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el to Fire

 

 

 

 

이 규격 외의 이방인을 보라! 고함하라!

 

 

      창밖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줄리아 그레이스는 접착력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진 메모들을 다시 붙이는 데 열중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방문자는 그걸 기다려주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마녀는 서류함에 콜로포터스를 걸고선 낡은 가방을 챙겨 들고 좁은 계단을 따라 작업실 밖으로 나왔다. 아이스크림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창문을 내리고 줄리아를 내려다봤다.
      "타, 줄리아. 데려다 줄게."
      "너랑 같이 다니다가 호외 날리기도 전에 잡혀가라고?"
      "절대 안 잡혀. 이 밴이 속력 싸움에서 진 적은 한 번도 없거든. 아니었더라면 내가 얼굴 까고 돌아다닐 수 있었겠어? 마법부 직원용 출입구 근처에 안 들키게 슬쩍 내려줄게."
      히죽 웃는 얼굴을 보고서야 줄리아가 트럭의 뒷문으로 올라탔다. 아이스크림 매대가 들어서 있는 좁은 공간이 문이 닫히는 순간 소형 아파트로 변모했다. 불법 개조에는 도가 튼 모양이다. 퀴디치 연맹에서 일하며 마법사식 텐트를 여럿 접해본 게 도움이 되었단다. 줄리아는 이 트럭 내부에 중첩된 마법의 개수를 다 헤아릴 수 없었다.

      몇 번 이용해보았다고 익숙하게 거실 소파에 기대어 앉으면, 주방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이 채 움직이기도 전에, 운전석에서 넘어온 남자가 뜨거운 물에 페퍼민트 차를 우려냈다.
      "내가 운전 중이라 술은 조금 그렇고."
      디미트리오스가 찻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선 맞은편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 자리를 원래 차지하고 있던 곰인형들은 품에 안은 채다.
      "운전은 자동차가 다 하는 것 같은데, 네가 아니라."
      줄리아가 웃는 소리를 내며 핀잔하면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마법을 자신이 걸었으니 관념적 운전 중이란다. 미미가 자신의 머글식 운전 면허증을 보여주어야겠느냐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
      "그게 그거지. 그보다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어때?"

      그 말에는 기자도 잠시 생각을 하게 됐다. 문밖으로 새어나온 대화를 들은 이후부터, 무려 10년이다. 가족이 떠난 슬픔에 무너져있을 시간도 없이 내달려 지금에 이르렀다. 후련한가? 잘 모르겠다. 맥동하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평소랑 같아."
      줄리아가 차를 홀짝이고선 되물었다.
      "넌 내일 합류하기로 했었잖아. 스페인에 숨어있는 거 아니었어?"
      "가장 최근엔 남프랑스였어, 누나. 나한테 관심이 너무 없네."
      디미트리오스가 투덜대며 대꾸했다. 마법 정부에 볼일이 있어 겸사겸사 들렀다는 대답 이어진다. 줄리아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가, 혹시 발레리에게 연락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그냥 퇴로 점검하려고 그러지."
      이럴 때마다 남자는 자매라는 이름이 가진 특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마법 사법부에 가겠다는 꿈을 결코 제 언니에게 말하지 말라던 인물이나, 줄리아 그레이스나. 너무 닮아서 가끔은 허탈할 지경이다. 그를 염려하지 않는 바는 아니었으나 비밀 누설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뜻이 맞는 이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기를 다섯 해다. 기사단이 아닌 이들은 엮이지 않을수록, 모르면 모를수록 더 안전했다. 발푸르기스 기사단의 압박은 점점 조여왔는데도 불구하고, 미미는 기묘한 확신조차 있었다. 어차피 줄리아 그레이스의 시도는 성공할 것이다. 구조 계획은 완벽했고, 남은 건 신문이 인쇄되는 대로 널리 퍼트리는 일뿐이었다…….
      불사조 기사단이 공식적으로 조직된 이후로 3년이 지났고, 그간 남자가 겪은 실패는 한 손 안에 꼽혔다. 젊은 마법사는 그 나이대의 치기 어린 자신감이 있었고, 가끔은 그걸 맹신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테이블 옆의 줄을 잡아당겼다. 정신을 차리면 눈앞에 찻잔 따위 없고, 나란히 운전석과 조수석이다. 미미가 앞유리 밖을 턱짓했다.
      "다 왔네. 내일 봐. 손님용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혹시 계획이 틀어지면 연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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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사조가 활약할수록 자연히 경계하는 움직임도 늘었다. 디미트리오스는 세계가 자신을 증오하는 경험에 익숙했으나 도무지 적응하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 감각에 길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길었고, 남자는 종종 고꾸라져 땅에 얼굴을 처박았으나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제 안위 하나만큼은 기민하게 챙겼던 탓인지, 그가 희생되지 않는 동안 동료들이 죽어나갔던 탓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크로커는 종종 젊은 마법사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였으나, 그게 매번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줄리아 그레이스가 아이스크림 밴으로 돌아오는 일 없이 기어이 죽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엔 울었던 것도 같은데, 요즘엔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하게 6피트 아래에 묻힌 시신들을 자신의 실패로 셈했다. 기사단 내에서 구조를 주된 역할 삼았으니 책임 범위 안쪽에 두어도 무방했다. 

 

      디미트리오스가 가진 죄책감과 무관하게, 실적을 계산하더라도 그가 하릴없이 노니는 것은 아니었다. 불사조 기사단 토벌 작전이 시행되고 나서는 그조차도 전투원으로 활동하는 날이 늘었다. 흉터는 대부분 디터니 용액이 가려주었으나, 전장에선 그조차도 매번 구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해서 치료하여 보상하기보다는 되갚아주기를 택했다.

      불티에 휩싸이기를 거부하지 않았으나, 그 본성이 어디 가지는 않는 법이다. 인정 욕구는 장작이 되어 젊은 마법사의 기개를 태우곤 했다. 이제는 목적 외의 다른 것이 재에 휘날려 불분명했다. 반드시 이 세계를 뒤집어야겠다. 제 입맛대로 전복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어야겠다. 숭고하거나 정의로운 목표 아니더라도 그는 기사단의 일원이었고, 그걸 자랑스러워 할 줄 알았다. 마침내 들불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