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커라이어

 

1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너 신입생 맞지? 다이애나 앨리에서 얼굴 본 것 같은데! (다이애건 앨리다.) 숙제 같이하자!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1

그래, 기억나. 우리 그린요거트 은행 쪽에서 지나치지 않았나? (대차게 틀려먹고.) 같이 하는 거 좋지. 남아있는 거 있어? (손가락으로 양피지 팡 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그린요거트? 아! 도깨비들 있던 곳! 맞아, 그랬지. 맛있어 보이는 이름이었어. 넌 그때 누구랑 왔던 거야? (이상함을 티끌도 느끼지 못하고 박수친다.) 장래희망 란. 그런데 보통 열한 살이 장래희망을 갖고 있나?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1

...넌...그러니까... (아주 약한 죄책감.) 디미트리오스는 정말 사람을 잘 믿는군. 상냥해서 그런가. 뭔가 사러갈 때 꼭 이야기해, 같이 가자. (네 어깨 두드리고 엄지 척.) 난 혼자 돌아다녔어. 어머니가 요즘 외출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셔서. 넌 가족들이랑 같이 갔었나? (눈 동그랗게 뜨고 깜박.) 아니, 열한 살은 꿈을 가지고 있는 나이 아니야? 난 커서 피아노 치고 싶은데. 아직 되고 싶은 걸 찾는 중인가 보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원인은 모르겠지만, 뭔갈 같이 하잔 소릴 들으니 일단 달갑다. 씨익 웃고선 같이 엄지 척 들어 올린다.) 그래도 그렇지, 혼자 다니게 해주신다고? 어쩌면 네가 키가 커서 그런가 봐. 소피아는 내가 혼자 다이애건 앨리에 가겠다고 하면 호통을 칠 거야. 하지만 그건 정말 불합리한 일이지…. 우리가 벌써 열하나란 걸 고려하면. ("난 교수님이 데려다 주셨어." 뒤늦게 덧붙인다.)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아직 하나로 줄일 순 없어. 그런 의미에서 넌 운이 좋았네. 피아노 잘 쳐?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1

그럴 수도. 대신 나가기 전에 몇 번이나 길을 외우게 시키면서, 약도를 손에 쥐어주셨어. 그 덕에 아주 늦은 밤이었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 (아련해진다.) 소피아가 누구야, 네 누나? 호그와트에 다니는 다른 형제가 있어? (격식이 없는 걸 보니 형제일까 고민한다.) 교수님? 입학 전부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군. 너도 길을 잃었나 봐. (눈 깜박.) 음, 가끔 성당에서 치고 있어. 건반을 누르다 보면 꽤 즐겁더라고. ...아니, 이거 말하다 보니 부끄럽다, 조금... (슬그머니 시선 피한다.) 꿈이 많다는 건 좋은 거지. 그 중 디미트리오스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궁금하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집에 돌아오는 게 어려운 일인 것처럼 말을 하네. 너희 집 외진 곳에 있어? (어깨 으쓱인다.) 소피아는 우리 할머니! 하지만 소피아도, 부모님도 날 데려다 주기엔 좀 바빠서… 교수님 손을 하루만 빌렸지! 길을 잃었던 건 아니야, 누가 열한 살이나 먹고 길을 잃지? (악의없다. 정말로…. 성당 이야기에는 반가워하며 십자성호를 긋는다.) 아니 왜?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는 건 항상 즐거운데!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예를 들어 나는,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긴 해도, 장난감이 진짜 좋거든! 장난감 가게 사장도 좋지, 영국 총리도 좋고, 그런데 마법 정부는 따로 있댔으니까… 역시 하나 고르자면 마법부 장관이어야 할까? 참, 이름보단 미미라고 불러. 그게 더 귀엽잖아.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1

집이 복잡한 골목에 있는 것도 맞고, 내가 길을 잘 잃어버리는 체질인 것도 맞고. (가볍게 긍정.) ...아니, 할머니를 존칭없이 부르면 어, 어떡해. 나는 네 누나인 줄 알았단 말이다... 가족끼리 사이가 좋다고 해야 하냐, 이걸... 그렇게 불러도 혼 안 나? (당황해서 말 더듬는다.) 열한 살이 길을 좀 잃을 수도 있지, 거참! 너무한 사람이네 이거. (발을 뻗어 네 다리 툭 치려다, 성호를 긋는 모습을 보고 그만둔다.) 너도 어린양인가? 학교에 어린양들이 참 많군. (묵주를 만지작거리다가, '마법 정부는 따로 있댔으니까...' 대목을 듣고 짐작한다. 순수혈통은 아니겠구나.) 어린애답게 꿈이 많네. 미미는 졸업 후에도 마법사 사회에 머무르기로 이미 정했나봐. 아직 정하기는 이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여기 남아있을 생각인가? 참, 너도 편하게 불러. 내 이름도 기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길을 잘 잃어버리는 열한살 재키. 그래, 너도 조금은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야지. 역시 사람은 겉보기가 다가 아니라니까? (괜히 위아래로 놀리듯 훑어본다.) 소피아는 신경 안 쓸걸? 19세기 사람답지 않게 신세대거든. 너도 만나면 좋아하게 될 거야. (어쩐지 으스대는 투로 말한다.) 영국 애들이 흔히 그러듯 성공회는 아니지만. 그것도 꽤 신기했어! 마법사들은 종교 같은 거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것도 편견인가? 아무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 난 그냥 너무 당연하게… 내가 둘 다에 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7년씩이나 마법을 배웠는데 안 써먹고 사는 것도 아깝지 않아? 넌 이거 다 관두려고?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1

그럼 그 동안은 어린애로 안 보였다는 거냐? 뭐, 나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바보. 안경도 그래서 쓴 거라고. (팔꿈치로 약하게 툭 친다.) 기회가 되면 미미 집에 한 번 놀러가고 싶은데. 물론 내가 양가 모두에게 허락을 받는다면 말야. 너희 할머니는 뭘 좋아하셔? 초콜릿은 네가 싫어했던가. (머핀도 안 먹었던 것 같은데, 회상한다.) 글쎄, 나는 몰라도 우리 어머니는 꽤 독실하시니까. 그런 걸 보면 마법의 유무에만 차이가 있을 뿐 전부 똑같다는 생각을 해.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넌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사람 같으니 가능할 거 같아. 머글 세계에도 친구 많지? 방학이 되면 길을 잘 잃어버리는 재키 같은 건 잊어버릴 만큼? (이런다.) 물론 아직 1학년이니 고민 중이지만... 일단 피아노 치는 데 마법이 쓰일 것 같진 않고. 어머니도 그냥 돌아오시는 걸 원하는 것 같고.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는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착한 아들이라서. (웃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왜? 안경을 쓰면 좀 인상이 유해 보여서? 그럼 눈은 사실 나쁘지 않은 거야? 별로 효과 없는 것 같은데! (마지막 말엔 악의가 없다…. 진짜로.) 우리 집은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니까, 너희 엄마 허락만 받으면 돼. 뭣하면 나도 신실한 친구라고 소개하는 건 어때? 직접 만나지만 않으면 속으실지도 몰라. 독실한 교인이시면 거기에 보너스 포인트를 주실지도 모르잖아. 방학 때도 자꾸 만나야 안 잊어버리지! 난 기억력이 좋은 편이지만… 내게 시간을 좀 투자해 봐. 친구 슬롯 윗자리로 보답할게. (이런다.) 와우, 진짜? 착한 아들이 되는 건 좋지만 역시 좀 아깝다! 그럼 머글 쪽 학교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호그와트 졸업장이 적당히 위장되려나?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1

(잠깐 망설이다 목소리를 낮춘다.) 맞아, 사실 눈은 별로 안 나빠. 어머니가 꼭 쓰고 다니라고 해서 쓴 거지. 잠깐, 소용없다고? 큰 차이 없어? 어때, 미미. (조금 충격받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안경 벗어보인다. 한 손에 안경 달랑달랑 든 채로 말을 이어나가고.) 호오... 그러면 보내주실지도 몰라. 미미, 머리가 좋네. 방학 때 시간 미리 비워둬, 편지할게. (솔직히 감탄한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미미의 '래번클로에서 가장 사이좋은 친구' 자리 정도는 내줬으면 해. 똑같은 거로 답할게. 지금은 몇 번째야? 10번째는 되나? (물론 농조.) 아깝긴 하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더 걱정시키고 싶지 않고. 어차피 내가 사는 곳에서는 힐즈네 외동아들이 기숙사제 학교를 갔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퍼져있을 테니 괜찮을 거야. 학력이 중요한 곳도 아니니 당장은, 발목을 잡진 않을 거다. ('정말 피아노를 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정도를 덧붙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오, 좀 차이가 있긴 하네. 그래도 난 벗은 쪽이 좋은데? 내가 요즘 청록색에 빠져있거든…. (분명히 기숙사 탓이다, 그거. 여하간 쾌활하게 대답한다.) 비마법사 우편으로 보낼 건지 부엉이 우편을 사용할 건지는 미리 말해줘. 후자라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하거든. 너 오는 시간 맞춰서 브로콜리 수프라도 끓여야 하고. (농담인데 왜 진담 같을까. 입꼬리가 도통 내려갈 생각 없다. “아무쪼록 먹고 마시고 놀건 다 준비해둘 테니 빈손으로 와! 초콜릿은 반송할 거고.” 덧붙인다.) 10번째? 그럴 리가! 래번클로 올해 여덟 명밖에 없잖아. 상급생들하고도 인사는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학년 의리를 뛰어넘을 순 없지. 그럼 난 네 ’슬리데린에서 가장 사이좋은 친구‘가 되는 거다? 약속했어? (손가락 내민다.)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하네. 그렇게 걱정이 많아서 호그와트엔 어떻게 온 거야? 후회하는 건 아니지?

 

 

 

4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휘적휘적 연회장에서 나간다.)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어디 가냐, 미미! (뒤에서 어깨 붙잡는다.) 설마 당장 자러갈 건 아니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럼 섭섭하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다들 바쁘신 사이에 압수 물품 좀 털러 가려고. 지난 학기에 뺏긴 게 한둘이 아니거든.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걸리면 슬리데린 감점 오백 점일 텐데 변함없이 사고를 치는 자세, 바람직하다. 같이 갈까... (결국 본인도 재밌어보이면 탑승한다.) 네 할머니는 잘 지내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걸리면 래번클로 감점 삼백 점일 텐데 함께해주는 이 의리, 감동받았다. (어깨동무하고 걷는다.) 어, 그렇지. 노안 때문에 좀 답답해하시긴 하지만. 너도 알잖아, 소피아 성격에 그런 걸 견딜 수 있을 리가. 너희 어머니는?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너희가 오백, 우리가 삼백이면 어차피 이기는 건 우리잖아. 올해 우리가 이기면… 네가 내 안경 뺏어서 얹고 다니는 것 정도는 봐주마. (이런다.) 맞아, 네 할머니는 언제나 기운 넘치시는 분이지. 건강하신 듯하니 다행이네. 바비큐 파티도 참 즐거웠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뭘 가져갈지 고민 중이야. 음, 우리 집도 똑같아. 점점 청소에 열중하셔서 내가 방학 때마다 먼지를 열심히 터는 것만 빼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니, 이기는 건 우리를 제외한 두 기숙사지. 그러니까 걔네 중 몇 명은 학기 중에 꾀어야 해. (가볍게 투덜거린다. “솔직히 나 안경 좀 어울리지 않냐.”) 이번 방학에 또 와. 너 보고 싶다고 섭섭해하셨어. 당연히 빈손으로도 충분하고. ……청소? 따라잡기 힘든 취미를 들이셨네. 집에선 청소 마법도 못 쓰는데. 그래서, 실력이 좀 늘었나? 래번클로 기숙사는 반짝반짝한가?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그리핀도르는 뒤에서 꼴등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칼하인츠 도련님이면 될 거 같다. 오소리는 누구 끌어들일래? (‘안경 쓰니까 똑똑해보이던데. 써 봐, 우리 연례행사잖아.’ 주변 확인한 뒤 제 안경을 네게 건낸다.) 진짜? 그럼 당연히 가야지. 집에서 빠져나오는 실력도 늘었단 말이다. 그런데 만나서 공부만 하는 거 아냐? 왜, 곧 O.W.L.이잖아. ...하, 그래서 이럴 땐 마법 쓰게 마법사 사회로 이사오고 싶어. (한탄한다.) 아주 조금은 나아졌지. 다음에 또 기숙사에 놀러오는 일이 있었으면 자랑스럽게 문을 열어주마. (노숙 청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오소리 누구 있지. 협조해줄 만한 사람…. 캐시는 알아서 후플푸프 점수 잘 까먹을 거고, 레니는 꾀면 넘어올걸. 나머지 애들은 자신 없다. (사양도 없이 안경 쓰고는 젠체한다. "그래, 나 이러면 래번클로 안 부럽게 생겼다니까?" 쓰고선 당당하게 걷는다.) 아, 저번에 너 못 오겠단 전화 하고서 나타났을 땐 진짜 웃겼는데. 마법사 사회로 이사 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나는 이사까진 아니어도 성인 되자마자 집에 플루 네트워크 개통하려고. 그것 때문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함께 투덜댄다.) 잠시만, 너 요즘은 기숙사 잘 들어가?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캐서디에 대한 이 믿음 뭐지? 일러바쳐야겠다. 레니라면 레녹스인가? 한 번 설득해보자. 걘 재밌는 거라면 같이 해줄 거 같으니까. (‘나중에 독수리상 문제도 풀어봐.’ 낄낄대며 옆에 서고.) 아, 그때 꽤 힘들었지만, 놀란 네 얼굴은 내 인생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10위 안에 들어있어. 엄청 보람찼거든. 플루 네트워크? 재 때문에 기침하다가 잘못된 곳으로 가지 않게만 조심해. 음, 하지만 아마 우리 집이 이사오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졸업할 때 즈음 청소 장인이 되겠군. (어깨 으쓱.) 야! …열 번에 일곱 번 정도는 내 힘으로 들어가. 여기 다니면서 요령만 늘었거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캐시도 나에 대한 믿음이 없을걸. 우린 쌍방향이라 괜찮아. (제멋대로 판단한다.) 근데 너 그러고 돌아갈 때마다 너희 어머니한테 안 혼나? 이사는 왜 단언하는데? 마법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시나? 우리 소피아는 마법사 사회로 이사 오는 거 엄청나게 좋아할 것 같단 말이지…. (눈알 굴린다.) 세 번은 아니란 뜻이군. 독수리 문제가 그렇게 어려워?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과자 사줘. (지나가던 사람 망토 꽉 붙잡고 허니듀크스 가리킨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나 돈 없는데? 넌 지갑 두고 왔냐.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벌써 다 썼어? 아니, 남이 사주는 게 더 맛있잖아. ...하아, 그럼 내가 슬리데린에 빚을 지울 수밖에. 가자. (냅다 어깨에 팔 두르고 걷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빚이라니까 갑자기 안 받아먹고 싶다. 너 무슨 과자 먹을 건데? (같이 어깨동무한다.)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갚는 건 졸업 후에도 상관없어, 대신 이자까지… (농조로 말하다 시선 돌리고.) 난 저거. [허니듀크스]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4

(눈 가늘게 뜨고 다시 본다.) [허니듀크스]

 

SYSTEM

[폭발하는 봉봉 사탕: 2 갈레온] 코코아와 코코넛이 든 입안에서 펑펑 터지는 사탕.

 

 

 

7학년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테이블 위의 주스를 일부러 툭 쳐서 엎지른다. 흐르는 걸 보고만 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바로 세우고 채우기 주문 건다. 주스가 금세 다시 채워진다.) 목이 마르면 말로 하지.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흥, 미미의 이런 면은 싫어. 완전 모르는 척하고 있잖아. (그러면서도 한 모금 마신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급행열차에 타는 순간부터 숱한 질문들은 이미 다 겪으셨을 줄 알았지. 피곤할까 봐. (히죽 웃는다. 옆자리에 느슨하게 걸터앉는다.) 그리고 솔직히, 수배지만 봐도 알아보겠던걸. 서프라이즈라도 하려던 거였어?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눈치 빠르긴. 그래, 네 예상이 정확해. 기차 타면서도 시비가 걸릴 뻔했고, 신입생들은 내 곁에 절—대 안 오고. (손 내젓는다.) 아니, 가능하면 평생 너희가 알던 그 모습으로 살려고 했지. 수배지 내용을 서프라이즈로 하기엔 너무 우울하잖아. 그래서, 미미의 소감은? 잘 어울려? (흰색.)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좋아, 앞으로 사람들과 거리감이 필요하면 네 옆으로 도망치면 되겠군. (언제부터 사람을 피했다고.) 오러들한테 쫓긴 것도 아닌데 우울할 것까지야. 안경을 안 쓴 얼굴은 종종 봤으니까 그건 괜찮은데, 흰 머리는 색다르긴 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난 검은 머리가 더 취향이야. 다시 염색 안 해?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아무렇지도 않게 아픈 구석을 찌르네. 미미의 나쁜 점을 하나 추가할게. 그런데 넌 남하고 엮이는 걸 좋아하는 편 아냐? (약하게 툭 치고.) 대신 빌어먹을 외가한테 쫓겼잖아. …너희 취향이 다 너무 달라서 맞추기 어려워. 이젠 염색할 생각도 없고. 그래도 소피아와 너희 집에서의 바비큐 파티를 봐서 잠깐은 바꿔볼까… 콜로바리아. (지팡이 휘둘러 제 머리색을 이전처럼 바꾼다.) 예전처럼 묶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보통은 그런데, 가끔은 나도 쉼이 필요해서. ‘가장 사이좋은’ 친구 옆에서 안락함을 즐기는 것도 좋지. 나라고 24시간 사람이 좋은 건 아니라고. (맞아준다.) 이제 염색할 생각이 없단 건 어차피 다 들켜서 그런 거잖아. 만나본 거 아니야? 그렇게 ‘빌어먹을’ 정도로 끔찍해? (색 바뀌는 것 보고 씨익 웃는다.) 소피아에게 감사해야겠군. 훨씬 익숙하다…. 애들이 몇 명인데 취향에 다 맞출 순 없지. 넌 색 뭐가 좋은데?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못됐다, 너. 친구를 그렇게 이용하고. 지금 완전 슬리데린 같아. (그러나 웃는 낯.) 들킨 마당에 귀찮은 일을 할 필요는 없잖아. 응, 완전. 위압적인 데다 기분 나쁜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평생 다시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어. …너무 좋아하네. 한 번 바꿀 때마다 앞으로 10갈레온이야. (농조.) 아, 소피아가 구워주시는 소시지 또 먹고 싶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그리스식 음식도 너희 집에서는 맛있었다고. 오, 무사카가 그리워… (우는 척한다.) 사실 잘 모르겠어. 이전까지는 꼬박꼬박 색 바꾸는 게 귀찮았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과 닮은 게 또 싫어서. 졸업 후에 또 바꿔볼까. 후보로는… 미미같은 붉은색.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 7년이나 여기 있었는데, 드디어 인정을 받는군. 그동안 슬리데린 같지 않단 소릴 듣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능청 떤다.) 진짜로 평생 안 보고 살 생각이야? 수배까지 하는 사람들이면 그렇게 널 쉽게 놔줄 것 같지는 않던데. 어쩌려고? …아, 침 고여. 너 때문에 나도 먹고 싶어졌다, 무사카. 또 먹으러 오면 되는 거잖아. 설마 졸업하고 얼굴 안 볼 생각은 아니지? (눈썹 들어 올린다.) 빨간 머리 연맹은 언제나 널 환영해. 그럼 진짜 형제 같을지도.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누가 그런 말을 해? 다들 미미를 모르는군. 넌 볼수록 완벽한 슬리데린인데. (농조. 그러나 반은 진심이다.) 가능하면 보기 싫은걸. 그 때는 또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에잇, 불길한 소리하지 마라. 이미 충분히 골치 아프다고. (괜히 약하게 한 대 친다.) 나만 배고플 수 없어서. 글쎄, 졸업 후에는 각자 삶이 바빠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심술궂은 소릴 하고서 웃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편지는 보낼게. 너도 연락줘, 그럼 내가 언젠가 붉은색으로 염색한 사진을 보낼지도 모르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매번 날 그리핀도르로 쫓아내려는 시도가 잇따랐다고. 아, 머글태생의 애환이여.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스럽다. 기실 가정환경도 있으나 저학년 시기 탕아로서의 행보가 더 문제였던 거 아닐까? 아무쪼록 뻔뻔하다. 한 대 맞으면 그제야 정신 차린다.) 이사 갈 때마다 주소가 바뀌면 힘든데. 나 머글식 우편 쓸 거란 말이야. 그냥 편지는 네가 먼저 재깍재깍 보내라. 우리 집은 아마 계속 더럼일 거고, 난 그럼 발신지로 그대로 돌려보낼게. (어깨 으쓱인다.) 다들 졸업 후 계획이 다양하더라고. 난 그냥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 생각인데.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17

만약 진짜 그리핀도르로 빠지게 되면 우리 애 한 명도 데려가라. 누구냐면, 자주 곰인형을 물어뜯는 애야. 그럼 네 프롬 파트너가 조금 덜 힘들어지겠지. (웃으며 덧붙인다.) 난 머글 사회로 돌아갈 예정이니 이쪽 우편 써주면 고맙지. 새로운 집 초대는 어려울 거 같으니 돌려보낼 때 이사 기념 선물 부탁할게. (뻔뻔한 소릴 하고.) 취직이라면 어느 쪽? (‘마법 사회랑 머글 사회 중에 말야.’ 덧붙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하! 발레리는 팔이 안으로 굽던데, 지금도 괜찮지 않으려나. 하지만 걔가 래번클로에 배정된 게… 신기한 건 사실이지. 몸이 좋아서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애가 어떻게 학구열의 기숙사에 갔는지 종종 궁금해. (가볍게 대꾸한다.) 난 변함없이 마법 사회, 이 난리에도 불구하고. 넌 여기 안 남고 돌아가나?

 

 

 

성인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28

(주변 힐끔 살피고.) 열넷? 하루 정도면 충분하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나도 제대로 센 거 맞아?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28

(얼굴을 짜푸린다.) ...네가 있을 때는 좀 힘들었지. 언젠가 갚아주려 했는데, 벌써 왔다 간 손님이 있었나봐. (뺨의 흉터 보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값어치 조금 쳐줘서 고맙다. 아, 이거… 만드신 분도 오셨던데. 되갚아줄 쪽은 나란 말이지. 디핀도 날아오면 난 줄 알아. (흉터 문지른다.) 재키, 일탈이 조금 길지 않아?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28

너, 아이스크림 밴을 몰던가? 메뉴에 레몬맛이 있으면 더 높게 쳐줄 수 있어. …누군데? 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그 주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간극. 이내 같잖은 핑계댄다.) 일탈 같은 게 아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있어. 너 신맛을 좋아했던가? 이젠 기억도 안 나네…. 스칼렛. 이젠 그 이름 안 쓰는 모양이지만. (혀 차는 소리 낸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치곤 꽤 적극적이던데. 내가 모르는 사이 레이먼드가 되기라도 했나?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28

방금 그 메뉴로 더 높게 쳐줄 수 있게 됐어. 채소 하나 빼고는 다 좋아해. 무사카도. 할머니는 잘 계셔? …누군지 알겠군. 둘이 만났던 모양이지. 그래도 난 너 공격 안 하려고 애썼어. (그리고 표정이 굳는다.) 피가 이어졌으니 그런 점은 일부 닮았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파블라디스, 난 레이먼드 따위는 되지 않아. 그러니 그런 말은 꺼내지 마, 한 번 더 들었다간 지금 당장 지팡이를 들게 될 거 같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무사카, 그리운 이름이네. 소피아는 못 본 지 꽤 오래됐어…. 알잖아, 내가 발푸르기스 기사단에 있었을 때조차도 머글태생 마법사의 가족들은 테러 대상이었거든. 그래서 전부 이사시켰지. 어디 사는지도 몰라. 무슨 일이 생기면 호울러가 날아오도록 조치해둔 게 다야. 아, 생각난 게 하나 있는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 우리 옛 우정을 생각해서. (눈알 굴린다.) 진정해. 진짜 몰라서 물어본 거니까. 그럼 대체 왜 거기 협력하는 건데? 그렇게 진저리치게 싫어하면서…. 대가로 뭘 받기로 했어?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28

철저하군. 하긴 네가 허술하게 대처했을 리 없지. 용의주도한 면은 그대로네... 그렇다고 영영 안 볼 생각은 아닐 테고. 전쟁이 끝나면 가족에게 돌아가겠지? ...무슨 부탁인데. 들어보고 결정할게. (이어 숨을 고른다.) 절연. 힘이 부족해서 반쪽짜리라도 필요하더다라. 그래서 이번 전쟁에만 협력하면, 정말 상관없는 남이 되기로 거래했어. 그러니까 일시적 동맹일 뿐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전쟁이 끝나면 당연히 가족에게 돌아가겠지만, 음. 그건 우리가 이긴다는 전제잖아. 질 경우에 말이야, 그럼 난 죽거나 아즈카반에 끌려갈 테니까…. 운이 진짜 좋아도 다시 숨어살아야 할 테고. 소피아가 잘 지내는지 확인 한 번만 해줄래? (뒷목 주무른다.) 네가 전쟁 이후로 레이먼드랑 정말 상관없는 남이라면 더 믿고 맡길 수 있겠지. 그냥 답장이 늦어질 것 같다고만 전해주면 돼.

 

재커라이어 마테오 힐즈 28

소피아를 생각하니 갑자기 널 좀 빼돌리고 싶고 그러네… 마지막 우정으로 뒤쫓지 않을 테니 있는 힘껏 도망쳐봐. 그 정도 부탁이면 가능해. 다음 바베큐 파티 때까지는 돌아올 거라 했다고, 내 마음대로 덧붙일 거니까 뒤는 네가 감당해.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그리고 나도 부탁 좀 하자. (품에서 어린 시절 들고 다니던 묵주를 꺼낸다.) 어머니가 머무는 곳을 알려줄 테니 내가 죽거나 잡혀가거든 이거 보내줄 수 있어? 편지 같은 건 없어도 되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빼돌리는 것까지 담당해주면 참 좋았을 텐데. 그 정도 우정이 남았음에 감사해야 하는 처지인가? (잠시 말 없다.) 옛날에, 더럼까지 빠져나온 너랑 시시덕대던 때가 그립다. 그때의 도주는 꽤 즐거운 단어였다고. (묵주 본다. “익숙한 거네.” 가볍게 반응하고 고개 끄덕였다.) 어. 의미를 짐작하실까? 내가 전해드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