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thcliff

미미리야 | 크툴루의 부름 7판 | w. 숑곰

내일은 발레리의 결혼식 날입니다. 사랑이라고는 없는 정략 결혼식. 가문의 위상을 위해 해내야만 하는 이 결혼식 전날, 친애하는 미미가 간곡히 부탁합니다.
"결혼하지 않으면 안돼? 결혼하지 마, 제발…."

그리고 결혼식 당일, 당신의 약혼자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라는 이야기 또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행운 50

 

행운 / → 50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rolling 3d6*5

 

(

6

 

+

2

 

+

6

 

)

*5

 

 

=

70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행운 / → 70

 

 

 

 

크툴루의 부름 7판

 

 

나는 네가 필요했어,나는 너만 필요했어.

 

 

 

 

written by 숑곰

 

 

KPC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PC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내일은 발레리의 결혼식 날입니다.

 

 

상대의 얼굴도 모른 채로 이름과 집안의 명성만 따진 마음 없는 정략혼 말이에요.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입니다.

 

 

가문의 명성, 권세, 가족의 안위,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

 

 

그러나 해내야 합니다.

 

 

해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이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은 없을 테니까요.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거든요.

 

 

상당히 피곤한 일정이네요.

 

 

휴식 시간은 거의 주어지질 않는군요.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는 아닌가요?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디미트리오스입니다.

 

 

지금도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머리 땋아드릴까요? 아가씨.

 

 

디미트리오스가 당신의 파티 준비를 돕습니다.

 

 

숄을 걸쳐주고 머리를 땋는 손길이 부드럽네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응, 오늘도 부탁할게. 고마워...

 

...그런데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기쁜 날이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말문이 막혀서 잠시 뚱하게 내려다본다.) 아가씨한테나 그렇겠죠. 정략혼이라도 좋으신가 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좋기는. (덤덤한 투로 툭 내뱉듯 대답하곤, 잠시 입 다물었다.) ...하지만 뭐, 그렇게까지 좋지 않을 것도 없잖아. 다 좋자고 하는 일인데 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다 좋자고 하는 일이요. (시위인지 무언지 모를 존대 집어치우고 씨근덕댄다.) 기어이 결혼해야겠어?

 

언제는 과묵하고 어른스러우면서 다정한 미남이 좋다고 하더니, 약혼자 얼굴도 모르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네가 존대 거두면 힐끔, 한 번 바라보다가 다시 입 열었다.) 이제와서 물릴 수도 없는데 그런 말 해서 뭐해. 이렇게 된 거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고 잘 지내볼 생각하는게 나중을 위해서도 낫지 않겠어?

 

...그건 또 언제적 이야기야. 그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할리가 없잖아. (괜히 눈 가늘게 뜨고 흘겨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 잘난 린튼하고 잘 지내볼 생각 말이지. 분명 별로 좋은 사람도 아닐걸. 청혼을 하고서 코빼기도 안 비추는 게 무슨….

 

날 더 아끼진 않아? 그 약혼자보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런걸로 어떻게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겠어? 막상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의 의무를 제대로 해줄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솔직히 다른건 다 몰라도 배우자의 의무 정도만 해줬으면 좋지 싶고. (마지막 말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대강 흘리듯 말했다.)

 

...당연히 더 아끼는 사람은 너지. ...넌 내...가족이나 다름없고, 또... ...아무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땋아내린 머리를 매듭짓던 손길이 잠시 멎는다. 가족이나 다름 없고, 그래.) …네, 그럴지도 모르죠.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내 진주 장식 올려주고 떨어진다.)

 

 

⯌　심리학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담담한 말투로도 피곤함이 다 가려지지 않습니다.

 

 

어째서인지 고통스러워 보이는 얼굴이네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표정 살펴보고는 아무말 하지 못한다. 여기서 무언가 더 위로 같은 말을 하는 것도 못할 짓이라고 생각해서) ...그래, 고마워. (머리모양 한번 쓱 거울로 훑어보고, 고개 다시 네 쪽으로 돌린다.) ...이제 들어가서 좀 쉬어. 내일도 정신 없을테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제가 쉬면 아가씨 파티에 모시고 가는 건 누가 하고요? 내쫓고 싶으셔도 안돼요. 다른 애들은 다 파티 음식 나르느라 바쁠 예정이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내쫓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난 그냥 네가 걱정돼서... 피곤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랬지. ...그래 그럼...마지막까지 좀, 부탁할게.

 

늘 고마워, 미미.

 

 

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립니다.

 

 

메이드:아가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티의 손님들이 모인 모양이에요.

 

 

줄리아에게 접객을 모두 맡길 수는 없겠죠.

 

 

주인공이 파티에 얼굴을 비출 시간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응. 이제 다 끝났어. 곧 나갈게. (문 너머로 고개 돌려 대답했다.)

 

 

─────── ⯌ ───────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디미트리오스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주위는 어디를 보아도 왁자하네요.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친근한 체 떠들어댑니다.

 

 

귀족A:오랜만일세, 그레이스 영애!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린튼 가와 결혼이라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귀족B:린튼 가라고 하면 부와 명예, 어느 하나도 빠지는 구석이 없지. 남은 일은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친한 척이라도 하려나 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이 넓은 홀이 이렇게 가득 찬 것이 얼마나 오랜만의 일인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입꼬리 끌어올려 웃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나 지금 아무생각 없어요' 같은 감정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옆에서 알아보고 고개 숙인 체 피식 웃기나 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시선 여전히 귀족들한테 둔 채로 팔꿈치로 괜히 옆구리 쿡 찌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저 안 웃었어요. 뻔뻔한 낯으로 속닥인다.)

 

 

귀족들을 떨쳐내볼까요?

 

 

⯌　대인기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다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있을 결혼식에도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충 고마우니까 이제 그만 파티 알아서 즐기라는 말 해본다.)

 

말재주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발레리의 화법을 못 알아들은 것인지,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이 사람들, 질기네요!

 

 

그 뒤로도 30분을 더 시달리고서야 그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조금 낡은 표정으로 다른 '손님'들 쪽을 살펴본다.)

 

 

⯌　듣기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벌써 지치시면 어떡해요? (옆에서 키득댄다.)

 

 

손님A: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다며?

 

 

손님B: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손님C:그냥 실종이 아니라 …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손님B: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발레리를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손님C:어머, 그레이스 양. 여기 계셨군요! 결혼 축하드려요.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네, 감사합니다... (애써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는) ...그런데 방금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을까요? 린튼 가에서 근래에 어떻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부러 앞에 들은 이야기만 언급하며 슬쩍 묻는다.)

 

 

손님C:아니, 아이 참. 무슨 신부 앞에서. (괜히 말 꺼낸 남자 어깨를 부채로 툭 친다.) 별 얘기 아니에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하지만 저도 내일이면 린튼 가 사람이 되는걸요. 가뜩이나 린튼 가에 대해 아는 점이 많이 없어서 불안하고 긴장되는데... 부인께서 새신부의 긴장을 조금만 덜어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 것 같은데... (힐끔..)

 

말재주

기준치:	75/37/15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손님C:그게 뒷말하기는 조금….

 

 

여자가 황급히 이야기를 갈무리하려고 하면,

 

 

부채를 맞은 남자가 성을 냅니다.

 

 

손님A:아잇, 참. 내가 뭐 못할 말 한 것도 아니고. 거기 사람들 자꾸 실종된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잖아요. 줄초상이란 이야기도 돌고. 그레이스 양은 뭐 아는 것 없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 (그 말 듣고는 눈만 한번 깜빡거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더 나아가 알고 있었던 척 하며 여상하게 대답한다.) 그 소문이었군요. 죄송하지만 저도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답니다. 내일이 지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 말은 부러 가벼운 투로.)

 

 

손님A:그래요? 거 참, 가풍 한 번 독특하다니까. 곧 식구될 사람한테도 비밀이 많아…. (괜히 멋쩍게 코를 긁는다.)

 

 

발레리의 태도가 여상하니 오히려 당황하는 눈초리네요.

 

 

가십을 내키는 대로 떠들 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없나 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러게나 말이에요. (그저 작게 웃고 마저 즐기라는 등의 인사치레 하며 곧 자리 뜬다.)

 

(힐끔 미미 보다가) ...미미는... 음, 저 소문에 대해서 뭐 아는거 없어? (슬쩍 한번 물어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저요? 제가 뭘 알겠어요. (눈썹 한 번 까딱인다.) 아가씨보다 많이 돌아다닐 뿐이지, 거의 저택에만 있는데.

 

(손님들 힐끔 본다.) 그냥 소문일 뿐이에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원래 소문이라는건 사용인들 입 타고 흐르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길래. (어깨 작게 으쓱인다.) 모른다면 됐어. 그냥 아나 싶어서...

 

(시선 돌려서 '홀' 쪽 살펴본다.)

 

 

샹들리에가 은색으로 빛나고, 나비주름 모양으로 접힌 쉬폰 커튼이 흔들립니다.

 

 

저 먼 발치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아보지 못할 리 없지요.

 

 

린튼 가입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　지능 혹은 교육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요?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내일까지 별로 안보고싶었는데...) 흠흠, (목소리 한번 가다듬고) 좋은 날이네요, 그렇죠? (다가가서 린튼 가 사람들에게 말 걸어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꼭 인사하셔야 해요? (뒤에서 속닥이며 숄 잡아끈다.) 인사하지 마세요, 인사하지 말고 저랑 나가요….

 

 

곁에 선 디미트리오스는 린튼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린튼 가 사람들과는 말조차 섞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입니다.

 

 

저렇게 싫어할 일인가요?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일 텐데도 말이에요.

 

 

하지만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는 걸요.

 

 

게다가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입니다.

 

 

잘 보여야하지 않겠어요?

 

 

이 모든 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하지만 내일이면 얼굴 보고 살아야 하는 가족인걸... 잘보여서 나쁠 건 없잖아. (소곤소곤 대답하곤, 놓아달라는 듯 숄 잡아 끈 손과 미미 얼굴 번갈아가며 본다.)

 

이러다 밉보이면 어떡해. 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눈 느리게 감았다 뜬다. 다소 짜증스러운 얼굴이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인상 피고. (마지막으로 소곤소곤 말하곤, 다시 다가가 인사 건넨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못 펼 것 같아서요.

 

 

단단히 불편한 기색의 디미트리오스가 결국 정원으로 떠나버리면, 발레리 혼자 남습니다.

 

 

린튼 가는 반가운 기색으로 발레리를 맞이합니다.

 

 

린튼 경: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린튼 부인: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어쩐지 대부분 눈동자가 흐린 것 같네요.

 

 

기분 탓일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감사합니다. 린튼 경, 린튼 부인. (웃으며 화답한다.) 파티는 잘 즐기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착각이 아닙니다.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린튼 경:물론 잘 즐기고 있지. 장식이 아주 아름답더군. 제비꽃을 쓴 건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렇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고, 꽃말 또한 결혼식에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지요. 다들 결혼을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신경써서 준비해주었답니다.

 

두 분도 결혼 준비 때문에 한창 바쁘셨나봅니다. 안색이 피곤해보이셔서... (힐끔 린튼 부부의 안색 살피며)

 

 

린튼 경:아, 보통 사람들은 꽃말 같은 걸 따지던가? (멀거니 장식을 바라보다 발레리의 말에 시선이 돌아온다.)

 

 

어쩐지 이상한 느낌입니다.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도 시선이 헛도는군요.

 

 

린튼 부인:피곤할 것까지야. 결혼 준비 탓에 그렇지. 아, 그나저나 아들은 만났나?

 

하퍼, 하퍼 린튼!

 

 

린튼 경:아, 그래.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하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 처음뵙겠습니다 린튼 씨. (웃으며 공손하게 인사 건넨다.)

 

 

하퍼 린튼:처음 뵙겠습니다, 그레이스 양. 듣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제가 첫 춤을 신청해도 될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물론이죠. 더 없는 영광이랍니다. (말 마치고 손 살짝 내밀어보인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요.

 

 

약혼자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디미트리오스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말이죠.

 

 

찰나입니다.

 

 

하퍼 린튼: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귓가에 하퍼가 속삭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 (힐끔 어깨 너머의 미미를 보더니) ...어릴적부터 함께 자랐거든요. 그만큼 가까워서, 제겐 가족이나 다름 없답니다.

 

 

하퍼 린튼: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면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입꼬리 올려 웃는다. 이어지는 말과 다르게.)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에선 썩 달갑지 않으니 말이죠.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불쾌감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불쾌함 애써 감추고 여전히 웃는 낯으로)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뭘 걱정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단지 걱정이 좀 많은 친구여서 그런 것 뿐인걸요.

 

 

하퍼 린튼:그런 것뿐이라면 다행이지만요. (안심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방긋 웃는다.) 걱정은 덜어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린튼 가문은 새 가족을 정말 환영하니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네, 그렇게 전하도록 할게요. (너스레 떠는 모습 보고 속으로 한숨이나 쉬며) 저도 하루빨리 린튼 가의 새 가족이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지만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다.)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나네요.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하...다행이다.)

 

(...미미는 어디있지? 주변 둘러본다.)

 

 

아까 분명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 서있었죠.

 

 

그쪽으로 갔을지도 모릅니다.

 

 

찾으러 갈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사람들 힐끔 살피며 조심스레 정원으로 향한다.)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인사는 다 하셨고요?

 

 

디미트리오스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응, 일단은.

 

기분은 좀 나아졌어?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나쁠 것도 없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거짓말.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내내 표정이 안좋았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새삼스럽게 질투해서 그렇지. 네가 내겐 눈길도 안 주잖아.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디미트리오스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내겐 시간 내주지 않을 테야?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랬다간 곤란해지는건 내가 아니라 너일테니까.

 

...그래, 얼마든지.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같은 말은 삼켰다. 대신 내민 손에 살포시 제 손 얹을 뿐이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글쎄. 내가 뭐라고. 기껏해야 가족처럼 아끼는 시종일 텐데 곤란해질 것까지 있나? (손 조심스럽게 잡아끌어당긴다.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에 기대어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서 더 곤란해질 것 같다는거야. ...차라리 네가 정말 내 가족이었으면 몰라, 그건...아니잖아. (자연스럽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네게 기대 어깨에도 팔 올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이것보다 더 우울할 뻔했네.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말소리가 음울하기보단 신랄하다. 단단히 허리 받치고 몸 붙인다. 느리게 벽돌 바닥의 기슭을 밟는다.) 그럼 난 두고 갈 거야?

 

내일이면 떠날 거잖아, 린튼 같은 별 어울리지도 않는 성을 달고 그 저택으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원래는 데려갈 생각이긴 했는데, (잠시 간극) ...어쩌다 보니 당장은 못 그럴 것 같아서 그래. (하퍼 린튼과 나눴던 대화 떠올린다.) ...나중에 기회 봐서, 너 데려 올 수 있도록 해볼게.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서 나에 대해 잘 아는 친정 사용인 한 명 쯤은 데려오고 싶다고 하면 아마 될지도 모르니까.

 

왜. 발레리 엘라 린튼. 썩 나쁘지 않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정말 두고가는구나. (잠시 말 없다. 정적이 생기면 그 사이를 연주가 채운다.)

 

내가 네 심기를 거슬러서 그래? 주제넘은 소리를 많이 해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니, 그런 거 아니야. (잠시 뜸들이다가) ...남편 될 사람이 무슨 오해라도 해서, 네가 곤란해질까봐 그래. 게다가 넌 린튼 가 사람들도 싫어하는 눈치였는데, 네가 나를 따라 오면 린튼 가 사람을 모셔야 하는거잖아.

 

그리고 난...네가 주제넘게 굴 때가 더 좋아. 알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래. 늦지 않게 불러. (썩 믿는 눈치는 아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부인하는 말이든, 주제넘게 구는 편이 좋다는 말이든. 발레리 엘라 린튼이라니, 어감 한 번 끔찍하지. 비아냥거리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삼킨다.) 무슨 오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쉽사리 입 떼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네가...나를 아끼는게, 나한테 사심이 섞여서라고... (말 끝 흐리듯 겨우 내뱉는다. 민망함인지 뭔지, 시선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 ...아까도 그냥,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흐리멍덩한 눈으로도 보이는 게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왜, 틀린 말도 아닌걸. 그럼 내가 정말 충성심에 이 모든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여상한 투다. 달빛이 네 실루엣에 걸쳐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일이나, 음악이 커튼에 꺾여 한 풀 꺾여드는 것을 설명하듯이. 당연한 말을 하는데 새삼스럽게 얼굴 붉힐 이유조차 없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것만은 아니더라도, '그런' 감정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쩐지 조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기도 했고, 속이 울렁이는 것 같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그 이유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지? 나 너한테 이 이상 못할 짓 더 하고싶지 않아. 희망고문 하고싶지도 않고... (맞잡은 손에 한번 힘 들어가다가, 이내 다시 천천히 힘 풀었다.) ...그러니까 이 이상 더 묻지 않을게. 미안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입매가 굳는다. 내내 가졌던 마음을 처음 말로 꺼냈을 뿐인데, 다른 대답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면서. 조심스럽게 안았던 팔을 풀었다. 아직 흐르는 노래를 타고 홀 쪽을 황망히 바라보다가 시선이 돌아온다.) 무슨 날인지 알아, 나도. 그냥 결혼하지 않으면 안돼?

 

결혼하지 마, 제발.

 

 

그 목소리가 간절하게 흔들립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냥 내 곁에 남아주면 안되는 거야? (손에 힘을 다 주지도 못한 채다. 세게 쥐면 깨질 것 같아서. 고개 떨구고 제 손아귀 안에 붙잡혀 있는 가는 손목만 응시한다.)

 

 

이토록 절박한 목소리가 있던가요?

 

 

계속 읊조립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내가 널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넌 상상도 못할걸. 그냥 내 곁에 있으면 되잖아. 그럼 내가 뭐든지 해줄 텐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손목 붙잡은 손 빤히 내려다본다. 당장이라도 이 손 붙잡고 어딘가로 떠나도 그것조차도 썩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나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진짜 너를 위해서라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니...) ...나도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이 결혼은... 단지 그 과정일 뿐이야. 그 이외의 의미는 없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너도 나중에는 날 이해해줄거라고 믿어.

 

...미안해,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디미트리오스는 그제서야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체념인지 후회인지 수긍인지 전부인지 모를 낯이다. 붙들고 있던 손으로 제 머리 쓸어넘긴다.) 내가 미안해. 그냥 잊어. 오늘 한 이야기는 전부 다....

 

 

이성을 차린 듯한 태도로 돌아섭니다.

 

 

어째서인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기네요.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 ⯌ ───────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미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줄리아가 엘라 할머니로부터 자매가 물려받은 티아라를 조심스럽게 발레리의 머리 위로 올려줍니다.

 

 

다소 걱정스러운 태도네요.

 

 

정말 괜찮겠어?

 

 

하지만 괜찮지 않으면 어떡하겠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난 괜찮아. 이제와서 괜찮지 않을게 뭐가 있어.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디미트리오스가 어디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닌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언니, 미미 못봤어?

 

 

 

줄리아 그레이스: 미미는 못 봤는데? 글쎄, 너무 바빠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 하긴, 안그래도 바쁜데...

 

 

하지만 결혼식 당일 한낱 사용인을 찾아 헤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경찰이 왔어!”라고 연신 속삭입니다.

 

 

식장에, 경찰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경찰?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　이성 판정　⯌

 

 

(0/1)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차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이성 / 60 → 59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살피고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저기, 혹시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해줄 수 있을까요. (놀란 마음 추스리고 '경찰'에게 다가가 묻는다.)

 

 

눈이 마주치면, 경찰은 발레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립니다.

 

 

경찰: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동정의 시선을 건네네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동정어린 시선 받았음에도 여전히 침착하다.) 그렇군요... 저, 범인이 누구인지는 어떻게, 실마리가 잡혔는지...

 

 

경찰:그 점은 저희도 아직… 방금 막 도착해서요. 잠시 기다려주시면 상황을 살피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 네.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살인 현장을 둘러볼 수 있겠습니다.

 

 

비록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이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주변 눈치 살피며 '린튼의 시체' 를 먼저 살펴본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가슴에 한 번, 이후 머리에 확인사살했습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쪽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쥐고있는 '쪽지' 가져가 살펴본다.)

 

 

⯌　은밀행동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은밀행동

기준치:	30/15/6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경찰:무슨 일이십니까? (조금 수상쩍은 눈초리로 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 ...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그만... (부러 넋 나간듯한 낯으로 사과 건넨다. 마치 경황이 없어서 실수 한 사람처럼.)

 

 

경찰:(안타까운 얼굴로 어깨나 두드리고 간다.) ... 마음 잘 추스리시고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네, 감사합니다. (경찰이 자리 뜨면 다시 쥐어져 있는 쪽지나 힐끔 본다.)

 

 

경찰이 지나가면 다시 한 번 쪽지를 조심스럽게 빼냅니다.

 

 

쪽지는 찢어져 있습니다.

 

 

종이에는 거미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이건 도대체 뭘까요?

 

 

난데없이 왜 거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거미? 쪽지 조심스레 챙기고 '카펫'을 살펴본다.)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의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총살이랬으니까... ('열려있는 창문'을 살핀다.)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성인 남성의 것치고도 꽤 큰 편입니다.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불길한 생각이 계속 치밉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장식장'을 살펴본다.)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빠져있는 '사진' 살펴본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이군요.

 

 

집사:음? 아가씨께서 사진을 빼내신 겁니까?

 

 

근처를 지나가며 분주하게 피를 닦아내던 집사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네? 아니요, 사진은 이미 빠져있었어요. 그게 이상해서 살피던 중이었는데...

 

원래는 여기에...어떤 사진이 있었나요?

 

 

집사:그건 린튼 가문의 사진입니다. 이곳에 없는 사촌 분들까지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지요. 어제까지만 해도 제자리에 있었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렇군요... 이상한 일이네요. 다른 단체 사진은 더 없는건가요?

 

 

집사:이 정도로 전부 모인 사진은 또 없지요. 이것 참, 메이드들을 닦달해야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 경찰이 심각한 얼굴로 발레리에게 다가옵니다.

 

 

신중한 얼굴로 당신에게 묻네요.

 

 

경찰:혹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라는 남자를 아십니까?

 

그 집의 고용인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네? 네...맞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무슨 일로 여쭤보시는건지...

 

 

경찰: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에게 응접실을 빠져나가던 범인의 인상착의를 물으니 빨간머리의 체격이 좋은 남자라고 하더군요. 지금으로서는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입니다.

 

혹 오늘 파블라디스 씨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못마땅하게 여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는 시종이니 결혼식 준비로 바빴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금 놀란듯한 표정 애써 갈무리하고, 침착하게 대답한다.)

 

...잘 모르겠군요. 린튼 가나 인근 주민중에 그 말고 다른 빨간 머리의 체격 좋은 남성은 없다던가요?

 

 

경찰:자세한 것은 조금 더 확인해봐야겠습니다마는....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발레리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디미트리오스를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가문의 존속과 영광을 위해 선택한 결혼인만큼, 로망을 이루리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을 수는 없겠군요.

 

 

죽은 약혼자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아무쪼록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린튼 가 내에서 뭔가 더 살펴볼수 있는게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함이 좋을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말 건넨다.) 린튼 씨, 린튼 부인...

 

 

하지만 발레리가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빤히 당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아무래도 관두는 게 좋겠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말없이 그저 꾸벅, 인사하고 자리를 뜬다.)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설 때면,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저택 한구석의 풀숲인가요?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얗고 거미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집니다.

 

 

대체 뭐였을까요?

 

 

기분 나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오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팔 괜히 문지르며 떠난다.)

 

 

─────── ⯌ ───────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약혼자가.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은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뭐랄까... 정말 희한할 정도로 별 생각이 없네...)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디미트리오스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그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설마, 미미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무리 그래도...미미가 그렇게까지는...

 

 

방에서 잠시 쉬고 있으면, 창밖으로부터 미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메이드들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느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디미트리오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심부름을 다녀왔노라 답하는 것이 시야에 잡힙니다.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쩐지 피곤해보이는 느낌이네요.

 

 

문득 창문 너머로 미미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작은 아가씨 결혼식은 잘 진행됐어요?

 

 

메이드를 보고 하는 말인지, 당신에게 건네는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1층으로 내려가볼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급하게 겉옷 챙겨입고 1층으로 내려간다.)

 

...오늘 하루종일 어디갔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시내에 다녀왔어요, 아가씨. 의상실에 주문이 잘못 들어간 것 같아서요. 저쪽 저택으로 넘어가면 제가 더 못 고쳐드리잖아요…. (여전히 희미하게 웃는 낯.)

 

 

그럼 그렇죠.

 

 

디미트리오스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왜이리 찝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디미트리오스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 그런거라면 됐어. 그냥 오늘 내내 안보이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나 했지. (무어라 더 말하려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별 일은 없었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별일은 아가씨가 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내려다본다. 손 뻗어서 숄의 매듭 고쳐매준다.) 괜찮으세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나는... ...잠깐 둘이서 얘기좀 할 수 있을까? (주변 사용인들 힐끔 눈짓으로 물린다.) 내 방에서. 할 얘기가 있어서. 중요한 얘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곧 올라갈게요. 아까 경찰이 먼저 보자고 했거든요. 저도 알리바이 증언은 해야죠. (손 떼고 시원스럽게 웃는다.) 의상실은 린튼 저택 정반대편에 있는데 말이에요.

 

 

발레리의 집까지 동행했던 경찰이 디미트리오스의 자기 변호에 흥미를 갖는 모양입니다.

 

 

미미는 가진 짐가방을 잠시 두고 보다 확실히 자신에 대해 변호하기 위해 자리를 뜹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 조사 끝나면 곧장 내 방으로 올라와. (경찰과 미미를 번갈아가며 보다가 이내 보내준다.)

 

...미미 짐가방도 내 방으로 올려주겠어? (잠시 물렸던 사용인 한명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사용인이 디미트리오스의 짐가방을 발레리의 방까지 옮겨줍니다.

 

 

곧 따뜻한 차도 내어오네요.

 

 

온 저택이 발레리를 걱정하는 듯합니다.

 

 

정작 그 자신은 덤덤한데도 말이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차 한잔 들기도 전에 사용인 물리고, 미미의 짐가방을 살펴본다.)

 

 

짐가방 안에는 의상실의 영수증과, 심부름과 무관해보이는 신문이 한 장 들어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신문'을 꺼내 살펴본다.)

 

 

⯌　자료조사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행운 / 70 → 66

 

 

행운 4 차감, 성공으로 판정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가장자리가 접힌 페이지에는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습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드네요.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사망, 실종자 명단에 눈에 띄는게 없는지 살펴본다.)

 

 

린튼의 이름이 여러번 관찰됩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 집안은 대체 무슨 마가 끼었길래... (신문 덮어 다시 가방에 넣고, 그제서야 차 한모금 마시기 시작한다.)

 

 

밤이 늦었습니다.

 

 

엉망이 된 결혼식날이 이렇게 저뭅니다.

 

 

그제야 문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네요.

 

 

디미트리오스일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찻잔 내려놓으며) 들어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문고리 돌려 안으로 들어온다.) 저 왔어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서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응. 일단 앉아. (다시 소파에 앉고는, 맞은 편 자리 가리켰다.) ...경찰이 뭐라고 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제가 가장 의심스럽다고 하던데요. 아니라고 말을 해도 안 믿을 거면 왜 물어본담. (농담조가 아주 가시지 않았다. 익숙하게 한 발자국 뒤에 서 있으려다가, 맞은 편에 자리잡았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가만히 네가 하는 말 듣다가, 무어라 운을 떼면 좋을까 입만 달싹이다가 결국 눈 질끈 감고 입 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는 너를 아주 의심하는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무작정 믿을수도 없는 것도 노릇이고. 증거나 정황이 너를 가리키는 것도 맞지만, 너와 비슷한 다른 사람이라는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으니까. (여기까지 말하고는, 한숨쉬듯 숨 작게 내쉬었다.) ...내가 널 부른 건... 그 일에 관해서 묻고싶어서 부른거야. 확실하게 네 입으로... 듣고싶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제가 하퍼 린튼을 정말 죽였는지요? (삐딱하게 앉아있던 등허리가 앞으로 기운다.) 아가씨는 무슨 대답을 듣고 싶으신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 네가 그 사람을 죽였는지. (표정 변화 없이, 오히려 이제는 뜸들이거나 조심스러운 기색 없이 그렇게 되물었다.) 말했잖아. 확실하게 네 입으로 듣고싶다고. 네가 정말 죽였다면 죽였다고 대답하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했으면 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정말 절 못 믿으시네요. 사실 기대하면 안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그게 참 안됩니다. 보상심리 같은 걸까요? (제 관자놀이를 두어번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그냥 묻지 마시고 생각하시고 싶으신대로 하세요. 어차피 제 답변으로 달라질 것은 크게 없잖아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난 그냥 확실하게 하고싶은 것 뿐이야. 네가 아니라고 하면 나는 아니라고 알고 있을거고, 맞다고 하면 그런 걸로 알고 있을거고. (그리곤 이내 작게 한숨쉬더니, 다 식어빠진 차나 들이켰다. 속이 답답했던 탓에.) 왜 달라질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아니라고 부인해도 절 계속 의심하실 테고, 맞다고 해도 절 내치지 못하실 테니까요. (피곤한 듯 눈을 깜빡인다.)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셔츠로 감춰진 미미의 목덜미에 희미한 자국이 있습니다.

 

 

뭘까요? 저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무어라 욱해서 한마디 하려던 찰나, 목에 보이는 희미한 자국 발견하고는) ...너, 그 목덜미에 그건 뭐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추궁에 눈살 찌푸린다. 괜히 제 목덜미 손등으로 쓸어낸다.) 그냥 뭐가 좀 묻은 거겠죠. 시내까지 다녀왔잖아요. (손에 묻어나는 것은 당연히 없다.) 별거 아니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두고 간다고 하셨으니, 그러셔도 괜찮아요. 정말로. (말소리 줄어든다. 함께 시선 멀어졌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별거 아니긴. (벌떡 일어나더니 아예 맞은 편 네 옆자리에 앉는다. 아예 가까이서 보려는 듯 하다가도)

 

...너 내가 지금 그런 이유로 널 추궁한다고 생각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럼요? 달리 무언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난... 정말 네가 죽였다고 한다면, 네가 죽였다는것이 알려지지 않도록 너를 변호할 생각이었고, 네가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네가 범인이 아니라고 변호할 생각이었어. ...너는 단지 내가 너를 의심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네가 하는 말은...그게 뭐든 다 믿을 생각이었으니까.

 

계속 말했잖아. 난 확실하게 네 입으로 듣고싶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럼 죽이지 않은 걸로 할까요. 전 제가 잡혀가든 말든 별 관심 없어요…. 지긋지긋해서. 그냥 아가씨가 실망하시는 게 싫어요. 그냥 그게 정말, 싫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 말 듣고는, 일순 표정변화 없이 그저 빤히 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직후, 눈가와 미간 찌푸리더니 시선 허공에 한 번, 그리고 다시 네 쪽으로 한번 번갈아가며 향했다.) ....내가 정말 실망하는걸 보기 싫으면 그냥 확실하게 말하는게 좋을거야 디미트리오스. 네가 지금 네가 별 관심 없다는 일이 나한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뭐가 그렇게 지긋지긋한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이것도 다 가족처럼 아껴서 하시는 말씀이세요? 그래서 걱정하시나요? 아가씨는 정말 너무하세요…. 언제는 희망고문하기 싫다더니. (희미하게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중요하게 취급하지 마세요. 아가씨께도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제 안위는 제가 알아서 챙겨요, 아가씨.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너야말로 언제는 그렇게... (하루나 겨우 지났을까, 지난 밤에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닌가, 이제 그것도 다 잊으라고 했으니 이제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나. 그렇게 생각하곤, 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 나도 그냥 아무 상관 안하고 신경도 안쓸게. 이제 됐지?

 

...내 용건은 다 끝났어. 더 할말 없으면 이제 가봐도 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쉬세요. (느리게 응시하다가 먼저 시선 뜬다.) 내일은 린튼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했거든요. 취소된 결혼식 이야기를 하려나 보죠.

 

 

문득 허공을 응시하던 미미가 중얼거립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잘 된 일이야.

 

 

혼잣말 끝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그가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나갈때까지 시선 주지 않다가, 네가 나가면 닫힌 문만 보고 한숨만 내쉰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어쩐지 춥기까지 하네요.

 

 

밤잠을 설치고 있으면,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집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쌀쌀함에 겉옷 한번 여미다가, 문틈에 비춰진 빛 보고 문쪽으로 다가간다.) ...? 누구 있어?

 

 

복도는 비어있지만,

 

 

끝에 위치한 미미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아까 발레리의 방을 떠난 것이 한참 전인데,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

 

...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문 작게 몇 번 두드렸다.)

 

 

문을 두드려도 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미미, 나야. (다시 두드려본다.)

 

... (다시 조금 기다리다가, 결국 문고리 잡고 조심스레 방 안에 들어가본다.)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진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디미트리오스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메모지입니다.

 

 

그 밑으로는 수첩이 있네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방에 아무도 엇는 것 확인하고 둘러보다가, 메모지 발견하고 살펴본다.)

 

...이 시간에 대체 어딜 간건지...

 

 

살피면 이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　지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행운 6 차감, 성공 판정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행운 / 66 → 60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신문에 적혀있던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종이 가장 하단에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무슨 의중으로 이 명단을 작성한 걸까요?

 

 

단순히 조사하기 위해서?

 

 

아니면 정말 죽이기라도 하려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심란함에 연신 마른세수 하다가, '수첩'으로 시선 돌린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던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거래...? 무슨 거래를...

 

 

수첩을 닫으려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몸 숙여 '침대 밑'을 살펴본다.)

 

 

미미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허리를 숙여 침대 밑을 확인하려는 찰나…

 

 

벌컥 문이 열립니다.

 

 

디미트리오스입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방으로 들어오다 말고 우뚝 멈춰섰다. 당혹스러움 감추지 못한 낯.)

 

 

미미는 반소매의 잠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팔뚝과 가슴팍에는…….

 

 

온갖 흉터가 가득하네요.

 

 

총상, 칼로 베인 자국, 화상 흉터… 이게 대체 다 무언가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네가 들고 있던 수첩 먼저 뺏어들고 비아냥거린다.) 고매하신 우리 아가씨도 엿보는 취미가 있는 줄 몰랐네요. (어느새 표정 갈무리하고 흉터 가리도록 겉옷 챙겨 걸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비아냥거리지 마. 불이 켜져있는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네가 없어서 그냥...

 

...근데 너 그건 또...뭐야. (겉옷 챙겨입었음에도 흉터 가득하던 팔뚝이나 가슴팍에서 시선 떼지 못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명령하시면 그래야죠. (여전히 어조가 신랄하다. 꼴을 지적하는 말에는 괜히 마른 세수 한 번 했다.) 신경 쓰시지 않기로 합의한 일들이요. 괜찮아요. 그보다 아직 못 주무셨어요? 우유라도 데워올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말 돌리지 말고. (이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대로 네 겉옷 붙잡더니 그대로 들춰냈다.) 그건 지금 네 방에 있는 것들이나 네 모습을 알기 전의 일이었고, 이젠 다시 좀 신경써야 할 거 같거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눈썹 휘어 내려다본다. 흉터 드러나면 곤란한 기색 감추지 못했다.) …그냥 그럴 일이 좀 있어서 그래, 응? 지금 아픈 것도 아니야. (달래는 어조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러니까 그 일에 대해 말해달라고 이러는거잖아. 아까부터 계속. (겉옷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달래는 어조에도 눈은 여전히 네 몸에 남아있는 흉터들만 살필 뿐이었고) ...그냥 좀 말해주면 안돼? 내가...내가 그랬잖아. 나도...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진저리를 치고 기겁해야 할 상황 아니야? 어디서 위험한 일을 하고 굴러먹는 것 같으면, 네 약혼자까지도 내가 쏴죽인 것 같으면. (네 어깨 붙잡고는 애원하듯 부탁한다.) 그냥 그러시면 안돼요? 내 곁에 있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이렇게 여지 따위 주지 말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말을 꼭 그런식으로밖에 못하겠어? 위험한 일을 하고 굴러먹는 것 같으니까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어깨 붙잡은 손 쳐내며, 눈가 잔뜩 찌푸리고 쏘아붙이듯 말한다.) 내가 고작 하루 만난 약혼자 때문에 너 추궁하는 줄 알아?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지금 네가 제일 의심받고 있는 와중에, 네가 이 뭔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까지 하는 것 같아서, 그게 걱정돼서 이러는거잖아. 곁에 없더라도 이 정도는 할 수는 있는거잖아. 아니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럼 내가 뭘 어떻게 이해해야 해? 날 두고 '그' 하루 만난 약혼자를 고른 건 너잖아. 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자격도 없어! (빠르게 쏘아붙이다가 문득 말 멈춘다.)

 

…곧 다 끝나, 리야. 때가 되면 다 말해줄 테니까, 그때엔 딱 한 번만 곁에 있어줘. 응? 만약 마지막 순간이 오면, 그 땐 내 곁에 있어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 빌어먹을 하퍼 린튼은 그저 수단이었다고! 심지어 그마저도 이제 죽어 없지, 고작 수단이었을 사람 때문에 네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게 싫다고! 난 너를 한번도 버린 적 없어. 단지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을 뿐이었지, 그게 너를 버린거나 다름 없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냥...! (결국 언성 높아진다. 거기까지 말하고 머리만 쓸어올리고, 깊게 한숨만 내쉬었다. 어느새 겉옷 붙잡고 있는 손은 놓은 상태다.)

 

...어떤 마지막. 경찰 조사? 아니면 저 수첩에 적혀있는 무언가? ...그냥 내가 지금 알면 안되는 문제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우리 아가씨는, 리야 너는, 진짜 보는 눈이 한결같이 없어…. (중얼거린다. 옷 추스르고 대꾸한다. 잠시 기다려달라니, 그 뒤가 있을 리가 없는데.) 내가 너한테 수단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중에. 알면 성가신 일들이야.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넌 그냥 푹 쉬어. 피곤할 거 아니야, 누가 결혼식을 실컷 망쳐놓고 가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런 말 하지마. 나한테 너는 고작 수단 따위가 아니란말이야. (허전해진 손 연신 꼼지락거린다. 이미 한 번 밀어낸 주제에, 아득바득 놓지 않으려고, 놓지 않았다고 우기는 꼴이 저가 생각하기에도 퍽 꼴사나웠다. 고개 천천히 떨군다.)

 

...그래, 미안. ...이제 가볼게. 너도...피곤할텐데 얼른 쉬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운이 나빴네. 고작 수단 따위에 열등감을 느끼게 되어서. (힘없이 웃는다.)

 

잘 자, 리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너도. (그 말 끝으로 문 밖으로 나갔다. 내내 고개 돌린 채로 있다가 문 닫기 직전, 문 틈새로 힐끔 너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본 디미트리오스의 표정은 어땠던가요?

 

 

고통스러워보이기도, 지나치게 담담해보이기도...

 

 

알 수 없습니다.

 

 

방문을 닫고 나오면서도 생각이 계속 맴돕니다.

 

 

곁.

 

 

내 곁.

 

 

디미트리오스가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뜻을 참 알기 어렵습니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무슨 생각인 걸까요, 미미는.

 

 

─────── ⯌ ───────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안오면 안되나... 같은 생각이나 하고 부엌으로 산다.)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사용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　듣기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메이드:린튼 가 사람들이 가문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후계자였다더라.

 

 

사용인:그럼 뭐야? 그 부부만 남은 거야?

 

 

메이드: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살아있긴 했다는데 전부 죽으면 대가 끊기는 거겠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역시 무슨 마가 낀게 분명해... 조용히 한숨이나 쉬고 '휴게실'로 향한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탁자, 벽난로 안과 벽난로 위를 살필 수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탁자를 살핀다.)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신문을 살핀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이름입니다.

 

 

미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인상 찌푸리며 신문 챙겨들고 벽난로 안에 넣어버린다.)

 

(벽난로 안 살펴본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신문지를 넣자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잇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부지깽이로 건져올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부지꺵이로 조심조심 종잇조각 꺼내본다.)

 

 

종잇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　이성 판정　⯌

 

 

(0/1)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차감 없음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소름끼치네. (다시 벽난로 안에 넣어버린다.)

 

 

타닥타닥...

 

 

마저 태웁시다... 으. 소름끼치네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벽난로 위를 살펴본다.)

 

 

벽난로 위에 삐죽 튀어나온 지도를 발견합니다.

 

 

각 지역에 붉은 펜으로 필기를 해두었습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스러시크로스 호텔에 머무름.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암호...? (내가 아는 글자인가? 알아볼수 있는 방식인지 빤히 본다...)

 

 

⯌　교육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암호를 해독해냅니다.

 

 

옛날에 가정교사에게 암호학을 배운 적이 있었죠.

 

 

그러니까… 해독하자면…….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그 수업을 들을 때 미미도 동행했던가요?

 

 

이 필체는 디미트리오스의 것입니다.

 

 

그 끔찍하던 악필을 고쳐낸, 미묘하게 발레리의 것을 닮은 필체.

 

 

알아보지 못할 리 없죠.

 

 

…….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도대체 이걸 왜 적어둔 거죠?

 

 

뭘 위해? 그들이 지내는 지역은 왜 알아내는 거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대체 뭐하는 집안이길래 이렇게... (제자리에 두고, 뒷마당으로 나간다.)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미미가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좀 주무셨어요, 아가씨.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냥저냥. 너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저도 그냥요. (어깨 으쓱인다. 꽃에 물 주던 것 멈추고 물뿌리개 내려둔다.)

 

 

정원에는 

히스꽃

에리카

가 가득 피어있습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꽃다발을 만들어드릴까 봐요. 손님들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이 꽃으로? (힐끔 가득 피어있는 에리카 한번 훑어보다가) 후계자를 하루아침에 잃은 부부에게 보내기엔 꽃말이 영 아니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딱히 그렇게 신경쓰이거나 꺼리는 기색은 아니다. 그냥, 그런 것 아니냐는 실없는 소리였다. 말이나 한마디 더 붙여보기 위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래요? 그래서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성격 나쁜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한다. 계속 평이한 어조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못됐어, 미미 파블라디스. (여전히 가벼운 투다.) 린튼 부부가 화내면서 너한테 보복이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내가 더 빠를걸. (버석한 웃음이 섞인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힐끔 얼굴 보다가) 존댓말 말고 반말로 하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이상하네. 내가 말 놓는 걸 더 좋아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응. 네가 존댓말 하면 마음이 불편해. 꼭 멀어지는 것 같아서.

 

그리고 말했잖아. 난 네가 주제넘게 구는 게 좋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하하. 건조하게 웃는다. 그 주제란 것 참 파악하기 어렵다. 어디까진 네가 좋아해주는지, 어디까지 넘보면 되는 것인지.) 그래,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줘.

 

 

디미트리오스는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말없이 한참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

 

 

무슨 뜻이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떠나?

 

...왜? 네가 여길 왜 떠나. 권총은 왜? ...이것도 네가 말한 그 끝이나 마지막...뭐 그런거야?

 

 

발레리의 의문에도 더 의미 모를 문장만 덧붙일 뿐입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아직 마지막이면 곤란한데. 떠나긴 할걸. 꼭 방아쇠를 당겨줘야 해.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나 네가 뭘 생각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네가 바라는거라면 뭐든 해주고 싶긴 하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꼭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이럴 때까지 꼼꼼하게 굴긴. (키득거리며 꽃다발로 만들 에리카 챙겨 품에 안는다.) 너한테 해가 될 일은 안 해. 알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나 말고 너는. 너한테 해가 될 일은 아닌거지? 그런거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어. 나한테도 별 문제 없어. 정말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나 그 말 믿을게. 그러니까... 정말 별 문제 없어야 할거야. ...알았지? 여전히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네가 하는 말이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걱정 말래도.

 

 

바깥이 부산스럽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미미조차도 바쁘게 제 할일을 찾아 떠나고,

 

 

사용인이 찾아와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떠나는 뒷모습 지켜보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 소리가 울립니다.

 

 

명백한 총성, 근원지는 현관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현관으로 걸음 돌린다.)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디미트리오스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미미를 응시합니다.

 

 

그의 손에는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　이성 판정　⯌

 

 

(1/1d2)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1 차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이성 / 59 → 58

 

 

피가 튄 뺨을 든 디미트리오스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숨을 뱉은 그가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중얼거림.

 

 

주변을 신경쓰지도 않고, 당신이 바라던대로 우습지도 않은 존대 같은 것은 내려둡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리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디미트리오스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디미트리오스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습니다.

 

 

그 눈이 간절하던가요? 아니면 절박했던가?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그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범인을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눈이 마주친 미미가 입을 벙긋댑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

 

 

마침내 연행되는 디미트리오스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디미트리오스가 살인범이라니.

 

 

어떻게 할까요, 리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권총...권총... (놀란 숨 고르며 애써 진정하고, 주변 살피다가 서둘러 미미의 방으로 향한다.)

 

 

디미트리오스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상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권총 꺼내고, 숨겨져있던 상자도 꺼내 열어본다.)

 

 

상자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숫자 6을 입력한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드는 낡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이건 또뭐지... (조심스럽게 낡은 책 펼친다.)

 

 

책을 펼치면 가장 앞장에 스러시크로스 호텔의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네요.

 

 

책을 넘기다 보면 숱하게 드나든 듯, 쉽게 펼쳐지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손자국으로 너덜너덜하네요.

 

 

-Click

 

 

문득 디미트리오스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방아쇠를 당겨주길 바란다고 했던가요.

 

 

설마 시간이라도 돌리려고 하는 걸까요.

 

 

그의 몸에 가득했던 흉터들 또한 떠오릅니다.

 

 

만일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설마.

 

 

⯌　이성 판정　⯌

 

 

(1/1d3)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rolling 1d3

 

(

2

 

)

 

 

=

2

 

 

이성 2 차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이성 / 58 → 56

 

 

다급한 손길로 몇페이지를 더 넘기다 보면,

 

 

손길을 타지 않아 깨끗한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장이 있습니다.

 

 

미미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 비교적 깨끗한 페이지네요.

 

 

⯌　자료조사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Click

 

 

대상의 조건에는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미미의 필체로 ‘불가능할듯. 역시 시간을 돌리는 쪽이….’라는 글이 그 밑에 작게 적혀 있네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다른 페이지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지 살펴본다.)

 

 

모독적인 주문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궁금하면 습득할 수야 있겠지만…

 

 

머리가 아플 것 같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얼굴 찌푸린 채로 책 덮고, 다시 상자에 넣어 원래 있었던 곳에 돌려놓는다.)

 

...맞다, 총...총 챙겨야지. (아까 꺼내둔 총 옷 안쪽에 잘 넣어 챙긴다.)

 

 

책을 상자에 잘 넣어두고, 리볼버를 챙깁니다.

 

 

옷 안쪽이 묵직하네요.

 

 

유치장으로 향할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서둘러 사용인 몇몇 부르더니, 유치장으로 갈 준비한다.)

 

 

─────── ⯌ ───────

 

 

마차를 타고 디미트리오스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발레리가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총은 가져왔어? (희미하게 웃는 낯.)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응. 일단은. (형용할수 없는 낯으로 옷 안쪽 힐끔 보고는) ...겸사겸사 같이 있던 책도 봤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거 내가 잠가두지 않았던가? (눈썹 들어올리고 쳐다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런거 푸는 거 나한테 일도 아니야.

 

...이제 좀, 나한테 제대로 설명해줄 생각이 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모시는 아가씨가 너무 똑똑해도 탈이네. (혀 내두르는 시늉이나 한다. 구속된 팔이 뻐근해서 목 돌린다.) 그거 봤으면, 음. 그게 다야. 시간을 좀 돌려봤어. 이게 그 해야할 일이었고…. 그러다 보니 흉터가 좀 생겼지.

 

 

시간을 몇 번이나 돌려 모조리 죽였노라고.

 

 

그렇게 말하는 디미트리오스는 시원스럽게 웃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왜? 무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몰라, 그냥 훼까닥 돌았나 보지. 너무 질투가 났거나…. 어쨌든 이제 곧 끝이야.

 

 

미쳐버린 남자라기에는 지나치게 환한 낯,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얼마 남지 않았어.

 

 

그 얼굴로 끌려가면서 중얼거렸던 그 한 마디를 연신 반복합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얼마 남지 않았어. 이게 마지막이야, 리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내가 발레리 엘라 린튼이 된다는게?

 

이게 마지막이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건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마지막 기회를 전부 소모하는 거지. 여기 갇혀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부탁이라고 했잖아. 방아쇠를 당겨달라고. 가능하면 네 손에 죽고 싶어….

 

응?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마지막 네 음절에 힘주어 발음한다. 답하지 않고서도, 의문에 긍정하려는 양....)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너 지금 나한테 뭘 부탁하는거야. (옷 안쪽의 묵직한 감각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무것도 챙겨오지 않았을 것을, 꼼꼼한 성미가 아예 쓸데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그러지 않겠다고 한다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언제는 부탁 들어준다더니. (혀 차는 소리 낸다.) 뭐가 널 망설이게 하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너를 죽인다는 행위 그 자체에. 그리고 그 마지막 기회라는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죽는 건 익숙해. 총에 맞는 쪽이면 더 그렇고. 보상심리라고 했잖아. ...정말 싫어?

 

 

못내 다정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말도 안 되는군요.

 

 

다정함이라니.

 

 

다정할 수가 있다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날 죽여줘, 리야. 제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입 꾹 다문 채로 잠시 네 얼굴만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옷 안쪽에 넣어둔, 묵직한 감각의 원인을 천천히 꺼내들었다.) ...내가 지금 네 부탁을 들어주는건, 지금 이 선택이 너한테도 별 문제가 없다는 네 말을 믿어서야. 그러니까...(그러곤 떨리는 손으로 네 쪽으로 총 겨누었다.) ...그 말이 사실이어야 할거야. 그게 아니라면 정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걱정 마, 정말 별 문제 없으니까. (대꾸한다. 달가운 낯, 간만에 들뜬 얼굴이다. 그러니까 정말이지 보상심리에 따른 행동이다. 하등 필요없는 절차임에도 기어이 사랑하는 여자 손에 죽고 싶어서. 네게 상처를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정말 어떻게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리곤 여전히 망설이는듯 흔들리는 눈으로 네게 시선 떼지 못하다가) ...부디 네 말이 사실이길 바라. (그 말을 끝으로, 벌벌 떠는 손으로 힘겹게 방아쇠를 당겼다. 당기는 순간, 당연하게도 눈을 질끈 감았다.)

 

 

디미트리오스가 기꺼운 표정으로 눈을 감습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한 표정.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깁니다.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친애하는 미미의 심장을 관통하고…….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눈꺼풀 아래에 남습니다.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암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마력 / 2 → 1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이성 / 35 → 30

 

 

─────── ⯌ ───────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겁니다!

 

 

잠깐, 디미트리오스는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건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미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설렁줄 당기며 아무 사용인이나 부른다.)

 

 

메이드:부르셨어요, 아가씨?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미미...디미트리오스는 지금 어딨어?

 

 

메이드:미미는 방금 떠났는데, 아가씨께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떠났다고요?

 

 

도대체 어디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떠나? ...어디, 어디로 떠난다고 했었지?

 

 

메이드: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어디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 고마워. ...그리고 나갈 준비를 해야하니까, 좀 준비해주지 않을래? 좀 급하니까 서둘러서. 응?

 

 

메이드:네, 마차를 부를게요. 그런데 어디로 가세요?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죠?

 

 

디미트리오스의 방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건...그건 잠시만. 이따가 따로 말할게...

 

(적당히 나갈 준비 마치고, 나가기 전 미미의 방으로 간다.)

 

 

디미트리오스의 방으로 뛰어가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 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미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책상 위에는 편지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서랍 하나가 조금 열려있네요.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책상 위의 편지를 집어들고 내용을 살펴본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Click

 

 

나는 네가 필요했어.

 

 

나는 너만 필요했어.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미간 찌푸린채로 입 앙다물고는, 다시 책상 위에 돌려놓고 '서랍'을 살펴본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무언가의 명단이 있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명단을 살펴본다.)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이 명단,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나요?

 

 

신문에서 본 실종, 사망자 명단….

 

 

그러니까 디미트리오스가 죽인,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뒷장에는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여가려 한 내용.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어쩌면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입니다.

 

 

⯌　이성 판정　⯌

 

 

(1d2/1d4)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rolling 1d4

 

(

3

 

)

 

 

=

3

 

 

이성 3 차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이성 / 56 → 53

 

 

이걸 보고 디미트리오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지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행운 1 차감, 성공 판정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행운 / 60 → 59

 

 

디미트리오스의 메모들을 떠올립니다.

 

 

스러시크로스 호텔.

 

 

마지막 남은 린튼 가의 친척이 머무는 장소였죠.

 

 

그래,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입니다.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도로 제자리에 넣어둔 뒤, 밖으로 나가 마부에게 말한다.) 스러시크로스 호텔로, 최대한 빨리.

 

 

─────── ⯌ ───────

 

 

당신은 지도를 들고 디미트리오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기차를 잡아 타고 움직이는 당신을 줄리아가 만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이미 결단한지 오래입니다.

 

 

디미트리오스가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호텔 안쪽으로 발을 디디면 미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데스크 직원에게 다가가더니) ...혹시 붉은 머리에 체격이 좋은 남자 한명이 여기 오지 않았던가요? 제 가족인데,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　대인기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말재주

기준치:	75/37/15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호텔 직원A:며칠 전부터 여기 머무르던 사람을 말하는 거라면, 네. 그런데 조회하려면 이름이나 객실 번호가 필요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 이름. 이름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라고 해요.

 

 

호텔 직원A:603호에서 머무르시는 분 맞네요. 바깥으로 유독 자주 나다니시던데. 근래 밖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지라 다들 외출을 꺼리는 마당에 왜 굳이 위험할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요즘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나요? 제가 오늘 막 타지에서 왔더니 이곳 상황을 잘 몰라서...

 

 

호텔 직원A:그런 소문이 돌아요. 좀 뒤숭숭한 느낌이….

 

 

⯌　듣기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　듣기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지나가던 호텔 직원과 부딪힙니다.

 

 

크게 밀려나 손을 찧습니다.

 

 

꽤 아프네요, 이거...

 

 

체력 1 차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아야...

 

 

호텔 직원B:죄송, 죄송해요!

 

 

급하게 사과하는 직원은 바쁜지 제정신이 아닙니다.

 

 

호텔 직원A:매번 그렇게 정신이 없어서 어떡해?

 

 

호텔 직원B:죄송해요!! 린튼 가문에서 또 룸서비스를 시키셔서....

 

 

호텔 직원A:또 거기야? 빨리 올라가봐. (혀 차는 소리 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체력 / 11 → 10

 

...린튼 가문도 여기 묵고있나보네요. 아, 별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좀 있어서요.(슬쩍 떠보나.)

 

 

호텔 직원A:예, 9층에. 워낙 룸서비스를 많이 시키셔서요. 가족 분과는 정반대죠. 거의 안 나가신다니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어머...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걸까요. 관광이라도 하러 온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보네요.

 

 

호텔 직원A:그러게 말입니다. 높으신 분들 무슨 생각이신지 저희야 모르죠. 아, 엘리베이터 잡아드릴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 말엔 저도 동감이랍니다. (고개 끄덕인다.) 네, 부탁드릴게요.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잡아줍니다.

 

 

몇 층으로 갈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6층으로 부탁드립니다.

 

 

603호실 앞으로 갑니다.

 

 

문은 잠겨있고, 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은 없네요.

 

 

밖에 많이 나돌아다닌다더니, 부재 중인 걸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하... (다시 데스크로 내려가, 아까 그 직원을 찾아본다.)

 

 

호텔 직원A:어, 고객님. 올라가신 것 아니셨나요? 무슨 일이세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제 가족이 방에 없어서요. 방에 없는걸 보니 린튼 가문 사람들을 만나러 간 것 같은데, 린튼 가문 사람들이 머무는 방이 몇호인지 알 수 있을까요?

 

 

호텔 직원A:아, 린튼 가문과도 친분이 그렇게 깊으셨어요? (뒤늦게 제 싼 입을 점검해보나...) 901호입니다, 그분들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럼요. 제법 각별했답니다. (호수 확인하고 정중히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직원한테 부탁할 새 없이, 다시 엘리베이터 잡고 9층 버튼 누른다.)

 

 

901호실로 올라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미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이전보다 더 상처가 늘어나고,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를 거즈와 반창고까지 붙인 피곤한 얼굴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살인을 지나온 걸까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얼굴 찡그린다. 무어라 입을 달싹이려다가 주변 급하게 둘러보고선 손목 붙잡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다만 안부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겠군요.

 

 

총성에 사람들이 몰릴 조짐이 보이거든요.

 

 

자리를 뜨는 게 좋겠습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사람들 더 몰리기 전에 얼른 방으로 돌아가. 얼른.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필요한 짐은 전부 챙겼어. 이대로 뜰 거야.

 

 

디미트리오스가 복도 끝의 비상구를 향해 턱짓합니다.

 

 

확실히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인파를 피해 도망칠 수 있겠군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럼 얼른 가. 바로 집으로 돌아갈거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혹여 피 같은게 튀지는 않았는지 더듬더듬 살펴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넌? 같이 안 돌아갈 거야? (잠시 입 달싹인다. 잡아끌던 손 멈춘다.) 날 찾으러 온 게 아니었으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당연히 너 찾으러 온거야, 이 바보야.

 

...여기 오는 길에 직원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해서, 갑자기 사라지면 의심 받을 것 같아서 그래. ...뭐라도 말이라도 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이게 맞나? 모르겠다. 다급한 와중에 조금 정신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생각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기차역에서 기다릴게. (전부 이해하지 못했으나, 고개 끄덕인다. 다급히 비상구 방향으로 몸 돌린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래, 기차역에서 봐. 몸 조심해. (네가 몸 틀기 직전, 손으로 네 뺨 더듬거리듯 한번 문질렀다.) ...들키지 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입꼬리 희미하게 들어올린다. 그리고 단절.)

 

 

발레리는 조심스럽게 호텔 데스크로 내려갑니다.

 

 

미미가 잘 빠져나갔을지 걱정되긴 하지만, 분명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9층, 9층에서 총성이 들렸어요. (부러 더 다급한 투로 데스크 직원에게 다가간다.)

 

 

호텔 직원A:(안 그래도 소식을 들었는지 정신이 없어보이는 낯이다.) 고객님은 안 다치셨습니까? 이런, 가족 분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전 괜찮아요. 제 가족은... 없었어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제가 갔을 땐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총성이 들렸고요.

 

 

호텔 직원A:자세한 사항은 저희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일단 고객님께서는 안전하게 저희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호텔 밖으로 대피해주시면......

 

 

잘된 일입니다. 대피한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가, 슬쩍 자리를 비우면 되겠어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감사합니다... 그럼... (끝까지 인사하는것 잊지 않고, 호텔 밖으로 걸음 옮긴다.)

 

 

긴장해서 들뜬 숨을 가라앉히고,

 

 

주위 상황을 살펴 마차를 부릅니다.

 

 

목적지는 정해져있겠군요.

 

 

기차역까지는 금방입니다.

 

 

이만 집에 돌아갈 시간이에요.

 

 

둘이서, 드디어 함께!

 

 

─────── ⯌ ───────

 

 

기차 안에서 오랜만에 마주앉은 디미트리오스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시원스러운 얼굴입니다.

 

 

하지만 그의 품은 흉터로 가득하고,

 

 

살해를 거듭한 손에는 굳은 살이 박혀있겠죠.

 

 

좌석 옆에는 신문이 놓여있고, 두 무릎이 서로 맞닿습니다.

 

 

이런 장면을 언젠가는 상상이나 했던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일단 이것부터 물어볼게.

 

이제 다 끝난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창 밖에 두었던 시선이 네게로 돌아온다.) 끝났지. 이제 린튼 이름 단 작자들은 없으니까. 질투가 조금 길었어. (가볍게 갈무리한다.) ...아직도 내칠 생각이 안 들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질투 때문에 이런 어마무시한 일을 벌일 줄은 몰랐네, 정말. (내칠 생각 안드냐는 말에는 시선 고정하고는) ...네가 나 때문에 그런 일까지 했는데, 내가 너를 내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끝까지 몰랐으면 몰라, 이젠 나한테도 있잖아. 그럴 책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우리 아가씨 참 자비로우시다니까. 살인범한테도 자꾸 애정을 주시네. (눈썹 까딱인다.) 너한테 무슨 책임이 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말했잖아. 네가 왜 그런 일까지 하게 된 이유를 이제는 내가 알았으니까... ...넌 내가 널 내쳤으면 좋겠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이유는 무슨, 그냥 시기한 거야. 내가 못 가지는 네 곁 귀족들이 정략혼이라는 이름으로 갖는 게 싫어서. (내빼는 말 이후에 틈.) 아니. 조금만 더 옆에 있어줘. ...정말 잠깐이면 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아닌 것 같은데. 눈썹 한번 까딱이고 빤히 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네 옆자리에 자리잡는다.) ...그래, 네 말대로 잠깐, 조금만 더 있을게. 네 옆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돌아가면 정원에 가고 싶어. 거기서 네 방이 보이잖아.

 

물론 넌 추위를 잘 타니까 대부분 커튼이 닫혀 있긴 하지만, 히스꽃이 가득 핀 꽃밭에서 그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널 보러가는 기분이었거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정원에서 올려다보지 않아도 방문만 두드리면 언제는 만날 수 있었는데.

 

...역시, 돌아가면 정원에 있는 꽃을 다 바꿔야겠어. 히스꽃도 예쁘긴 하지만...꽃말이 마음에 안드는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그래서 이번엔 같이 가달라고 조르려고. (희미하게 웃는다.) 무얼로 바꾸려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흰 제비꽃. 예쁘고, 꽃말도 좋잖아. 히스꽃이랑 다르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예쁘겠네. 너랑 어울리고.

 

 

대화가 소강되면 미미는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한참동안 깊은 잠에 빠집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이에요.

 

 

⯌　관찰력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쩐지 디미트리오스의 몸이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달빛 탓인가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슬그머니 손 뻗어 자고있는 미미 뺨 톡, 건드린다.)

 

 

이렇게나 잘 만져지는데 말이죠.

 

 

이상한 일입니다.

 

 

미미는 깨지 않고 깊게 잠들어 있습니다.

 

 

─────── ⯌ ───────

 

 

어느새 기차 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뒤에는,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갑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디미트리오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봐. (창문 쪽 가리킨다.) 네 방 잘 보인다고 했지.

 

 

웃으며 하는 말에 미묘하게 힘이 없습니다.

 

 

이내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가리킨 창문 볼 새도 없이, 주저앉은 모습 보고 흠칫 놀라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피곤...피곤해서 그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와, 진짜 힘드네. 하하. (건조하게 웃는다.) 그것도 있고, 그냥 끝날 때가 다 됐나 봐.

 

 

다시 한 번, 달빛 아래 비춰지는 미미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제 몸을 살핀 디미트리오스가 느릿하게 말합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결혼 같은 거 안 했으면 좋았잖아.

 

그러게 내가 하지 말라 그랬잖아…….

 

 

다정한 목소리입니다.

 

 

이제 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모를 이야기들입니다.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저 평온한 얼굴입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응, 이제 안할게. 이제 안할거야. 정말이야. (흐릿해진 몸 다급하게 더듬으며 조금 횡설수설 정신없이 대답하곤.) ...별 일 없을거라면서. 별 일 없을거라고 했잖아. 응? 그런데 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언제든 여섯 번은 채울 거였으니까. 덕분에 다 해결할 수 있기도 했고. 시간을 돌리는 거... 그거, 목숨을 걸라더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러겠다고 했고.

 

마지막 순간에는 내 곁에 있어달라고 했잖아. 그건 이뤘으니까, 그냥 그것만으로도 좋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뭐가 어려운 일이 아니야...! ...미안해, 미안해 내가 그냥... 나는 네 이런 모습을 보려고 결혼이고 뭐고...그런 선택을 한게 아니란 말이야... (답지않게 목소리 높아진다. 여전히 횡설수설.) ...난 그냥, 그냥... 그러는게 너한테도 나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너한테도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웃기지 마. 난...이 모든게 다 끝나면... 영영 네 곁에 있을 생각이었어. 이번에야말로, 멀리 가지 않고 그냥... 말 그대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두 눈에서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아냐, 정말로 할만했어. 네가 매번 결혼 준비하는 걸 보는 건 좀 힘들었지마는. (와중에도 건조하게 농담한다.) 그래도 듣기에는 좋네.

 

울지 말고, 네가 울면 어떡해. 너 그러지 말라고 다 한 일인데. (손 뻗어서 네 뺨 문지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니야. 진심이야... 정말...

 

사랑해, 디미트리오스. 널 사랑해서 그랬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혹시 죽기 전이라고 하는 이야기면 그냥 즐기고.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긴 한데. (조심스럽게 눈물 닦아내고 은색 눈 쳐다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거짓말 아니야.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눈물 닦아주는 손에 조금 기대듯 고개 기울였다. 이내 천천히 눈 내리감았다. 눈에 고였던 눈물 모두 허공으로 떨어지면, 다시 천천히 눈 뜬다. 뺨에 닿은 손 천천히 떨어뜨리고는)

 

...내가 말했지, 나도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고. (이내 네가 가져온 짐가방 뒤적이더니, 총 꺼내들고 조심스레 네게 겨누었다.) 그러니까... 이런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이내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눈 질끈 감는 일 없이, 끝까지 네게서 시선 떼지 않았다.)

 

:사랑해, 디미트리오스.

 

(수명교환 주문 사용)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손을 적시는 상대방의 눈물이 죄 거짓처럼 느껴진다. 내 탓에 네가 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어쩌면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남자라니 정말이지 최악이지…. 네가 제 손을 떨어트려 내려두는 것과, 제 가방을 확인하는 것, 리볼버를 꺼내는 것까지 고장난 필름에서 느리게 재생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끝이 도래할 때가 되어선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총구가 제게 겨눠질 때까지도 상황 파악이 느리다. 네 손에 죽는 것은 저번에도 이번에도 달갑고, 여한이 없으나 뒤늦게 기이한 주문들을 습득한 것은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찰나, 총성이 귓가에 울린다. 혹은 심장에 꽂히거나.)

 

 

⯌　1D3 판정　⯌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rolling 1d3

 

(

2

 

)

 

 

=

2

 

 

마력 7, 이성 2 차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마력 / 12 → 5

 

이성 / 53 → 51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너한테도 나한테도 별 문제 없을 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제발, 아가씨. 제발… 리야.

 

 

당신은 주문을 사용합니다.

 

 

세계는 디미트리오스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세상은 이제 안전할 것입니다.

 

 

당신도요.

 

 

당신조차.

 

 

이 모든 숭고한 여정의 시작은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이러한 결말을 가져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그로부터 당신을 빼앗습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사랑해. 제발, 그러니까….

 

 

애타는 소리가 허공을 할큅니다.

 

 

당신이 없으면 안 됐던,

 

 

오로지 당신만을 필요로 했던 미미에게 생이라는 잔인한 시간을 쥐여주고

 

 

당신을 빼앗는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것을 죄악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어떻단 말인가요?

 

 

이토록 기형적인 맹목과 헌신,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나요?

 

 

방아쇠를,

 

 

당기면.

 

 

기꺼운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누군가의 흐느낌 소리.

 

 

그리고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째깍.

 

 

KPC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생환

 

 

PC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로스트

 

 

END 3 폭풍의 언덕

 

 

플레이타임:
2024.10.13 14:05 ~ 2024.10.14 02:43 (쉬는시간 1시간)
2024.10.14 16:05 ~ 2024.10.14 16:30 

총 12.0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