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lehold @세이지

 

Swift 삽입곡과 동일

 

 

     복도를 휘감는 바람이 차다. 아치형으로 구멍이 뚫린 복도가 정원의 한기를 그대로 들였다. 아직 말라붙지 않은 잡초가 무성하다. 바람이 붓질하는 대로 제 허리를 꺾었다가, 반대 방향으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휩쓸리면서도 제자리에 박혀있다. 도무지 꼿꼿하거나 무결하다고는 부를 수 없는 형태다.

      푸른 적의가 마녀의 속눈썹에 매달렸다. 날 선 감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는 없어도 피부로 감각할 수는 있다. 애초에 꽤 투명하지 않나, 삼 년 넘게 고수해온 애칭을 거부하고 성명을 넌지시 건네는 의도가. 남자의 이름은 애초에 영어로 발음되기 위해 지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억양도 없고 강세도 없는 저 무딘 부름을 지칭어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기꺼이 수그리고 대답했다. "그래." 대답하는 음절엔 분노도 없고 서글픔도 없이 초연함만 있다.
      저 멀리 아직 비틀어지지 않은, 무쓸모한 생명에 빼앗겼던 시선이 돌아온다. 음영 진 얼굴이 위를 올려다본다. 그림자가 기울 시간이기야 했다. 여전히 사내는 의아하다. 이 굴종을 바랐던 것이 아니었나, 그럼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수법이 몇이나 남았나. 셈이 복잡해진다.
      채 여물지 않은 마법사와 마녀가 여기 있다.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형태로.

 

      프레아카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다. 그것도 대개 질 나쁜 종류다. 발푸르기스 기사단에 협조하였다거나 녹턴 앨리의 상점에서 저주와 관련한 물품을 사고판다는 것, 겨울날 문밖에서 주워 온 세이지 프레아카가 기묘하게도 제 호적상의 보호자를 닮았다는 것까지. 디미트리오스는 주변에 온 신경을 기울이는 만큼이나 가십에 어둡지 않았고, 그걸 걸러 들을 정도의 지능 또한 갖추었다. 그러나 가끔 빨간 머리통은 생각한다. 정말로 세이지 프레아카가 스스로 묵인했던 것처럼 문 바깥에서 온 이라면, 신입생 시절의 그는 어찌하여 자신을 혼혈이라 단정하였는지―문지기를 자처하는지.
      포기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뚜렷하다. 마법사와 그렇지 못한 자들을 가르는 흐리고 불분명한 경계 위에서 유일하게 명료한 울림이다. 돌아가. 강압한다.
      그렇게 문을 닫는다.

 

      이 작은 문은 그가 살면서 보아온 것 중 가장 단단하다. 불에 타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화염에 녹지 않는 철일지니. 우리는 빼닮았으나 반대편에 서 있으므로 서로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유감이지만, 이제 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고작해야 삼 년이다. 사실은 그만큼도 필요치 않았다. 갈망을 배우는 데에는 일 초면 충분했다.

      그는 체념하지도 않았고 마녀의 단언을 격렬히 부인하지도 않았다. 꺾이지 않는 이상 그는 영원히 이방인일지도 모른다. 나아가는 길보다 돌아가는 길이 훨씬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을 헤아려도 유일하게 놓지 못하는 것이 하필 인정일 뿐이다. 시선이 맞닿으면 두 걸음 가까워진다. 시원한 웃음소리도 우스꽝스러운 윙크도 없다. 디미트리오스는 다만 압박한다.
      "차마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면."
      여름의 마법사는 겨울에게 묻는다.
      "기꺼이 가로막아 줄 테야?"
      사특한 그의 마녀에게 저주를 요구한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적어도 그가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너도 나를 내던지지 않을 것 아니냐고. 껄끄러워하고 불편해할지언정 네 신경줄 안에 둘 것 아니냐고.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