, 아니 그 비슷한 거라도 겪었으면 생각 좀 바꿔요. (상대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이해 가지 않았다.) 맞아요, 엔야 힉스. 나더러 몇 시간 자냐고 물어본 사람이 안 잔다 소리를 하네... (잔 내려놓는다. 안 깨운다면 더 마실 이유도 없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요. 내가 이러고 산다는 거 모르진 않을 거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실패를 겪었으면, 몇 번이든 다시 해서 성공으로 끝내면 그만이야. 시간제한이 좀 있긴 하지만… ‘여기’를 내가 포기하는 일은 없어. 절대로. (단언한다.) 에냐처럼 잠드는 일 없을 거란 뜻이었어. 그렇지만, 뭐… 둘 중 하나는 불침번을 서야 하기도 하지. (잔이 둥근 모양대로 테이블 적시는 것 본다.) 무슨 일을 대비해서 동료가 있는 거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는 소리야. 걱정하는 거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이 세계가 왜 그렇게 좋은데요? (오랜 시간 상대를 보았고, 이곳에서 더 오래 살았음에도 제게는 와닿지 않은 말이었다. 그동안 마법에 대한 집착은 자기 암시라도 되었던 모양인지.) 뭐… 그건 그렇겠네요. 당신이 잠드는 것보다 내가 잠드는 게 빠르겠죠.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요. 내가 어떻게 살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라고. 어쨌거나 타인이잖아요? …불쌍해보여서 그런 거라면 관둬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너도 항상 마법이 위대하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묻는 거야? 음, 첫눈에 반하기라도 했나 보지. 감정에 이유가 있나? (어깨 으쓱인다.) 네가 매번 지적하듯 난 사람이 너무 좋거든. 너도 그렇고. 그래서 굳이 신경이 쓰여. (작은 잔에 남은 술 다 털어 넣는다. 다시 채우기 마법 걸고서 술병은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불쌍하다거나 안쓰럽단 소린 한 줌도 하지 않았는데, 왜 받아주질 않아. 그냥 누리면 너도 좋지 않겠어? 내가 누구처럼 마녀도 아니고,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세이지 프레아카 28

우습겠지만, 나는 내가 마법사가 아니었으면 했던 날이 더 많아요. …그래서 더 마법을 위대하다고 했던 거고. 증오엔 이유가 있던데요? (그것도 감정 아니던가. 꼬투리 잡듯 말한다.) 내겐 그것도 대가예요. 지금만큼 모든 게 불확실한 때가 어디 있다고… …정 원하면, 다 끝나고 안 죽는단 확신이 있을 때 다시 오던가… (술의 영향인지, 눈을 감고 뜨는 속도가 느려졌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음, 굳이 따지자면 그 배타성 때문이겠지. 도전 정신이나 인정 욕구를 자극하는 구석 있고, 어린 나이에는 특이한 게 곧 황홀한 거였으니까. 그다음엔 곧장 호그와트에 갔는데, 만난 게 너희였잖아…. 좋아하지 않고 어떻게 배겼겠어? (숨이 늘어지면, 턱 괴고 쳐다본다.) 방금 말한 걸 옴니큘러로 녹화했어야 했는데 말이지. 어떻게든 살아서 갈게. 내가 걱정하는 것조차 이렇게 일일이 허가를 받은 적은 또 처음이네.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거, 딱 반대로 뒤집으면 내 이야기네요. 그래도 기숙사엔 없겠지 생각했던 머글 태생이었는데 하필 딱. ... 싫어하지 않고 어떻게 배겨요. (괜히 비슷한 말을 한다. 다른 기숙사였다면 이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았겠지. 우연에 우연이 쌓여 만들어진 현재에 작게 헛웃음을 흘린다.) 내가 이런 사람인 거 몰랐던 것도 아닐 거면서? 당신 때문에 성격 버리게 된 것도 많다고, 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래번클로였으면 좀 나았을 것 같아? 그리핀도르는 말고, 나 진짜로 거긴 못 갔을 거야. (따라서 실실 웃는다. 연거푸 두 잔 들이켜니 취기가 오른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데에 감사해야 하나 싶다. 뭘 그렇게 버렸는데?

 

세이지 프레아카 28

...후플푸프도 아니고 래번클로? 진심으로요? (묘한 표정으로 보다가) 뭐, 내가 다른 머글 태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알잖아요. 내가 그 사람들 대놓고 싫어한 적 있나... (선은 그었어도 상대에게 하는 것처럼 행동하진 않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거. 그거, 당신 때문에 어떤 감정인지 알게 된 거거든요. 그전까지는 싫어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만 있었지... 당신이 들쑤시지만 않았어도 사람을 지긋지긋하게 여길 일은 없, ...었을 거라 해볼게요. (솔직히 본인도 확신 못하는 거라 말끝을 흐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나 똑똑한데…. 하, 그래. 후플푸프로 가정해. 성실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지만 헬가의 관용에 기대보자고. (혀 차는 소리 낸다. 다시 채워지는 술잔 내려다봤다.) 확신 못 하면서. 음, 그래도 무관심보단 유일하게 지긋지긋한 사람 쪽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 원래 입체적이어야 인간미가 있지. 나한테 고마워해.

 

세이지 프레아카 28

거긴 모든 사람을 받아들인다 했어요. 못 들어가진 않을걸요? (애초에, 상대를 그리핀도르에 어울릴 인재로 생각하고 있는 게 더 크긴 했지만.) 하, 내가 그걸 고마워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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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래도 슬리데린이 좋아. 살면서 뱀 말고 다른 거 해볼 생각도 안 해봤고. 물론 우리가 이러저러한 꼴로 찢어지긴 했어도… 슬리데린 기숙사는 아직도 내 집 같다고. (한 번 더 술잔 비웠다. 여기 뜨기 전에 기숙사에나 가봐야겠다. 중얼댄다.) 무척 고맙단 말로 알아들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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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난 혈통 따라 찢어진 기숙사 말이죠. (새삼스럽게 든 생각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곳이란 걸 알았으면서 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건지.) 기숙사 암호는 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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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걸 걔네 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잔 내려놓고 쳐다본다.) 우리 기숙사 암호, 생각보다 뻔한 거 알아? 그리핀도르는 바나나 튀김이니 싸구려 장식이니 하는 걸 암호로 쓰지만, 슬리데린은 안 그렇단 말이지. 형제, 열망, 순수혈통, 고결함… 30분쯤 읊으면 찍어 맞출 수 있어. 실제로 게시판 안 봐서 그렇게 들어간 일도 있었고.

 

세이지 프레아카 28

뻔하죠. 그래서 보안 걱정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 어쩐지 당신이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돌더라니. 문 앞에서 그러고 있어서 그랬나 보죠? (사실무근인 이야기다.) ... 시간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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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영원히 바뀌지 않고 호그와트 모두의 공공연한 비밀로 취급되는 후플푸프 암호도 있는데. 이 정도면 그래도 준수하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말 나온 김에 가야지. 턱짓한다.) 그런 소문도 돌았어? 역시 다들 나한테 관심이 많았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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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거긴 잘못하면 식초가 쏟아지잖아요. 침입하려 했다는 증거 정도는 남길 수 있지... (피곤한데...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문이 뭐가 좋다고. 당신 싫어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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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초 냄새 진짜 안 빠지더라. (경험담처럼—당연히 맞다.— 대꾸한다. 지하감옥 방향으로 걸음 옮긴다. 이내 익숙한 기숙사 문앞에 도착하면 아까 전처럼 그럴듯한 암호들 늘어놓기 시작한다….) 싫어하는 게 무관심보다 낫지. 그리고 걱정일 확률도 있잖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리핀도르 기숙사만 침입한 게 아닌 모양이죠? 독수리상하고도 토론했나요? (허... 작게 혀를 찬다. 진짜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네. 암호를 읊을 때는 한걸음 뒤에서 가만히 서서 보기나 했다.) 그 사람들 사고 방식을 알아서 하는 말인데, 당신이 머글태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곱게 보지는 않았을걸요. 내가 그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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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했어.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아서…. (…) (장담했던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열린다. 들고온 술병으로 목축이더니, 목이 아파지기 전에 성공해서 다행이라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 모두가 그렇지 않을걸. 넌 편견이 과도해, 이지. 머글 태생에 대해서도, 그들을 혐오하는 마법사들에 대해서도. 게다가 설령 전부 그랬다고 해도 지금은 조금 미움받는 정도로는 대수롭지 않아.

 

세이지 프레아카 28

... 그래놓고 래번클로일 당신을 생각해 보라고... (황당해한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풍경에, 10년이라는 시간을 순간 잊는다.) 당신에겐 편견일지 몰라도, 내게는 현실이었어요. 머글은 마법을 싫어하고 마법사는 머글을 싫어하는 것, 다 내가 겪은 건데. 어떻게 부정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래서, 진짜 겪어보니 그랬어? 머글들이 마법사를 그렇게 싫어하든? 마녀가 항상 끔찍하게 그려지고? (킬킬 웃는 소리 내면서 벽난로 앞 소파 찾아간다. 예전에 같이 과제나 하던 장소다.) 아, 다시 오니 좋네.

 

세이지 프레아카 28

사느라 바빠서 물어볼 틈도 없었네요. ...그래도 하나는 알겠더라고요. 내가 싫어해야 할 사람은 그 붉은 머리 남자라는 거. (아버지를 두고 한 말이었지만, 부러 애매하게 표현했다. 익숙한 그날의 장소에, 그때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는다.) 위도소로스가 어떤 마법약인지 아직 기억하고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우연 한 번 대단하다니까. (함축된 중의적 의미 짐작하고 웃는다. 병나발 불다가, 진짜 취기가 올라서 얼굴 찡그렸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쪽지 시험을 볼 줄 몰랐네. 무화과 나무껍질을 넣었더니 냄비가 터졌던 건 기억나는데.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줘봐. (틈.) 독약?

 

세이지 프레아카 28

...아, 진짜. (결국 술병 뺏는다.) 그날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나 싶어서요. 독약은 맞는데... ...아니, 그거 학계에서도 시도하고 있는 거라니까. 진짜 했던 거예요? 폭발을 일으키려고? (머리 아파졌다. 관자놀이나 꾹꾹 누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거 내 술인데. 그만 마시라고? (빼앗기고서도 웃다가, 괜히 빈손 쥐었다가 편다.) 어. 네가 좋은 걸 알려줬는데 안 써먹으면 곤란하잖아. 그래도 그게 내가 했던 장난들 중 거의 끝일걸. (잠시 생각한다.) 대부분 다 기억하는 것 같은데. 서늘했던 날씨까지. 나한테도 저주가 시작된 날이라고, 쉽게 잊힐 리 없지.

 

세이지 프레아카 28

취한 거 같거든요, 당신. (무엇보다 자기도 한잔 마셨으니까. 눈앞의 술을 무시하긴 어려웠다.) 그걸 하라고 알려준 게 아닐 텐데... ... 하. (골이 울렸다. 가볍게 병을 흔들어 얼마나 남아있나 본다. 뒤이은 말에는 침묵.) ... 참 어렸죠, 그땐. (수 회의 계절의 거쳐 지금에 오기까지. 지난 시간을 되짚는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미안했어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직은 아니야. 걱정해? (삼할 정도 남았으려나. 이어지는 말에 눈 가늘게 뜬다.) 취했던 것도 다 깨겠다. 상당히…… 예상치 못한 말이네. 내가 용서해주면 되는 타이밍인가?

 

세이지 프레아카 28

(그래도 남았네. 뺏은 병들고 한 모금 마신다.) 아니, 안 들을 거예요. 내 편견으로 당신이 고생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리고, 난 여전히 당신을 싫어해서. (술에 취해서인지 뭔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 말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고생도 추억이고, 슬슬 싫어하는 거 관두래도. (하하! 웃음 터트린다.) 근데 진짜로,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그럴 문제라고 느낀 적이 없는걸. 네 저주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성인이 되도록 그렇게 오기를 부리며 버틸 수 있었겠어? 날 괴롭힌 것도 키운 것도 네 말이야.

 

세이지 프레아카 28

내가 고집이 좀 세거든요. 알지 않나요? (병 내려놓는다.) 나 아니더라도 당신을 싫어할 사람은 많았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나처럼 말했겠지... 그냥, 취한 사람의 말이라고 생각하고 흘려넘겨요. 어차피 이젠 이런 말, 더 할 일 없을 테니까...

 

 

*세이지 인장 - @ssal_cho00님, 지인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