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ft @세이지

 

 

 

      디미트리오스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그는 단 한 번도 혈통 문제에 온전히 무관심해지지 못했다. 의식적인 회피는 몰두를 전제로 한다. 가정환경을 입에 올리지 않는 비마법사 출신의 마법사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오점을 잘 알았다.

      그는 마법사 사회에 처음 입성하던 날을 기억한다. 그날 다이애건 앨리로 향할 때 동행했던 것은 호그와트에서 파견된 교수지, 제 가족이 아니었다. 뿌리가 도려내지는 기분이다. 교수의 손은 소피아의 것보다 한참이나 차가웠는데, 그럼에도 낯선 손을 덥석 잡아대는 것은 소년의 특기였고 놓는 일은 없었다. 장난감 가게로 고개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교수가 이끄는 대로 걸었다는 뜻이다. 새빨간 머리통의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보다는 이 동행인이 자신을 데려갈 새로운 세계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 자신은 마법사다. 그 앞에 수식하는 말이 무엇이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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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내내 세이지 프레아카를 다른 이들과 구별 지어 생각했다. 입학 후 첫 대화에 '텄다'고 여겼던 일의 연장선이다. 그는 살면서 자신을 보는 이들이 '미미'를 인식하도록 주력했는데, 그 모든 노력도 이 마녀 앞에서는 허사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세이지의 앞에서 그는 슬리데린에 어울리지 않는 머글 태생 마법사에 불과했던 탓이다.

      "저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거든요."

      움직이는 계단 쪽에서 소란이 인다. 아마 누군가 사고라도 친 모양이다. 똥 폭탄을 던졌거나, 마법약을 뿌렸거나 했겠지. 장난스런 웃음소리와 거칠지 않은 비명, 교수의 구두가 복도를 빠르게 두드리는 소리, 그리핀도르의 감점을 고하는 목소리가 한데 섞여 울린다. 수선스러운데도 시선 돌리는 일 없다. 새파란 두 눈에 금빛 머리카락이 비친다. 뛰어내리지도 합류하지도 않고, 디미트리오스는 여전히 이 관계의 조짐presage을 살핀다. 언젠가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다시 응시할 날을 기다린다. 

      "의아한 일이지. 난 네게 숨기려는 게 없는데."
      저런 분란을 즐기는 불량아, 혹은 교활한 사내. 기숙사를 잘못 찾은 것 같다고 종종 타박하면서도, 이제는 도리어 지나치게 어울려 꺼려진다 말한다. 디미트리오스의 목소리에 잔떨림이 인다. 다소 간의 억울함을 느끼면서도 눈앞의 마녀를 비난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그건 동질감에서 비롯하는지도 모른다. 마법 사회에 반드시 끼어들고자 하는 열망, 배타적인 공동체에서의 인정 욕구, 고매하신 이들의 장단을 맞추고야 말겠다는 호승심이나 의지 따위.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가 닮은 것 같다고 말하면 너는 질색을 할까?

      "잘 모르겠으면 알려줄게. 나에 대해 뭘 알면 평가가 가능할 것 같은데?"
      "…."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할까."

      마법사는 아직 포기를 알기엔 어리다. 돌아온 세이지의 시야에는 여전히 매끄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윤곽을 따라 그 위를 더듬어 올라가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남자애가 원래 이렇게 조급한 눈을 하던가. 물음은 단순하고, 원하는 바도 명료하다. 입술이 열린다.

      어떻게 하면 날 좋아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