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야

 

1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너 신입생 맞지? 다이애나 앨리에서 얼굴 본 것 같은데! (다이애건 앨리다.) 숙제 같이하자!

 

엔야 힉스 11

⋯⋯안 할 순 없겠지? (내뺄 생각이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나도 숙제라면 질색이지만! (키도 비슷하니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한다.) 내용을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단 나아서. 정원 청소하기만 빼고!

 

엔야 힉스 11

과제 제출하기도 있잖아! (양피지를 다시 읽다가, 표정이 아주아주 나빠졌다.) 난 과제라면 질색인데. 차라리 정원 청소하기가 나아. 몸 쓰는 일에는 그나마 자신 있단 말이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설마 1학년인데 어려운 과제를 내주겠어? 숙제가 아니라 과제라고 적힌 점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킥킥 웃어대며 네 표정 지켜본다.) 난 청소라면 질색이야! 그러니까 타협해서 청소도 과제도 아닌 걸로 할까. 머리는 안 써도 되는 걸로…… 교복 바꿔입기라든지.

 

엔야 힉스 11

흠. 좋은 생각인데? 대충 망토만 바꿔 입으면 되겠지. 넥타이라거나. (망토와 넥타이 훌렁훌렁 벗어 상대에게 내밀었다.) 근데 있잖냐. 넥타이 매는 법 알아? 난 몰라. (진지하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치마는 안 바꿔입어도 되나? 뭐,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검사하실 것 같진 않지만. 애초에 허리둘레도 안 맞을 것 같고. (수긍한 듯 중얼거리며 망토 받아든다. 멀뚱히 바라본다.) 내가 지금 넥타이를 잘 매고 있는 걸로 보여? (마찬가지로 모른단 뜻이다.) 어떻게든 묶으면…… 어때? 아니면 지나가는 상급생 아무나 붙잡고 협박하자.

 

엔야 힉스 11

에이, 그 정도로 귀찮은 일이었으면 난 이미 모든 걸 버리고 튀었을 거야. (농담 아니다.) 오, 좋은 생각인데. 다들 겁에 질려서 후딱 알려주고 도망가겠지. (꼬맹이들 둘이서 잘 논다⋯⋯. 엔야는 고개를 빼들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너 정말 끝내주게 게으르구나. (키득거리며 웃고 마찬가지로 복도를 탐색하는 눈으로 본다. 아무나 걸려라.) 그런데 뭐라고 협박하면 좋아? 마법사들은 보통 뭘 무서워하지?

 

엔야 힉스 11

헹. 그래도 아예 안 내지는 않을 생각이거든. 마감 시간 한 10분 전에⋯⋯. (벼락치기 하겠다는 말을 아주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하고 앉아있다.) ⋯⋯. 마법사들은 보통 뭘 무서워하지? (그리고 되물었다.) 난 몰라. 난 머⎯글이라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마감 한 십분 전에 채울 수 있는 항목은 아닐 텐데도! 뭐, 정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이름을 도용해도 좋아. 특별히 허락해주는 거야. (뭐 좋은 거라고 뿌듯한 얼굴로 제안한다.) 바보. 진짜 머글이면 입학 못하거든. 그리고 나도 머글 태생이라 몰라. 그럼 우리 어떡해? (바보 두 명.)

 

엔야 힉스 11

이미 네 이름은 내 빙고판에 사용되었지롱. 그래도 고맙다. 정 안 되면 네 이름 두 번 쓸게! (잔뜩 신났다!) 어라. (우뚝.) 진짜 어떡하지. 마법사도 사람이니까 우리랑 비슷하지 않을까? 유령이라거나 야채라거나 엄청 짱 센 괴물이라거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무서운 마법 괴물이 뭐가 있는지 잘 몰라. (같이 우뚝.) 그럼 장난치겠다고 하자! 할로윈처럼, "넥타이 매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장난쳐버릴 거야!" 그건 먹히겠지. (제 아이디어에 스스로 감탄하고는 희생양을 찾아 눈알 굴린다.) 너 근데 야채가 무서워?

 

엔야 힉스 11

⋯⋯. ⋯⋯. (우뚝.) ⋯⋯. 아⎯니? (수상한 목소리로 부정한다. 고개를 삐걱삐걱 돌리더니 먼 곳의 조각상을 응시한다. 오, 멋있다. 누가 조각했는지 아주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아하!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나 봐, 엔야. 제일 무서운 야채가 뭐야? 남들한테는 비밀로 할게.

 

엔야 힉스 11

아니? 안 무서워. 안 무섭다니까! 누가 무섭대! 야채 같은 거 하나도 안 무서워! (빼⎯액.) ⋯⋯너는 안 무섭냐? (이게 본론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피망은 별로 안 좋아해! 하지만 무섭단 뜻은 아니지. 눈 질끈 감으면 먹을 수도 있거든? (모종의…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 원래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들 하지.) 그럼 포도잎도 무서워? 양배추도? 못 먹는 요리가 너무 많아지겠는데!

 

엔야 힉스 11

⋯⋯. (반면 이쪽은 묘하게 자존심 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젠장, 어른스러워⋯⋯ 난 야채 무서운데⋯⋯.) 아, 아니? 다 먹을 수 있는데? 포도잎이랑 양배추 같은 걸 누가 무서워해? 보여줄까? 다음에 나오면 보여줄게! (급기야 지키지 못할 약속마저 하려 든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워후! 너 이거 약속이야, 엔야! (신이 나서는 새끼손가락 내민다.) 다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 집요정들한테 부탁하면 음식을 곧장 만들어준다더라. 돌마데스를 만들어달라고 하자, 식전 에피타이저로!

 

엔야 힉스 11

⋯⋯어!? (조금 많이 당황했다. 뒤로 한 걸음 주춤 물러난다.) 아, 벌써? 지, 지금 당장? 그건 조금. 너무 빠르지 않나? 너 마음의 준비 같은 거 필요할걸? 내가 다 먹어해치우는 거 보면 꽤 충격 먹을 텐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어차피 넥타이 매줄 상급생도 못 찾았잖아! 그럼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야지. (엔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정적이다.) 내가 충격받을 정도로 잘 먹는다고? 너 멋지다! 하지만 이 미미 파블라디스, 어디 나가서 버금가지 않는 강심장이라고! 내가 옆에서 박수 쳐줄게!

 

엔야 힉스 11

(왜 열정적이지? 엔야는 미미가 조금 원망스러워졌다.) 흠. 잠깐. 나 지금 속이 조금 안 좋은 것 같기도⋯⋯. 네가 먼저 시범을 보이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식은 땀 뻘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난… 돌마데스 좋아하는데? (그게 의미가 있어? 이해하진 못했어도 고개 끄덕인다. 그대로 주방으로 질주해서 집요정들에게 포도잎을 잔뜩! 부탁하는 것까지 추진력이 대단하다.) 아직 저녁 시간도 전인데 속이 안 좋아? 점심 많이 먹었어?

 

엔야 힉스 11

⋯⋯. (아, 큰일 났다. 눈을 데굴데굴 엔야가 자기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야채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너 왜 잘 먹어? 이 배신자⋯⋯. ⋯⋯. 웅. 점심을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이 먹었나 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바보. 그럼 내가 다 먹어야겠다. (그리고 나온 돌마데스를 한입에 베어 문다. 비실비실 눈웃음이 뒤따른다.) 생선 좋아해? 요즘 계속 식단에 생선만 나오던데.

 

엔야 힉스 11

⋯⋯히히. (좋댄다~ 그러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약간 흔들림.) 싫어하진 않아. 싫어했으면 하루 종일 간식만 먹어댔을걸⋯⋯ 근데 그거 맛있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시도해볼래? 배부르다면서. 배가 빵! 터져도 난 모르는 일이다. (하나 내민다.) 보기보다 식욕에… 약한가? 간식 준다고 누구 따라갈 나이는 아니지.

 

엔야 힉스 11

으응. 괜찮아. 그 정도는 아닐~걸. (돌마데스를 입에 넣어본다. 윽! 자연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가⋯⋯ 오? 나쁘지 않을지도⋯⋯. 우물우물.) 이 정도는 나도 먹을 수 있겠다. (뿌듯!) 에이, 누가 간식 준다고 따라가? ⋯⋯아는 사람이면 따라가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거 봐! 하는 표정 짓는다.) 너도 이걸로 포도잎 마스터야. 적을 하나 줄였다고 볼 수 있지. ……… 바보 엔야, 그러다가 크게 다치지.

 

엔야 힉스 11

좋아. 이렇게 차근차근 적을 줄여가는 거야⋯⋯ 너 방금 되게 켄드릭처럼 말했어. (이런다.) 그런가? 낯선 사람은 안 따라가는데도!

 

 

 

엔야 힉스 11

나 이본 인형 있는데에. (미미한테 자랑하듯 번쩍 들어올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 질투 나. (옆구리 찌른다.)

 

엔야 힉스 11

줄까? 컬렉션에 보태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진짜? 이 은혜는 내가 개구리 초콜릿으로 보답할게!!!!

 

엔야 힉스 11

음, 좋아⋯⋯.

[양도/이본 곰인형]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개구리 초콜릿] 잘 먹고! 사랑한다! 꽃다발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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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초콜릿과 함께 동봉되어 있는 카드를 꺼내보면... 깜짝이야!

개구리가 튀어나와 볼을 스치며 도망쳤다. 으~ 미끌미끌해!

 

엔야 힉스 11

아. (개구리에게 볼이 핥아짐.) 으응, 됐어⋯⋯ 초콜릿만으로도 충분해. (복복복!)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 방금 초콜릿 날아간 거 같은데?

 

엔야 힉스 11

카드만 날아간 거니까 괜찮아. (씩씩!)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최고급 빗자루 뒷자리에 한 번 태워준다고 약속하면!!

 

엔야 힉스 11

약속할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와하하!!!! (파바박 꺼내준다.) 너 이거 잊으면 안 돼!

 

엔야 힉스 11

헉⋯⋯ 헉. 탈출 못할뻔했다. (꺼내진다. 미미는⋯⋯. 두더지인가?) 안 잊어! 한 번 태워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지. 내 훌륭한⎯ (*평범하다.*) 비행 실력에 놀라지나 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내가 좀 힘이 좋아. 이 살이 다 어디로 가겠어? (웃는다.) 네가 비행을 그렇게 잘한다며? 퀴디치 선수 할 정도로?

 

엔야 힉스 11

⋯⋯거기까지 소문이 났냐? (나의 허세란⋯⋯.) 후훗. 응. 엄청 잘하지이.

 

 

 

4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휘적휘적 연회장에서 나간다.)

 

엔야 힉스 14

(저벅저벅 따라나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저벅저벅. 내려다본다.) 넌 어디 가는데?

 

엔야 힉스 14

음⋯⋯ 너 따라가는 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함께 정처 없이 걷게 생겼군. 마침 잘됐어. 이번 그리핀도르 팀 전략이나 좀 유출해봐.

 

엔야 힉스 14

어허. 유출하겠냐? 너 먼저 말해 봐. (주머니에 두 손 찔러 넣고 건들거리며 걷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퀴디치 일등 선수 엔야 힉스를 땅에 메다꽂고 스니치를 독점하자는 전략이지. 당연한 거 아니야. (느슨하게 대꾸한다.) 방학 중에 감 안 죽었어?

 

엔야 힉스 14

오호라. 좋은 정보 고맙다. 이제 너희쪽 수색꾼도 땅에 메다꽂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퀴디치를 시작하면 되겠지? (킬킬대며 웃는다.) 죽었겠냐? 집에서도 나뭇가지로 연습했어, 애들이 조금 비웃긴 했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네가 정신 차릴 때까지 150점 이상의 점수 차이를 꼭 유지하고 있을게. 무력감에 빠트려주지. (음흉한 웃음소리 낸다.) 그건 진짜 웃겼겠다. 네가 나뭇가지 들고 연습하는 꼴을 봤어야 했는데. 애들이라고 하면 누구?

 

엔야 힉스 14

그렇게 된다면 퀴디치 시합과는 별개로 너와 1:1 결투를 신청하게 될 것 같은데⋯⋯. (눈을 게슴츠레 뜬다.) 애들? 머글 친구들. 걔네 앞에서 빗자루를 탈 순 없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결투 자신 있어? 너 방어술 잘하던가. (잘하면… 기권해야지. 그런 생각이나 한다.) 머글 친구들 앞에서 나뭇가지를 타는 것도 충분히 이상한 것 같은데. 애들이 뭐라고 안 해? 마녀라고 의심하진 않아?

 

엔야 힉스 14

엄~청 잘하지! (평균이다.) 음⋯⋯. (잠깐 고민하는 낯. 그런 애들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한다.) 아니? 평소에 워낙 그런 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그런가, 에냐가 또 에냐 같은 짓 한다~ 고 하던데. (사고뭉치의 장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럼 난 빠진다. 잘하는 애한테 내가 왜 덤비냐? 날 공격하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기습하도록. (이런다.) 평판을 망쳐두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군. 그보다 엔야가 아니라 ‘에냐’였어? 다들 널 애칭으로 부르고 있는데 나만 그걸 몰랐단 말이야?

 

엔야 힉스 14

아, 정정당당하게 기습하면 되는 거야? (약간 웃기다.) 알겠어. 다음부터는 너한테 말도 안 걸고 우선 다리부터 걸어볼게. ⋯⋯엥? (⋯⋯) 어? 그러게? 너 왜 나 엔야라고 불렀냐? 바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 나 손거울 들고 다니거든. 요즘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부가 효과로 습격에는 항상 대비되어있지…. 프로테고! (물론 지팡이 휘두르지 않았다. 시시덕거리는 태도다.) 발음이 비슷하니까, 그냥 애들이 발음을 뭉개는 줄 알았어. 나 지금 굉장한 배신감에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삼 년간 혹시 나 따돌림당한 건 아니지? 우리 친구지?

 

엔야 힉스 14

⋯⋯그렇다면 원거리에서 공격해 주지. 나도 지팡이 있거든? 아라니아 엑서메이! (마찬가지로, 지팡이는 꺼내지도 않은 채다. 그러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눈을 데구륵. 모두가 '에냐'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도, 따돌린 것도 아니지만⋯⋯ 장난기가 비죽 솟아오른다.) 우리 친구였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순순히 당해주기엔 내가 시야가 좀 넓은데. (계속 농담 주고받다가, 문득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입 벌린다.) …그게 아니라면 여태 뭐였는데? 설마 그냥 동문?

 

엔야 힉스 14

(오⋯⋯ 반응 재밌다.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우스꽝스레 꿈틀대다가 내뱉는다.) 웅. 그냥 동문. 왜? 디미트리오스? (⋯⋯이 정도면 미미가 삐진 모습을 보고 싶은 거 아닌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허. (한숨 내뱉는다. 다소 황당하다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그대로 걸음 멈춘다.) 갈 길 가라, 엔야 힉스. 난 '그냥' 동문이랑은 안 놀아.

 

엔야 힉스 14

(헉, 삐졌다! 같이 우뚝 멈춘다. 눈치를 슬쩍 본다. 매번 사고를 치고 상대가 삐지거나 화내면 눈치 볼 거면서⋯⋯.) 삐졌어? 미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 엄청나게. 이대로 너랑은 일주일간 말 안 해. 내가 그렇게 부르는 거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엔야 힉스 14

잠깐. 미미!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미미! 내가 잘못했어! 날 에냐라고 불러줘, 제발! (냅다 미미에게 매달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한참 내려다본다. 쳐다보는 시선이 서늘하다.) 확실해? 이래놓고 또 동문인지 어쩌고 할 거 아니지?

 

엔야 힉스 14

그러엄. (애교 섞인 목소리다⋯⋯.) 내가 설마 그러겠니. 난 너와 평생 친구가 되고 싶은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좋아, 에냐. 이 사건은 널 사진 모델형에 처하며 마무리 짓겠어. 앞으로 내가 카메라를 들고오면 군말 없이 브이하도록 해.

 

엔야 힉스 14

크윽. (앞으로 다시는 미미를 디미트리오스라고 부르지 말아야겠다⋯⋯.) 알겠어. 언제 어떤 상황에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멋진 포즈를 취해줄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화해의 의미로 어깨동무한다.) 싫은 건 아니지? 나 요즘 사진첩 채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다들 금방금방 자라서 남겨두지 않으면 남는 게 없을 지경이라니까.

 

엔야 힉스 14

안 싫어. (어깨동무 당한 채로 무던히 말한다.) 대신에 나도 나중에 보여줘야 돼, 사진들. 다 크고 나서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럼~ 다 소중히 간직해둬야지. 아님 호그와트에 두고 갈까. 그럼 학부모가 되지 않는 이상 사진첩 다시 회수하기가 곤란해질까?

 

엔야 힉스 14

호그와트에 두고 가면 회수하기 곤란할 듯. 차라리 우리만⋯⋯ 몇 명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를 호그와트 바깥에 숨겨두자. 어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에냐 너… 방금 좀 똑똑했다. (엄지 척.) 그런데 호그와트 바깥에 공유할만한 장소가 있어? 우리 집이랑 너네 집만 해도 엄청나게 멀잖아.

 

엔야 힉스 14

하⋯⋯. (심각.) 어디 개구멍이라도 파볼까? 봄바르다? 뭐 그런 거 쓰면 날아가지 않으려나. (될 리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넌 호그와트가 물로 보이냐? 당연히 그 정도로는 안 되지. 봄바르다 막시마는 되어야 할걸. (바보2)

 

엔야 힉스 14

헉. 나 아직 봄바르다 막시마는 조절을 잘 못해서, 우리 둘 다 바싹 타버릴지도 몰라. 너 혹시 잘 쓰냐⋯⋯. (⋯⋯바보들! 그러다 문득.) 오, 근데 우리 올해부터 호그스미드 갈 수 있지 않아? 거기에 숨겨두는 거 어때. 와! 나 방금 진짜 똑똑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나도 잘 못해…. 내 재능은 폭발이지, 불 조절이 아니라고. (툴툴거린다.) 어? 좋은데? 호그스미드 어딘지는 가서 정찰해야 하려나. 스리 브룸스틱스 근처는 피하자. 거긴 유동 인구 엄청 많아.

 

엔야 힉스 14

⋯⋯그럼 더비시 앤 뱅지스나 글래드래그스 어때? 거긴 학기 초 아니면 사람 별로 없잖아. 숨겨두기 딱 좋지 않나. 땅만 좀 파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어. 좋다. 그럼 삽은 어디서 구해? 너 땅 좀 잘 파냐? 퀴디치 일등 선수는 그런 것도 잘하지 않나? (은근히 떠맡길 생각.)

 

 

 

엔야 힉스 14

미미, 힘내⋯⋯. (에궁⋯⋯ 딱한 눈으로 보다 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이제 속력 싸움에서 너한테 안 진다.

 

엔야 힉스 14

오? 붙어볼래? 달리기 시합? (이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최신형 빗자루 얘기였거든. (당첨 안 된 복권 건은…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달리기여도 내가 이기지. 이긴 사람이 간식 쏘기.

 

엔야 힉스 14

아하⋯⋯. 하지만 내 빗자루는 무려 *최고급* 빗자루인데도!? (빗자루 번쩍 들어올렸다.) 헹, 좋아. 여기서부터 정원까지 누가 더 빨리 도착하나 내기하는 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3년 전 기준 아녔냐, 그거? (헹, 혀 내민다.) 좋아. 셋, 둘, 하나….

[다이스2] (미미의 달리기는 몇 점짜리?)

 

SYSTEM

[ ... 59 ]

 

엔야 힉스 14

오, 짜증 나. 이겨주겠어⋯⋯. (눈이 활활 불타오른다.)

[다이스2] (엔야의 달리기는?)

 

SYSTEM

[ ... 73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조그만 게 왜 이렇게 잽싸지?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이… 미미가 패…배?

 

엔야 힉스 14

응, 너 패배. (아주 상큼!하게 웃는다.) 네가 날 어떻게 이기겠니, 난 우리 마을에서 달리기 시합에 1등도 했었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나도 우리 마을에선 1등일걸? (안 해봐서 모른다.) 아무튼 사촌들 중에선 제일 빠르단 말이야. (구질구질하게 변명 늘어놓으며 흐트러진 앞머리 쓸어넘긴다.) 원하는 간식, 말해.

 

엔야 힉스 14

어허, 말투에 확신이 없다! 난 사촌들도 아니고 무려 '마을'에서 가장 빠른 거라고! (우쭐대기 시작했다⋯⋯.) 난 간식이라면 다 좋아하는데. 너는 뭘 제일 좋아하냐? 나눠먹자. (입맛 쩝쩝 다신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난 그냥 랜덤에 의존하는데. 애초에 너무 단 것만 아니라면 편식 그렇게 안 하는 편이고. 그냥 또 뽑아서, 단 거면 반 안 가르고 너 다 줄게. (갑자기 달려서 뻐근한 목 돌린다.) 마을 사람들 전원이 함께 뛰진 않았을 거 아니야. 너도 확신은 못하지 않아?

 

엔야 힉스 14

흠. 그래! (반면에 이쪽은 뛰어다니는 게 일상이라, 그냥 턱하니 제 팔짱을 끼고 피식 웃었다.) 확신하는 거거든. 왜냐하면 우리 또래 애들이랑 했던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했던 거라. 어때, 부정 못할 완벽한 기록이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인정 못 해. 또래 애들 말고 어른 중에 더 빠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트집 잡는다. 문득.) 너 아직도 동네 친구들이랑 친해?

 

엔야 힉스 14

쉽지 않네⋯⋯. (심각.) 그럼, 아직도 친하지. 물론 가끔씩 대화가 엇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있으면 즐거우니까. (애초에 엔야는 그리 똑똑하지 못한 아이였다. 그래서 용납되는 게 하나 있는데, 대화를 할 때에 턱턱 막히더라도 누구도 큰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왜. 너는 이제 동네 친구들이랑은 안 놀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놀기야 하지.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길래. 네 말대로 이제 대화가 안 통하기도 하고, 같이 나눌 주제가 적기도 하고. 걔넨 나 생각한다고 학교에 대해서 묻는데, 솔직히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잖아. 후회까진 아녀도 가끔은 이게 맞나 싶어. 넌 호그와트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 없어?

 

엔야 힉스 14

그건⋯⋯ 맞지. (나는 평소에 어떤 얘기를 하더라? 고민해 보자면, 실은 깊은 얘기는 나눈 적 없다. 아주 가벼운 주제들, 혹은 아예 뛰어놀기를 택하지. 볼을 긁적인다. 어쩐지 마을 사람들과 조금 멀어진 기분이다. 그래도 후회하느냐면⋯⋯) 딱히. (눈을 깜박이며 마을 사람들에 대해서 한참 생각했다.) 우리 마을은 아일랜드의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라서 그런가, 마을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거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내가 굳이 평생을 마을에서 보낼 필요 없다고 생각하셨어.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셨겠지, 조용한 마을에서 가장 시끄러운 애였으니까. 그래서 그런가? 난 다른 보통의 학교보다는 호그와트가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최선이었고, 어머니 아버지의 최선이었다고. 마법사라니, 끝내주게 멋있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렇지? 그편이 낫겠지…. (읊조린다. 잠시 눈 깜빡였다가 돌아온다. 다시 활기찬 목소리다.) 역시 유년기에도 보통 튀는 애는 아니었나 보구나, 너. 그럼 마녀가 되어선 뭘 하고 살 건데? 역시 퀴디치 선수야? 너 진짜 프로 가려고?

 

엔야 힉스 14

왜, 너는 후회한 적 있어? (나 아닌 다른 머글본은 어떻게 생각할까?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당연한 거 아냐? (엄지 척.) 잘하잖아, 나. 프로 선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니, 절대로. 하지만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다 잘 풀리는 건 아니니까~ 뭇사람들이 그러듯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중인 거지. 걱정은 돼. (어깨 으쓱인다.) 어, 너 정도면 될 것 같기도. 그럼 몸 관리 잘해야겠네. 네 몸이 다 재산이겠다. 나중에 퀴디치스타 되면 상대편으로 뛴 의리 잊지 말고 사인 좀 해줘. 가고 싶은 팀은?

 

엔야 힉스 14

그건 맞지. 솔직해지자면, 이 사회가 우리에게 완전히 호의적인 건 아니잖아? 물론 점점 사라지리라 믿고 있지만. (정정하자, 믿고 있지만이 아니라 믿고 싶지만에 가깝다. 그러나 엔야는 고집스레 입을 꾹 다물었다.) 헹, 그래. 기꺼이! 이미 어떤 멘트를 쓸지도 생각해뒀어. "바람의 축복이 당신과 함께하길!" 어때. 엄청 멋있지. (으스댄다.) 퍼들미어 유나이티드. 거기 상징이 토네이도더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사라지겠지. 솔직히 순수혈통 우월주의 구린데. 그걸 믿는 사람이 아직 있는 게 신기하다. (함께 순진한 발언.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믿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시큰둥한 얼굴이다.) 멋있긴 한데, 그거 다 쓰다간 팔 아프지 않을까? 오, 제발 퍼들미어에 스카우트 돼주라. 나 거기 응원한단 말이야.

 

엔야 힉스 14

그러니까. 그런 걸 누가 아직도⋯⋯. 허, 참나. (코웃음 친다.) 그래서 솔직해지자면, 그것 때문에라도 퀴디치를 잘 하고 싶기도 해. 그런 놈들 코를 아주 짓밟아주고 싶어서. (성격 나쁜 놈!) 어, 그러려나? 그럼 "바람의 축복." 만 쓸까⋯⋯. 갑자기 웬 주문 같아졌어. 그러니까, 우리가 쓰는 거 말고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아서도 거기 응원하더라. 좋아, 거기를 최우선 목표로 노력하겠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진짜 부활하진 않겠지. 아이락저쩌고. 아무리 마법 세계라도 부활은 좀 사기야. 안 그래도 수명 긴데. (문득 묻는다.) 아, 의미가 너무 퇴색된다. 그냥 네가 팔 아프게 열심히 써. 나도 아서한테 영업 당했어. 방학 때 걔 따라서 팀을 정하는 바람에… 하, 연고지를 잡았어야 했는데.

 

엔야 힉스 14

어우, 설마! 그건 진짜 사기지. 게다가 부활을 하려면 엄청난⋯⋯ 무언가⋯⋯ 대단히 많은 과정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배우는 마법약의 한 10배 정도. (제 팔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상상만 해도 싫어!) 오, 하긴. 아서네 가족이 오래전부터 퍼들미어 응원했다더라. 나중에 나 경기할 때 아서랑 같이 와서 응원해. 알겠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진짜' 소원의 돌 정도는 등장해줘야 가능할지도. 난 죽어도 부활 못 하겠네, 마법약을 못하는 바람에. 안타까워라. 유령이나 돼야겠다. (전혀 안타깝지 않은 투로 발음한다.) 걔네 할아버지도 퍼들미어 팬이시잖아. 아, 당연하지. 보러 갔는데 네가 스니치 못 잡으면 우리 체면이 안 서는 거 알지?

 

엔야 힉스 14

(⋯⋯'진짜' 소원의 돌 하니 문득, 정말 문득 스쳐나가는 생각이 있는데.) 예언자 일보 말야. 진짜는 아니겠지? 그게, 우리가 1학년 때 소원의 돌을 찾겠답시고 돌아다녔던 게 생각나서. (아무리 단순하다 해도 약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어서⋯⋯.) 부상화 지팡이도 얼마 전에 우리가 부쉈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 솔직한 의견을 말해? 소원의 돌 자체는, 충분히 도난됐을 수 있지. 아무리 호그와트가 마법 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해도 비밀 통로 같은 거 많으니까. 나만 해도 몇 개 알고…. 몰래 들어올 수 있을걸. 그런데 ‘도난 장소’에서 부상화 지팡이 부순 흔적이 나타났단 건 좀 의아하지. 그건 우리가 부순 건데, 교수님이 왜 그렇게 증언하셨는지가 의문이야.

 

엔야 힉스 14

그러니까. 심지어 우리 보고 부수라고 하셨으면서⋯⋯ ⋯⋯진짜 변신술이거나 폴⋯⋯ 그 주스가 아닐까? 그 수업 끝자락에 태도가 엄청, 엄청 별로였단 말이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폴리주스라면, ‘진짜’ 딤플 교수님이 어딘가에 갇혀서 머리카락을 제공 중이시란 거잖아. 전에 루크랑 만들어봐서 대충 매커니즘을 알아…. 아, 난 이렇게 복잡한 일은 딱 질색인데. 그냥 교장 선생님이 딤플 교수님한테 베리타세룸 먹여주시면 안 되나.

 

엔야 힉스 14

와⋯⋯ 이거 진짜 소름 돋는데? (제 팔을 쓸어내린다.) 교장 선생님한테 말해봤자 "허허, 망상 그만하고 가서 공부나 하세요!" 라고 하시면서 우리 엉덩이를 걷어차버리시겠지? 쉽지 않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와, 진짜 그럴듯한 결말이다. 우린 또 꼴통 취급을 받겠군. (하품한다.) 그런데 딤플 교수님이 어둠의 마법사라면, 순수혈통우월주의를 꾹 참고 너한테 과제 100점을 주신 거야? 그건 좀 웃긴데.

 

엔야 힉스 14

⋯⋯그러게. 순수혈통우월주의자에게 예쁨 받는 건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할 것 같은데⋯⋯. (으으, 인상을 찌푸리려다, 곧 활짝 펴진다.) 역시 우리 착각 아닐까? 나한테 100점도 주신 거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좋아, 네가 성적중심주의자인건 잘 알겠다…. 100점이 호그와트의 존망보다 중요하다 이거지.

 

엔야 힉스 14

어? 그, 그게 그렇게 되나? (약간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아냐! O 받은 것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난 T여도 상관없어! 호그와트의 존망이 제일 중요하다고! (아주 다급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좋아, 내가 널 오해할 뻔했어. (눈 가늘게 뜨고 쳐다보던 것 멈춘다.) 그런데 T도 은근히 받기 어렵더라. T 받은 과목은 있어?

 

엔야 힉스 14

⋯⋯. (이것도 은근 대단한 업적일지도? 약간 부끄러워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나 천문학 1점도 받아본 사람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나보다 심각하다. (급격한 태세 전환.)

 

엔야 힉스 14

야, 죽을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 오늘 내 생일이다. 선물 하나씩 납부하고 가라. (애들이 버리는 것들 쏙쏙 훔쳐간다.

 

엔야 힉스 14

선물은 내 포옹이야⋯⋯. (대충 떼우며 꼬옥 안아주고 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애교로 무마하면 다 될 줄 알지?

 

엔야 힉스 14

아. (들켰당.) 안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되는데 적당히 해. 약발 떨어져. (찌그러지게 안아주고 간다.)

 

엔야 힉스 14

훗⋯⋯ 오늘도 통했다. (찌그러진다. 생일 축하해~! *아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 넥타이 1갈레온에 팔까? 평소에 잘 하고 다니지도 않는데.

 

엔야 힉스 14

공짜로 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이거 날도둑이네?

 

엔야 힉스 14

(꽃받침 하고 되도 않는 애교 부린다.) 어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가 약발 떨어질 때 됐다고 안 했냐? (본 체도 안 한다.) 애초에 너 성적에 관심 있는 편도 아니잖아.

 

엔야 힉스 14

쳇. (사실 기대도 안 했다. 손을 갈무리한다.) 관심 있는 편은 아니지만, 노력 없이 잘 받는 성적에는 꽤 관심 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이거 그대로 교수님께 전달해드리고 싶다. 옴니큘러 챙겨올걸.

 

엔야 힉스 14

⋯⋯이미 그 순간은 지나갔거든! 앞으로 다시는 네 앞에서 이런 얘기 안 할 테다. (메롱.) 그런데 이건⋯⋯ 모든 학생의 로망 아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가 에냐 힉스를 잘 아는데, 너 이렇게 결심한 거 곧 까먹을걸. (똑같이 유치하게 군다. 메롱.) 난 염치 있게 딱… 약초학 O만 받고 싶다!

 

엔야 힉스 14

⋯⋯. (⋯⋯!!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다가 딱밤을 꽁! 때렸다.) 아니야! 평생 기억할 거야! 나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거든! (빼액.) 그건 염치 있는 게 아니라 양심이 없는 거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야. (맞은 곳 문지른다.) 너 이거 혹 생기면 잘생긴 얼굴 손해 죄로 간식 상자 청구한다. 그리고 그게 왜 양심이 없어? 나 약초학 잘해! (전혀 아니다. 최악이다.)

 

엔야 힉스 14

흠. 잘생긴 얼굴⋯⋯? (미미 얼굴 요모조모 뜯어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간식 상자를 사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런다!) 거짓말하지 마. 너 맨드레이크 때리는 거 내가 다 봤어. (못 봤다. 자기 얘기하는 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이게??? (째려본다. 흥.) 난 맨드레이크랑 고음 대결을 하지 복싱을 하진 않거든. 네 경험담이라는데 내일 아침 식사를 건다.

 

엔야 힉스 14

⋯⋯. (미미가 아침 식사를 못 먹게 하기 VS 거짓말하고 살면 안 된다던 어머니 아버지의 가르침이 치열하게 싸우다, 결국 후자가 이겼다⋯⋯) 쳇, 어떻게 안 거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이미 눈알 굴리며 고민할 때부터 승리를 직감한다. 한참 웃는다.) 너 진짜 투명하다. 왜 이럴 땐 거짓말을 못 해?

 

엔야 힉스 14

(억울한 표정으로 울상 짓는다⋯⋯.) 어머니 아버지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넌 거짓말 잘하냐? 잘하냐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몰랐어? 사실 나 유서깊은 순수혈통 가문의 장남이잖아. 여태까지 전부 거짓말이었어. (헛소리다.) 아무리 그래도 살면서 거짓말 한 번을 안 해보진 않았을 거 아니야. 너 그렇게 착한 딸이야?

 

엔야 힉스 14

헛소리하지 마⋯⋯.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 몇 번 해보긴 했는데, 으음. 사실 나, 애초에 거짓말에 재능도 별로 없어서⋯⋯ 해봤자 티 무지하게 나. (뒷머리 벅벅 긁는다.) 안 그래도 못하는 거 제동까지 걸린 거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출생의 비밀도 없이 내가 어떻게 슬리데린에 들어왔겠냐. (설정 밀고 나간다.) 하긴, 넌 표정이 좀 투명하긴 하지. 나쁜 짓 하고는 못 살겠다. 신문에서 네가 범죄를 저질러 팀에서 퇴출당했단 소린 안 보겠네.

 

엔야 힉스 14

⋯⋯어라? (꽤, 합당한 논리라서, 반쯤 속아 넘어간 눈으로 미미를 의심스레 쳐다본다⋯⋯.) 너 설마, 진짜⋯⋯. 아니지? (⋯⋯.) 에이, 애초에 범죄 같은 건 나랑 거리가 멀어서. 나 어렸을 때 가정 교육 엄청 잘 받고 자랐거든? 나쁜 짓을 내가 할 리가 없다구~!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진짠데? 우리는 절친이니까,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꽤 진지한 어조로, 목소리를 죽이고 속닥거린다.) 설마 내가 혼자만 갖고 있던 비밀을 너한테 겨우 공개했는데, 못 믿겠다고 할 셈은 아니지.

 

엔야 힉스 14

헐⋯⋯. (반쯤 남아있던 의심은 '절친'과 '너한테만,' 그리고 뒤따른 문장에 사르르 사라졌다⋯⋯.) 야, 어떻게 지금껏 속이고 살아온 거야⋯⋯? 너 거짓말 진짜 잘한다⋯⋯. (감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가 워낙 다재다능하잖아. 이런 거짓말 정돈 일도 아니지. (훗. 코 밑 쓰윽 훔친다.) 사실 한 가지 말해줄 비밀이 더 있어. 이건 진짜 훨씬 중요한 거야.

 

엔야 힉스 14

⋯⋯. (표정이 약간 썩었다.) 뭔데, 다른 비밀은? 나 지금 그런 거라도 듣고 웃고 싶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듣고 기분이 유쾌해질지 모르겠네. 두 번째 비밀은… 네가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단 거지. 내가 진짜 순수혈통이면 아이락 풀케도 안 무섭겠다.

 

엔야 힉스 14

⋯⋯. (어라, 짜증나⋯⋯.) 지금은 무섭다는 뜻이냐, 그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 (잠시 틈.) 호호 할아버지‘는’ 안 무서워.

 

엔야 힉스 14

⋯⋯. (가만히 바라본다.) 미미. 별 일 아닐 거라는 말은 자기 위로에 불과할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별일 아닐 거야. (발음한다. 그러면 진짜가 될 것처럼.) 모르지. 근데 그렇게 생각 안 하면. 다른 방법도 있나.

 

엔야 힉스 14

(불현듯 피식 웃는다.) 우리 진짜 형제 같다. (그리고 이건 내심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또한 두렵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넌 잘할 거고. (파란 눈알이 굴러떨어진다. 내려다본다. 이건 그다지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오빠지?

 

엔야 힉스 14

난 용감하거든. (씨익 웃는다. 언제나처럼.) 아니, 내가 누나거든. 너 생일 언제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건 부럽네, 진짜. 그래서 넌 그리핀도르에 갔나 봐. (머리 쓸어넘긴다.) 음? 10월 26일. 나 맨날 그때 축하받잖아. (생일 아니다.)

 

 

 

엔야 힉스 14

자⋯⋯ 나랑 놀러다닐 사람 구한다. (팔 척 들어올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우린 할 게 있지, 에냐. (사진첩 들어올린다!)

 

엔야 힉스 14

자, 땅은 네가 파는 걸로! 글래드래그스는 사람 붐비는 것 같은데, 더비시 앤 뱅지스로 갈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더비시 앤 뱅지스에서 마법-삽은 안 파나? 나 힘든데…. (쭝얼쭝얼꿍얼꿍얼거리며 걷는다.) 네가 나보다 힘이 좋지 않을까?

 

엔야 힉스 14

으응.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슬쩍 봤는데, 네가 나보다⋯⋯ 힘이 좋은 건 아니고. (이런다!) 땅을 잘 팔 것처럼 생겼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얼씨구. 타이틀은 가져가면서 일은 안 하시겠다? 너무 못된 심보네요, 힉스 씨. (꿍얼거리며 모종삽 들고 상점 뒤편으로 간다.) 아, 여기 어딘가 흙바닥이 있을 텐데… 눈이 너무 내려서 한참 파야겠네. 너 장갑 있어? 빌려줘.

 

엔야 힉스 14

후훗⋯⋯ 똑똑하다고 해줘. (아니다. 코밑을 스윽 훔치며 따라간다⋯⋯.) 장갑 없는데. 손으로 파줄까? 나 엄청 빨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바보한테? (옆에 자리 잡고 모종삽으로 눈 조금씩 파낸다.) 그러다가 손가락이 얼지 않을 자신 있으면. 하다가 시리면 관두든지.

 

엔야 힉스 14

⋯⋯바보 아니라고! (미미의 등을 한 대 툭, 치고는 옆에 쭈그려 앉았다.) 나 추위 안타. 내 속도를 보여주지⋯⋯. (그리고⋯⋯ 우다다다 눈을 파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빨랐으려나?)

[다이스2]

 

SYSTEM

[ ... 56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후플푸프 애들은 그걸 애칭으로 쓰더라. 너도 그런 셈 쳐. 내가 지어준 애칭이야. (모종삽으로 박박…… 그러다가 괜히 너 보고 경쟁 심리가 발동한다. 얼마나 빨랐으려나?)

[다이스2]

 

SYSTEM

[ ... 79 ]

 

엔야 힉스 14

시, 싫은데? 싫어! 바보라고 부르면 난 널 멍청이라고 부르겠어⋯⋯. (⋯⋯그리고 자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 본다.) 야, 도구 쓰는 건 반칙이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바보와 멍청이. 참 세트 같네, 그거. 에냐와 미미로 하자. (극적 타협!) 도구를 들고온 내 준비성을 칭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봐, 이제 흙 보인다. 조금만 더 파고 여기 넣어두자고. 무슨 타임캡슐이라도 넣는 것 같네. 더 넣고 싶은 거 없어?

 

엔야 힉스 14

⋯⋯응! 역시 에냐와 미미가 더 좋은 것 같아. 어머니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두고 그러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그렇지? (극적 타협!) 으음. 또 뭐 넣지⋯⋯. (잠깐 고민하더니, 품 속에서 동생⎯오언의 사진을 꺼내 넣는다.) 다음에 또 와서 더 넣자. 진짜 타임캡슐처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에냐와 미미도 어머니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과는 거리가 좀 있지 않냐. (낄낄거리며 땅 파는 일 마무리 짓고, 사진첩 여러 겹 포장해서 넣는다.) 오언 이거 진짜 귀엽게 잘 나왔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걸 넣어도 돼? 사진 여러 장 있어?

 

엔야 힉스 14

그래도 바보와 멍청이보다는 좀 더 가깝잖아, 안 그래? (포장해서 넣는 것 얌전히 구경한다.) 아니, 이거 한 장뿐이야. 그러니까 나중에 돌아와서 다시 보면 더 소중해지겠지? 뭐, 오늘 바로 어머니 아버지한테 새로운 사진 보내달라고 부엉이 보낼 거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렇다 치자. (고개 끄덕인다. 다시 모종삽 들고 묻기 시작한다.) 형제가 있단 건 좀 부러운 것 같아. 난 사촌들이랑 형제처럼 크긴 했어도, 진짜 형제는 없으니까. 오언도 마법사일까?

 

엔야 힉스 14

아니지 않을까? 나는 머글본이잖아. 머글본 마법사는 형제도 마법사인 경우가 엄청 드물댔어. (파 놓았던 구덩이가 다시 채워지는 광경을 멍하니 구경한다.) ⋯⋯그리고 걔는 마법사가 아니었으면 해, 난. 솔직히 여긴⋯⋯ 머글본들에게 마냥 우호적이지도 않고! 내 동생은 평화로운 곳에서 잘 자랐으면 좋겠거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하긴, 우리 집에도 나밖에 없지. 혹시 다른 사촌들도 마녀가 아닐까 조금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톡톡 삽으로 흙 두드린다.) 오. 현실적이네. (잠시 틈.) 그러는 넌? 평화로운 곳으로 돌아가는 생각 안 해봤어?

 

엔야 힉스 14

나? 평화로운 곳? (덮인 흙 위를 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리며 생각한다.) ⎯전혀. 좋든 싫든 여긴 내 또 다른 집이나 마찬가지인걸. 이미 정도 많이 들었고⋯⋯. 난 평화랑은 안 어울려. 지루하다며 일주일 만에 뛰쳐나갈 사람이야, 난. (이윽고 킬킬대며 웃는다.) 너도 그렇지 않아? 돌아갈 생각, 안 할 것 같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종종, 너랑 내가 생각보다 많이 닮았단 생각을 해. 환경이나 성질머리 같은 것들…. 네가 빨간 머리였으면 형제였으려나 싶을 정도로. (동의한단 뜻이다. 돌아갈 생각 따위 가져본 적 없다. 흙더미 내려다본다.) 일단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했다. 그래서, 진짜 손 안 시려워? 코코아 먹으러 안 갈 거야?

 

 

 

7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신입생들에게 인사하길 잠깐, 테이블 돌아다니면서 빵 집어 먹는다.)

 

엔야 힉스 17

빵 도둑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있다고 다 그리핀도르 빵이라는 편견을 버리도록 해. 7학년까지 먹고서 기숙사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엔야 힉스 17

하긴. (빵 하나 집어 우물댄다.) 그까짓 기숙사보다는 푸른 피의 유무가 더 중요하긴 하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 분류도 나쁘지 않겠는데. 푸른 피는 푸른 피대로… 아, 그게 슬리데린이구나. 위대한 창립자님의 뜻이 20세기에 재현되네. (시시덕댄다.) 뭐, 일일이 불평해서 뭐 해? 바꿀 수도 없는데.

 

엔야 힉스 17

노망난 영감탱이였을 게 분명해⋯⋯. (남 기숙사 창립자에 대고 못 하는 말이 없다.) 불평 안 한 지도 꽤 됐어, 그보단 행동하는 게 나으니까. 넌⋯⋯. (상대의 낯을 살피다 툭 내뱉었다.) 우리 진짜 형제 같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우리 공통점이 한둘이 아니란 데엔 동의하지만, 오늘 내 얼굴의 어떤 점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엔야 힉스 17

(들고 있던 빵을 한 입 더 뜯어 삼킨다.) 적응력. (그 방향은 다를지라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만큼 닳았단 소리로 들린다, 어째. (주스 밀어주고 옆에 앉는다. 턱 괸다.) 공부하는 거 많이 힘드냐.

 

엔야 힉스 17

쉽진 않지. (주스 집어 들이키며 작게 웃었다.) 네가 스스로를 깎아내는 거랑 비슷할걸. 너나 나나 피곤하게도 사는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이것도 꽤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 (말하기로는.) 그래서, 지금은 졸업하고 뭘 할 생각인데? 난 네가 선수가 될 줄 알았는데, 요즘엔… 썩 흥미 없으신 모양이고.

 

엔야 힉스 17

그걸 어떻게 즐길 수 있지? 그건 좀 궁금하네.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어. (약간 웃었다. 즐거운 미소는 아니었다.) 선수 되기에는 늦었지. 애들한테 퍼들미어 응원하라고 강요하고 다녔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테이블을 툭툭 두드린다.) 공부만 하고 막상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어, 웃기지⋯⋯. 마법부나 들어갈까 봐.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저들 콧대나 짓밟아주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즉각적인 호의가 돌아온다는 점에서는 꽤 재밌던데. 보상도 있고 장애물도 있는 경기를 공략하는 기분이잖아. (어깨 으쓱인다.) 난 원래부터 퍼들미어 팬이었으니까 그건 상관없어. (틈. 양팔 문지른다.) 가끔 생각하는 게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는다니까…. 이러다가 취업도 같이 하겠네.

 

엔야 힉스 17

난 역시 그렇게는 생각 못 하겠더라. 그러자기엔 내 스스로를 부러질 때까지 굽혀야 할 것 같아서⋯⋯. (그러다 표정 이상해졌다. 어라, 우리 진짜 영혼의 쌍둥이⋯⋯?) 뭐야? 이 정도면 무서울 정도인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씨? 고향이 어떻게 되시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좋아, 내가 너보단 좀 더 유연한 모양이군…. 역시 내가 오빠였던 거지? (4년째 꿋꿋하게 주장한다.) 그리스에 가본 적은 있고?

 

엔야 힉스 17

미안한데, 내 생일이 네 생일보다 빠르다고⋯⋯. (4년은 생일 하나 알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니, 한 번도 가본 적 없네. 거긴 어떠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 사실 25년생인데 1년 꿇었어. (이런다….) 음, 나도 사실 2학년 방학 때 딱 한 번 가본 게 단데, 엄청 더웠어…. 대신 햇빛도 파도도 최고였지. 난 영국이 좀 더 좋긴 하지만, 한 번쯤 가 봐. 이왕이면 테살로니키로.

 

엔야 힉스 17

그냥 날 누나라고 부르도록 해⋯⋯. (재수 없는 낯으로 비웃었다.) 아, 일 년 내내 어두침침한 영국보다는 훨씬 좋겠는데. 테살로니키면 네 고향이야? 졸업하면 한 번 가봐야겠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누나라고 부르면 귀여운 동생 취급해주나? (태도 금세 바꾼다.) 아일랜드는 영국보다 낫지 않나? 가이드 필요하면 나 부르고.

 

엔야 힉스 17

아, 우선 시도해 보는 건 어때? (능글맞은 낯이다.) 영국보다야 낫지, 고작 방학 몇 개월 머무른 게 다라 벌써부터 가물가물하지만⋯⋯. 좋아, 어디부터 가보는 게 좋냐? 네가 첫 번째로 사고 친 장소라던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누나, 깜찍한 동생한테 용돈 좀 줄래? (윙크하며 보란 듯이 아양 떤다.) 미안하지만, 나 두 살도 되기 전에 여기로 이민 왔는데. 방학 때 한 번 가본 게 다라서 유년기의 사고 친 추억 같은 건 없어. 기껏해야 관광지 알려주는 게 다야. (실없게 웃는다.) 그럼 궁금한 건데, 넌 졸업하면 영국에 있을 거야?

 

엔야 힉스 17

(흐음? 팔짱 끼고 눈썹 까닥이다 웃었다.) 오냐, 동생아. 어디 가서 간식이라도 좀 사 먹고⋯⋯. [갈레온 양도/10] 그러냐. 그럼 관광지 좀 알려줘. 훌쩍 떠나고 싶어지면 거기부터 가보게. (눈을 데굴 굴린다. 졸업하고 나면?) 아마 그러겠지? 아, 할 일 더럽게 많겠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 내가 이런 형제를 얼마나 바라왔던지. 내가 사랑해, 누나. (냉큼 받아챙겨서 주머니에 넣는다.) 감옥으로 쓰이던 화이트 타워엔 가봐야 하고, 광장에도 볼 거 많고… 아, '디미트리오스' 성당은 꼭 다녀오셔야지. 내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데. (어깨 으쓱인다.) 집 사기 같은 거 당하지 말고. 막 독립하는 열일곱이라니, 등쳐먹기 딱 좋다. 런던?

 

엔야 힉스 17

어, 앞으로 누나한테 잘해. (빨간 머리 오언을 보는 것 같군⋯⋯ 피식 웃으며 손 대충 휘저었다.) ‘디미트리오스’ 성당? 거기를 무조건 1순위로 잡아야겠는데. (진짜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런던. 외곽이든 뭐든, 제일 싼 곳으로 가려고. 일단은 막 독립하는 열일곱이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깨 주물러줄까? 10갈레온만큼의 애교를 부려줄 수는 있는데. (낄낄대며 동조한다.) 런던 스모그 조심하고. 머글들 매연에 몸져누우면 마녀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

 

엔야 힉스 17

오⋯⋯ 너 안마 잘해? 그럼 어디 한 번 해봐! 동생의 재롱 좀 받아봐야겠다. (흔쾌히 등을 돌렸다.) 뭐, 매연에 몸져누운 마녀가 되는 거지. 너희 집 자주 찾아가도 되지? 플루가루 네트워크 개통할 거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엔야 힉스 17

주먹으로 때리는 게 되겠냐? 정정당당하게 마법으로 승부해. (지팡이 쥐고 터벅터벅.)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왜 날 골랐어? (따라가서 어깨 동무한다.) 난 너한테 밉보였는지 내내 고민했다고.

 

엔야 힉스 17

(어깨 동무 피하지 않고 눈이나 굴린다.) 음, 한 대 때려보고 싶어서⋯⋯. 속 시원하지 않았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서운하네~ 내 잘생긴 얼굴을 보고서도 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눈썹 역으로 휜다.) 너한테 마법 되갚아 주고 나선 좀 시원해졌지. 디터니는 좀 뿌렸어?

 

엔야 힉스 17

어? (떨떠름⋯⋯) 방금 한 대 더 치고 싶어진 것 같아. 1:1 실습할래? (이런다.) 뿌렸어. 어차피 많이 아프지도 않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사고 많이 치고 다녔냐, 상처에는 익숙하다고. (으스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걸 자랑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끼리 하면 그냥 교칙 위반 결투잖아. 됐어, 이제 와서 기숙사 점수 깎아 먹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너 네 ‘다음’으로 부를 사람은 있어?

 

엔야 힉스 17

음. (눈을 데구룩 굴린다.) 글쎄, 부른다면 와줄 애들 몇 정도는 생각나는데. 내가 친구 하나는 꽤 잘 사귀었거든. (킬킬댄다.) 너는 있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모르겠다. 아서? 스칼렛? 재키? 발레리를 불렀다간 그냥 감점만 당할 거고, 이본은 들은 체도 안 할 걸. 확신할만한 사람이 없는 걸 봐서는 친구 농사는 망했군. 그냥 내 대타로 에냐를 고르면 안 되냐? 우리 그 정도 우정은 있잖아. (슬슬 헛소리를.)

 

엔야 힉스 17

이런. (약간 안타깝게 바라본다. 어쩌다 친구 농사를 그렇게까지 망했대? ⎯물론, 그러는 이쪽도 막 성공하진 못했다⋯⋯.) 그 정도의 우정은 있지. 대신 나도 내 대타 1순위에 미미 파블라디스 이름 올려둬야겠다. 그 정도는 괜찮지? (킬킬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안을 이렇게 바꿔뒀을 줄은 몰랐는데.

 

엔야 힉스 17

생각보다 본격적이라 벌써부터 기운 빨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런 것치곤 너도 생각보다 본격적인 차림새로 왔잖아. 안 올 것처럼 굴더니 말이지…. (웃는다.) 목걸이 어울린다.

 

엔야 힉스 17

원래는⋯⋯ 안 오려고 했어. 그런데 스칼렛이 설득을 잘 하더라고. 그래서 단순히 즐기려고 했는데 말야. (머리를 쓸어올린다.) 근데, 이 정도로 꾸며둘 줄은 몰랐거든. 꽤 부담스럽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뭐, 이런 일이 자주 있을 것도 아닌데. 좋게좋게 생각해. 한 번뿐인 사건을 놓쳤으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후회됐을걸. 음식이라도 먹으러 갈래? 네가 춤에 조예가 깊을 것 같진 않은걸.

 

엔야 힉스 17

하긴, 이런 것도 기억에 오래 남기는 하겠지. (제 머리를 느리게 쓸어넘긴다. 언급했던 진주 목걸이가 달그락대는 느낌. 그게 괜히 의식된다.) 아무래도, 춤은 잘 못춰. 배워본 적도 없고 노력한 적도 없고. 그러니까 먹을 거 먹고, 즐길 거 즐기다 가자. (그러다 문득.) 그런데 너는 춤 잘 추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좋은데, 넌 표정 봐선 지금 체할 것 같은데. (놀리는 투다.) 춤 자체는 그럭저럭. 노래 틀어두고 하는 스윙은 우리 집 사람들도 좋아해. 왈츠는 하나도 아는 바 없어서 오기 전에 미리 찾아봤지. 그럭저럭 구색은 맞출 수 있을걸. 체험해볼 테면 말해, 상대해줄 수 있어.

 

엔야 힉스 17

여기서 더 뭐 밀어 넣으면 체할 것 같기도 해⋯⋯. (어두운 낯으로 제 입을 가린다.) 그렇다면. (손을 펼쳐 내밀었다. 도움을 청하는 듯한, 따라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낯이다.) 함께 추는 거 어때? 나는 춤이라면 영 젬병이라, 좋은 파트너가 될 수는 없겠다마는. 스윙이든 왈츠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오늘따라 솔직하시네. (손 잡아당긴다. 플로어 방향 턱짓한다.) 자신감도 부족하고. 좋은 파트너란 게 춤 잘 추는 사람을 말하는 거라면, 7학년 전원 중에 그 기준 만족할 사람이 니나 프리츠 뿐일걸. 뭐가 그렇게 무서워?

 

엔야 힉스 17

난 원래부터 꽤나 솔직한 편이었거든. (그대로 따라간다.) 무섭다기보다는⋯⋯ 내키지 않아서? 그런데 또 경험은 해보고 싶고. 이럴 기회가 많지는 않으니까. (문득.) 발 밟아도 뭐라 하지 말아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가 거짓말을 유난히 못 하긴 하지. 내키지 않는 이유는, 역시 어색해서? (춤곡 하나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역으로 가로질러, 플로어 위까지 올라간다. 오른손으로 등 받쳐 올렸다.) 어깨 위에 손 올려봐. 발 밟는 건 일부러만 아니면 봐줄게. 이때다 싶어서 뭉갤까 봐, 나도 보험 정도는 들어둬야지.

 

엔야 힉스 17

응. 어색해서. 살면서 춤 한 번 춰본 적 없거든. 이런 것보다는 빗자루 타고 누가누가 샹들리에 위에 올라타나 내기하는 게 훨씬 어울린다고⋯⋯. (그러다 비죽 웃으며 어깨에 손 올린다.) 그렇게 말하니까 또 괜히 일부러 밟고 싶고 그런다? 스켈레-그로 여분이 있던가, 병동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지만 말했잖아, 어울린다고. 네가 심적으로 얼마나 불편한지는 몰라도, 겉보기에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보여…. 그래도 네가 말한 건 혹한다. 내가 모범생만 아니었어도 그 내기에 당장 응하는 건데. (이후로 스텝이 시작된다. 왼발부터 전진하여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켈레-그로는 네가 맨날 끔찍하다고 입에 달고 사는 거잖아. 뼈가 부러져도 그건 안 먹을 건데. 어쩌다가 그런 마법약이 스테디셀러가 된 건지 몰라…. 뼈는 잘 붙었어? 효과가 대단한가?

 

엔야 힉스 17

흠. 그래도 이런 건 너무 불편해. 엄청나게 특별한 날 아니면 입을 일 없겠다. (당장 교복으로 갈아입고 싶다는 얼굴이다.) 네가⋯⋯ 모범생? 아니지. 네가 아니라, 내가. (실은 이쪽이나 그쪽이나⋯⋯. 춤을 시작하면, 스텝을 따라가다 말을 놓치거나 혹은 말을 따라가다 스텝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인상 미묘하게 찌푸렸다.) 음. 그거⋯⋯. 어⋯⋯. (집중.) 뼈가⋯⋯ 재탄생하는 기분이야. 어렸을 땐 신기하다고 아프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런 기분도 다 사라졌나 봐. 끔찍하게 아픈 거 있지. 웬만하면 쓰지 말아라. (그 말을 끝으로 콱, 발등 밟았다. 앗!)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루 정도는 참아주지! 아니면 언제 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어. 게다가 꾸미는 데 든 시간도 아깝겠다. (나는 아깝거든, 오래 공 들여서. 덧붙인다.) 솔직히 말하자. 너나 나나 교화에 완전히 성공했다곤 아무도 안 믿을걸. 도리어 샹들리에를 반환점 삼아 찍고 돌아오면 드디어 원래대로 돌아왔다며 박수를 치겠지. (그러든 말든 춤을 멈추지도 않고, 말도 계속 건다. 수다스러운 성미 어디 안 간다.) 그거 끔찍하겠는…… 아. (간신히 소리지르는 것 무마했다. 이 악문 채로 내려다본다.) …….

 

엔야 힉스 17

어⋯⋯ 그래서 하루는 버티려고. 이거 다 하는 데 다섯 시간은 걸렸다⋯⋯. (약간 죽은 눈 됐다.) 그렇겠지. 지금만 해도, 다들 ‘잠깐 저러고 금세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하더라. 내 꼴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나 봐. (그리곤 이죽댄다.) 바보들. 이전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텐데⋯⋯. (⋯⋯그리고 이쪽은 그에 장단 맞추느라 많이 힘들었다. 많이. 그러니까⋯⋯) 그러게, 나 초보라니까. 네가 말 많이 걸지 말았어야지⋯⋯. (딴청.)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안 해 버릇해서 더 오래 걸린 거지. 우린 이런 거랑 인연 없으니까. (놀리는 투.) 왜, 동료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난 진짜 이것도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 돌아가고는 싶고? (어금니 부딪히는 소리 낸다. 눈가 찡그리는 것으로 참는다.) 이제는 애교로 무마할 생각도 안 하네.

 

 

 

엔야 힉스 17

무슨 헛소리냐, 저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우리 망했다는 소리?

 

엔야 힉스 17

나 지금에라도 모범생 행세 때려치울까? (좀 허탈한 낯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안 아까워? 난 아까워서 못 해.

 

엔야 힉스 17

아깝나? (잠깐 고민한다.) 모르겠네,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어차피 곧 졸업이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첫인상만큼이나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잖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생각 고쳐먹지는 않았지? 나 저 밖 사회에 혼자 서 있으려면 좀 외로울 것 같은데.

 

엔야 힉스 17

노력은 해야지. 여기서 먹고 살 거라면 그럴듯한 직장 하나는 필요하잖아? 그런데 내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를 모르겠네⋯⋯. (그니까 내 성깔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먼저 튀는 사람이 지는 거다. (성질머리 익히 짐작한다. 툭 뱉는다.) 부서는 정했어?

 

엔야 힉스 17

하, 이것만큼은 진짜 자신 없다⋯⋯. (이마 짚는다.) ⋯⋯망각 본부. 뭐, 실은 성적만 되면 어디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하! 나 네가 자신 없다고 말하는 거 처음 들어. (아마도.) 재미없는 델 가네. N.E.W.T.는 잘 본 것 같고?

 

엔야 힉스 17

숨기려고 아주 노력했거든. 지금은⋯⋯ 글쎄. 좀 체념했다고나 할까. (어깨 으쓱인다.) 스칼렛 따라 지원하는 건데? 너 이거 걔한테 다 말한다? (킥킥 웃었다.) 응. ⋯⋯아마, 그럭저럭.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우리 악바리 곰돌이가 그런 걸 순순히 티 내고 다녔을 리가 없지. 니야한테는 비밀로 해. 어휴, 그런 거였으면 일찍 좀 말하지. (괜히 가볍게 어깨 친다.) 그럭저럭은 또 뭐야? 얼마나 잘 나오는 게 목표면 그래?

 

엔야 힉스 17

이 자식이? (여러모로 발끈할 키워드가 많았지? 아프지 않게 미미 툭 쳤다. 음⋯⋯ 약간 아팠을지도.) 악바리 근성짓 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공부 안 한 세월이 너무 길어서 진짜⋯⋯ 비효율적으로 공부했거든. 딱 '적당히' 나왔을 거야. 뭐, 그것도 1학년의 엔야 힉스가 보면 놀라 나자빠질 성적이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 (15cm 되어 나타난다.) 혹시 상점 마법약 남은 사람 없냐?

 

엔야 힉스 17

이게, 뭐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누나, 나 좀 데리고 다닐래? 보다시피 지금 다리가 짧거든.

 

엔야 힉스 17

동생아. (쭈그리고 앉아서 시선 맞춘다.) 너 진짜⋯⋯ 귀엽다⋯⋯. (진짜, 얄밉게 비웃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놀리라고 한 소리가 아니거든. (괜히 발 밟는다. ―보다 정확하게는 올라탔다― 하나도 무겁거나 아프지 않다는 게 우습다.) 허튼소리 하지 말고 나 좀 어깨나 손바닥 위에 올려줘.

 

엔야 힉스 17

하⋯⋯. (아 진짜 웃기고 우습고⋯⋯ 손 쫙 펼쳐 내밀었다.) 그래, 올라타라. 어디로 데려다줄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연회장. 나 배고파. 아까 낮잠 자느라 점심을 놓쳐서. N.E.W.T. 시험까지 끝나니까 진짜 사람이 늘어지네. (손 위에 올라타서 자리 잡는다. 은근히 아늑하네, 이거.) 너 어디 갈 데 있는 건 아니지?

 

엔야 힉스 17

(아⋯⋯ 움직이는 인형이랑 대화하는 기분이야. 약간 묘한 표정이 된다.) 말마따나 N.E.W.T. 시험까지 끝났는데 할 게 책 읽기 말고 또 뭐가 있겠냐? 가자. 지금 네 상태로는 풀잎 하나도 하루 종일 먹을 것 같긴 한데⋯⋯. 아니, 근데 어쩌다 그걸 마셨는데? (연회장 쪽으로 천천히 발 옮기며 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에냐 맞지? N.E.W.T.도 끝났는데 책을 읽는다고? 진심이야? (툴툴댄다.) 슬리데린 애들이 합심해서 먹였어. 형제애란 거 아무 의미 없는 모양이더라.

 

엔야 힉스 17

너 아무래도 애들한테 단단히 밉보인 모양이네. (한 가지 아주 신랄한 블랙 조크가 떠올랐는데, 참았다⋯⋯.) 하나 느낀 게 있어. 어렸을 때보다는 상황 파악이 빨라졌거든. 역시 멍청하게 살면 안 되겠더라. 야, 책은 지식의 원천이라고. (우쭐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입술 씰룩이지 말고 하려던 말 있으면 해. (툴툴대다가, 손바닥 위에서 조심스럽게 연회장 테이블 위로 내려온다. 창처럼 포크 쥔다. 아, 이거 진짜 멍청해 보이네….) 바보 에냐. 이럴 줄 알았으면 래번클로에 갔어야지. 난 아직도 도서관 알레르기가 다 안 나았는데.

 

엔야 힉스 17

내뱉고 나면 내 입을 아주 치고 싶어질 것 같아서 안 할래⋯⋯. (⋯⋯아 자꾸 상황에 안 맞게 웃기네⋯⋯.) 1학년 때의 엔야 힉스가 지금 날 보면 뒤집어질걸. 아마 그때 날 그리핀도르로 보낸 마법 모자도 날 보고 놀랄 거야.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멍청하게 살았다간 억울해도 왜 억울한지 몰랐을 거라고. (괜히 조그마한 미미 손으로 톡톡 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사람 진짜 궁금하게 하네…. 이제는 그럼 뭐가 억울한지 알아? (그 기세로 비프 웰링턴을 사냥—포크로 쑤시는 일—하는데 성공했으나, 도무지 입으로 가져갈 수 없다.) 누나, 사람 치지 말고 좀 도와줘.

 

엔야 힉스 17

응. (선선히 대답한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직접 이 세계를 선택하지 않았고, 따지자면 불려온 것에 가까우며⋯⋯. 아니, 이런 거 이전에. 만약 우리가 잘못한 게 있다면 억압하고 짓누르는 게 아닌 대화로 푸는 게 맞지. 아주 오래전부터 쌓아온 우리의 역사가 알려주는 사실이라고. (그리 말하며 포크를 집어 비프 웰링턴 ⎯이게 뭐냐? 그냥 새로 조그맣게 잘랐다⎯ 한 조각을 들어다 대준다.) 저들이 하는 짓거리는 그냥, 질 낮은 불량배들과 다를 게 없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잘못한 게 없으니까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거야. 알면서 그래. 억울하다고 해도 마음 이미 전부 다 줘놓고서…. (리듀시오로 포크 크기 줄이고 조각 우물댄다.) 아니다, 반대로 마음 전부 주는 바람에 억울한 것도 알게 된 건가. 하하! 웃기네.

 

엔야 힉스 17

그런 셈이지. 어쩌겠냐? 가지고 있던 마음이란 마음은 아주 싹싹 긁어모아다 바쳤는데. (먹는 것 구경한다⋯⋯. 흠, 귀엽네. 조각 하나 더 떼어다 줬다.) 그건 억울하지 않아, 내 선택이었거든. 그냥⋯⋯. 모르겠다.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는다면 내가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우두커니 앉아서 골몰한다.)

 

엔야 힉스 17

동생. (쭈그려 앉아 시선 맞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오늘 있었던 일? 아…. 진짜 볼 줄은 몰랐거든. 부활했을 거라곤 짐작했지만.

 

엔야 힉스 17

그게 다야? (자리에 아무렇게나 주저앉는다.) 너 오늘 되게 슬리데린 같았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보통 그 이야기 되게 좋아하는데, 오늘은 맥락 상 욕으로 들린다? (눈썹 들어 올린다.)

 

엔야 힉스 17

어쩌면. (심드렁한 투로 답했다.) 영리하다고도 생각해. 근데 난 역시, 참는 건 못하겠더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내기에서 이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하. 마른 웃음소리.) 참지 않으면 어떡하려고. 그러다가 죽을래?

 

엔야 힉스 17

(마주 버석하게 웃는다.) 저들 다리 사이 기어서 살아남을 바에는 차라리. 난 사자거든⋯⋯. 아무리 기숙사가 의미 퇴색됐다고 해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제 머리 마구 헤집었다.) 사자지, 너는 확실히. 난… 모르겠다. 내 목표는 살아남는 것 따위가 아니고, 그걸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고 내내 생각해왔어. 그런데 오늘은 내가 여기서 이룰 게 있을까 싶네. (틈.) 죽지 마, 에냐. 나 울지도 몰라.

 

엔야 힉스 17

(그래, 바로 그 점에서⎯ 나는 막연히 네가 슬리데린이고 내가 그리핀도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한다. 슬픈 예감이 들었다. 단편적인 추측이다. 가령 서로에게 지팡이 겨누는 상상이라거나⋯⋯) 그렇다면 게걸스럽게 탐내. 틈이 보이면 집어삼켜. 말했잖아, 넌 확실히 뱀이라고⋯⋯. (작게 웃었다. 이어지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두고 보자. 어떤 꼴로 클지는. (씨익 웃는다.) 대답 안 하네? 고집 한 번 끝내준다, 너도 참.

 

 

 

성인

 

 

엔야 힉스 28

음, 그러니까⋯⋯. (머리 긁적인다.) 누구더라? (너털웃음. 농조 짙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팔꿈치로 툭 친다.) 저쪽은 적이라 이거야?

 

엔야 힉스 28

아무렴. 이제 와서 친구 놀음할 수는 없잖아. 반가운 얼굴들은 좀 있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많지. 저쪽에 있는 걸 알았던 게 몇 명, 전장에서 본 것도 몇 명…. 그런데 모아놓으니 기분 이상하네. 이번에야말로 진짜 우릴 끝장내고 싶은가 봐.

 

엔야 힉스 28

이번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으면 돼.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반대쪽’ 바라보다가⋯⋯ 시선 거뒀다.) 정 위험하면 네가 구조해 줘⋯⋯ 밴이 없으니 조금 힘드려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하필 전장이 실내만 아니었어도 내 세상인데 말이야. (마찬가지로 고개 돌린다.) 밴은 없어도 빗자루는 있지. 내가 잽싸게 구해주러 갈게. 나 믿지?

 

엔야 힉스 28

(가만히 바라보다 웃으며 머리 헝클어뜨렸다.) 널 안 믿으면 또 누굴 믿겠냐, 동생아! 나보다 일찍 쓰러지지만 마. 난 구조에는 재능 없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이건 원하던 대답이 아닌데. '너도 나만 믿어라, 동생!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 주겠다!'가 나올 타이밍이잖아.

 

엔야 힉스 28

나 거짓말 못하는 거 알면서? 자, 대신 간절해졌지. 널 구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 (⋯⋯물론 농담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친동생은 아니다 이거지. 내 이름이 오언이 아닌 게 이렇게 안타까워질 줄이야…. (삐죽댄다.) 내 살 궁리는 내가 해야지. 그래.

 

엔야 힉스 28

(그 반응에 피식대며 웃었다. 아주 오래 전 기억을 더듬는다⋯⋯.) 죽지 마, 미미. 나 울지도 몰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눈썹 삐딱하게 들어 올리고 쳐다본다. 응답자 다르므로 마땅히, 이번엔 대답 돌아온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쉽게 죽어줄 일 없어. 네가 우는 걸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들긴 하지만.

 

엔야 힉스 28

하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을 뱀이 바로 내 동생이지! (팔 뻗어 세게 끌어안는다.) 하하. 그렇게 말하니까 나올 것 같던 눈물도 다 쏙 들어갔어. 악취미야, 그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리고 어차피 나 같은 앤 죽어도 유령으로 돌아올 거야, 난. 아직 여기 미련이 너무 많다고. 네가 장례식에서 훌쩍거리며 우는 모습이나 실컷 구경해줄게…. (함께 끌어안아 준다.) 그러고 보니 우는 걸 본 적은 없네. 집에서 퇴근하고 같이 신파영화를 보던 시절에조차도. 마지막으로 눈물 흘린 날이 언제야?

 

엔야 힉스 28

참 나. (코웃음 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쟤네나 괴롭혀 줘. 아주 잠도 못 자게. (음, 그래도 즐거운 가정은 아니군. 금세 화제를 바꿔버렸다.) 글쎄다, 엄청 아기 때 빼고는 기억 안 나는데. 남 앞에서 우는 건 아주 질색이거든. 약해 보이잖아. 근데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때도 안 울게 되더라. 버티는 것만 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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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까지 옆에서 노래를 불러줘야겠군. 너무 감미롭지 않도록 조절할게. (가볍게 대꾸한다.) 악바리 곰돌이. 우는 법을 잊은 건 아니지? 거짓말하는 법과 같이.

 

 

 

엔야 힉스 28

음.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작게 침음한다.) 우는 것보단 웃는 게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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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느리게 품에서 멀어진다. 내려다보고 헛웃음 뱉었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또 몰라. 도통 참을 수 없이 슬플 때엔 어떡하려고. 내 앞에선 울어도 되는데, 시도해볼 생각은?

 

엔야 힉스 28

(자세가 비뚤다.) 아서라, 이렇게 산 것만 28년째야. 그리고, 미미. 동생 앞에서 약한 모습 보여주고 싶어 하는 누나가 어딨냐⋯⋯. (킬킬댄다. 주머니 더듬어 담배 꺼내든다.) 네가 울 때면 잘 달래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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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게 볼 일 없단 뜻이었는데. 네가 나한테 그런 책임감까지 느끼고 있는 줄은 몰랐네. 역시 좀 더 우겨서 오빠 타이틀 가져갔어야 했다니까. (마찬가지로 삐딱하게 주머니 뒤적인다. 지팡이 대신 머글식 라이터 꺼내 불붙였다.) 어떻게? 술이라도 마실까, 아님 안아주기라도 할래.

 

엔야 힉스 28

아, 네가 부득불 오빠 타이틀 가져갔다면 이렇게 애착 가지진 못했을걸. (매캐한 향이 입안 가득 들이찬다. 뭉뚝한 시선이 상대 얼굴을 느릿하게 훑는다.) 많이 닮았거든, 너랑 나는. 그래서 오언이랑 너도⋯⋯. (픽 웃었다.) 글쎄, 잘 모르겠네. 그러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말해줄래? 술을 퍼마시는 것도 괜찮고, 안아주는 것도 얼마든지. 어느 쪽이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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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속상해. 내가 진정 빨간 머리 오언이었다니. (서운한 감정 조금도 없이 그런 말. 연기 뱉는 것 보고서는 콧잔등만 찡그린다.) 그래도 귀여움받는 쪽은 달가우니 둘 다 할까? 감자튀김 앞에 두고 맥주를 진탕 마시다가… 취하면 안겨서 훌쩍댈래. (틈.) 다 끝나면 곧장 드롬킨에 갈 거지.

 

엔야 힉스 28

(같이 보낸 시간이 햇수로만 대략 10년이다. 이쯤 되면 속내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지, 어깨나 들썩였다.) 안아줄게, 세차게. 내 생각에 넌 이쪽을 더 좋아할 것 같다. (담뱃재 털어내듯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예상 외로, 답이 느리다.) ⋯⋯고민 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난 항상 어리광부리는 게 취미고 특기였지. (순순히 시인하여 동조한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재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그래? 의외네. 오직 소중하다는 이유로 돌아가지 않는 줄 알았는데, 다른 까닭이라도 있어?

 

엔야 힉스 28

(담배를 손에 굴려댄다. 오래 답이 없었다.) 그 평화에 적응할 자신이 없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겁 많네, 에냐 힉스. ‘여기’도 곧 평화로워질 거야. 전쟁이 다 끝나면.

 

엔야 힉스 28

그래, 바로 그게 문제야. (쩝, 입맛 한 번 다시더니 담배를 바닥으로 튕겼다.) 하나만 보고 죄 불사른 자의 말로지, 이제 와 고백하자면 난 처음부터 살아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 (음, 허전한 손으로 팔짱을 낀다.) 넌 앞으로 뭐 하고 살 건데. 네 얘기 먼저 들어보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바보. (툭 비난한다. 담뱃불 꺼질 때까지 지켜본다.) 당연히 살아 돌아갈 생각을 해야지, 그게 아니면 뭘 위해서 이 고생을 했어? 생각 좀 고쳐먹어 봐. 난 한동안은 여기서 좀 떵떵거리며 살아야겠다. 도로 퀴디치 연맹에도 들어가고…. 아, 이번에는 진짜 선수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멀린 1급 훈장을 딴 뒤에, 그걸 명함에 박아두든지 해야겠어. 예언자 일보에서 ’비열‘이나 ’저열‘ 수식어 없이 어떻게 나를 묘사하는지도 좀 구경해 봐야겠고…. (속물적인 계획 줄줄 읊는다. 아무렴, 그런 사내다.)

 

엔야 힉스 28

사랑하는걸⎯ (지팡이 휘두르듯 손을 내젓는다.) ⎯전부 망쳐버리려고! (가볍게 웃었다.) 세상이 다시 뒤집혔으니 이젠 그럴 일 없겠지만. (그래, 내가 아는 미미는 이런 사람이었지. 변함없는 모습이 퍽 기껍다. 어물거리는 시선이 천천히 바닥을 향한다. 글쎄, 이쪽은 많은 게 변해버려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나도 너 따라 선수 생활이나 할까, 빗자루는 잡아보긴 해야 하거든. 테살로니키도 가봐야 하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반대로 사랑하는 것들이 너를 망친 것 같은데. 뭐, 나는 어느 쪽의 에냐 힉스든 좋아. 그냥 너한테 가족이 중요한 걸 아니까, 아주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얼굴 보고 오란 소리지. (가볍지 않은 말을 가벼운 어조로.) 안 그래도 시몬이 그 이야기 하더라. 너랑 빗자루 탈 거라고, 그래서 냉큼 끼겠다고 했어…. 오랜만에 속력으로 내기나 할까.

 

엔야 힉스 28

어쩌면. (선선히 수긍한다.) 이곳에 발 들인 순간부터 예정된 결과였을지도 모르지. (눈 가늘게 뜨고, 그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구별하려다⋯⋯) 하하! (그냥 웃어버렸다.) 그래, 내가 어떤 꼴이든 좋아해 줘야 해. 그게 가족이잖아⋯⋯. ⋯⋯. (그리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 번 정도는 다녀와야겠다. (금세 짓궂은 표정으로,) 아. 속력이라면 지지 않을 자신 있지. 한 번 해보겠다, 이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당연한 이야기를 하네. 그게 가족이지. (고개 설렁설렁 끄덕인다.) 나중엔 나도 데려가. 오언이랑 에냐 힉스의 동생 모임 같은 거 하고 싶어. 네 뒷담을 실컷 하다보면 내가 너보다 더 친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한 번 정도란 소리 들었으면서 그런다. 키득거린다.) 어, 드잡이 한 번 해볼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하극상을 꿈꾸겠어…….

 

 

 

 

드롬킨의 사고뭉치, 퀴디치 일등 선수, 악바리 곰돌이, 용감하고 대담한 사자, 하나뿐인 나의 누이에게!

 

*엔야 인장-ㅎ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