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2학년 여름 방학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2

안녕, 리야.

저번에 편지 하루 늦은 거 역시 봐주지 않을래. 약속은 격주마다잖아! 네 부엉이가 테살로니키까지 날아오느라 힘들었단 것도 알고, 너는 평소대로 기한에 알맞게 보냈다는 네 답장도 읽긴 했지만, 아무튼 난 하루 늦게 받았어. 수신자가 기준이어야지.

나는 지금 막 더럼으로 돌아온 참이야. 그리스 여행은 나쁘지 않았어. 물론 좀 탔지만. 거긴 영국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해가 쨍쨍해. 학기가 시작하고 만나면 누군지 못 알아보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니 그 전에 경기 보러 갈 때 보겠네. 이제 나도 그리스가 어떤 곳이느냔 물음에는 대충 답할 수 있는 그리스 출신-마법사가 됐다는 점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지. 그전까진 모양 빠지게 나도 모른단 소리밖에 못 했다고.

지난 편지에 풍경 사진을 찍어 보내긴 했지만, 역시 직접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네! 어른이 되면 순간이동으로 같이 다녀올 수 있을지도. 국가 간 순간이동은 몸이 토막 날 수도 있다고 듣긴 했지만, 그럼 짧은 거리로 여러 번에 나눠가면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썼지만, 나 방금 좀 천재 마법사 같았다.

경기 보고 뭐 하고 놀지 미리 정해 봐. 너 계획 잘 짜잖아. 미미의 소견으로는, 아지트를 꾸밀 소품 쇼핑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아니면 (이 부분은 워낙 휘갈겨 적어서 알아볼 수 없다.) 가든지.

너를 생각하며,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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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2

테살로니키까지 제법 걸릴 거라고 짐작이야 했지만, 하루나 늦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클릭 시 편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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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2

리야에게!

한동안은 영국에 있을 거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네가 굳이 일부러 아주 모범적으로 일찍 보내겠다면 사양하지는 않겠어. 난 하루 일찍 네 편지를 받을 수 있다면 좋고, 네 부엉이 입장에서도 조금 쉬다가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럼 하루 나랑 노는 동안 내 개조-이빨 달린 프리스비 좀 봐줄래? 기절 마법을 반사하도록 작업해뒀는데, 두 사람 이상의 마법사-마녀가 쏜 스투페파이도 막아낼 수 있는지 알고 싶어. 방학 때는 마법을 쓸 수가 없으니까, 몸이 달았단 말이야!

그래도 나 정도는 준수한 편이야. 마리아(첫째 사촌 마리아 말이야.)는 코에 화상을 입었거든. 내 생각에 걘 해변에서 물에 안 들어오고 젠체하다가 그런 결말을 맞이한 것 같긴 하지만…. 당연하지! 해변이랑 화이트 타워 얘길 잔뜩 해줄게. 넌 방학 중에 여행 안 가? 고드릭 골짜기에서 가까운 곳이라도!

내 첫 번째 아이디어가 이렇게 파괴되는구나. 나 빗자루 멀미는 안 하는 편인데, 그거랑은 다르겠지? (공중제비 연속 다섯 번도 할 수 있는데!) 네가 해보고 알려줘. 난 학교 다니면서는 수업 못 들을 것 같거든. 아니, 3학년부터는 안 그래도 선택과목까지 들어야 하는데! 대체 여기서 어떻게 또 추가 수업을 듣는 거야? 넌 선택 과목 뭐 들을지 결정했어? 난 일단 신비한 동물 돌보기는 들을 것 같은데, 나머지 하나를 아직 고민 중이야. (신비한 동물 돌보기는 아서 과제를 베낄 수 있을 것 같아서 확정했어.) 어때, 내가 점술에 재능이 있을 것 같아?

어, 내가 뭐라고 썼더라? 너한테 보내는 편지엔 일부러 글씨 엄청나게 신경 쓰는데, 마지막에 좀 신 났나 보다. 아마 할 게 생각 안 난다면 영화 보러 가자는 내용이었을걸. 마리아(이번엔 셋째 사촌 마리아야.)가 이번에 개봉한 <사라진 여인>*이 재밌다고 해서. 그런데 네가 보낸 계획표를 봐서는 이미 할 거 충분히 많은 것 같은데? 난 이대로도 좋아! 계획표에 불만이 있다기보단… 이렇게 시간 단위로 철저하게 움직일 자신이 없긴 해. 알잖아, 내가 모범생 역할에는 재능 없는 거. 그래도 괜찮은 거 맞아?

그리움을 담아, 미미!

 

*1938년 11월 1일 개봉 히치콕 영화. 사실 편지의 시점이 영화 개봉 시점보다 석 달 가량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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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2

네 말대로 나는 아주 모범적이니까. (클릭 시 편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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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2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범생에게,

나 슈랑은 좀 친해진 것 같아. 무려 물을 챙겨줬다고. 몇 번 더 보면 쓰다듬을 수도 있을 것 같다니까? (이 말만 반년째다.) 

내가 요즘 머리카락을 열심히 기르는 중이긴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멋질 것 같은걸. 그런 귀중한 경험을 위해서라면 빨간 머리 정도야 희생해도 그만이지. 나 두상 미인일지도 몰라.
이유라 하면 당연히 교수님들한테 잡히는 것 방지용이지! 재밌지 않아? 그런 반응일 줄 알았다면 부탁하지 않는 건데! 이제 네가 아는 모든 저지 주문들의 대응 방법도 공부해야 하게 생겼네. 그리고 금지 품목이라는 데에 관한 변명: 이건 장난감 가게에서 판매하는 기본 ‘이빨 달린 프리스비’에서 이미 한참 변형되었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더라도 엄연히 교수님께 직접 선물 받은 거야. 왜, 1학년 크리스마스 때 교수님들이 그런 이벤트 했었잖아.
게다가 너도 알겠지만 난 애들은 공격 안 해.

우리 집에는 언제 놀러 올 거야? 물론 플루가 안 돼서 기차를 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긴 하지만, 우리 집만 놀러 갈 친구 집 목록에서 제외되는 건 서운한데. 외출을 즐기지 않는다니 재촉하진 않겠지만, 다음 방학 때는 그것도 고려하도록 해. 아니다, 취소할래. 채근하는 거 맞아.
선택과목 나랑 하나도 안 겹치겠네. 딱 봐도 어려워 보이는 과목투성이잖아. 머글 연구 고르면 말해. 나름 그쪽은 ‘전문가’야. (고대 룬 문자를 고르게 되면 당연히 무쓸모할 거고, 옆에서 치어리딩이나 해줄까?) 사실 시몬은 내가 점술에서 T를 받을 거라고 했어. 내게 예언가의 재능이 끔찍하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 그럼 또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

난 네가 꼼꼼하게 굴 때가 좋더라. 그냥 내가 널 실망시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게 싫어서 미리 주의문구를 적은 것뿐이야…. 영화 일정이 추가된 건 반갑긴 하다. 경기장에서 나쵸 먹고 난 뒤면 영화관에서 팝콘 먹을 배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네. 영화는 마법사들의 움직이는 사진-아주 긴 버전 같은 건데, 보면 너도 좋아할걸.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보는 게 더 빠르겠지.

토요일에 봐. 쓰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일모레네. 네가 편지 받았을 땐 내일일 거고. 11시, 문구점 앞! 얼룩덜룩 탔다고 너무 비웃진 마.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