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1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너 신입생 맞지? 다이애나 앨리에서 얼굴 본 것 같은데! (다이애건 앨리다.) 숙제 같이하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다이애건...숙제도 아니라고 하셨지만... (소심하게 정정해본다) 음, 나라도 괜찮다면 같이 하자. 그러니까... 디미트리오스 맞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하지만 해야 하는 거잖아? 교수님이 주셨고. (그게 그거 아니냔 투다.) 어휴, 설마 그렇게 딱딱하게 부를 건 아니지. 미미라고 부르면 돼.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이것도 마법이야? 독심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음, 틀린말은 아니지만. (무어라 더 설득해보려다가 곧 그러기를 멈춘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그래도 될까? 사실 그렇게 부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긴 한데, 허락을 못받아서 고민하고 있었어. (독심술...? 아, 레질리먼시. 잠시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까 배정식 할 때 봤어. 슬리데린에 배정받은, 이름이 디미트리오스인 머리가 빨간색인 남자애. 너밖에 없었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지금 당장 허락할게! 제발 미미라고 불러줘. 디미트리오스는 너무 길잖아. 게다가 옛날 사람들 이름이라고. 그렇게 불리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신나서 속사포로 대답한다.) 너 기억력이 대단하구나? 난 이름 하나도 못 외웠는데! 네 이름도 ……기억이 안 나. 다시 알려주면 안 돼? 이번에는 진짜 외울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그 정도야? 하지만 나는 줄이지 않아도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음. 네가 그렇다고 하고, 허락도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미미라고 부를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뭇거리지 않고 냉큼 불렀다.) 나는 발레리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성이든 이름이든 편한쪽으로 불러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발레리같이 예쁜 이름은 공감할 수 없는 고충이지. (능청스럽게 웃으며 윙크한다.) 성이나 이름만 괜찮아? 애칭은 허락해주지 않을 셈이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그런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능청스러운 모습에 잠시 눈만 깜빡거린다.) 아, 애칭으로 부르고싶어? 애칭도 괜찮아. 음, 그럼 원래 있던 애칭을 알려줄까, 아니면 여기에 나와있는대로 네가 하나 지어줄래? (빙고판에 있는 애칭 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응! 그편이 더 귀엽잖아. 가까워 보이고. (냉큼 고개 끄덕인다.) 나 작명에는 재주 없는데! 빙고 한 칸을 채울 수 있는 건 좋지만…. 발레리면 뭐가 좋지? 레라? 원래 쓰던 애칭은 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그럼 내가 너를 미미라고 부르는건 빙고 칸을 채울 수 있는 사항일까? (애매하네,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었으나) 원래 애칭은 '리야' 야. 가족들은 그렇게 불러. 음, 아무래도 애칭을 만들기엔 조금 애매한 이름이지? 꼭 이름에서 따오지 않아도 괜찮아. 애칭이라는건 단어 자체보다 그걸 부르는 친밀한 사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뭐든 좋다는 의미였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애매한걸?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둘 다 서로에게 애칭을 지어줬다는 설정인 거지. 그게 하필 가족들이 부르는 애칭과 같았다는 건… 낭만적인 운명 아닐까? 리야, 어때? (짜고 치자는 말을 잘 돌려서 말한다. 눈 반짝였다.) 참, 가족들이 부르던 애칭 맞지? 아니면 입학하기 전의 친구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짜고 치자는 의미구나. (잘 돌려말해준걸 굳이 콕 지적한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 당사자인 우리 둘이 합의 한 일이니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인다. 뒤이은 질문도 포함한 수긍이었다.) 가족들이 부르던 애칭 맞아. 입학 전에 사귄 또래 친구도 없고. 너희가 첫 또래 친구야. (정확히는 애칭을 부를 정도로 친한 상대가 없었다는 것에 가까웠지만.) 미미...는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에도 친구가 있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뭐,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그렇게도 말할 수 있고. (부인하지 않고 키득거린다.) 나는 여기 오기 전에도 학교에 다녔어! 잉글랜드 더럼에서. 졸업할 땐 내년에도 다시 보자고 말했는데, 웬 기숙학교로 튀었으니까 분명 다들 화내고 있을 거야! (파하핫 웃기만 한다.) 사촌들이 많기도 하고. 나이대가 비슷한 사촌은 거의 친구나 다름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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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머글 사회는 우리랑 교육과정이 조금 다르구나. (이미 다니던 학교가 있었구나. 새로 알게 된 사실에 흥미가 생긴 듯) 원래 친구들과 헤어져서 아쉽지는 않았어? 반 강제적으로 머글 사회를 떠나서 불만인 머글 태생 친구들도 있던 것 같은데, 넌 제법 호그와트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려는 것 같아보여서. (적어도 자신이 보기에는 그랬다.) 또래 사촌도 많구나. 신기하다. 음, 나는 주변에 나이대 비슷한 사촌도 없고, 언니랑 나이차이도 많이 나거든. 이웃 또래 애들이랑은 오랫동안 잘 지내본 적도 없고. 내가 살갑고 재미있는 성격은 아니니까. (그에 비해 활기차고 적극적인 네 모습을 보자니, 친구가 많은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아무래도. 마법사는 호그와트가 대개 첫 학교라며? 근데 그럼 마법이 아닌 것들은 집에서만 배우는 거야? 그렇담 진짜 편리하겠는데…. 뭐, 나는 호그와트 좋아! 여기 신기하잖아. 비밀리에 숨겨진 마법사 집단이라니, 되게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고개 끄덕인다.) 네가 살갑고 재밌는 성격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보통 그런 애들은 나 싫어해, 시끄럽다고들 하거든.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씨익 웃는다.) 하지만 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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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에 가기 전에는 보통 홈스쿨링을 해. 집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그랬어. (오히려 좋아하는구나. 네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어쩐지 다행인 기분이 들었다. 곧 네 말에 가만히 눈을 깜빡거리더니)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돼. 내 성격이 어떤지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곤 잠시 간극.) 맞아. 그래서 난 오히려 너처럼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이 좋아. 내가 그런 편이 아니니까... 보기 좋다고 생각하거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내가 리야 네 마음에 그렇게 쏙 들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진 말 안 했다.) 좋아, 솔직하게 살갑다는 취소할게. 넌 잘 그려진 마법 초상화 같은 구석이 있으니까. 그래도 재미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니까 아주 거짓말은 아니야. (가볍게 투덜댔다.) 형제랑 나이 터울이 커? 몇 학년인데? 설마 호그와트를 아주 졸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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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으므로, 굳이 부정하지는 않는다. 잘 그려진 마법 초상화라는 말에 괜히 제 뺨을 한 번 문지르기도 했고.) 그래. 그럼 나는 적어도 너한테는 재미있는 친구인걸로 할게. (투덜대는 모습에 속으로 웃었다. 표정은 여전히 평소와 같다.) 언니는 나보다 6살이 더 많아. 지금 호그와트에 다니고 있고, 기숙사는 그리핀도르야. 곧 아주 졸업하겠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이건 진짜 조금 감동인걸. (늘 그렇듯 반응이 격하다. 허투루 넘기는 문장이 없다. 감정이 남아도는지.) 여섯 살이면 확실히 나이 차이가 좀 나네! 친구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어려울 만도 해. 네 언니는 어떤 사람인데? 혹시 내가 대뜸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찾아가서 네 친구라고 하면 간식을 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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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기보다는 보호자에 가까운 느낌이야. 부모님이 자주 집을 비우시면, 주로 언니가 나를 돌봐줬거든.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의미) 아마 그럴거야. 언니는 너랑 성격이 비슷하거든. 엄청 반가워하면서 사탕 같은 걸 네 손에 가득 쥐어줄지도 모르지. (빈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으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이런, 이왕이면 박하사탕이었으면 좋겠다. 한번 네가 소개해주면 안 돼? 혼자 가는 것보다야, 너랑 같이 가는 쪽이 친구라는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잖아. ("그리핀도르 기숙사 위치는 내가 알아올게!" 속삭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이랑 생각보다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에도 부모님은 잘 안 계시고 보통 소피아랑 나뿐이거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소개? 음, 언니가 요즘 좀 바쁜 것 같았는데... (곤란한 내색은 아니었다. 단지 언제쯤 찾아가면 좋을지에 관한 맥락인듯) ...좋아, 나중에 언니가 바쁘지 않을 만한 날을 잡아올게. (네가 소곤거리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미미네 집도 그렇구나. 음, 소피아? 아까 말한 사촌이니? (사촌들이 많다고 했으니, 그런 것 같아 그렇게 물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고학년이라서 바쁜 거야? 7학년이면 무슨 시험을 친다고 했었나? 그건 5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한 번쯤 설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죄다 한 귀로 흘렸다.) 사촌 중에서도 소피아가 있긴 하지만, 방금 말한 소피아는 우리 할머니! 거의 내 주 보호자나 다름없지. 그리고 생각보다 신세대야. 19세기 사람이라곤 가끔 믿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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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준비로 포트폴리오 같은 걸 만드는 중이래서. 언니는 기자 지망생이거든. (그러다 소피아가 할머니라는 말에 잠시 멈칫...) ...아, 할머님이셨구나. (음, 잠시 말을 고른다.) ...할머님이랑 사이가 엄청 가까운가봐. 뭐랄까, 스스럼 없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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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그거 끝내주게 멋지다. 확실히 7학년쯤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구나. 난 도무지 고를 수가 없던데! 마법사 사회 기자면 머글 사회 기자랑은 좀 다른 구석이 있나? 일단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확실히 좀 다른 것 같긴 하던데! 사진이 막 움직이잖아. (고개 까딱인다.) '버릇없어도 사랑스러운 꼬맹이' 역할이거든, 난. 가족 중에 제일 친해! 편지도 꼬박꼬박 쓰기로 약속했으니까, 다음엔 네 이야기도 적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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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일단 네 말대로 사진이 움직인다는 점은 다르긴 하네. (머글 사회의 사진은 움직이지 않는댔지? 얼핏 가족들에게 들은 내용을 떠올렸다.) 하긴, 너처럼 살가운 손자가 있으면 조금 버릇없어도 귀여워 할 것 같긴 해. (잠시 너를 빤히 바라보곤, 다시 시선을 원래대로 둔다.) 내 얘기? ...뭐라고 적을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흐응~ 또 찾아보면 차이점이 더 있을지도. 깃펜도 움직이는 건 아니지? (농담처럼 키득댄다.) 거기선 버릇없는 건 딱히 아니라고 반박해줬어야지! 인정해버리면 어떡해? 배신이야! (울분에 찬 문장이지만 계속 웃는 얼굴이라 별 효과는 없다.) 글쎄, 뭐라고 적는 게 좋을까. 딱 봐도 똑똑해 보이는 애가 있다고? 아니면 은회색이 무지 예쁜 색이라고 적는 것도 좋겠지. 나머진 좀 더 자료조사가 필요하겠다. 너는 장래희망 같은 거 없어? 네 언니처럼 기자가 되고 싶다든지, 전혀 다른 거라도. 아, 빙고를 또 채우려는 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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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도 맞아.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속기 깃펜이라고... 움직이는 깃펜이 따로있어. (이쪽은 진담이다.) 하지만 살갑다고도 했는걸. (아하, 그런 대답을 원한거였구나. 뭔가 깨달은듯.) 그럼 나는 빨간 머리가 예쁜 재밌는 친구가 생겼다고 해야겠다. 음, 꼭 빙고가 아니어도 서로를 알아갈수 있는 주제라면 뭐든 좋다고 생각해. 장래희망이라...(조금 뜸을 들이다가) 구체적인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마법부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싶다는 목표는 있어. 나 머리 쓰는 일 말고는 딱히 할 줄 아는게 없으니까. (그리곤 잠시 아차, 한다.) ...아, 이건 언니한테는 비밀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이런, 진짜야? 불합리해! 마법사들은 이렇게 편리하게 살고 있다니! (비명 지르며 즐거워한다. "혹시 그 깃펜 쓰면 글씨체도 보정돼? 난 그런 마법 깃펜이 필요한데.") 넌 누구한테 편지 쓸 건데? 너희 부모님? 그냥 예쁘다고만 쓰지 말고 귀엽다고도 적어줘. (냉큼 원하는 수식어 추가한다.) 아, 마법 사회에 정부가 따로 있단 건 이본한테 들었어. 그런데 마법부에선 무슨 일을 하는데? 네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응? 그건 왜 비밀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머글 사회에도 비슷한게 있지 않아? 그, 뭐라더라. 인쇄라고 했던가. (언젠가 주워들었던 것을 떠올린다. 글씨체 보정?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응, 우리 부모님. 빨간머리가 귀여운 재밌는 친구-이 정도면 되겠어? (아마 감정표현이 뚜렷한 사람이었다면, 장난스럽게 웃거나 장난스러운 투였을 말이었다.) 마법사들을 보호하는 말 그대로의 '정부'지. 머글 사회에도 있잖아. 의회였나, 그런 거. (뒤이은 물음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 꿈은 가족들한데 다 비밀이거든. 전부 이룬 후에 사실 제 꿈은 이거였고, 완벽하게 이뤘어요-라고 말할 예정이거든. 그러니까 그때까진 비밀이야. (쉿., 하고 검지손가락을 제 입가에 가져다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아하! 인쇄는 정확하게 따지자면 기계가 하는 거잖아. 게다가 인쇄기를 들고 다니면서 필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러다간 모든 수업에서 낙제점을 받을 거야, 내 글씨체는 나도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란 말이야! (엄살이고, 실제론 수업시간에 필기하지 않는 불량아 유형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 응! 만족스러워. 어휴, 그런 거라면 당연히 비밀 지켜야지! 나 생각보다 입이 무거워. 혹시 리야 네가 불안하면 비밀 서약도 할 수 있어. (깨트릴 수 없는 맹세 같은 게 실존하는 줄은 몰랐겠으나, 알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을 것 같다. 가슴 쭉 편다.) 그나저나, 너 보기보다 완벽주의자구나. 서프라이즈 하고 싶은 이유라도 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아, 그런 문제가 있구나. 인쇄라는 개념만 알고 있어서, 인쇄기라는 물건의 휴대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이렇게 또 알아간다.) ...얼마나 심각하길래? 스스로도 알아보지 못 할 정도면 심각한데... (빤히 바라보더니) ...글씨 교정 하는 것 도와줄까? (아마 네가 바란 대답은 아니었겠지만, 이왕이면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기에 넌지시 묻는다.) 그런 서약 함부로 하다가 큰일난댔어. 서약까지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꼭 지켜주기로 약속해줘. (깨트릴 수 없는 맹세를 먼저떠올렸는지 단호한 투로.) 음, 그게.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우리 가족들은 다들 나랑 좀 달라서, 내가 그런 꿈을 가졌다고 하면 걱정부터 할 게 뻔하거든. 그래서 비밀로 한 뒤에, 완벽하게 이루고 내가 만족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실은 이랬다-고 말해주고 싶거든. 단지 그 뿐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보여줄까? (주머니 뒤적여 깃털을 붙인 만년필 꺼낸다. 그리고 냅킨 위에 ‘리야와 미미.’ 적는다. 겨우 알아볼 수는 있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글씨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넌 글씨도 잘 써? 아니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잘하겠지. 못하는 게 없어 보였으니까. 그럼 친구 된 의리로 도와줘! (이어지는 말에는 “하지만 진짜 어길 일 없는데?” 한 번 반항하지만, 태도가 워낙 단호하니 이내 고개 끄덕인다.) 가족들이 너랑 어떻게 다른데? 은회색 눈이 아닌가? 아니면 너처럼 똑똑하지 않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음...이건 정말... (네가 쓴 글씨를 한동안 바라본다. 말을 고르고 있는 듯.) 예술 작품이었다면 감각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글씨체네. (....) 나는 또박또박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주변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밖에 없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곤 깃펜을 꺼내 네가 쓴 글 아래에 똑같이 '리야와 미미'를 적는다. 정갈하고 깔끔하다.) 일단은 모양을 따라하는 느낌으로 한번 써봐. (한 번 써보라며 새 양피지를 꺼내 네게 건넨다.) 눈 색...이 다르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다들 재능있는 사람들이고, 그걸 발휘하면서 사는 사람들인데 나는 딱히 그런 게 없어서 좋아하거나 재능을 찾기보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거든.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다) 그게 조금...안타깝다고 생각하나봐. 난 정말 상관 없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너 진짜 고급지게 말하는 것 잘한다. 그냥 못 쓴다고 해도 돼! (킬킬거린다. 다시 만년필 쥐고는 네 글씨체 따라 쓰기 시작한다. 아까보다는 공을 들여서… 그림 따라 그리기에 가까워서 그런지, 확실히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 틈을 기다리지 못하고 재잘거렸다.) 좋아하는 게 반드시 직업과 관련 있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예를 들어, 넌 나랑 수다 떠는 걸 좋아하게 될 예정이지만, 그걸 장래희망으로 삼을 수는 없잖아? (단언하듯이 말한다. 예언도 아니고, 무슨. 쓰던 것 멈추고 고개 들어 올린다.)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보는 건? 별로 안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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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냉큼 못 쓴다고 하는 것도 웃긴 꼴이니, 무어라 대답하는 대신 흠흠, 하고 괜히 작게 헛기침만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해.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게 살면 행복하다는걸 알아서, 내가 더 그렇게 살길 바라시는 것 같아. 내가 보기에도 행복해 보이고. (네가 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응. 별로 효과는 없을거야. '그러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만 하실 걸?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내가 먼저 선수 치는 수밖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어쩐지 어렵네…. 난 행복이 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그냥 매일매일 즐거우면 된 것 아닌가?' 하지만 리야의 말을 듣고 있자면 누군가에겐 그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는 모양이다. 냅킨에 따라 그리기―흉측하다. 그래도 원래 글씨보단 낫지만.―완성하고 자랑스럽게 들어 보인다.) 자, 그럼 선수 칠 준비를 해볼까! 마법부 높은 곳에서 일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일단 빗자루를 잘 타야 하나? (그 '높은'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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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너무 복잡해. 함께하는 사람들과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는 건. (중얼거리듯 말한다. 네가 쓴 글씨를 찬찬히 본다. 아까보다 훨씬 낫네. 그러곤 새 양피지 서너 장을 더 꺼내 네게 내민다.) 그럼...오늘부터 이런 식으로 매일 스무 번씩 따라 쓰는거야. 한... 한 달 정도 연습하면... 다른 사람이 알아볼 정도도 가능할거야. (할 수 있겠어? 네게 묻고는) 빗자루를 잘 타면 마법부가 아니라 프로 퀴디치 팀에 들어가야지. (나름의 농담.) 일단 공부를 잘해야 해. 시험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고, 5학년 때 보는 O.W.L 시험에서 다섯 과목 이상 E 이상의 성적을 받은 뒤에, N.E.W.T 수준의 수업을 듣고... N.E.W.T 시험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마법부에 취직은커녕 이력서도 못 내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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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리에서 그대로 팔짝 뛴다. 멍청한 개구리 같다.) 아니? 절대 못하지! 이걸 어떻게 스무 번씩 한 달이나 해? 내가 그게 가능했으면 지금 이 꼴이겠어? 간단히 글씨체가 나아지는 마법 같은 거 없어? 리야 넌 똑똑하니까 생각해낼 수 있을 거야. 악마랑 계약한다든지, 응? (꽤 절박하다.) …… 듣기만 해도 어질어질하다. 뭔지 몰라도, 일단 공부를 계속 끊임없이 잘해야 한단 거네? 시험도 계속 잘 보고? 방금 깨달았어, 널 도와주려고 했던 내 계획은 허무맹랑한 꿈이었단 걸 말이야. 난 그냥 옆에서 응원할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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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법이 있을리가 없잖아. (악마랑 뭘 해?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싶어서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다.) 글씨 교정은 꾸준히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어. ...그럼 스무 번 말고 열 번. 열 번도 힘들까? (설득을 시도한다.) 그런 셈이지. 음, 아냐 미미. 물론 응원해주는것도 큰 힘이 되겠지만... 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 이건 진짜 너만 해줄 수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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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법도 없다니…. 대체 뭘 위해서 마법이 존재하는 거야? (냉소적인, 그러나 꽤 감정적인 어투의 중얼거림이 한동안 이어진다. 다 죽어가는 슬픈 얼굴로 양피지 위에 글씨를 써내려간다.) 다섯 번은 안 될까? 고작 이거 한 줄 쓰는데 시간 엄청나게 걸리는 거 너도 봤잖아. (쓰면서도 합의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졌지만, 아무튼.) 어떤 방법? 어떻게 내가 도움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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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게 말하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다 죽어가는 얼굴을 보자니 마음이 약해질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쓰긴 쓰는구나 싶어서 별말 하지 않는다.) 응. 네가 지금처럼 이렇게 글씨 교정에 힘써주면 나도 너를 본받아서 앞으로 7년 동안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로. 진심으로. 어때, 정말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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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눈 가늘게 뜨고 상대를 쳐다본다. 그동안 잠시 만년필이 멈춘다.) …교활하기는! 다음에는 아주 내가 공부를 해야 그걸 보고 동기 부여가 되겠다고 말하겠어. (툴툴대면서도 다시 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럼 서로 성과 확인을 하자. 격주나 한 달 단위로 편지를 쓰는 거야. 글씨체야 곧장 보일 테니 말할 것도 없고, 넌 그동안 뭘 공부했는지 답장으로 써주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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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면 제법 뻔뻔하게 너를 빤히 바라본다.) 그럴 생각이긴 했어.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 보다는 친구랑 같이 하는게 면학 분위기 형성이라던가, 좋은 점이 많으니까. (이미 머릿속으로 2년치 '디미트리오스 전용 학습 플랜'이라도 짜 놓은 듯.) 좋아. 난 격주 단위로 해도 자신있어. 방학기간도 포함하는거지? (제법 자신만만한 투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헹, 사람 잘못 골랐어. 정말 나랑 같이 공부하면서 ‘면학 분위기’를 챙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지? 나는 네 과제나 베끼지 않으면 다행일걸! 공부 메이트는 래번클로에서 찾아보는 게 어때? (발레리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가능했더라면 팔짝 뛰고 연회장 바닥에 드러누웠을 것이다.) 당연하지! 크리스마스 휴가도 포함이야. 진짜 자신 있어? 까먹은 사람은 페널티가 뭐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아냐 미미. 면학 분위기는 어떻게든 형성돼. 내가 그렇게 만들거거든... 어쨌거나 나랑 같이 공부한다면 나는 네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줄거야. 과제나 정답을 보여줄수는 없지만.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 패널티라... 만약 내가 까먹으면 미미 네가 원하는거 하나 들어줄게. 하지만 미미 네가 까먹으면... (잠시 고민하다가) ...내가 고른 책 한 권 필사하기. 어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내가 좋은 성적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고 해도?! 봐, 나는 너처럼 명확한 성적이 필요한 것도 아니란 말이야! (어쩐지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벅벅 문질렀다.) 좋아! …… 엄청나게 두꺼운 건 안 돼. 네가 까먹으면 뭘 하는 게 좋을까. 특별히 싫어하는 거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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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은 성적이 있으면 나중에 선택지가 더 많아질텐데? (이쯤되면 너는 그렇구나. 하고 포기할법도 한데, 희한한 부분에서 고집을 부린다.)내가 아는 책 중에서 제일 얇은 책으로 고를게. 음, 나는... ...딱히 생각나는건 없는데... (잠시 고민하더니) ...낙제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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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이성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낯이다.) 이왕이면 어려운 거 말고 소설로 해줘. 아니, 여기서도 낙제야? 그럼 온종일 공부엔 손도 안 대고 나랑 노는 걸로 하자! 검은 호수에서 대왕오징어 낚시를 하거나, 빗자루를 타고 천문 탑 지붕까지 올라가거나, 학교의 비밀공간들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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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온종일. (네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에 까먹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면 되니까...!) 좋아. 그렇게 할게. 온종일 너랑 노는 걸로. 그럼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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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오늘부터 시작하는 걸로 해! (양피지는 그새 다 썼다는 듯 자랑스럽게 내민다. 정확하게 열 번이다.) 그런데 꼭 부엉이를 통해서 주고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방학이 아닐 땐 직접 전해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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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민 양피지를 찬찬히 살피고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잘 썼네, 좋아.) 응. 부엉이를 통해 편지 할 예정이었는데... 왜? 물론 직접 전해주는것도 좋긴 하지만, 격주마다 매일 만나는건 너나 나나 어렵지 않겠어? 거리 문제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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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 탑에서 지하감옥까지 멀면 얼마나 멀다고! 벌써부터 내가 귀찮은 건 아니지? (큰소리치고선 잠시 새파란 눈알 굴린다. 목소리 낮췄다.) 부엉이장에 가는 건 좀… 힘들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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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다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그게 제일 빠를 것 같아서... 음, 그러면 방학이 아닐 땐 연회장에서 식사시간때 만나면 될 것 같은데... (잠시 빤히 쳐다본다.) ...혹시 부엉이 안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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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연회장에서…. 내가 부엉이를 무서워하는 건 절대 아니고!!! (뜸 들인다. 잠시 불안한 눈빛으로 멀리 응시하다가, 시선 돌아온다. 발 동동 굴렀다.) 아니, 어느 정도는 맞긴 하지만… 눈이 좀 무섭게 생기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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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서워하는구나.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보는 사람에 따라 무서워할만한 생김새긴 해. 그래도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샛노랗고 동그란게 꼭 보석같고 예쁘던데. (그러다 잠시 무언가 떠올랐는지) ...근데, 그러면 나중에 방학하고 나서는 어떻게 연락해? ...우리 집엔 전화기...? 같은 것도 없어서 연락을 하려면 부엉이로 편지를 보내는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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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진… 내가 익숙해지지 않을까? 어쨌거나 소피아한테 편지를 보낼 때에도 부엉이 우편을 쓰긴 하니까… 회피할 수 없다면 최후의 수단 정도로는 괜찮아. (잠시 곰곰이 생각한다.) 아니면 일반 우편은? 너희 집은 어디에 위치해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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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라고 하려다가 생각을 바꾼다.) ...그럼 익숙해지기 위해 부엉이장에 잠깐 가보는건 어때? 아직은 좀 힘들려나. (네 물음에 어...하고 조금 뜸을 들이다가) 고드릭 골짜기에 사는데... 머글들한테는 보이지 않아서 머글 사회의 우편이 제대로 도착할지는 모르겠어. 미미는 어디에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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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날 강하게 키우는구나. (잠시 고민한다. 손에 들린 편지도 딱히 없긴 한데….) 지금 가면, 같이 가줄 테야? 아무래도 고드릭 골짜기에 머글이 갈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나도 처음 듣거든. 그럼 연습하긴 해야지. (어깨 으쓱인다.) 난 더럼. 잉글랜드 북부에 있어. 왜, 더럼 대학교 있고 외곽엔 탄광이 있는… 적당히 좋은 도시지. 가끔은 애들이 물어볼 때 산토리니라고 대답해주지 못해 유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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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널 위해서라면 너를 강하게 키우는게 맞는 것 같았어. (그래도 당장은 힘들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므로, 네가 거절한다면 굳이 더 권하지는 않으려 했다.) 응. 같이가자. 마침 나도 보내야 할 편지도 있고... (당장 보내야 할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보내야 하긴 했으니.) 북부... 우리 집이랑 엄청 머네. (사우스 웨스트에 있는 제 집을 떠올린다.) ...그럼 한 달에 한 번은 부엉이 우편을 통해서 연락하고, 나머지 한 번 정도는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나지 않을래? 중간에서 만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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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위해줘서 참 고마워. (손키스 날리는 시늉이나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엉이장 방향 엄지로 가리킨다. “그건 누구한테 보내는 편지인지 물어도 돼?”) 얼마나 먼데? 고드릭 골짜기가 아일랜드에 있는 건 아니지? 그런 거라면 부엉이 우편을 통해도 시간이 걸릴 건 참작해야겠다….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나는 것도 좋아! 학기를 앞두고 만나는 게 좋겠다. 겸사겸사해서 이것저것 준비물을 사려면 말이야. 1학년 때만큼 지출이 크진 않겠지? 남는 돈으로 감자튀김 사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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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반응에 그저 어깨만 가볍게 으쓱인다.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부모님한테." 라고 대답하며 밀랍으로 봉인된 편지를 보여준다.) 아일랜드...까지는 아니지만, 어쩌면 거리만 따지면 아일랜드가 더럼에서 더 가까울지 모르겠네. 고드릭 골짜기는 사우스 웨스트 잉글랜드에 있으니까. (네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새로운 수업 때 쓸 교과서나 종이랑 잉크 같은 소모품만 사면 될 테니까, 감자튀김 사 먹을 돈은 충분할 거야. 음, 패널티랑은 별개로 그날은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같이 놀자. 전에 못 봤다던 가게들 안내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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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가 실리려면 다음 편지까진 기다려야겠네. 그러고 보니 호그와트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너희 부모님도 여기 출신이시면. 래번클로셨어? (폴짝폴짝 부엉이장으로 뛰어간다. 미묘하게… 다른 때보단 덜 신이 난 걸음걸이다.) 와우, 꽤 멀겠는데. 다이애건 앨리에서 보는 게 확실히 효율적인 선택일지도. 소피아가 태워주겠지…. 넌 그럼 자동차를 타고 오는 게 아닌 거야? 같이 먹을 거면 밀크쉐이크도 살래! ‘미국식’으로 말이야! 좀 달긴 해도 나쁘지 않지. 넌 좋아하는 간식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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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두분 다 그리핀도르셨어. 나만 유일하게 래번클로야. 희한하지? (음, 정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평소와는 다른 걸음거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응. 보통은 플루가루를 써서 가. 자동차는 머글의 이동수단이지? 음, 보통 간식종류는 다 좋아하는 편이야. 아이스크림도 좋고, 사탕이랑 초콜릿도 좋아해. 과자도 괜찮고. 아, 밀크쉐이크도 좋아. 파는 가게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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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건 멋진 거지. 그리핀도르 집안의 래번클로라니! 거의 머글 태생 슬리데린 같은걸. (히죽 웃는다. 천천히 계단 오른다.) 응, 비교하자면… 기계 마차 같은 거지. 플루 가루는 뭐하는 건데? 빨라? 나도 플루 가루 써도 돼? 자동차는 멀미가 난단 말이야…. 아마 도착하자마자 음료수를 들이켜지 않으면 구토하고 말걸. 그럼 단 것도? 앞으로 초콜릿 타르트가 디저트로 나오면 넘길 사람이 더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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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가 재미있네.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그렇게 말하니 그렇게 느껴졌다.) 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벽난로를 통해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가루야. 벽난로에 불을 피워서 가루를 던지고, 그 불이 초록색으로 변하면 가고싶은 장소의 이름을 외치고 불속으로 들어가면 그곳에 있는 벽난로로 이동할수 있어. 하지만 모든 벽난로로 통하는건 아니야. 마법부에서 이동망을 관리해서... 아마 미미네 집 벽난로는 통하지 않을지도... (어쩐다. 고민에 빠진다.) 응. 단 것도 좋아해. ...주면 고맙게 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충치 생기면 안되니까 많이 먹지는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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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꽤 풍자적 유머에 재능이 있는지도. 아무쪼록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서 나쁠 게 없단 거지. 별종 하이파이브할까? (가볍게 대꾸한다.) 오, 이것도 마법부에서 관리하는 거란 말이지…. 우리 집이랑은 인연이 없겠다. 내가 등록하고 싶다고 마법부에 편지 써도 수리해주지 않겠지? 성인 마법사가 될 때까진 불편한 점이 여러모로 많겠네. (부엉이장 앞에서 멈춰 선다.) 넌 절제를 너무 잘해, 리야. 필요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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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곤, 손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네 쪽에 내민다.) 당장 생각나는 뾰족한 수가 없네. 포트키는 너희 집에 직접 가야 만들 수 있기도 하고, 머글들 눈에 띄면 절대 안 되니까...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며 걷다가, 부엉이장에 다다르면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고민하기를 멈춘다.) 부정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충치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치료하기도 까다롭고... 잘못하면 오히려 단걸 더 못 먹게 되잖아. 그러니 미리미리 조심하는 거지. (문 열게? 말을 마치곤 부엉이장 입구에 손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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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10년을 머글로 살아온 경력 둬서 뭐해? 남들은 다 자동차 타고 다니는데, 7년 더 그런다고 해서 문제 될 것도 없지. 게다가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걸. (소리가 나도록 손뼉 맞춘다.) 단 걸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동의한다고 일단은 말해둘게. 그런데 대상이 달랐으면 난 아마 영원히 공감 못 했을 거야. 네가 참을 수 없는 게 있긴 해? (한참 부엉이장 문 노려본다. “네가 열어주면 안 돼? 난 네 뒤에 숨어있게.” 웅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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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왕이면 편하게 이동했으면 했거든. (손뼉을 맞춘 후에 다시 문을 연다. 열기 전에 내 뒤에 있으라고 손짓하는것도 잊지 않았고.) 나도 사람이니까 참을 수 없는 것 정도는 있는 걸. 그냥 참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참는 것 뿐이야.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을 고르는게 당연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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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뒤에 숨어있다가, 부엉이장이 열리면 그 안 들여다본다. 일제히 쳐다보는 부엉이들의 시선에 잠시 굳었다.) 오… 음… 아…. (시선 내리깐다. 삐거덕대는 몸짓으로 두어 걸음 옮겼다.) 아무것도 아니네, 응. 편지 다 보냈어? 재촉하는 건 아니고~… 내 ‘참을 수 없는 일’에 부엉이와의 진한 아이컨텍이 포함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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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반응을 보고는 곧바로 걸음을 멈춘다.) ...정 힘들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금방 보내고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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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내가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 (팔짱 낀다. 애써 딴청 피우다가 네게로 시선 돌렸다.) 천천히 해. 아니다, 천천히 하면서 나랑 계속 말 좀 해줘. 주의를 돌릴 게 필요해…. 넌 반려-부엉이 안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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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청피우는 모습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편지를 들지 않은 손을 네게 내민다.) 미안, 내가 너무 막무가내였지. ...음, 방학 때 데리고 올 생각이긴 했어. 편지 보낼 때마다 부엉이장에 오고 가는 시간도 있고, 한마리 데려오면 앞으로도 편할 것 같아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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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좋았잖아. 그래도 혼자 올 때보단 살 것 같긴 해. (팔짱 풀고 덥석 손잡는다. 그 뒤에야 묻는다. "잡으라고?") 한 마리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으로 포기하지는 않을 거잖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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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잘 잡았네. (그러곤 손을 잡은채로 부엉이 한마리에 다가가, 들고 있던 편지를 건네준 뒤,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보내준다.) 그러는 방법도 아예 안한 건 아닌데, 네가 너무 무서워 하길래 보류중이었어. 하지만 너만 괜찮다면... 나중에 데려올 애로 널 돕는 방법으로 진행해볼게. (보냈으니까 어서 나가자. 계속 손을 잡은 채로 나가는 문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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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붙어서 부엉이 쳐다보다가, 편지 들고 날아가는 것까지 구경한다. 부엉이장에서 나오고 나서야 한 발 늦게 대답한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했나? 괜찮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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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쁘지 않아. (티팟에 차 담아 끓이고, 찻잔 하나는 자기 앞에, 나머지 하나는 비어있는 반대편 자리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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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반대편 자리 채운다.) 누구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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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미. 오늘 뽑기에서 티팟 세트가 나와서 같이 차 마실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어. (네가 앉은 자리에 둔 빈 찻찬을 가리킨다.) 앉은 김에 같이 마실래? 시간 오래 뺏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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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핫! 선착순 안에 들었네! 운이 좋았어. (손잡이에 검지를 걸고 찻잔을 한 바퀴 돌린다. 조심성이라곤 없다.) 차 마시는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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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한 바퀴 돌리는 모습 보고 잠시 아찔해진다..) 차를 많이 마셔 본 건 아니어서 잘 모르겠어. 티타임 자체는 좋아해. (음,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거였나? 차 끓인 티팟을 어설프게 들고 찻잔에 조심스럽게 차를 따른다.) 미미는? 평소에 차 많이 마시는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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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차가 채워진 이후에는 찻잔 돌리는 일 없다. 대신 한입 그대로 들이켰다가 혀를 크게 데였다.) 아뜨뜨. 아히? 이헌 얼 어디서 해았겠허? ('아니? 이런 걸 어디서 해봤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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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미미. (깜짝 놀란-역시나 표정은 평소와 같은-듯 재빨리 근처에서 얼음물 한 컵을 가져와 네게 건넸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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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벌컥벌컥 마시더니, 얼음 하나를 와그작 씹는다. 좀 나아진 것도 같다.) 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네! 우리 집은 오후의 티타임 같은 거 안 즐기거든. 소피아는 항상 차보다 술이 낫다고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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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정말 술을 좋아하는구나. (저로서는 아직 이해할수 없었지만... 네가 나아진 것을 보고는 조심스레 차를 한 모금 마신다.) 하지만 술은 많이 마시면 판단력도 흐려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텐데, 왜 어른들은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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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면 기분이 좋아진대. 마법에 빠진 것 같다던데… 설마 알고 보면 술이 마법 물약인 건 아니겠지? (꽤 의심스러운 표정이다. 진지하게 의견을 제시한 뒤에,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차를 홀짝인다.) 이건 무슨 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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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아니지만 무슨 성분이 들어있어서라고는 알고 있는데.. (그래도 영 이해되지 않는 듯) ..어른이 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료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기분 나쁜 일들이 많이 생기는걸까? (쉽지 않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모금 홀짝인다.) 페퍼민트. 처음 보는거라 궁금해서 한 번 골라봤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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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들으니까 나이 먹기 싫은걸! 어린애로 남아있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을지도…. 혼자 다이애건 앨리를 돌아다닐 수 없다는 건 안타깝지만. (어깨 으쓱인다.) 어쩐지 화하다고 했지. 내 입맛에 맞는데? 티타임도 생각보다 괜찮은지도 모르겠어…. 연회장에서 같이 먹을 간식 좀 훔쳐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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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지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지금보다 조금 덜 기뻐도 괜찮을것 같아. 아마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봐도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 찻잔 손잡이만 괜히 만지작거렸고) 네 입맛에 맞았다면 다행이다. 음. 먹고싶은게 있으면 집요정들한테 부탁해서 받아 올 수 있으니까 훔...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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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위해 기쁨을 포기하다니! 정말 어른 같은 발상인데. 난 절대 못할 거야. 어쩌면 우리 중에 네가 제일 어른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생일이 빨라?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는 듯 고개 치켜든다. 아무렴 생일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집요정들이… 호그와트의 요리사라고 했나? 집요정이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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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얻은 자유로 새로운 기쁨을 얻을 수도 있잖아. (어른에 가깝다는 말에는 왠지 기분 좋은 듯 흠흠, 괜히 헛기침만 했다. 생일 이야기엔 1월이니 빠른 편인가?-라고 대꾸한다.) 집요정은 한 집에 머무르면서 그 집에 봉사하는걸 인생의 낙으로 삼는 종족이야. 보통은 집안일이나 심부름 같은 걸 대신 해줘. 음, 우리 집에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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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아닌데! 나보단 빠르지만. 1월 언제? (가볍게 투덜거린다.) 봉사하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삼는다니, 그거 되게 이상…… 독특하네. 일종의 윈-윈이란 거지? 집요정들은 원하는 대로 일을 하고, 마법사들은 일을 안 하니까. (이해 못 한 얼굴이지만 떨떠름하게 수용한다.) 너희 집에는 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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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미미 너는 언제인데? (투덜거리는 너와는 다르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듯 덤덤하다. 평소에도 덤덤한 상태긴 했으나..) 윈-윈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우리는 그들의 봉사를 받고, 그들은 우리에게 봉사함으로서 좋아아하는 일을 하는거니까. (세상 당연하다는 투다.) 보통은 크고 오래된 저택같은 집에나 있거든. 부자고, 유서깊은 그런 집. 근데 우리집은 그냥 평범한 집이라서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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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여름방학인 게 유일한 흠이지. 아니면 10월 26일로 기억해도 상관없어. 그쪽은 내 영명축일이라서… 오히려 축하는 그때 더 많이 받기도 하거든. (어깨 으쓱거린다.) 그럼 납득은 되네! 호그와트는 확실히 유서깊어 보이니까. 내가 나중에 갈레온을 갈퀴로 쓸어모으게 되면 집요정을 고용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이건 비밀인데, 소피아보다 핫팟을 더 맛있게 만드는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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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명축일은 뭐야? 머글 사회에서는 생일이 두 개나 되는거야? (신기하네. 처음 듣는 문화에 눈만 깜빡인다.) 할머님이 들으시면 서운해하시겠는걸. 하지만 나도 이해해. ...솔직히 입학식때 먹은 팬케이크, 우리 아빠가 만든 팬케이크보다 더 맛있었으니까... (나도 이건 비밀이야. 라고 하는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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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날이야!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나보단 ‘디미트리오스’의 날인 거지. 어떤 이름이 어떤 날짜인지 적혀있는 달력도 있어! 영국에선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 같진 않았지만, 우리 집은 꼭 챙겨. (“아마 종교랑 관련 있을걸. 난 잘은 모르지만.” 어깨 으쓱인다.) 너희 집은 너희 아빠가 요리하시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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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별 이름... 같은 느낌인걸까? ...신기한 문화네. 음, 그러면 나는 그냥 네 생일 축하해주는걸로 할래. 7월 29일. (이름 날 보다는 미미의 날에 축하하는게 맞지. 싶어서) 두분 다 하시기는 하는데, 아빠가 더 자주 하고 더 맛있게 하셔. 음, 제일 좋아하는건... 미트파이가 제일 좋아. 가끔 주말에 언니랑 놀러갔다오면 아빠가 저녁에 구워주셨는데, 그게 정말 맛있어. 팬케이크는 그 다음으로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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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걸로도 좋아. 어차피 우린 방학 때도 편지하기로 했으니까…. 그나저나 1월 6일이면 생각보다 급한데! 크리스마스 직후잖아!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을 동시에 생각해야겠다. 머리에서 김이 날지도 몰라. (차 한 번 더 홀짝인다.) 아니면 미트 파이를 구워줄까? 너희 아빠 솜씨는 못 따라가겠지만, 아마 집요정 도움을 꽤 받아야겠지만…. 언니랑은 주로 어딜 놀러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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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둘 다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아. 크리스마스랑 생일 중에서 미미 네가 챙겨주고 싶은 날에 챙겨줘도 좋아. (괜히 찻잔 손잡이만 만지작거린다.) 네가 주는 선물이라면 뭐든 좋을거야. 난 내용물보다 누가 줬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 음, 언니랑은 주로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서점이나 문구점에 자주 가. 언니가 필요한 걸 사러 갈 때마다 내가 그냥 따라가는거에 가깝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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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리야의 날이지!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그 정도로 무능력하진 않아…. 혹시 크리스마스에 학교에 남을 거야? 1학년부터 집에 돌아갈 건 아니지? (설마! 찻잔 부드럽지 않게 내려놓으면 달그락거리는 소리 울린다.) 다이애건 앨리 말이지, 나도 학기 시작하기 전에 두 번 가봤어! 서점이나 문구점은 못 봤는데! 거기도 생각보다 넓나 봐…. 아니면 내가 그냥 장난감 가게에 정신이 팔려서 기억을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으음, 아마 그쯤에 부모님이 출장을 가실 것 같아서 나랑 언니 둘 다 호그와트에 남아있을 것 같긴 해. 미미 네 말대로 1학년부터 집에 가기에도 좀 그렇고... (말은 그렇게 해도 사뭇 아쉬운 투다.) 미미는 그럼 남는거지? 같이 크리스마스 파티 할 수 있겠네. (차 한모금 홀짝이곤) 생각보다 별의 별 가게가 엄청 많아. 호그와트에서도 기를 수 있는 동물을 파는 가게도 있고, 퀴디치 용품점도 있고... 장난감 가게에도 재밌는게 많긴 하지만, 다른 가게들도 제법 재밌는게 많으니까 다음에 한번 구경해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파티 좋지! 집에 못 가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도록 재밌게 놀자! (슬쩍 네 눈치를 살핀다.) 혹시 학교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을까? 최소한 트리 정도는 있겠지! 캐롤을 틀어두고 쿠키랑 우유를 먹은 다음, 선물을 같이 뜯어보는 거야. 물론 내 친구들은 부엉이로 소포 보내는 법 모를 테니까 작년보단 선물이 적긴 하겠다. (상상하는지 잠시 눈 감는다.) 생각보다 많은데! 방학 때만 갈 수 있는 게 아쉬울 지경이야. 호그와트 옆에도 다이애건 앨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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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화제를 돌리면 찻잔에서 손을 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연회장에 큰 트리를 놓아둔대. 연회장도 대대적으로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도록 장식한다고도 들었고. (선물...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다이애건 앨리는 아니지만, 호그와트에서 바로 갈 수 있는 마을은 있어. 호그스미드라고 하는데, 거기도 다이애건 앨리처럼 이런 저런 가게가 많대. 우린 아직 1학년이라 당장은 못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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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텐 특별히 산타 모자를 씌워줄게. 빨강이라 도드라질걸…. 아니다, 원래도 리본이 잘 어울리니 비슷할지도. (그 사이에도 빨간 머리통이 굴러간다. ‘파티 이야기는 괜찮고.’ 셈하는 게 익숙하다.) 엥, 호그와트 가까이에 마을이 있는데 우린 못 간다고? 이거 신입생 차별이야! 우리에게도 모험할 권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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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너한테 별장식 달아줄래. 미미는 머리도 빨갛고 교복도 초록색이라 존재 자체가 크리스마스 같으니까. (어떤 회심의 농담이었다.) 하지만... 신입생들 중에서는 마법이 낯선 사람들도 있을거고, 상황에서 외출까지 허가하면 혼란스러울 상황까지 생길 수 있으니까 제한한게 아닐까. 물론 우리에게도 모험 할 권리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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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그거 농담이었지? (젠장, 웃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 속어 섞어 웅얼댄다.) 나같이 적응력 좋은 신입생이 어디 있다고! 그럼 우리끼리 자체적으로 모험하는 건 어때? 금지된 숲 앞이나, 호그스미드 가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거지.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호그와트엔 비밀 공간이 엄청나게 많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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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냐. 웃기지 않았는데 굳이 웃을 필요는 없는 걸. (음, 너무 농담같지 않게 말했나. 괜히 머리카락 끝만 만지작거린다.) ...그치만 그거 들키면 큰일나지 않겠어? 금지된 숲은 위험할수도 있고... 비밀 공간은 나도 궁금하긴 한데... (잠시 고민하더니) ...위험하지 않고, 교수님들한테 책잡히지 않을 장소라면...괜찮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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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가 농담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미미 파블라디스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겠다, 난. (가볍게 투덜거린다.) 그럼 복도를 둘러볼까? 나는 태피스트리가 많은 곳이 좀 수상하더라. 거울이랑 석상들도. 들추면 아무도 모르는 휴게실이 나올지도 몰라. …금지된 복도를 가겠단 건 아니고! 말릴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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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앞으로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지 뭐. (농담을.) 당연히 말릴거야. 안그래도 루카스가 금지구역을 구경하고 싶은 것 같길래, 서로 얼굴에 낙서해주는 조건으로 겨우 말렸는걸.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 매무새를 정돈했다.) 태피스트리랑 거울.. 제일 수상하다고 생각하는곳이 어딘데? 거기 먼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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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그것마저 노력한다니, 너답다. 세상에, 그렇게 재밌는 걸 둘이서만 했단 말이야? 얼굴에 낙서하고 금지구역에 가면 진짜 재밌을 텐데! (어쩐지 업그레이드됐다. “3층!” 외치면서 총총 걸어간다.) 그럼 리야 넌 도서관에 있는 금지구역도 안 궁금해? 거긴 모범생들도 가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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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으려고 한 게 아니라 말리려던 거래도. (낙서 안 할 거야. 제법 단호하게 말했지만 쌀쌀맞게 굴려는 의도는 아닌 듯하다. 발걸음은 너를 따라 3층으로 향한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지는 않을 거야. 금서로 지정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잠시 고민하더니) 아무튼, 괜히 금지구역에 가서 위험한 일에 휘말리거나, 들켜서 벌점을 받으면 너나 나나 손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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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방식이 유연한데. 조금만 더 꼬시면 금서구역에도 같이 가줄 것 같아. (솔직한 후기 건넨다.) 하지만 책이 위험해 봤자 얼마나 위험하겠어! 어둠의 마법과 관련된 어려운 내용이 적혀있대도 난 어차피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할걸. 벌점은… 래번클로의 독주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뭐. 기숙사 우승컵 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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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숙사니까. (기숙사 컵을 타야하니, 협력해야 하므로-) 정말 그렇게 생각해? 살아있는 괴물 책이 너를 막 물지도 모르는데? (반쯤 장난이었지만...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 그렇다면 더더욱 그럴 수는 없지. 다른 애들이랑 올해 기숙사 우승컵 꼭 타기로 약속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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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가 아닌 사람은 서러워서 어떡해? 슬리데린한테도 좀 관심을 줘 봐. (코웃음 친다.) 내가 루크랑 감초사탕 먹다가 혀가 피투성이가 된 이야기 너한테 했던가? 마법 세계의 모든 것들은 왜 이렇게 깨물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네가 병동에 데려다 줄 테고, 터너 부인이 치료해주시겠지. 하루면 말끔해질 거야. 고작 그런 정도로 날 물릴 수는 없단 말씀! (3층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푸른색 태피스트리 지팡이로 툭툭 두들겨본다. 당연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똑똑한 애들이 마음먹으면 이래서 무섭다니까. 혹시 해제 주문 같은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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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너랑도 같이 모험하러 가는 거잖아. 관심 있는 친구니까. 애초에 금지구역은 래번클로든, 슬리데린이든 예외 없이 같이 가지 않을 생각이었는걸. 공평하지? (반쯤 농담.) 그건...나도 늘 궁금했어. 왜 굳이 간식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파란색 태피스트리를 흐음, 하고 살펴보고는 가까이 다가가 본다.) 음, 당장 쓸 수 있는 건 알로 호모라 정도...(이게 그냥 벽이 아니라 문이라면 말이지. 그러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벽쪽에 대고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른다.) 알로호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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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납셨군. 난 사실 공평한 것보다 편애 좋아해. (잽싸게 말 바꾼다.) 네가 반장에 어울리기는 하지만 말이야…. 기회가 오면 할 거지? (태피스트리에서 시선 돌려 옆얼굴 쳐다본다.) 재미는 있잖아. 먹기엔 불편하지만. 마법사들은 좀… 취향이 독특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뭐든지 평범하게는 못 만드는 재능이라거나. (호그와트의 *시스템적 운*에 맡겨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을 시간이라 잠시 기다려본다.) 그거 수업시간에 아직 안 배운 마법 같은데. 1학년 교과서 뒷부분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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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았어. 사실 모두가 공평보다는 편애를 좋아하지. (새삼 참 솔직하구나. 같은 생각을 한다.) 그게 장점이면서도 단점이지. 온갖 맛이 나는 젤리도 그래. 간식에 왜 그렇게 괴상한 맛까지 포함시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비누맛은 끔찍했다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본다.) 응. 원래 교과서 자체는 입학하기 전에 다 보고 오긴 했는데... 실제로 사용할 줄 아는 게 뭘 하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언니한테 알려달라고 했어. 배워두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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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를 받는 쪽이 아니라면 다르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배척되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어서. 그거 구토 맛도 있다며? 난 도전 안 하려고. 난 그리핀도르도 아니고, 그런 용기는 멀린의 한 가닥 남은 머리카락만큼도 없거든. (눈알 굴린다.) 예습이라니. 너 낙제한 과목은 변신술이랑 비행술밖에 없잖아. 그런데도?

[YN] (진짜 비밀 공간이 있었을까?)

 

SYSTEM

NO!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음, 그냥 평범한 벽이었구나. 어쩐지 머쓱하게 지팡이를 도로 넣는다.) 그럴 것 같아. 넌 성격이 워낙 사교적이니까. 나도 이제 도전 안 하려고. 굳이 다른 간식들도 많은데 꼭 입맛 버릴 것까지 감수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해... ... 아, 사실 입학하기 전부터 예습은 했어. 그래서 이론은 다 알아. 사실 지금까지 받은 성적도 썩 마음에 차는 성적도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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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피스트리 뒤 좀 더 두드려본다. 그냥 벽이군.) 아닌가 봐. 하지만 한 번 정도로 낙심할 순 없지! 다음은 석상 옆이야. 이번에도 네가 알로-어쩌고 좀 해줘. 사실 여기보단 다른 쪽이 더 수상했어…. (실망한 기색도 없이 다음 태피스트리 찾으러 간다. 말했던 대로 석상 옆이다.) 음, 네 마음에 차려면 어느 정도 성적이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친구에게도 적용되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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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좋아. 여기에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곤 지팡이로 석상 옆 태피스트리 뒤를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다. 알로호모라.) 글쎄... 최소 E에, 이왕이면 O면 좋겠지. N.E.W.T 시험에 응시하려면 나중에 O.W.L에서도 E 이상을 받아야 하니까. ...뭐? 당연히 아니지.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세운 내 기준인걸. 성적으로 친구 가리고 그러지 않아. ...별개로 걱정은 하겠지만.

[YN] (석상 옆 태피스트리 뒤에는 비밀 공간이 있었을까?)

 

SYSTEM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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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이네. 걱정하진 않아도 되는데! 설마 시험 좀 망친다고 굶어 죽기야 하겠어. 아무리 그래도 네 목표는 높은 것 같긴 하지만…. 하다가 질리면 나랑 놀아. 우왓! (조잘조잘 떠들다가 문이 진짜로 열리기라도 하는 순간엔 폴짝 뛴다. "말했지!") 두 번 만에 성공이라니, 리야 넌 최고야!!!!! (외치고선 벽 사이로 냉큼 들어간다. 둥근 방 가운데 놓인 그물침대 선점한다.) 여길 우리 아지트 삼자.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하는 거야. 교수님들한테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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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만, 목표를 높게 삼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왜, 그런 말도 있잖아. 꿈이 크면 그 꿈이 깨질 때의 파편도 크다잖아. (그러다 문이 열리면 흠칫, 어깨를 떤다.) ...진짜로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러곤 주변을 두리번 보다가, 조심스럽게 공간에 들어가 내부를 살펴본다.) 아지트?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숨겨져 있는 장소를 찾아서 아지트 삼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으니까!) 그래. 나는 좋아. 왠지 재밌을 것 같아. 비밀 아지트라는거... ...근데 보통 이런 곳에서는 뭘 하면 돼? 여기서 공부를 할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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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를 믿어서 손해볼 것 없다니까. 여기 쿠션도 가져다 놔야겠다. 침대에 베개가 없다니. (제 방인양 기대서 씨익 웃는다.) 확실히 공부는 안 하겠지…. 그냥 가끔 낮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거나, 장난을 공모하거나…… 마지막은 같이 안 해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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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번쩍!) 나 죽은 거 아니야! 시체는 저기 있는 리야겠지! (피로해 보이는 발레리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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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봄) 비록 신체를 이용하는 활동을 했기 때문에 몸가짐은 바르지 않지만 정신이 멀쩡하고 맑은 상태이니 나는 멀쩡한 상태에 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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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멀쩡해 보이지 않는단 걸로 정정할게. 네가 이렇게 엉망진창인 모습은 처음 보는 걸! 비행하는 거 그래도 재밌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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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꾹 다물고 빤히 본다..)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재능의 한계에 부딪혀서 잘 모르겠어. ...미미 너는...비행술 과제 점수 잘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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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부에 입사하는 데 비행술은 안 필요한 거 맞지? (킬킬 웃으며 확인한다.) 점수는 기억 안 나지만 한 번에는 통과했어. (브이!) 속도감이 좋던데. 내가 리야보다 잘하는 과목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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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내가 알기로는 그래. 퀴디치 관련 부서만 아니면... (브이 하는 모습 보고 다시 눈을 바로 뜬다.) 대단한 걸... 미미, 비행에 재능있는거 아니야? 나중에 퀴디치 할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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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아서가 계속 날 꼬드기고 있어. 걘 내 재능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퀴디치에 빠지면 장난을 안 치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키득거린다.) 하지만 생각해 봐, 내가 퀴디치 선수라면 너랑 같은 팀은 아닌데? 그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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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래번클로 기숙사 학생이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 한 팀만 응원해야 한다면 래번클로 퀴디치 팀을 응원하겠지만... (...) 그래도 경기장 뒤에서는 너를 응원해줄 수 있어. 넌 내 친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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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대단히 실망스러운 ―발레리가 버릇없다고 말했을 때의 예의 그― 표정으로 쳐다본다.) 꼭 한 팀만 응원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 우린 친군데도! 좀 용기를 더 내 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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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네 표정에 잠시 다시 고민한다.) ...슬리데린이랑 래번클로랑 경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 (힐끔 네 반응을 살핀다. 이것도 실망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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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기실 여기서부턴 장난에 가깝지만, 얼굴이 뻔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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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빤히 보는 시선에 못이겨 살짝 고개 돌린다.) ...슬리데린 팀을 모두 응원할수는 없겠지만, 너 한 명 정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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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함박웃음 짓는다.) 리야, 약속했어? 물론, 퀴디치 선수가 못 될 확률이 더 높겠지만… 이건 절대 안 잊을게! 래번클로 기숙사 가서 자랑해야겠다. (키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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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랑까지 하게? (멈칫..) ...다른 친구들이 오해할수도 있으니까 꼭 슬리데린 팀 전체가 아니라 너 한 명만 응원하는거라는 말도 잊으면 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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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농담이야! 안 해! 나 혼자 몰래 알고 있을게. 내가 널 곤란하게 만들 리 없잖아…. (먼지 털어내듯 제 머리 살살 흔든다.) 단호하게 거절해도 돼. 내가 이런 일로 상처받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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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야. 곤란한건 아니야. (네 반응에 오히려 너무 칼 같이선을 그었나 싶어 부정한다.) 자랑해도 돼. 내가 너무 고지식하게 굴었어. 넌 내 친구니까 당연히 응원할거고, 상처받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일말의 가능성도 남겨두고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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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비밀 이야기를 하듯 손으로 가림막 세운다.) 난 절대로 너한테 섭섭해하지 않아. 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는 법이거든. 게다가, 너 래번클로 외에 친구 나뿐만도 아니잖아! 나 한 명만 응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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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형평성을 논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끝까지 상관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또 그 머리 속에서 이런 저런 합리니 효율이니 온갖 생각을 하는 모양. 그리고 이내) ...하지만 내가 널 응원해주고 싶다는 건 진심이니까, 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널 응원한다는 사실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이것도 사실, 네가 정말 퀴디치 선수가 될 거라는 전제이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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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지. 내가 선수일 때만 응원해줄 것도 아니고, 마음은 영원한 법이잖아? (왼쪽 눈 깜빡여 윙크한다.) 그것도 내기할까? 내가 과연 퀴디치 선수가 되는 데에 성공할지 말이야. 음… 어때. 가능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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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건 맞아. 네가 무엇을 하든 난 아마 너를 계속 응원할 거야. 너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니까. (네가 윙크하면 영문을 모른 채 눈만 한 번 깜빡인다.) 음, 네 비행술 과제물만 본다면 일단은 '그렇다'. 하지만 그 전에, 네가 퀴디치 선수가 될 정도로 퀴디치에 흥미를 갖게 되느냐가 먼저지. 그게 아니면 애초에 성공 여부를 논할 수 없으니까. (그러다 잠시 빤히 바라본다. 가장 빨리하는 교내 경기가 언제였더라,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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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를 되돌려줄 생각이라면 한쪽 눈만 깜빡여보는 건 어때. (가볍게 웃는다.) 난 꽤 흥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누가 스포츠스타 되기를 마다하겠어? 오, 리야 넌 빼고. (네 속내 읽기라도 한 것처럼 늘어놓는다.) 가장 빠른 교내 경기는 그리핀도르랑 후플푸프 경기야. 우리랑은 관계없지만, 당장 내일 한 시지. 보러 갈래? 우리 경기가 아니라 마음 상할 일이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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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어정쩡하게 한쪽 눈만 깜빡여보았으나, 반대쪽 눈까지 감기는 바람에 실패한다.) 그래? 네가 흥미가 있다면 다행이고. (마지막 말에는 눈을 흘기기만 했다.) 응? 아, 나야 당연히 좋지. 언제 하나 했는데 바로 이렇게 한다니 다행이다. 경기 보는 건 오랜만이네. 퀴디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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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윙크 못 하는구나. (그걸 보고선 키득댄다. 괜히 한 번 더 눈 깜빡인다.) 그럼 내일 보는 거야? 난 그리핀도르 응원해야지. 어… 대충 마법사식 축구 비슷한 거란 건 알아. 퀘이플이 들어가면 점수가 올라가고, 그걸 막으려고 몰이꾼과 파수꾼이 있고. 그런데 스니치는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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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되는거지...싶어 괜히 제 눈가만 문지른다.) 앗, 나도 그리핀도르 응원하려고 했는데. 음,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금색 공인데, 날개가 달려있어서 경기 내내 빠르게 날아다니는 공이야. 수색꾼이 스니치를 잡아야 150점을 얻고 경기가 끝나. 다른 포지션들은 잡으면 그건 반칙이고, 수색꾼만 잡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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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는지 물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뻔하구나. (제 이마 친다.) 그럼 합리적으로 내가 후플푸프를 맡을게. 애들한테 목도리라도 빌려야겠다. 응원하는 티 내려면, 내가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어… 내가 전에 뽑은 퀴디치 공 모형이 그 스니친가 보다. 근데 150점이라고? 그럼 그 팀이 무조건 이기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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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이 그리핀도르를 응원해도 되잖아. (어쩐지 뺏어간 것 같은 느낌에. 조금 놀란 듯이.) 그리핀도르 목도리도 구해다줄게.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면서 내기하는것도 재밌겠지만, 함께 같은 팀을 응원하는것도 재밌을거야. (그러곤 스니치 건에는 고개를 젓는다.) 으응, 아냐. 만약 그리핀도르가 160점을 따놓은 상황이었는데, 후플푸프사 0점인 상태에서 골든 스니치를 따면 160대 150인 상태로 경기가 끝나니까 그리핀도르가 이기는거지. '우승'이 아니라, '경기가 종료된다.'니까. ...물론 흔한 상황은 아니래. 150점 차이가 쉽게 나는 것도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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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그것도 좋아. 후플푸프에는 유감이군! 이래서 형제를 잘 둬야 해…. (나무 테이블 세 번 두드린다.) 그러니까, 압도적인 차이만이 스니치를 이긴다는 거지. 우리 팀 상황이 끔찍하면 스니치를 안 잡는 것도 방법이겠네. 그랬다간 경기가 영원히 안 끝날지도 모르지만. 무슨 포지션이 제일 멋있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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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인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앗, 그 방법도 괜찮다. 몰이꾼이 상대 수색꾼을 방해하면 어쩌면 가능한 전략일지도... (색다른 발상에 눈이 살짝 커졌다.) 나? 어떤 포지션이든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긴 한데... (음, 잠시 고민에 빠진다.) ...역시 몰이꾼일까. 상대 팀을 견제하면서도 같은 팀 선수들을 보호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해. 게다가 블러저를 그냥 막 쳐내는 게 아니라, 관중이랑 같은 팀한테는 가지 않게 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쳐내야 하잖아. 대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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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마법사적인 의견 참고할게. 내일 보러 가면 누가 몰이꾼인지 설명 좀 해줘. 난 어차피 첫날이라 정신없어서 뭐가 뭔지도 모를 테니까. (턱 괴고 생각한다.) 난 가서 무슨 샌드위치를 먹을 지나 생각해야겠다. 설마 음식 반입 금지는 아니겠지. 난 축구 경기를 볼 때도 나쵸 먹는 재미가 반이라고 생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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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줄테니까 모르는게 생기면 바로 물어봐. (오늘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에 퀴디치 관련 책을 빌려야겠군-같은 생각을 속으로 했다.) 아마 반입 가능할걸. 음, 축구는 머글 사회의 스포츠지? 언제 한번 본 적 있어. 머글 사회의 퀴디치 비슷한거라던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좋아! 그래도 나한테 알려주려고 미리 공부하거나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알지? 대충 알려줘도 돼. 그냥 퀴디치 초짜 머글 태생 애 하나일 뿐이야. 잘못 알려줘도 문제없다고. (지레짐작하고 눈썹 까딱인다.) 인기 스포츠란 점에선 비슷하지. 스니치랑 블러저 없이 퀘이플만 있고, 골대도 하나지만. 당연히 빗자루를 타지도 않고 말이야. 호그와트에서 라디오만 됐어도 풋볼 리그 중계를 들려주는 건데, 아쉽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 (어떻게 알았지. 라는 표정으로 본다.) ...그럼 내가 아는 내에서 알려줄게. (흠흠, 괜히 헛기침하곤) 그럼 발로 직접 뛰면서 경기를 하는거야? 엄청 힘들겠다. (살짝 커진 눈.) 방학 중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려나?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네가 표정이 좀 투명한 편이야. (슬그머니 웃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지. 재밌어. 하고 나면 탈진할 것 같지만, 그 기분이 주는 쾌감이 있기도 하고. (눈알 굴린다.) 나도 런던에 있는 경기장엔 가본 적 없는데, 네가 관심 있으면 한 번 알아볼게. 다이애건 앨리 근처면 머글 세계라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그런 말 처음 듣는데... (괜히 제 얼굴만 가볍게 문지른다.) ...그럼 부탁해도 돼? 그 말을 들으니까 꼭 한번 보고싶어. 나도 방학 중에 하는 프로 퀴디치 경기가 있으면 널 부를테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아니면 내가 레질리뚱땅을 할 줄 알거나. (이름부터 틀렸다.) 방학 중에 할 게 많은데! 좋아, 약속했어. 너 그런데 혼자 나올 수는 있어? 마법사들은 플루-가루를 쓴다고 했으니까 거리 감각이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열한 살이 혼자 다니면 걱정하고 보는 부모님들도 많지 않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레질리뚱땅... (고개를 푹 숙인다. 입꼬리가 조금 씰룩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흠흠, 아무튼. 그런 문제라면 걱정 마. 음, 언니가 그때 바쁘지 않으면 같이 가달라고 부탁해볼게. 언니가 바쁘면 삼촌한테 부탁해도 되니까. 내가 어떻게든 잘 해결할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방학 때 뭐 하고 지낼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글쎄. 2학년 수업 예습?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 (소름 돋아서 팔 벅벅 문지른다.) 어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왜 그런 반응이지? (미미 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우리 아직 방학식도 안 했는데, 진짜 예습부터 생각한다고? 놀 계획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어... 글쎄...(침묵) ...너는 놀 계획 어떻게 세웠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일단 돌아가면 내가 집에서도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척 사촌들을 잔뜩 놀려야지, 콧물이 날 정도로 스티파도를 먹고, 바다에도 가야 하고, 너랑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나는 것도 당연히 계획에 있어!!! 벌써 풋볼 경기를 예매할 생각에 마음이 바쁜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1

미미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구나... ...음, 그럼 2학년 예습도 하고, 너랑 다이애건 앨리에 놀러가고, 퀴디치도 보고... 풋볼?도 보러간다고 하는 걸로 정정할게. 아, 헤일리네 집에서 어른스러운 파티를 하는 것도. (파자마 파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1

좋아! 예습은 머리에 불 나지 않을 정도로만 해. 날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는 좋고. 헤그네 가는구나. …어른스러운 파티가 뭔데?

 

 

 

 

4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휘적휘적 연회장에서 나간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안녕 말썽꾸러기. 벌써부터 또 어디 가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안녕, 우리 모범생. 고민 중이었는데. (걸음 멈춘다.) 네가 싫어할 말썽 좀 쳐볼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럴 것 같았어. 내가 말리면 안할 생각이긴 하고? (가볍게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이왕 고민하는김에 말썽 말고 다른 일을 고민하는 건 어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럼. 나 네 말 잘 듣잖아. (윙크한다.) 말썽 말고 다른 일이라고 하면 뭔데? 설마 나보고 공부하란 건 아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하여간 말은 잘해. (어깨 한 번 으쓱인다.) 음. 그러려고 했는데, 그러면 네가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 칠 것 같으니까 하자고 하진 않을게. (그리고 잠시 고민한다.) ...원래 생각했던 말썽은 뭐였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관리인 존 베이커 씨의 사무실 털기? 지난 학기에 꽤 많이 압수를 당해서 말이야…. 지금 정신없으신 틈을 타 몇 개 슬쩍하려고 했지. 너무 잔소리하진 마, 방금 그 계획 폐기했으니까.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넌 자러 갈 때까지 뭐할 건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말 없이, 정확히는 네 계획을 듣자마자 조금 벙쪄있다가 다시 입을 뗀다.) 흠흠, 글쎄... 특별히 계획한건 없는데, 친선 경기 대비해서 비행 연습이나 좀 할까 했어. 아니면 아지트 청소하러 가거나. 방학동안 먼지가 제법 쌓이지 않았을까 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친선 경기 나가는구나. 빗자루 빌려줄까? 지난겨울 출시된 거니까 나름 최신형이야. 이번 여름 모델은… 왜, 너도 다이애건 앨리서 같이 봤잖아.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더라고. 결국 안 샀어. (창밖 확인한다.) 둘 다 같이 할까? 마음에 드는 기획인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응. 한번 쯤은 나가도 좋을 것 같아서. 잘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 그거. 디자인이 별로긴 했지. 그래도 속도는 더 빠르다는 것 같은데, 괜찮겠어? (넌 선수잖아.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응, 좋아. 음, 아지트부터 갈까? 아니면 비행 연습부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난 겉멋 든 사춘기라서. 게다가 그 정도 속력 차이로 내가 골을 못 넣게 되진 않을걸. 선수잖아. (같은 문장 그대로 돌려준다.) 비행부터? 나 비행술 수업이 없어진 뒤로는 한 번도 네가 비행하는 거 못 본 것 같은데. 보고 싶어, 구경할래. (그리곤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슬쩍 정원 향해서 걷는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하긴, 그건 그래. 네가 좀 대단해야지. (농조였으나 어디까지나 진심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이번 친선 경기 빼고는 그때가 마지막이었구나.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러고 보니 거의 매일 빗자루 타는 애 앞에서 어설픈 실력을 보여줘도 되는 건가? 같은 상념이 뒤늦게 몰려오지만... 걸음은 너를 따라서 정원을 향한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는 건데, 나 제대로 못 해도 웃으면 안 돼. ...친선 경기 때는 빗자루가 말을 들어주긴 했지만...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칭찬해도 뭐 떨어지는 거 없는데. (이 드러내며 웃는다. 바람이 선선해서, 머리카락 쓸어넘겼다.) 좀 봐주지. 너를 비웃을 기회는 살면서 흔치 않잖아. 게다가 경기 때 보니까, 추격꾼 재능이 없지도 않던데. 내가 장담하는데, 마법부 입사 조건에 비행술이 있었담 넌 그것도 노력으로 충당했을걸. (제 빗자루 손에 들려준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네 말에 가볍게 어깨만 으쓱이고 만다. 네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머리 많이 길렀네. 앞으로 더 기를 생각이야? (여상하게 묻는다.) 현역 추격꾼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 (썩 제 비행 실력을 믿는 편은 아니었기에 작게 한숨 내쉰다. 건넨 빗자루를 받아 들곤, 그대로 올라타 곧바로 땅을 박찬다.)

[다이스2] (몇 점 짜리 비행이었을까?)

 

SYSTEM

[ . . . 81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길었지. 그편이 예쁜 것 같아서 일단은 그럴 생각인데, 안 어울려? (한참 네가 비행하는 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다가, 빗자루 보관함에서 아무 카미트 모델 아씨오로 소환한다. 금세 올라타 옆으로 따라붙었다.) 장난해? 너 사실 비행도 몰래 연습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아니, 잘 어울려서. 더 길러도 예쁠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다가, 빗자루가 말을 잘 듣는 건지, 아니면 오늘따라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정말 실력이 는 것인지 짐작도 안 가는 제 비행 실력에 적잖이 당황한다..) ...물론 친선전 대비 연습을 조금 하긴 했는데...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까지? (나 낙제까지 했는데? 네가 옆으로 따라붙을 때까지 얼굴에서 당황함이 가시지 않았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럼 쭉 길러볼까~ 요즘 얼굴이 은근히 신경 쓰인단 말이지. 넌 어쩌다가 머리 기를 생각 했는데? (공중에서도 몸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은 똑같아서, 적당한 곳에 멈춘 뒤 빙글빙글 느리게 몸 뒤집는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 법이라곤 하지만, 치사하다. 현역 추격꾼보다 나은 것 같아. 다음에 페널티데이가 찾아오면 비행하러 나오자고나 해야겠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얼굴? 외모 말하는 거야? 넌 1학년 때도 그렇고 기르기 전에도 귀여운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음, 그냥 아예 길러서 묶고 다니면 편할 것 같아서 길렀는데, 묶고 다니는 게 확실히 편해서 그대로 기르게 됐어. 아침마다 묶어야 하는 게 좀 귀찮기도 하지만, 그것만 빼면 편하길래. (능숙하게 움직이는 네 모습 보고 따라해보려다 곧 관두곤 빗자루만 꼭 쥐고 있는다.) 아무리 그래도 현역 추격꾼만 하겠어. 다음에도? 그래, 좋아. ...그때도 빗자루가 말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네. (가볍게 어깨 으쓱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난 신입생 시절 내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냥 정신없이 뭐 묻히고 다니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야. 아, 확실히 리본을 묶는 데엔 시간이 걸리겠다. 그 빨간 리본은 거의 네 시그니쳐니까, 없는 걸 상상하니 좀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너도 어울려. 포니테일. (공중제비 돌다가, 잠시 멈춰서 네 리본 살폈다.) 그 빗자루가 손에 맞으면 또 빌려줄게. 다음이 찾아온다면 말이야. 리야 네가 너무 철저해서 성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 여태까지 늦은 건 한 번뿐 아니야? 테살로니키 때. 난 소설 필사를 세 권이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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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 기억하는데. 신입생 시절의 미미는 정말이지... (여러 의미로 엄청났지. 부러 뒷말을 삼키고 고개를 돌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그니처까지 된 거야?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다녀야겠네. (잘 어울린다는 말에는 고마워. 라고 인사하곤 손을 뻗어 묶은 리본을 매만진다.) 그렇네, 그때 한번 뿐이었구나? 그래도 그 덕에 글씨체도 많이 나아져서 좋지? (제법 뻔뻔하게 말하곤, 잠시 무언가 생각한다.) ...근데 뭐, 꼭 페널티 데이가 아니더라도 비행 연습이야 언제든 할 수 있어. 어차피 나도 운동도 해야 하고... 앞으로는 조금 덜 빡빡하게 지내기로 했으니까 이 정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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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뭐? 왜 말을 하다 말지? 사람 불안하게. 말해 봐. 욕하는 말이었어도 우리 우정을 생각해서 특별히 넘어가 줄게. (눈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이후로 가볍게 투덜거렸다.) 난 글씨체 교정이 자동으로 되는 깃펜을 바랐던 거지, 내가 그걸 고쳐먹을 정도로 필사 연습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는 점만 참작하면 좋지. 어… 진짜로? 우리 리야가 웬일이지? 난 네가 “다음 해가 O.W.L이니 더 공부에 매진해야겠어.”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아니, 물론 싫단 건 아니고, 당연히 좋아. 나는 찬성이야. 얼마나 자주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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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조금 웃다가, 못 이기는 척 입을 연다.) 그래. 엄청났지. 엄청 수다스럽고, 늘 기운 넘치고, 그 기운으로 온갖 사건 사고도 엄청 일으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딱히 불만이라거나 부정적인 투는 아니었다.) 음, 그래서 그동안 싫었어? 글씨 교정하는 거. (제 나름대로 이게 너를 위한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방법을 달리할 생각이었기에.) 물론 시험 두 달 전부터는 죽은 듯이 공부만 할 예정이지만, 생각보다 쉬엄쉬엄 하는 게 나쁘지 않았거든. 오히려 효율적이기도 했고...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가 지쳐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손해잖아. 음,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과제에 낙제하거나 중요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면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지금보다 어렸으니까. 그래도 요즘엔 그렇게 사고 크게 안 치는데…. 이 정도도 마음에 안 들어? (딱히 탓하는 말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 뻔뻔하게 묻는다. 눈썹이 역으로 휘어 울상인 체했다.) 그것까지가 너랑 노는 거였으니까, 싫단 소린 안 해. 실제로 네 방법이 강성이긴 해도, 통하는 구석이 있기도 하고. 내가 슈랑 친해진 걸 생각해 봐.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바람 따라서 주변 돌다가, 호그와트 성 쪽 손짓한다.) 그럼 이거 타고 그대로 3층으로 갈까. 아지트에 빗자루 두지, 뭐. 종종 나갈 거라면 그편이 더 편할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앗,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난 워낙 재미없고 심심한 성격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너처럼 다채로운 애가 신기했다는 이야기였지. (울상인 체하면 그제서야 수습하듯 말한다.) 오히려 지금은 네가 장난 안 치면 좀 낯설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심한 장난은 멈춰줬으면 하긴 하지만... (마지막 말은 농담에 가까운...아마 진담이었다.) 하긴, 슈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지. 음, 그래도 거절할 수 있었는데 따라줘서 고마워. 늘 이 말 하고 싶었어. (고개 끄덕이며 네가 손짓한 쪽으로 따라간다.) 그래도 된다면 난 좋아. 아니면 그냥 나도 개인용 빗자루 하나 살까 싶기도 하네. 선수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번 너한테 빌릴 수는 없으니까. (3층 창가 쪽에 다다르면 지팡이 한 번 휘둘러 창문을 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럼 또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지. 난 나름 내 기준의 선을 지키고 있는 걸. ‘심하다’의 기준은 뭔데? (창가에 걸터앉아서 카미트 벽 안쪽에 세워둔다. 네 쪽으로 손 내밀었다.) 늘 열등생을 포기하지 않아 줘서 내가 더 고맙지. 뭐, 우리가 하겠다는데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카미트 같은 빗자루는 다들 관심도 없어서 사라진 줄도 모를걸. 그렇지만 네가 하나 갖추고 싶다면 다음에 팸플릿을 가져올게. 아니면 다음에 호그스미드 나갔을 때 봐도 좋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래? 그렇게 말하니 그 기준이라는 게 궁금한데. 내 기준음 음... ...타 기숙사에 들어간다거나, 너 스스로 다칠 만한 장난이라던가, 장난의 수준을 넘는 정도일까? 뭐, 그래도 학교에 술 같은 걸 반입한 건 아니니까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해. (타 기숙사의 내부 사정을 알 리 없었으므로, 일단 자신이 아는 선에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 호그스미드. 음, 그럴까? 가서 간식이랑 잉크나 좀 사려고 했는데 이렇게 또 할 일이 생겼네. (네가 내민 손을 붙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벽에 빗자루를 세워두곤, 가볍게 옷매무새를 정돈한다.) 너만 괜찮으면 같이 봐줄래? 보답으로 버터맥주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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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했을 때 기분 나쁘지 않을 수준을 유지하기. 아, 교수님들은 말고. 그분들은 어른이시니까 자비롭게 용서해주시겠지. (그리고는 이어지는 네 '기준'들을 듣는다. 술 이야기에 들어서는 입꼬리 문질렀다.) 그렇지? 아직까진 큰 문제 없다니까. 내가 다치는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회복력 좋단 소릴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거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는 꼴이 수준급이다. 가히 뻔뻔스럽다. 빗자루 두 개 챙겨서 이제는 익숙한 태피스트리 위로 알로호모라 건다.) 버터맥주 받고 감자튀김도. 그래서, 진짜 술에는 관심 없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으음,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감이 잘 안 잡히네. 예전에 했던 장난 중에 그런 장난이 있었어? 돌이켜 봤는데 기분이 나빴던 장난말이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너를 뒤따라간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곤) ...회복력이 좋다는 말이 다치면 안 아프다는 말은 아닐 텐데...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곤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 감자튀김도. ...진짜 술? 음, 관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성인 되면 어련히 먹을 수 있을 텐데... 벌써부터 굳이? 싶기는 하지. ...그건 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이야. 겨우살이 밑에서 키스하다가 마법에 걸리는 건 버터 맥주 한 잔에 기울일 웃음거리지만, 친구들 앞에서 민달팽이를 토하게 되는 일은 좀 속상할 거란 뜻이지. 난 유쾌해지고 싶은 거지 미움받고 싶은 게 아니거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한테 예쁨 받는 건 무리겠지만. (바닥에 앉고선 그물침대에 팔 걸친다. 앉으라는 듯 두어 번 두드린다.) 난 궁금하긴 해서. 꿀술이란 게 그렇게 맛있대. 몰래 들여오면 진짜 화낼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아, 당하는 사람 입장이었구나. 네 말에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그거..나는 좀 별로일 것 같은데... 설레는 마음으로 키스하다가 마법 때문에 30분 동안 안 떨어지면... ...그러다 중간에 누가 와서 보면 어떡해? 또, 당장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추억이긴 하지만, 나중에 상대랑 안 좋게 헤어지면? (저가 겪기라도 한 것 마냥 이런저런 밑도 끝도 없는 상황을 가정한다... 그러다 네가 바닥을 두드리면 네 옆자리에 앉았고.) 그런 생각까지 하는 줄은 몰랐네. 유쾌해지고 싶은 거야 그런 것 같았지만, 남들 시선이나 평판은 크게 신경 안 쓸 줄 알았거든. (술 이야기에는 단호한 투로.) 어. 진짜 화낼 거야. 학교 안에서 술 마시고 취했다가 교수님들 보는 앞에서 난동이라도 피우면 기숙사 점수 깎이는걸로 안 끝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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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걱정이 진짜 많구나. 좋아, 앞으론 그 장난도 안 칠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가 그 마법에 걸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군. (코 찡그린다.) 어, 내 딴에는 열심히 신경 쓰고 있는 건데. 남들 시선이나 평판 말이야. 난 오래도록 '여기' 있고 싶거든. (그리곤 지팡이 휙 휘두른다. 주문 외는 속도조차도 빨라 알아듣기 힘들지만 아마 부양 마법이었나 보다. 곧장 담요가 둥둥 떠서 날아오는 걸 봐서는.) 난 징계까지도 익숙한데. 내가 여태껏 반짝반짝하게 닦은 트로피가… 백여 개는 될걸. (슬쩍 눈치 본다.) 진짜 들여오겠단 거 아니야, 노려보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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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네 말에 뒤늦게 머쓱해져선 괜히 헛기침만 한다.) 이건 또 몰랐던 사실이네. 넌 가족들도 저쪽에 있으니까, 졸업하면 저쪽으로 돌아갈 줄 알았거든. 뭐랄까, 아 재밌었다-하고 미련 없이 떠날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말하며 지팡이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본다.) ...백여 개. 그쯤 되면 안닦아본 트로피가 없는 거 아냐? (게슴츠레 뜬 눈으로 보다가) ...진짜지? 진짜 학교에 몰래 술 안 들여올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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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이 마법부 장관이라는 건 듣고 까먹었지? (그 외에도 비마법사 사회와 마법사 사회를 오가는 꿈이 수천만 개쯤 있었으므로 진지하게 듣는 쪽이 이상한 거다.) 처음 다이애건 앨리에 가던 날을 난 영원히 못 잊을걸. 가능하면 비집고 들어앉고 싶은 게 소망이지. 정 그러지 못한다면 그냥 평범한 머글 사회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미련 없다기엔 여기에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담요 건네고선 무릎 위로 턱 괴어 고쳐앉는다.) 거의 그렇다고 봐야할 걸. 이 손이 호그와트의 역사를 꿰고 있는 손이야. 마법의 역사 시험에서는 별 힘을 못 발휘하는 것 같아보여도. (시선 피했다가, 이내 돌아온다.) 네가 뭐 하나만 용서해준다고 하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거 진심이었어? (솔직히, 반쯤 안 믿었다. 사실 거의 안 믿었다.) 그랬구나... (네 말을 듣고는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네가 담요를 건네주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담요를 무릎에 덮었다.) ...마법부 장관까지는 아니더라도, 네가 여기에서 뭔가 활약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좋을 텐데. 관련해서 흥미 있는 일은 없어? (네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곤 한동안 빤히 바라본다.) 용서? ...너 나 모르게 나한테 잘못한 일이라도 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 흥미가 중요할까? (다소 냉소적으로 대꾸했다가, 코 찡그린다. 그럴 의도가 없었던 까닭에 말 고친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나한텐 그런 것보단 다른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충분히 인정받는 일이라든지. 너도 딱히 특정 직업에 열망이 있는 유형은 아니니까, 무슨 뜻인지 알지. (조용히 말 잇다가 십자 성호 긋는다.) 그게… 그러니까, 실은 이미 들여왔던 적 있거든. 작년에. 안 마셨어!! 그 전에 선배한테 걸려서 빼앗겼으니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이왕이면 흥미 있는 일을 하면 좋잖아. 특별히 재능 있는 일이 있으면 그걸 해도 좋고. 기껏 있는 재능이랑 흥미를 썩히면 너무 아깝잖아. (가만히 네 말을 듣는다.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공감가는 말이었기 때문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너도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는데. (무릎 위로 턱 괸다. 네가 성호 그으면 뭐지? 싶은 생각으로 보다가) ......... (말없이 시선을 네 쪽으로 한 번, 제 지팡이 쪽으로 한 번 바라보다가, 다시 네게로 고정한다.) ...뭐랄까, 오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의 몰랐던 면을 정말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 아니다, 그냥 내가 너를 과소평가 한 걸 수도 있겠다.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목소리와 표정이지만, 내뱉은 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뭐, 이렇게 이야기해도 내가 무감한 사람은 아니니까. 어디에든지 흥미는 붙일 수 있어. 게다가 천재 마법사 미미잖아. 재능이라곤 당연히 넘쳐날 거고. (드물게 속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싶다. 비밀 아지트가 지나치게 편해졌든지 네게 너무 마음길을 텄든지 둘 중 하나다. 입안에서 조용히 혀 차고는 능청스럽게 갈무리했다.) 넌 아직도 마법부에서 일할 생각이잖아. 일터가 멀지 않으면 수다 떨기에도 나쁘지 않겠지. (네 시선이 지팡이를 향하는 것 같으면 괜히 움찔 몸을 떤다. 심지어 풀네임이라니!) 제발, 리야. 차라리 소리를 지르지? 나 지금 너무 무섭다. 내가 그래서 앞으론 안 그러겠다고 했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음, 맞아. 그래도 넌 이것저것 해보는 것 같으니까, 그러다 보면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아니면 상상도 못 한 재능이라던가. ...안그래도 너, 요즘 과제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던데... (내심 부러운 투로 말하다가, 고개 끄덕인다.) 응, 맞아. 뭐, 정말 그렇게 되면 좋긴 하겠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일하는 것보다 낫겠지. (턱 괴던 팔을 풀고, 너를 잠시 빤히 바라본다. 말없이 그렇게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떼면) 오...아냐. 나 정말 별로 화 안 났어. 이미 지난 일을 이제 와서 화내봤자 뭐가 달라지겠어?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인거지. (그러곤 네게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그렇지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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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냥 아서 덕분인 것 같은데. 특히 신비한 마법 생물 돌보기는. 약초학도 네가 찾아주는 책들 아니면 진도도 제대로 못 따라잡을걸. 정작 같이 일하려면 나도 괜찮은 성적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래서, 지금 지망하는 부서가 어디라고 했었지? (드물게 시선 마주치지 못하고 계속 새파란 눈알 굴린다. 새끼손가락 냉큼 걸었다.) 그래, 진짜 안 한다니까. 내가 미안해, 응? 실망한 것도 아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런 것 치고는 다른 과목들도 엄청 잘 나왔던데. 이대로만 가면 어쩌면 나보다 더 빨리 마법부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 나는....마법 사법부. 아예 오러도 좀 고민했는데, 오러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아서 사법부로 가기로 했어. (새끼손가락이 마주 걸리면 그대로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가 곧 놓아준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 다시 네 어깨를 톡톡 두드렸고) ...정말 화 많이 난 거 아니야. 실망도 안했어. ...솔직히 좀 욱하긴 했는데,(...) 이미 지난 일 가지고 화내는 것도 좀 그렇고... 너도 안그러겠다고 했잖아. (정말이었다. 애초에 성을 내며 화를 내는 성향도 아니었지만, 그 순간에만 조금 욱했을 뿐이었다.) ...흠, 오히려 내가 미안. 괜히 쓸데없이 정색해서 너만 놀래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언제 내 성적표를 다 본 거야? 훔쳐보는 솜씨가 그렇게 좋은 줄 몰랐네. 오러보다는 사법부가 너한테 더 어울리긴 한다. 위험하지도 않을 거고. 어느 쪽이든 아예 맞추긴 힘들게 됐지만. 하필 커트라인도 가장 힘든 곳들이야. (짧게 꿍얼거린다. 눈물 훔치는 시늉 이어진다.) 나 네가 그렇게 무섭게 말하는 거 처음 봤단 말이야. 풀네임을 불리는 것도 처음이었고. 당연히 놀라지. 아무튼 진짜 걱정하지 마, 나 버터맥주 좋아해. 사실 논알콜음료 중독자야. 지금도 호그스미드 가서 그거 마실 날만을 고대하고 있어. (실없는 소리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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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너무 잘 나와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어. (괜히 머쓱한 듯 시선 잠깐 돌리다가) 마법부에 꼭 오러나 사법부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왜, 머글을 상대하는 부서도 따로 있다는데, 거긴 좀 낫지 않을까? (눈물 훔치는 시늉 하면 가볍게 어깨 토닥인다.) 그래. 약속했으니까 지켜주겠지. 난 미미 너 믿어.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이런, 그 정도로? 나 버터맥주 사느라 빗자루는 구경도 못하는 거 아냐? (덩달아 농담조로) 버터맥주랑 내 빗자루 말고, 원래 호그스미드 가서 따로 하려던 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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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퀴디치 연맹도 나쁘지 않겠지. 거기선 정말 비행술 성적도 쳐줄지도…. 왜, 기억나? 어렸을 때 네가 마법부 높은 자리에 가고 싶다길래 내가 빗자루 연습을 하면 되는 거냐고 했었잖아. (회상에 웃음소리 섞인다.) 나? 급한 건 없었는데. 기껏해야 프랭클린 박스에서 신상 장난감들이나 구경하거나 허니듀크에서 소피아한테 보낼 선물을 고르려고 했지. 그 나이에 자꾸 단 거 먹으면 안 좋지 않을까? 왜이렇게 마법사 간식을 찾는지 몰라. 자긴 마녀도 아니면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아, 거기도 좋겠다. 넌 선수 경력도 있어서 꽤 유리할지도... 맞아, 그랬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네. 퀴디치 연맹도 마법부에 있으니까. (가벼운 투로 대답하곤, 어깨 으쓱인다.) 그럼 장난감 가게도 같이 가자. 요즘엔 뭐가 유행하는지 궁금하네. (오... 하루이틀도 아니건만, 허울이 느껴지지 않는 말에 새삼스레 반응하곤) 할머님 입이 허니듀크 간식이 맞으셨나 보다. 뭘 제일 좋아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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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라고 하니까 되게 별거 같이 들리네. 그냥 기숙사 퀴디치 팀일 뿐인데도? (기지개 켠다.) 넌 장난감 같은 거에 관심 두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일탈에 흥미라도 붙였어? 아무튼, 네가 같이 가준다고 하면 할 것만 벌써 한가득이다. 바쁘겠네, 그날. 소피아가 좋아하는 거, 그… 드루블즈 풍선껌이랑 강낭콩 젤리. 우리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입맛이지. 난 돈 주고 구토 맛에 도전하는 사람이 우리 할머니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사실 소피아가 나보다 마녀 노릇을 더 잘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요즘 들어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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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쌓을 수 있는 유일한 퀴디치 경력이기도 하지. 그래서 보통 기숙사 팀 선수 하던 사람들이 프로팀에 스카우트 되고, 그게 아닌 사람들은 퀴디치 연맹 쪽으로 빠진다고 하던걸? (언젠가 봤던 퀴디치 관련 내용을 떠올린다.) 일탈까지는 아니지만, 재밌는 게 있나 해서. ...사실 뭐가 있는지 잘은 몰라. 혹시 추천해 줄 만한 거 있어? 이빨 달린 프리스비 빼고. (동의할 수 없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독특한 걸 좋아하시네. 풍선껌이야 그렇다 쳐도, 강낭콩 젤리는... ...혹시 알고보니 할머님도 마법사셨던 거 아니야? 아니면 마법사인 친구분이 계셨다거나. 정말 나보다 더 마녀 같으신걸. (가벼운 투로 말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프로 선수 같은 건 에냐 같은 애들이나 있는 해당 사항이지. 몇 안 되니까, 난 그 정도 수준까진 아니고…. 어쨌거나 퀴디치 연맹도 그럼 장래희망 목록에 넣어둬야겠다. 사건사고만 가득한 내 학교 생활란에 드디어 그럴듯한 경력이 한 줄 생긴 셈이네. (다른 막무가내 장래희망들보다야 드디어 그럴듯한 꿈이다. 생각 접어두고 눈썹 들어 올린다.) 삼 년간 내 친구였으면서 장난감이 뭐가 있는 줄 잘 모르다니, 내가 더 분발해야겠구나. 아니, 이빨 달린 프리스비는 왜 안 되는데? 그게 진짜 최고 중의 최고라고! 마녀다움의 극치 아니야? (몹시도 주관적인 의견 발끈해서 주장한다.) 아무리 네가 정말 훌륭한 마녀라고 해도, 웬 신입생이 나타나서 너한테 이빨 달린 프리스비가 뭔지 물어볼 때 '금지 품목'이라고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건 진짜 말도 안 돼. 너 반장 관심 있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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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네가 진짜 퀴디치 연맹에 들어오면 재밌겠다. (어쩐지 도움이 된 것 같아 내심 웃었다. 말을 마치곤 기지개를 쭉 킨다.)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주장 할 일이야...? 반장에 관심 있는 건 맞았지만, 그래도 이빨 달린 프리스비가 금지 물품인 건 사실이고, 디테일하게 설명해 줬다간 미미 파블라디스 같은 신입생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하지 않을거야. 혹시 몰라, 그 애도 이빨 달린 프리스비를 개조해서 교수님을 공격할지... (게슴츠레 뜬 눈으로 너를 본다.) 반장으로서 용납 못 하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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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는 떨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바빠야 할 텐데, 내가 너무 능력이 뛰어난 나머지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건 아닌지 몰라.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반장 배지가 울겠어. 이빨 달린 프리스비의 멋짐이라곤 전부 생략한 설명이잖아. 게다가 나 같은 신입생이 어때서? 후계가 생겨야 나도 사고뭉치 역할을 후련하게 물려주고 떠나지. 너도 매리슨 교수님이 엉덩이를 물렸을 때 좀 웃었잖아. 너 맨날 깃펜 줍는 척 웃는 거 다 안다??? 솔직히 가만히 앉아서 수업만 듣다간 지루해서 마법약에 잘못된 재료를 넣게 될 거고, 그럼 온갖 사고는 다 발생할 테니, 거시적으로 그런 깜짝 이벤트가 나쁜 것만은 아니야. (궤변 늘어놓는다. 게슴츠레 쳐다보는 눈에도 굴하지 않고.) 솔직히 상 받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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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래도 나랑 수다 떨 시간 정도는 남겨줄 거지? 난 그럴 생각이었는데. (덩달아 농조로 대꾸하곤.) ...아, 아니거든? 진짜로 깃펜 주우러 갔다가 멀리 굴러가서 빨리 못 주운 것뿐이거든? (아니다.) 궤변이야. 그거 궤변이야. 그럴듯하게 말해도 안 넘어가. 물론 모든 말썽꾸러기들을 모범생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반장이라는 건 원래 그런 일들을 미리 방지하는 역할이니까 어쩔 수 없어. (게슴츠레 뜨던 눈이 어느 새 째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 이 호그와트 최고의 말썽꾸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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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건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고… 솔직히 몇 년 뒤 일을 어떻게 알겠어? (이런다. 째려보는 거 보고선 눈 손바닥으로 덮어버린다.) 눈으로 마법 쏘겠어. 이미 반장님이 납신 것 같은데. 나중에 가선 이 비밀 아지트도 일러바칠 건 아니지? 여기 꾸미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프리스비 하나당 5점 감점 이런 것도 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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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눈이 가려지면 곧바로 손 붙잡는다.) 비밀 아지트에서 금지된 장난을 꾸미는 것만 아니면 일러바칠 일은 없을 거야. 솔직히 나도 여기가 들키면 좀 아쉬울 것 같고... (손 놓아주곤) 아, 프리스비 하나당 5점 감점...이건 좋은 것 같네. 지금 바로 다른 반장들한테 알려줘도 좋을 것 같은데? (당장이라도 반장들한테 말하러 가기라도 할 듯 주섬주섬 일어나는 시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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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의 기준이 너무 팍팍하다느니 하는 꿍얼거림이 이어진다. 일어나는 것 보고선 눈이 휘둥그레져서 올려다본다.) 아니, 진짜? 이렇게 간다고? 아직 우리 마법사 체스 한 판도 안 했는데? 여기 청소도 나 혼자 하라고? 너무 서러운데? 그러지 말고, 좀 자비를 베풀어 봐. 진짜 프리스비 하나당 5점 감점했다간 슬리데린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다 증발할걸. 그럼 나 기숙사에서 따돌림당할지도 몰라. 안 그래도 요즘 자꾸 그리핀도르 가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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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나가려는건 아니었다는 듯, 네 말에 출구 앞에 멈춰선다. 네 반응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이자, 손으로 입가를 가리더니, 다시 네 옆자리로 돌아온다.) 프리스비를 대체...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요즘 슬리데린 점수 꽤 좋던데. 이런, 미미... 넌 그리핀도르에 가도 잘할 거야. 빨간색 망토도 분명 엄청 잘 어울릴걸? (웃음 꾹 참으며 평소와 같은 낯으로 말한다. 당연히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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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했어. 너 나 두고 갔으면 찝찝했을걸? 나 외로움 많이 타서 혼자 두고 가면 운다? (조잘대며 다시 담요나 덮어준다.) 아… 사실 나도 몇 갠지 정확하게 잘 몰라. 호그스미드 갈 수 있게 된 이래로 나갈 때마다 하나둘씩 사다 보니 꽤 모여서. 근데 그중에 반은 베이커 씨 사무실에 있을걸. (이래서 가지러 가려던 거다. 웃음 참는 얼굴 잠시 빤히 본다.) …진짜? 슬리데린은? 나 여긴 안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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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울기도 해? 알렉스 칼하인츠가 감성적이라는 것만큼 상상이 안가는 걸... (얌전히 담요 덮고 앉는다.) 베이커씨가 큰일을 해주셨네. 이번에 나갈 때도 살 거야? (네가 빤히 바라보자 어느새 참고 있던 웃음기가 빠져나간다. 잠시 시선을 데록 굴리다가) 음, 안 어울린다기보다는... 네 평소 이미지만 생각하면 보통의 그리핀도르 학생 같지. 활기차고, 장난치고... 그런데 배정 모자가 너를 거기 배정한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겠어? 게다가 슬리데린은 머글 태생은 잘 받지도 않는다는데, 네가 그만큼 엄청난 재간꾼이거나, 어떤 엄청난 야망이 있다는 뜻이겠지. 배정 모자는 틀린 적이 없다니까. (그러다 잠시 너를 빤히 본다.) 그래서 가끔 좀 궁금하긴 해. 배정모자가 널 슬리데린으로 보낸 이유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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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농담이야. 나 냉철한 남자라 안 울어. (반쯤 헛소리로 대꾸한다. 손이 심심한지 담요 끝에 매듭이나 짓는다.) 그건 지갑 사정 좀 보고. 내가 요즘 상점 뽑기에 빠져 있어서 말이지…. 그거 도박 유도 같아, 아무래도. 곰인형 모으기가 쉽지 않다니까? (결국 웃음기 새는 걸 보면 눈 가늘게 뜬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모자가 어떤 기숙사가 좋은지 묻길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숙사가 좋겠다고 말했어. 영영 마법 사회에서 내 옆에 있어줄 친구들 말이야…. 이것도 야망으로 쳐줬나? 진짜 그런 거라면 좀 시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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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남자라고 꼭 안 우는 법은 없지. (따라서 실없이 대꾸한다.) 도박유도...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아, 그래도 나 오늘 뽑기에서 네 곰인형 나왔다? 다른 슬리데린 애들 곰인형은 몇 번 뽑았는데, 네 인형 나온 건 처음이야. (초록색 리본 한 빨간 곰인형 꺼내보인다.) 모자가 네 의견을 반영해줬어? ...이건 또 몰랐네. 나는 쓰자마자 래번클로로 보내버려서. (그러다 이내 음, 하고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보면... 네가 원하던 대로 '영영 마법 사회에서 옆에 있어 줄 친구'를 사귀려면 슬리데린이 적격이긴 하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형제애도 있고, 졸업 후에도 '여기'에 남아있을 거 생각하면 슬리데린 애들이 유력하니까. (어깨 한 번 으쓱.) 그래서, 슬리데린에 가니까 사귈 수 있었어? 너랑 영영 이곳에서 있어 줄 친구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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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건 사실임을 일부 인정하지. 너한테만 이야기하는 거지만, 옛날에 몰이꾼 떨어지고선 한참 울었어. (진실 여부는 잘 모르겠다.) 와!!! 나 내 인형 진짜 많이 못 봤어!!! 물론 슬리데린 벽난로 위에 애들이 모아둔 게 하나 있긴 하지만, 난 도저히 뽑을 기미가 안 보여서 몇 개 안 들어있는 게 아닌지 고민했다니까? 나도 내 인형 갖고 싶다. 리야 인형도……. 나올 생각을 안 해주네. (다소 침울해진다.) 그야 넌 빗자루 타고 스쳐 지나가면서 봐도 래번클로상이니까 그렇지. 사실… 확신은 안 서네. 우리 기숙사 애들은 날 좋아하거나 (어떻게 자신하는 거지?) 기피하거나 둘 중 하나라. 따지고 보면 너도 그 ‘영영 어쩌고 마법사 친구’ 해당 사항이 있지 않아? 하지만 래번클로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 정도로 속상했어? 하긴, 몰이꾼은 체격이 커야하니까... 그래도 이젠 진짜 몰이꾼으로 뛰어도 될 것 같은데... (그걸 믿는다.) 나중에 혹시 하나 더 나오면 너한테 줄게. 나도 내 인형은 많이 못본 것 같은데... 음, 두 개 가지고 있는 애들 없으려나... (사뭇 진지하게 고민한다.) 음, 극단적이네. 더 지내다 보면 좀 달라지려나... (확신은 없다.) 나야 별일 없으면 영영 여기에 있을 생각이니까, 너만 상관없다면 그 '영영 마법사 친구' 해줄 수 있지. 솔직히, 그런 문제 떠나서 난 네가 여길 떠나도 계속 친구라고 생각할걸? 너랑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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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 지원하기 전에 애들한테 설문 조사를 좀 하고 다녔는데, 다들 몰이꾼이 멋있다고 했거든~ 너도 그러지 않았나? 아, 그런데 지금은 추격꾼으로 좋아. 골 넣을 때마다 들리는 함성 같은 거, 몰이꾼은 들어볼 일 없잖아. ('역시 수비보단 공격이지.' 덧붙이며 윙크한다.) 진짜 양도를 구해봐야 하나. 이왕이면 직접 뽑고 싶은데 말이지…. 사실 우리, 부엉이한테 인기가 좋은 외형은 아닐지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다.) 그건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 나도 머글 세계랑 마법사 사회가 그다지 멀진 않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난 여기 오기 전에도 학교 다녔잖아. 6년제였으니까 그때 친구들도 꽤 오래 알고 지냈는데, 요즘엔 만나면 할 이야기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고. 네가 날 따분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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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아 그랬지. 지금도 몰이꾼이 제일 좋더라.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몬트로즈 맥파이스의 몰이꾼이 결정적인 순간에 활약해서... (조금 신난 투로 말하려다가, 뒤늦게 너를 힐끔 바라본다.) ...흠, 하지만 추격꾼도 역시 멋지지. 빠르게 치고 들어가서 골 넣는 건 언제 봐도 최고니까. (흠흠, 주제를 돌려본다.) 그래도 졸업 전까지 하나 정도는 나와주겠지. 설마 졸업할 때까지 안 나오겠어? (과연.) 답지 않은 걱정을 하네. 하지만 나는 머글 사회에서의 너를 알고 있고, 마법 사회에서의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 네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나는 들어줄 수 있는걸?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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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하, 다시 몰이꾼 하란 소리 들었을 때 알겠다고 할걸. (그냥 빤히 쳐다본다. 빤히…….) 두고 봐. 내 지갑이 먼저 동나는지, 부엉이가 먼저 쓰러지는지 보자고. 안 나오면 내가 곰인형 만드는 가게에 주문제작이라도 한다. 교장 선생님을 협박하면 어디에서 주문하셨는지 알려주시지 않을까. (사이.) 그렇게 말해두고 나중에 무르지나 마. 답잖은 고민인가? 사실 요즘 나다운 게 뭔지 잘 모르겠어…. 사춘기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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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시선이 느껴지면 고개 살짝 돌리나 싶더니) ... ...그래서 요...즘은 슬리데린 기숙사 팀 4학년 추격꾼이 그렇게 멋지더라. 같은 기숙사 팀은 아니지만 뒤에서 몰래 응원하게 되는 거 있지? (....) ...교장선생님이 협박 당하시기 전에 나도 열심히 내 지갑을 털어야겠네. (가볍게 대꾸하곤 속으로 지갑 안에 있는 금화가 몇 개였는지 가늠한다. 음, 충분할지도.) 무를리가. 너야말로 나중에 내가 너무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면 안된다? 솔직히 나는 나 스스로도 진짜 따분한 어른이 될 것 같아서 자신 없단말이야. (그러다 너를 빤히 쳐다보더니) 음, 내가 먼저 말해놓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너무 '나답다' 를식하지 마. 네가 너 원하는대로 지내는 게 너다운 거지 뭐. 평소에 이런저런 장난 치고 다니는 너도 너고,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걱정도 하는 너도 너인 거지. 그렇지 않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 노력이 가상해서 그냥 넘어갈게. (더 쪼잔하게 굴려던 마음 고쳐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몬트로즈 맥파이스보단 퍼들미어 유나이티드지." 방금 건 그냥 타고난 성미가 찌질한 거다.) 성실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도 재능 아니야? 난 하고 싶어도 못할걸. 물론 그게 내 장래희망 리스트에 있는 항목은 아니지만…. 게다가 아무리 네가 재미없게 굴려고 노력하더라도 친구한테 직장 뒷담화 정도는 하겠지. 그것도 나름 재미있을 거야. (어깨 털어낸다.) 난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꾸 그런 소릴 들어서. 장난 좀 덜 치겠다는데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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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래. 고맙다… … (겨우 넘겼구나 싶어 작게 숨 내쉰다. 퍼들미어 유나이티드 이야기엔 소심하게 입 삐쭉 내밀었고.) 그건 재능이라기보단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일 뿐인 걸. 그리고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난 너처럼 말을 재밌게 하는 것도 아니고, 융통성도 없고, 성격도 삭막하니까. 어쩌면 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뒷담화 같은 것도 안 할지도 모르지.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영 확신은 없는걸. (봐, 지금도 이러잖아. 라며 어깨 으쓱인다.) 그건 그냥 단순히 늘 장난치던 사람이 덜 친다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니야? 너도 내가 갑자기 공부 좀 덜 하고 장난도 치고 다녀야겠다고 하면 놀랄 거잖아.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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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나가서 그 소리 했다간 뭇매 맞을 것 같은데. 노력은 누구나 못해, 리야. 심지어 너처럼 꾸준히는 더욱. 그랬으면 세상 사람들이 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게. (씨익 웃는다.) 게다가 꽉 막히고 삭막한 사람치곤 요즘 꽤 분위기가 유하던데. 물론 아무리 그래도 네가 베이커 씨를 피해 도망치는 건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놀랄 정도까진 아닐지도 모르겠단 거지. O.W.L. 직전 학년인데 여기서 나랑 수다 떨고 있는 것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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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런 비슷한 말을 하던데... (네 말에 그렇게 작게 중얼거린다.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듯 입을 달싹이다가, 결국 그만두곤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었고) 그건... 너랑 수다 떠는 게 즐거우니까. (다시 네 쪽으로 고개를 든다.) 솔직히 말하면 너 장난치는 이야기도 그렇고, 나는 상상도 못 할 일들 벌여놓고 그 얘기 해주는 게 재미있거든. 그러지 말라고 구박하게 되는 거랑은 별개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좋아, 앞으로도 엉망진창인 장난질을 완전히 관두진 못하겠군…. 아니면 색다르게 널 즐겁게 할 방법을 생각해내든지. 다들 질색을 해서 팬이 있는 줄도 몰랐네. (농담처럼 대답한다. 허리 옆으로 기울여 시선 맞춘다.) 할 말 있으면 해. 나 입 무겁다니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흠흠. 그래도 엄청 심한 장난이라면 평소처럼 뭐라고 할 거니까 심하게는 하지 마. (그러다 고개 젓는다.)...음, 아냐. 이건 진짜로 뭇매 맞을 것 같으니까 됐어. 이 말 했다가 이본이랑 진짜 싸우기도 했고... ...아, 맞다. 나 너한테 줄 거 있어. (슬쩍 빨간색 곰인형 하나와 검은색 곰인형 하나 꺼내 네게 건넨다.) 네 인형은 하나밖에 안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저번에 네가 갖고 싶다길래...

[양도/디미트리오스 곰인형, 발레리 곰인형]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가 너랑 싸우는 게 상상이 되긴 하고? (잠시 말 멈춘다. 내려다본다. 손등으로 입가 문질렀다.) 아…… 좋지. 진짜 네 인형 주는 거다? 본인한테 받으려니 감회가 새롭네. (틈.) 미미 곰은 내가 빌리는 걸로 해. 일단은 붙여두고 싶으니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빨간색 색종이로 꾸깃꾸깃 종이뭉치? 같은 것 만든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렇게 접어선 안 움직일 것 같은데. (종이뭉치 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런가? 그치만 원래 안움직이는걸 만들려고 했으니까 상관 없지 않을까? (사실 잘 모른다. 다시 주섬주섬 접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안 움직이는… 뭐가 목표였는데? (유추하려고 했으나 도무지 감을 못 잡겠다. 맞은편에 앉아서 턱 괴고 쳐다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장미꽃. 그래서 종이 색도 일부러 빨간색으로 골랐어. 어때? 좀 장미 같아? (빨간 종이뭉치 보여주면서 네 반응 살핀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다시 보니 장미꽃 같다. 그러네, 완벽히 예쁜 장미네. (천연스럽게 대꾸한다.) 귀에 꽂아줘. 다시 접을 거 아니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 그렇지? 처음 만든 것 치곤 꽤 괜찮지? 솔직히 책에 나온 모양이랑 좀 달라서 걱정하긴 했는데, 예쁘다니 다행이다. (살짝 들뜬 투로 말하곤, 네 귀에 장미꽃인지 종이뭉치인지 꽂아준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처음 만든 거야? 그럼 더 대단한데. (속으론 처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새빨간 종이뭉치를 달고 다니는 새빨간 미미가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군.) 그런데 갑자기 이건 웬 취미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네 말에 어쩐지 조금 우쭐해지는 것 같았다. 네 말이 힘입어 파란색 색종이 한 장 꺼내, 똑같이 장미인지 종이 뭉치 하나 더 만들기 시작한다.) 아까 뽑기에서 나와서 한 번 해보고 있었어. 꽃 접는 방법 배워두면 나중에 편지 같은 데 끼워서 보내도 좋을 것 같았거든. (얼마 안있어 파란색 종이 뭉치 완성해서 네게 보여준다.) ..이건 파란 장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 나한테 쓰는 편지에도 끼워 보내줘. 이거 마음에 든다. (키득거리며 네가 종이 접는 것 구경한다.) 너 파란 장미 꽃말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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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앞으로 편지 쓸 때 끼워 보내줄게. 따로 좋아하는 색 있어? (파란색 종이뭉치 테이블 위에 두곤, 새 색종이 뭉치 살펴본다.) 꽃말? 음, '불가능', '있을 수 없는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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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도 좋고, 파란색도 좋아. 녹색은 당연히 최고의 색이지…. 생각해 보니 딱히 싫어하는 색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네가 그날 내키는 색으로 접어줘. (그럼 파란 장미—종이뭉치 손안에서 굴린다.) 어, 부정적이라 안 내켜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신경 안 써?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아하, 참고하도록 할게. (그렇게 말하며 초록색 색종이 한 장 꺼내 접기 시작한다.) 진짜 꽃이었다면 신경 쓰긴 했겠지만, 그래도 이건 종이로 접은 꽃이잖아. 그리고 실제로 없을 뿐이지 파란색 장미 예쁘잖아. 물론 나는 빨간색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손 몇 번 움직이더니, 아까보다는 썩 봐줄 만 한 모양의 초록색 장미를 완성한다.) 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이러다 오르치데우스 못지않아지겠는데. 게다가 점점 실력이 는다, 너. 진짜 예쁜데? 종이꽃 파는 것 같은데? (호들갑 떠는 건 특기에 가깝다.) 빨간색 원래 좋아하던가. 그래서 리본도 붉은색이야? 아니면 그냥 고전적인 장미를 좋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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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오버할 필요는 없거든. (말은 그렇게 네가 치켜세워줄수록 속으로 조금 우쭐했다.) 음, 빨간색은 원래도 좋아했어. 리본은 사실 언니 따라서 한 거긴 한데... 빨간색이 좋아해서 한 것도 맞아. 장미도 그렇고. 고전적인 장미를 좋아하는 것도 맞아. 눈에 띄고 예쁘잖아. 안그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오버 아닌데. 내가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 (분명 있을 텐데, 꽤 당당하다.) 아, 맞다. 요즘 점점 줄리아 누나를 닮아간다 싶긴 했지. 그러고 보니 본지 한참 됐네. 요즘 잘 지낸대? 사회부니까 많이 바쁘려나. (손거울 들고 얼굴 보다가 귀 쪽 가리킨다. “그럼 이거 너 도로 돌려줄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응. 거짓말까지는 아니었지만, 슬리데린 기숙사에 꿀술 반입해 놓고 아닌 척했었지. (...) 요즘 언니 닮았다는 말 자주 듣네. 예전에는 이렇게 자주 들어본 적 없었는데. 머리를 묶어서 그런가? (괜히 제 앞머리 만지작거리다가) 응, 잘 지내. 많이 바빠보이긴 한데, 그래도 즐겁다더라. 보는 내가 다 즐거워 보일 정도인 거 있지? (고개 젓는다.) 아냐, 너 가져.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데 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너 잊을만하면 그 얘기 한다. 넘어가 주기로 했으면서. (입이 쭈우우욱 나온다.) 어, 헤어스타일이 크지 않으려나? 나이도 있을 거고. 아무래도 누나는 좀 상급생 이미지였잖아. 우리가 처음 봤을 때 이미 7학년이었으니까. 잘 지낸다니까 다행이네, 좋아하는 마음이 업무 강도에 짓눌려 사그라지지만 않기를. (잠깐 눈 감았다가 뜬다. 딴에는 잠시 기도했다.) 생각난 김에 편지해야겠다. 네 종이꽃 실력에 관한 내용 적어도 돼? 직접 할 거면 말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너 이렇게 반응하는 게 재밌어서. 이제 진짜 언급 안 할게. (입 내미는 모습 보곤 손으로 입가 가리다가 금방 내린다.) 그런가? 그래도 인상이 영 달라서 그런 말 들을 줄 몰랐거든. 난 잘 안 웃고 다니니까. (테이블에 팔 올리고 턱 괸다. 그래도 된다며 고개 한 번 끄덕이곤) 우리 언니랑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나도 요즘 편지 잘 안 하는데. 종이꽃 이야기 말고 또 무슨 얘기 적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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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이미 열차는 떠났고 난 삐졌어. (전혀 아닌 기색이다.) 너 어렸을 때에 비하면 은근히 자주 웃는데? 전부 가려서 그렇지. 왜 굳이 그러는지 매번 궁금하긴 했어. (거울 다시 재킷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다 네 이야기지. 그 외에 화제가 뭐가 있다고…. 이번엔 선배들의 ‘비밀 노트’에 대해서 아는바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긴 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이런, 어떻게 하면 기분 풀어줄 거야?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맞장구 친다.) 그러게, 그냥 요새 웃을 일이 좀 많더라. 너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 늘 상상도 못 한 일들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흠흠, 괜히 머쓱한 듯 헛기침하다가 멈칫한다.) ...내 얘기도 해? 지금까지 무슨 얘기 했는데? ...혹시 이상한 얘기한 건 아니지? 나 마법부 간다던가, 낙제했다던가 그런 거... (대놓고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금 당황한 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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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 보여주면? (넌지시 묻는다.) 응? 제발……. 너 맨날 웃다가 헛기침하거나, 뺨을 문지르거나, 입을 가리거나, 아니면 매번 땅바닥에 붙어있는 그 깃펜 주우러 가잖아. (미묘하게 구체적인 기록들 나열한다.) 그 얘긴 안 해. 너랑 깨트릴 수 없는 맹세 하지 않았어? (않았다.) 기필코 비밀로 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가족들은 그럼 네 진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아직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기회를 놓치지 않네 미미 파블라디스... (네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꼬리 슬쩍 끌어올려본다. ...입꼬리만 올렸지 딱히 웃는 것 같은 얼굴은 아니다.) ...진짜 매번 떨어트려서 주우러 가는 거라니까. 묘하게 구체적으로 기억하네 너... (네 말 들으면 그제서야 안심한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응. 아직 내가 별 말 안했어. 그냥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정도로만 말했어. 괜히 신경 쓰이게 하기도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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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안 웃는 얼굴 같은데. 사진 찍어야 해서 억지로 웃는 사람 같아. (눈썹 들어 올린다. 좀 더 노력해보지?) 좋아, 다음부턴 내가 그냥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로 주워줄게. (농담으로 받는다.) 서프라이즈 생각보다 오래가네. 나라면 입이 간지러워서 못할 것 같은데. 그런데 다른 직업도 많은데 왜 하필 마법부였어? 그냥 가장 안정적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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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에 미간 한 번 찌푸렸다가 다시 입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몇 번 시도하는가 싶더니 결국 잘되지 않자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고.) ...그냥 다음번에 웃을 일이 생기면 깃펜도 안 줍고 얼굴에 손 안 대도록 노력해 볼게. (그러곤 괜히 제 뺨만 연신 문질러댄다.) 안정적이고, 영향력도 있고, 무엇보다 권력있는 자리잖아. (거기까지 말하곤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런 자리에 있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뒷배 정도는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언자 일보도 말만 언론사지, 솔직히 마법부 산하에 있어서 좀... 영향을 많이 받거든. 그런 거 없이 그냥...가족들이 마음 편히 쓰고 싶은 기사를 썼으면 하거든. (그래서 그랬어. 덤덤히 말을 마치곤 힐끔, 네 반응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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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널 웃길 만한 장난이나 지금부터 생각해야겠다. (집요하게 구는 일 없이 곧장 턱 괸다. 훗날의 사고 계획하며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굉장히 우리 기숙사 창립자님이 좋아할 단어네, 권력이란 거. 확실히 정치권 신경을 안 써도 되면 편해지겠지. 비판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거고. …이 생각을 신입생 때부터 한 거야? 너도 진짜 대단하다. (문득 되짚고는 새삼스럽게 감탄한다.) 그럼 나도 너만 믿으면 돼? 나도 마법부 높은 자리에 있는 친구 뒷배로 갖고 싶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가볍게 어깨 으쓱이고 만다.) 그냥, 이제 학교도 들어가고 언니도 곧 졸업하는데, 내가 뭔가 할 수 있는게 없나 싶어서 고민하다 보니까 거기까지 하게 됐어. 난 딱히 꿈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으니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로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 (네 말 듣고 눈 깜빡인다.) 너도 그런 거 필요해? ...뭐, 완전히 나만 믿으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마법부의 높은 자리에 가게 된다면, 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한 번쯤은 도와주겠다고 약속할게. (새끼손가락 내민다.)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부러 반쯤 농조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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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뭐가 언제 어디서 도움이 될지 모르잖아. 게다가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되든지 간에 마법 정부의 관리 하에 이루어지는 내용일 테고. 하다못해 다이애건 앨리에서 잡일꾼을 한다고 쳐도. 마법사들 없는 곳으로 가게 되면 또 몰라. (두리뭉실하다. 흔히 모든 미래가 그러듯. 새끼손가락 건다.) 깐깐하네. 불법이면 냉랭하게 아즈카반에 데려갈 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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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조용히 수긍한다. 평소 같았으면 가볍게 흔들다 놓아줬을 텐데, 답지 않게 마주 건 손가락을 한동안 바라보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차, 하고 놓아준다.) 물론 아즈카반까지 가지 않도록 마법 사회의 법전을 다 뒤져서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줄 수는 있지. 하지만 내가 사법부 장관이 된 게 아닌 이상 불법적인 일까지 감싸주면 뒷배 노릇은커녕 사이좋게 아즈카반에 가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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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변호사 노릇은 해주는 거구나. 나 생각보다 너한테 중요한 사람인가 봐. 아즈카반에서 동창회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이왕이면 사법부 장관까지 해줘. 이렇게 말하면 부담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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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옛날에도 말했지만, 넌 내가 좋아하는 친구니까. (잠시 침묵하고는.) 그래서 나는... 너도 그렇고 다른 애들한테도 그렇고... 내가 뭘 해야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늘 생각해. 지금 공부하는 거나, 마법부에 가고 싶다고 한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일이니까 하고 싶었던 거야. (어쩐지 오늘따라 꽁꽁 숨겨뒀던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실이었고, 그걸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술술 털어놓는다.) 아니, 부담스럽지는 않아. 이왕이면 나도 장관까지 하고 싶으니까.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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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꿈'이 아니라면, 대체 뭘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야? (괜히 제 머리카락을 귀 뒤로 구겨 넣었다. 손끝에 새빨간 종이뭉치―명명하기로는 장미가 걸린다.) 100년까진 기다려줄게. 마법사 평균 수명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길지 뭐야. 그 정도 여유는 발휘해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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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자기가 좋아하거나 재능있는 분야나 일을 찾아서, 그 재능을 마음껏 펼치면서 행복하게 사는 거. (덤덤하게 대답한다.) 거의 평생 기다려주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너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힘내야겠다. 100년 뒤의 일까지 약속하게 될 줄은 몰랐네. 우린 아직 14살인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 넥타이 1갈레온에 팔까? 평소에 잘 하고 다니지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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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짤랑...1갈레온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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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째, 너한테는 돈 안 받을 거고, 둘째, 대체 네가 무슨 부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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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갈레온이라면서. 그리고... (말할지 말지 망설이다가) ...그, 요새 과제 성적이 영...그래서. (...) 혹시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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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염치란 게 있어서? (새파란 눈알 굴린다.) 뭐, 필요하시다면야 기숙사 가서 가져다줄게. 오늘 하고 온 건 레오 줬거든. 진짜 성적 오르면 답례는 그때 챙겨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염치? (고개 갸웃거린다.) 그런 걸로 치면 나도 돈 안받고 받을 수는 없는 걸? (그러다 네 말에 밝아진 얼굴로 고개 끄덕인다.) 응, 정말 성적 오르면 제대로 답례할게. 성적 안 올라도 절대 탓 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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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네가 열심히 공부한 몫을 내가 받아챙기게 되는 게 아닌지 몰라. 비싸게 받을 테니까 각오하고. 목표하는 과목은 특별히 없는 거야? (같이 가자는 듯 계단 턱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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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것대로 너한테 나쁠 건 없잖아. 넥타이가 진짜든 아니든 마음 편하게 좋은 성적 받고, 넌 그만큼 나한테 답례도 받고. (네가 턱짓하면 네 옆에 서서 지하 쪽으로 향한다.) 음, 당장 급한 건 선택과목...? ...고대 룬 문자 연구 낙제했거든. 그래도 나름 자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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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얘기 하는 건데? 열심히 공부해놓고 행운이 따른 거라고 생각할까 봐. 난 자발적으로 보충 수업 일정 잡는 앤 처음 본다. (설렁설렁 걷는다.) 사장된 외국어를 공부하는 셈이잖아. 과목 이름만 들어도 어려워 보이는데, 듣는 애들 많더라. 취향 참 독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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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 마음 편한 값이라고 생각하지 뭐. 열심히 공부해도 과제 점수가 늘 잘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야.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네 말대로 아예 외국어라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재미있어. 왜, 그리스어도 알파벳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르잖아. 그렇게 접근하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 처음엔 좀 헷갈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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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외국어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산술점은 할 만하고? 너도 그냥 점술 들었담 좋았을 텐데. (지하감옥 지나쳐서 잠시 멈춘다.) 이번 암호 뭐더라…. 너 혹시 알아? ‘열망’이었나? ‘순수 혈통’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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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 말 되게 천재 같았어. 음, 산술점은 할만했어. 생각보다 숫자를 실용적으로 다루는 과목이라 놀랐거든. 점술은 할만했어? (네 말에 고개 젓는다. 알 리가 없었기에.) 뭐랄까, 둘 다 정말 슬리데린다운 암호네. ...정말 기억 안 나? 둘 다 불러보는건? ...아니면 다른 슬리데린 학생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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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가정의 장점이지만, 그래. 어디 나가선 천재인 척해야겠다. 아니, 하나도 안 할 만해서 너한테 SOS 치려고. 난 나한테 운명적 직감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찻잎 읽는 데엔 별 도움이 안 되더라고. (코 찡그려 웃는다.) 슬리데린 암호는 대체로 그런 식인데. 그리핀도르는 안 그래? (그러더니 기억나는 암호란 암호 주욱 다 문앞에서 읊어본다. 결단력, 형제애, 목표, 지략…. 결국엔 열망이 맞았던 모양이다.) 나 다녀올게! 아니면 슬쩍 같이 들어갈래? (방금 암호 유출하고도 해맑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나한테? 나도 별로 도움은 안 될 텐데도. 찻잎 모양의 의미야 외울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라며? 그래도 내 운명 같은 게 어떻게 될지는 좀 궁금하긴 하네. (이거 내가 듣고 있어도 되는 건가? 애써 못 들은 척하다가 고개 젓는다.) 야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내가 들어갔다간 벌점 받을걸. (어깨 가볍게 으쓱이고 파란색 망토랑 넥타이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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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게 굴기는. 휴게실에 반장 선배도 없을 시간인데! (그리고 문틈으로 쏙 사라진다. 뜀박질 소리 잠깐. 돌아왔을 때엔 손에 넥타이 쥔 채다.) 읽는 것만으로 되면 시력 좋은 사람이 O를 전부 가져가겠지…. 애석하게도 그건 아닌가 봐. 나 눈 좋거든. 넌 운명이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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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래 재미없잖아. 뭘 새삼스레. (끝까지 꼿꼿하게 굴더니 얌전히 기숙사 앞에서 네가 나오길 기다린다. 네가 기숙사에서 나오면 넥타이와 너를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네가 건네주길 기다린다.) 그런 느낌이 아닌 것도 같지만...뭐... 음, 없을 것도 없지. 그동안 유명한 예언 같은 게 들어맞았던 걸 생각하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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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을 4년간 배우신 줄 알았죠. (손목에 헐겁게 묶어준다.) 글쎄, 천문학이나 점술, 산술점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소릴 들어보면 있는 것도 같아. 그렇지만 없었으면 좋겠다곤 생각해. 나 그래서 운세도 안 펴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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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 슬리데린 기숙사 암호 유출된 건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손목에 묶인 넥타이 보고 만족스러운 듯 작게 입꼬리 올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평소 표정으로 돌아왔고) 왜? 미리 알아둬서 대비하면 좋을 텐데? 조심할 수 있는 건 미리 조심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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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아예 교수님 필두로 전 기숙사 암호 털고 돌아다닌 적도 있으면서 뭘. 왜, 우리 신입생 때 말이야…. (어깨 으쓱인다.) 난 적당히 뛰어넘는 재미가 있는 수준의 장애물이 좋은 거지, 가로막혀 깔려 죽고 싶은 게 아니라서. 들여다봤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꿈도 꾸지 말라고 적혀있으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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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후로 다시 바뀌었잖아.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때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는데. 래번클로야 솔직히 같은 래번클로 학생도 못 맞출 문제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암호 다 정해져 있는 기숙사는 이래도 되나 싶었단 말이야.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아. ...음, 그런 이유였구나. 이건 또 생각 못 했네... ...그런 이유라면 운세나 운명이 별로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다. (괜히 머쓱한 듯 머리카락 배배 꼬기만 한다.) ...어쩐지 네 말 듣고 나니까 나도 내 운명이 별로 안 궁금해지는 것 같아. 어쩐지 김빠질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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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들 미리 잘 자. (편지 한 통 들고 기숙사 쪽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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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무슨 편지야? (뒤에서 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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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음, 별 건 아니고. 오늘 예언자 일보에 나왔던 기사 관련으로 부모님께 뭣 좀 여쭤보려고. ('부모님께'라고 적혀있는 편지 네게 보여준다.) 이대로 그냥 넘기기엔 좀 찜찜하기도 하고, 뭔가 알고 계실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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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원의 돌과 부상화 지팡이 말이지. 그거 내용이 이상하긴 하더라. (고개 설렁설렁 까딱인다.) 지금 출장 가신 것 아니었어? 슈가 고생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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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고민 좀 하긴 했는데, 그래도 부모님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음, 이러다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데 뒤늦게 아시는 것보다 나을 것 같고. (네 반을 살피다가 들고 있던 편지를 망토 주머니에 넣는다.) 안그래도 요새 편지 보낼 일이 없어서 기숙사에만 있었는데 마침 잘됐지 뭐. 원래도 동그랬는데 요즘은 더 동그래진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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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가족이 다 예언자 일보에서 일하는 것도 나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네. (잠시 슈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귀여운 것 같던데, 뭘. 출장에선 언제 돌아오신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이젠 정말 슈가 익숙해졌나보네. (가벼운 투로 말하고는) 어...2년 동안 다녀오신다고 하셨으니까... 5학년 끝나고 그때 방학쯤이 아닐까? 일이 더 빨리 끝나시면 5학년 학기 중간이 될 수도 있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전 세계에서 내가 눈 색을 알고 있는 유일한 올빼미야. (농담으로 대꾸한다.) 어, 뭐야. 그럼 이번 방학에는 줄리아 누나랑만 있겠네. 삼촌도 계신댔나. 놀러 가도 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네 농담에 어깨만 으쓱이고 만다.) 응, 맞아. 근데 아마 언니도 요새 바빠서 거의 매일 야근한대. 그래서 보통 삼촌이랑 같이 있을 것 같아. (고개 끄덕인다.) 그럼, 당연하지. 언제든지 놀러 와. 아예 며칠 머물다 가도 상관없고. 음, 딱히 우리 집에 네가 재미있어할만한 건 없겠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네가 있잖아. (윙크한다.) 잔뜩 눌러앉아 주지. 땅바닥에서 재우지만 마.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자, 나랑 데이트할 기회를 준다. 어디 갈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데이트... ... (침묵) ...우리 약속한 거 있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그것도 데이트라면 데이트 아니야? (실없는 소리 하면서 고개 끄덕인다.) 빗자루 먼저 볼래? 들고 다니는 거 무거울 테니까 나중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허니듀크스도 가야 하고, 프랭클린 박스도 가기로 했고,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네가 버터맥주도 쏘기로 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진짜 데이트는 막 외로운 커피 같은데 가고 그러는 거 아냐? 넌 나랑 데이트 하고 싶어? (따라서 실없이 대답하곤 고민에 빠진다.) 음, 우리 가려는 곳이 생각보다 많았구나. ...오늘 안에 다 갈 수 있으려나. ...너 가고 싶다던 프랭클린 박스 먼저 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나쁘지 않지. (씨익 웃기나 한다. 프랭클린 박스 쪽으로 걸음 옮겼다.) 그나마 눈이 그쳐서 다행이다. 둘러보다가, 영 추우면 허니듀크스 정돈 생략해도 돼. 소피아가 그 정도로 삐질 것 같진 않은걸. 아, 신상품이 나왔으려나?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윽고 얼마 안 걸어 도착하면, 문 열어준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래? 음, 그러면 둘러보다가 시간이 남으면 다녀와보자. 아니면 아예 다른 곳을 둘러봐도 되고... (문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서서 주변 둘러본다. 음, 이런 분위기구나.) 뭐가 되게...이것저것 많네. 요즘은 이런게 유행이구나... (진열되어있는 어떤 장난감 보며)

[프랭클린 박스]

 

SYSTEM

뭐야!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 여러분을 치고 지나갑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어, 괜찮아? (퍼뜩 놀라서 후다닥 붙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안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뒷말 속닥댄다. 어쩜 저렇게 무례할 수가! 과장스러운 톤이다. 발레리가 보려던 장난감 본다.)

[프랭클린 박스]

 

SYSTEM

딸꾹질 사탕: 2 갈레온. 먹으면 딸꾹질이 나는 사탕.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앗, 괜찮아. 사람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따라서 다시 진열되어있던 딸꾹질 사탕 본다.) 오...역시 장난감 가게. 가지고 장난치기 딱 좋은 물건이네. 미미 넌 저거 써봤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추워서 호그와트 안에 남는 사람도 꽤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봐? 다들 외출이 고팠던 모양이지. (사탕 몇 개 바구니에 담는다. 돈 아끼겠단 포부는 어디로 갔지?) 그럼. 사탕 좋아하는 애들한테 선심 쓰는 척 쥐여주기 딱 좋지. 게다가 저거 은근히 맛있어. 아, 이것도 좋지. (옆 장난감 본다.)

[프랭클린 박스]

 

SYSTEM

딸꾹질 사탕: 2 갈레온. 먹으면 딸꾹질이 나는 사탕.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프랭클린 박스] 이거 말고!

 

SYSTEM

늘어나는 귀: 2 갈레온. 몰래 엿들을 수 있는 장난감 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저거 진짜 엄청 유행인가봐. 진열대 두 칸을 차지하고 있네. 당분간 누가 사탕 주면 조심해야겠다... (옆 진열대에도 있는 딸꾹질 사탕 보다가, 옆에 있는 늘어나는 귀 본다.) 앗, 이건 학교 안에서 종종 본 것 같아. 이런 용도였구나? (흥미 있다는 듯 늘어나는 귀 하나 집어 들곤 이리저리 살펴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니면 모르는 척 상대한테 권유해. ‘난 양치질을 이미 해서.’ 라든지. (상상하고 웃는다.) 이건 교수님들 순찰 일정을 훔쳐 듣기에 진짜 제격이야. 아니면 애들이 비밀 이야기하러 빈 강의실 들어갈 때나. 여러모로 재밌지. 다음에 딤플 교수님한테 쓸까 봐. 너도 하나 가질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아, 그거 괜찮다. 역시 이런 것도 장난 쳐본 사람이 잘 아는 거구나. (...) 아하.... 그럼 이거 가지고 다니는 애들 근처에서는 비밀 이야기하면 안 되겠네. 장난감 치곤 생각보다 엄청 잘 들리는 것 같으니까... (그대로 내려놓으려다가 딤플 교수님 이야기에 잠시 고민한다.) ....음, 그럼 나도 하나 살까? 요즘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고, 하나쯤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장난 경력도 나쁘지만은 않지? (윙크한다.) 어, 그런 셈이지. 우리한텐 비밀 아지트가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그래도 음소거 마법 같은 걸 걸어두는 게 안전하긴 할지도. (그럼 늘어나는 귀도 바구니에 담고 계산 줄에 선다.) 반장님, 이 늘어나는 귀는 금지 품목이 아닌 건가요? 아니면 특별히 궁금하신 거라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응. 네 덕분에 장난 하나는 막을 수 있겠다. 누가 갑자기 입에 넣어버리는 게 아니라면…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그럼 돌아가면 걸어두자.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우리 같은 신입생이 비밀 공간을 찾겠다고 우리 아지트 근처에 올 수도 있잖아. 우리도 1학년 때 찾았는데 다른 애들이 거길 못 찾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네 말에 잠시 음, 말을 고르다가) 금지 품목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 특별히 궁금한 점이라면… 구체적인 범위 정도일까? 음, 요새 뒤숭숭한 일이 많잖아. 그래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교수님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좋을 것 같아서. 특히 딤플 교수님 말이야. ...솔직히 수상하시잖아. (어쩐지 찜찜해. 말하면서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아, 그러게. 다들 알음알음 비밀 통로를 이용하던데, 우리 것도 발견하지 못하리란 법 없지. 혼동 마법이나 암호 마법 같은 것도 걸어둘까? 기숙사처럼 암호를 대야 들어올 수 있는 거야. (늘어나는 귀 두 개와 딸꾹질 사탕 다섯 개까지! 결제하고 하나씩 손에 들려준다.) 젠장, 이빨 달린 프리스비는 금지 품목인데 이건 아니라고? 호그와트 교장이 되어서 교칙들을 뜯어고치든지 해야지. 직접 써보다 보면 감이 올 거야. 내 경험상, 기숙사 옆방이나 옆 강의실 정도는 잘 들려. 교수님들 사무실은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는 것만 아니라면 비슷할걸. 돌아가서 해보지, 뭐. 딤플 교수님이 발렌타인 글렌피딕이랑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럴까? 암호도 좋을 것 같다. 음, 어떤걸로 하면 좋을까. 너무 복잡하면 기숙사 암호처럼 까먹을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너무 쉬운 걸로 하면 의미가 없을테고... (잠시 고민한다. 늘어나는 귀와 딸꾹질 사탕 하나씩 받아 들고 메고 온 가방 안에 넣는다.) 장래희망이 하나 더 생겼네. 네가 교장인 호그와트라니, 연회장에 매일같이 이빨 달린 프리스비가 날아다니겠는걸. (농조로.) 아하, 벽 너머 정도구나. 고마워, 참고할게. (고개 끄덕인다.) 응. 1학년 때 봤던 다른 색 머리카락도 그렇고, 지금까지 그 교수님이랑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거의 확정이긴 하지만, 그래도...(그러다 너를 힐끔 바라본다.) ...넌 안 불안해? 교수님도 그렇고, 그... 아이락 풀케에 관한 소문도 그렇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글쎄, 절대 너랑 내가 까먹지 않을 암호…. ‘낙제’? ‘이빨 달린 프리스비‘? 문장 단위도 잊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나는 고드릭 골짜기부터 테살로니키까지의 거리를 안다.’도 나쁘지 않지. (생각나는 대로 읊는다.) 연회장 하늘 위에 떠있는 촛불들만큼이나 로맨틱하겠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농담으로 응수한다.) 불안한 것까진 아니고, 그냥 찝찝해. 솔직히 20세기씩이나 되어서 순수혈통주의가 다시 도래할 거란 믿음이… 과도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지. (최근의 흐름은 짐짓 모른 체다. 낙관적으로 대꾸한다. 느긋하게 스리 브룸스틱스 방향으로 걷는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낙제 이야기에 눈 게슴츠레 뜨다가, 문장으로 된 단어 이야기에 다시 눈을 바로 뜬다.) 오...그거 괜찮다. 우리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고, 나는 문장 단위도 안 잊을 자신 있어. (마음에 든 모양인지 말하는 내내 표정이 밝다.) ...네 기준의 로맨틱이랑 낭만은 대체... ...이본한테 목각인형 소리 들은 나도 그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 (이걸 또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음,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장 머글 사회만 해도 변화하는 분위기인데, 설마 싶기도 하고. (따라서 스리 브룸스틱스 쪽으로 걷는다.) 그래도... 순수혈통 우월주의가 다시 도래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마법 사회가 지금보다 더 소란스러워질 거라는 건 거의 확실하겠다 싶어. 나는 다른건 몰라도 그게 제일 걱정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절대 임의로 뱉지 않을 문장이지. 나도 안 잊을 자신 있어…. 앞으로 한 20년간은. 목각인형 소리를 들었으니까 낭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고? 넌 외로운 커피도 딱히 로맨틱한 장소라고 생각 안 하잖아. (굳이 농담이라고 정정하는 일은 없고, 대신 샐쭉 웃으며 놀리는 투 이어진다.) 갑자기 부활한 아이락 풀케가 교화해서 머글을 사랑하자 캠페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네. 난 비마법사 가정 출신이라 잘 안 와 닿는데, 그 사람 이름이 그렇게까지 파급력 있어? (가게 문 열어준다. 눈가 찌푸리고 묻는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렇지? 그럼 이걸로 하자. 기간이 제법 구체적이네. 왜 하필 20년이야? (가볍게 묻는다.) 딱히 그런 건 아니거든. 이래 봬도 이런 쪽으로 나름 로망 같은 것도 있단 말이야. 로맨틱한 장소라고 생각 안 한 적도 없고... (놀리는 투 이어지면 괜히 째려보며 하나하나 맞받아친다.) 차라리 머글 사회랑 마법 사회가 하나가 되는 게 더빠를지도... (고개 끄덕인다.) 마법사라면 당연히 기억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사람이었거든. 물론 부정적으로. 그 사람 때문에 일어났던 전쟁도 그렇고... (고마워. 가게 안으로 들어가 비어있는 자리 찾아가 앉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삼촌이랑 그 정도 차이 나는데, 뭔갈 자주 깜빡깜빡하더라고. 만날 때마다 내 나이를 물어봐. (나한테 관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괜히 성낸다.) 엥, 진짜로? 네가 그럴 줄은 몰랐네. 말해 봐, 로망이 뭔데? (눈 동그랗게 뜨고 내려다본다. 졸졸 따라가서 맞은편에 앉았다.) 사회 통합은 바라마지않는 바지만, 그럼 상당수 마법 사용이 엄청나게 제한될걸. 혼동 마법으로 슬쩍 시험을 통과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가 없어지잖아…. 나만 해도 그러고 싶은데. 차별 문제고 심할 거고. 흠, 좋아. 그럼 그 사람이 진짜로 ‘부활’할 확률은 몇이나 된다고 보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4

그럼....거의 34살 정도시라는건데... 어, 그거... (그거 좀 심각한 거 아닌가? 눈썹 치켜올린다...) 그럼, 놀랍게도 나도 사람이거든. 음... 듬직하고 어른스럽고 평소엔 과묵하지만 표현할 땐 표현해 주는 연상의 차분한 인상의 미남이랑 데이트해 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 한 살 차이는 너무 적고, 두 살 이상...? (제법 구체적인 로...망...? 말해본다. 말 마치고는 괜히 하고있는 목도리 끌어당겨 올린다.) 그러는 너는 뭐 이런 로망 같은 거 없어? 이빨 달린 프리스비로 가득 찬 연회장 같은 거 말고. (턱 괸다.) 아, 그런 이유를 또 생각했구나. ...음, 그럼 사회 통합은 그렇다 치고. 지금으로서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네. 소원의 돌이 정말 그 사람의 부활에 쓰인다는 보장도 없고.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지금 사회 분위기만 보면 거의 이미 한 것 같은 분위기지만 말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4

내가 몇 번 그걸로 거짓말을 해서 그럴걸. 아무리 그래도 이 얼굴로 열일곱이라는데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소폭 포장해서 몇 번이다. 잠깐 말 멈춘다.) ……… 기대했던 것보다 더 구체적인데. 설마 생각해둔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 6학년에 차분한 인상이 누가 있더라…. (혼자 팔짱 끼고 의자에 등 기댄다. "별 볼 일없는 사람이기만 해봐, 수프에 코를 박게 해주지." 가상의 인물을 두고 심술궂게 중얼댄다.) 글쎄, 그렇게 물어도 생각나는 게 없는데. 나한테 이빨 달린 프리스비로 가득 찬 연회장을 선물해주는 순수혈통 마녀? (점원이 찾아오면 그제야 팔 풀고 버터맥주 두 개와 이튼 메스 주문했다. 투덜거리는 소리 이어진다.) 다들 정말 그걸 고대하기라도 했단 말이야?

 

 

 

7학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신입생들에게 인사하길 잠깐, 테이블 돌아다니면서 빵 집어 먹는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음, 마실 건 필요 없고? (지나가다 말고 뒤에서 음료수 잔 내민다.) 앉아서 먹지 왜 돌아다니면서 먹고 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매번 정답을 안다니까. (잔 받아든다. 들이키고 만족스럽게 코 찡그린다.) 그냥, 여기저기 인사하느라. 넌 식사 다 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난 모범생이니까. (나름의 농담이었지만, 전혀 농담같지 않은 투다.) 응. 막 다 먹고 오는 길이야. 소화 시킬 겸 잠깐 나갔다 오려던 참이고. 넌... 아직 안 끝난 모양이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무렴. (이제 농담과 진담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좀 웃고 만다.) 됐어, 별로 허기져서 먹던 것도 아니야. 나가자. 온실, 아니면 호수 앞? 개학 첫날부터 한 바퀴 돌아 도서관이라고 해도 일단 모셔다 드릴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 말에 어깨만 가볍게 으쓱인다.) 같이 가주려고? 괜찮은데. ...음, 그러면... (도서관이라고 말하려다가 관두곤) ...그냥 호수 앞으로 가자. 나는 그렇다 쳐도 너는 첫날부터 도서관 가기 싫을 거 아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도서관이라는 좋겠다는 소리로 들리긴 하는데, 네가 놀아주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모른 체할게. (전부 털어놓으면서 그런 소릴 한다.) 개학 며칠 전에도 예언자 일보에서 줄리아 그레이스를 찾았지. 요즘 자주 보이더라. 잘 읽고 있다고 전해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흠흠. (괜히 헛기침만 하고는 연회장 바깥으로 걸음 옮긴다.) 너도 봤구나, 응. 언니한테 잘 전해줄게. ...그나저나 이번 방학은 어땠어? 저번 크리스마스처럼 똑같이 시끌벅적했으려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매번 같지. 소피아한테 밀리 얘기를 괜히 했나 봐. 방학 내내 사촌들이 그 이야길 해서 귀가 아팠다니까. (걸음 느긋하다. 매번 그렇듯이 이맘때쯤 스코틀랜드의 저녁 공기는 서늘하다.) 넌. 편지에 적힌 게 다야? 거의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묻기만 하던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 ...솔직히 그 이야기는 나도 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귀 아플 정도로 시달렸다면 안되겠네. (아쉬운(..) 투다. 덩달아 느릿한 걸음.) 그렇지. 나야 뭐 평소처럼 공부 아니면 깃펜 사러 잠깐 다이애건 앨리 가는 정도고... 넌 휴가때나 방학 때나 늘 시끌벅적하게 보내고 돌아오잖아. 그런 것도 궁금하고, 그냥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게 왜 궁금해? (황당한 시선으로 잠시 쳐다본다.) 걔넨 그냥… 날 놀릴만한 구석을 찾아서 신이 났나 봐. 최근에는 타율이 별로였거든. 호그와트에 다니면서 어지간한 머글 장난에 놀랄 리가 없잖아…. 아무튼, 그게 다야. 바다에 다녀왔고, 공부도 좀 했어. 방학 때 퀴디치 경기 보러 갈 일이 없는 건 좀 아쉽지. 해서 궁금한 건데, 시험 자신 있어? 졸업하고 나선 다시 만나줄 건지 알고 싶은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사귀는 사이엔 보통 뭘 하는지 궁금하니까...? 그 선배 착하고 좋은 사람 같았는데 왜 헤어졌는지도 궁금하고... (황당한 시선에 슬쩍 고개 반대쪽으로 돌린다...) 이런 걸 어디 가서 물어보겠어. 그렇다고 폴한테 물어볼 수는 없잖아. (...) 시험... 글쎄, 엄청 자신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적어도 O.W.L. 때보다는 더 잘할 자신 있어. 그래야 하고... (고개 끄덕인다.) 당연하지. 너한테는 미안해서라도 꼭 시간 낼 거야. 나도 예전처럼 너랑 퀴디치 경기도 보러 가고 싶은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냥 내가 잘못을 좀 해서. 약속을 몇 번 잊었거든. 보통은 만나서 놀거나 편지 쓰거나 호그스미드 외출 정도 하겠지. 네 미래의… 뭐였더라, 어른스럽고 과묵하고 차분한 두 살 연상의 미남한테 직접 물어봐. 폴은 당연히 안 되지. 걘 연애를 한다기보단……. (잠시 동급생 생각하고 말을 아낀다.) 넌 O.W.L.때도 잘했던 것 같은데. 더 잘할 예정이라면 문제없겠네. 전부 O라도 따려고? 맞다. 넌 공부하느라 놓쳤을 테니까 말해주는 건데, 네가 좋아하던 맥파이스 몰이꾼 다음 시즌에 계약이 만료된다던데. 내년에 놓치면 기회 없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건 네가 나빴네. (...)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냥 그건 로망이었대도. 심지어 그때나 할 수 있는. 솔직히 현실에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 리도 없고. ...그렇지. 연애라기보단... (역시 말 아낀다.) 목표는 그래. 꿈이 커야 파편도 크다잖아. ...뭐, 정말...? (앞 보고 걷다 말고 네 쪽으로 고개 돌린다. 드물게 놀란 표정으로 보더니) ... ...그럼 내년 경기는 정말 놓치면 안 되겠네... (미묘하게 쳐진 투로 말한다.) 너 아니었으면 꼼짝 못 하고 놓칠 뻔 했네. 언제는 퍼들미어 유나이티드가 최고라면서 그 소식은 언제 또 알아본 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밀리도 나도, 그냥 오래 만날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던 거지…. 지금도 로망 정도는 가져도 되잖아. 네 이상형은 그래도 상당히 주관적이니까, 사법부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넌 해낼 거라고 생각해. (큰 파편이란 건 결국 꿈이 깨졌을 때를 가정하는데, 그 가능성을 재고 걱정하기엔 시선이 뚜렷했다. 당장은 앞 외에 보지 않는다. 믿는 마음이 크기도 했다. 고개 돌아가는 소리에 내려다본다. 좀 웃었다.) 네가 좋아하잖아. 뭐, 소속팀을 옮겨서 더 뛰거나 코치가 될 수도 있겠지. 길이 하나인 것도 아니고…. 이런 거엔 놀라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오래 만날 정도로 좋아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 걸까. 친구나 가족보다 더 애틋하고 좋아야 가능한 걸까? 그건 상상이 안 가는데... (그러면 제일 좋긴 하겠다. 그 이상형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넘긴다.) ...고마워. 진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낼게. (어쩐지 힘이 났다. 이렇게 또 한 번 마음을 굳힌다.) 꽤 오랫동안 좋아했거든. 평생 선수 생활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은퇴한다고 하니까 놀랍고 아쉬워서. 개인적으로 그 선수만큼 인상적인 선수도 딱히 없었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럴지도. 우정과 사랑을 재는 이야기 같은 거, 영화에 많이 나오잖아. 난 가끔 그 둘을 분별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단 생각을 해…. (나란히 걷다가, 문득 이어지는 말에 걸음 멈춘다.) 난 네가 슬리데린의 6년 차 추격꾼도 꽤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역시 내가 애원할 때마다 빈말하는 거였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어쩐지 어렵네... 우정이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이 우정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아닌가... (해봤어야 알지.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네 말에 움찔하곤.) ...프로 선수 중에서. 프로 선수 중에서는 그 몰이꾼이 제일 인상적이었다는 말이었지. 슬리데린의 6년 차 추격꾼은 당연히 지금도 계속 좋아하고 있어. ...진짜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7년쯤 같이 지내다 보면 생각도 비슷해지는 모양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러다가 잠시 정적. 정신 차렸을 때엔 다시 호수 방향으로 걷는다.) 너 거짓말은 정말 안 는다. 됐어, 안 믿어. 어차피 너 공부하느라 바빠서 기숙사 퀴디치 컵 본지도 오래됐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 ... (네 말에 반박 못 하고 입만 꾹 다문다.) ...거짓말 하려던 건 아닌데. ...그래도 나 네 경기 소식은 잘 듣고 있었어. 경기 안 본 지 오래된 것도 맞긴 한데... (말끝 흐린다.) ...아무튼 빈말은 아니야. ...진짜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비난하려던 건 아니야. 그냥 좀 삐진 거지. (농담하며 웃는다.) 공부에 매진하느라 취미 생활 즐길 시간 없는 것 뻔히 아는데. 그래도 편지에는 꼬박꼬박 종이꽃 접어주더라. 나 그거 전부 모아놨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 삐지지 말고... ... (쩔쩔매며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편지 보낼 때 같이 보내주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래도 좀 자주 접었더니 이젠 좀 빠르고 예쁘게 접을 수 있게됐다? 정말 처음에 접었던 건 그냥 종이 뭉치였구나 싶더라. ...그걸 다 모아놨어? 버려도 괜찮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삐졌다고 내가 새삼스럽게 냉랭하게 구는 게 상상은 되고? 난 못하겠는데. (호수 앞에서 잠깐 수면 내려다보다가, 신발 벗고 바지 밑단 접는다. 발 담갔다.) 어렸을 때에도 장미 같긴 했어. 나아졌단 사실은 부인 못 하겠지만…. 너 내 편지 버려? (도로 되묻는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건 전혀 상상이 안가기는 한데, 삐져서 입 댓 발 내미는 모습은 상상돼. (그 모습 지켜보다가 적당히 호숫가에 자리 잡고 앉는다.) ...아니? 절대로. 1학년 방학 때부터 보낸 편지도 아직도 가지고 있어. 격주로 보내야 하는 편지까지.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게 두렵기는 하고? (웃는 소리. 뒤돌아서 시선 마주친다.) 나도 똑같은 거지. 처음에 너랑 연회장에서 떠들 때엔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다 추억인데 버릴 순 없잖아. 더럼에 있는 내 방에 발레리 이름 붙은 상자도 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음... (그 말에 잠시 네 쪽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럴지도... (웃는 소리와는 상반되게 조금 진지한 투다.) 난 가끔 너 삐지거나 할 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단 말이야. (저가 말해놓고 머쓱한지 괜히 망토 소매만 만지작거린다.) ...나야말로 네가 꾸준히 해줄 줄은 몰랐는걸. 솔직히 이제 와서 생각하지만, 나름 널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내가 좀 막무가내 였던 것 같기도 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미안할 것도 많다. 나는 네가 그럴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 필요 이상으로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걸…. (발로 호수면 찬다. 첨벙이는 소리만 들린다.) 네 방식대로 신경 써 준 거로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받아쓰기보다는 재밌는 방식이었고. 도리어 난 부엉이 쪽이 좀 더 힘들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응, 맞는데. 필요 떠나서 너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야. 그래서 늘 미안하고 더 잘하고 싶고 그래. 너한테 고마운 것도 많고... (첨벙거리는 소리 가만히 들으면서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역시 그랬구나...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슈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진짜 다행인 거 맞지? 매번 별로 안 괜찮았는데 나 때문에 괜찮다고 한 거 아니지? 한 번 걱정하기 시작하니까 밑도 끝도 없이 걱정하게 되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머글 태생인 건 안 까먹고 있지? (문득 그런 소릴 한다.) 나 엄살 많이 부려, 알잖아. 진짜 못 견딜 정도였으면 얘기했을 거야. 네 덕분에 얻은 게 훨씬 많은걸. 슈랑 친해진 건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 필기시험에서 글씨체를 못 알아보겠단 이유만으로 낙제 받을 걱정도 덜게 됐지. N.E.W.T. 수험생 처지에서, 그것보다 중요한 건 거의 없다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나도 알아. 너 머글 태생인 거. ...내가 평소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 그런거 별로 신경 안 써. 그냥, 적극적으로 못 나서서 그렇지... (그렇게 말하곤 무릎 끌어안은 채로 턱 괸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 다행이네.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됐다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사회적으로는 신경 써야 할걸. 그런 게 싫어서 마법부에 기어이 들어가려는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흐름을 타지 않으면 권력을 얻기도 힘들다고. (풀썩 상체 뒤로 눕힌다. 드러누운 채 하늘 응시한다.) 앞으로도 도움될 거야. N.E.W.T. 필기 성적 잘 나오면 버터 맥주 살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것도 알고. 대충 그런 비슷한 이유로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못 나선거니까... (네 쪽으로 고개 돌린다.) 근데 속마음까지 신경 쓰고 바꿀 필요는 없잖아. 기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애초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말고는.) 음. 그땐 버터맥주 말고 꿀주로 사. 대체 뭐길래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지 나도 좀 알아야겠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딱히 기만이라고 생각 안 해. 그게 아니면 더 널 걱정했을걸. 내 뒷배가 사라지면 곤란하잖아. (중얼거리는 소리는 놓친다. 잠시 틈. “뭐라고?” 짧게 되묻는다.) 먼저 변명하겠는데, 나도 아직 안 먹어봤거든. 계속 노리고 있을 뿐이지. 너 술 잘 마실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하, 뒷배 때문에? (부러 과장된 투로 말한다. 네가 되물으면 고개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물쩍 넘어간다.) 이미 한 번쯤은 먹어본 줄 알았어. 음, 글쎄... 가족들은 다 잘 마시는 편이라는데, 나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어떨지 모르겠네. 넌 어떨 것 같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삐졌어? (얼굴도 안 보이면서 웃음 터트린다.) 너랑 약속한 게 있는데, 곤란하지. 아무튼 그걸로 살게. 잘 마시는지는 그때 확인해보자고…. 소피아랑 엄마는 잘 마시는데, 아빠는 입에도 안 대.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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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삐졌어. 그냥 일부러 그랬어. (어깨 으쓱이고 만다.) 나랑 비슷하네. 정말 나중에 마셔봐야 알겠구나... 음, 너랑 마시기 전에 언니랑 먼저 마셔봐야하나? (고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일부러 그랬으면 좀 더 버텼어야지. 놀리려는 시도가 무마됐잖아. (가볍게 핀잔한다.) 음, 확인하고 와서 내빼지만 않으면 그래도 돼. 나도 릴리랑 마셔보고 와야겠다. 뭐가 궁금한데. 주량? 아니면 주사?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왜, 더 놀려줘? (그렇게 말하곤 일부러 눈 가늘게 뜨고 본다.) 넌 내가 해주겠다는 그 뒷배 말고는 나한테 관심 없지? (이런다...) 내빼기는. 둘 다 궁금하지. 사실 내 주사가 엄청 고약한데, 그것도 모르고 마셨다가 너한테 진상부리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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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선 웃음 터졌다. 한참 어깨 들썩이다가, 기어이 몸 일으켜서 쳐다본다.) 날 그렇게 기회주의자로 본 거야? 관심사가 그것밖에 없었다면 이렇게 시간 들이지 않지. (잠시 생각한다.) 그래도 돼. 옴니큘러로 녹화할 수 있게 허락만 해주면…. 음, 난 추태 부려도 귀엽게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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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네 쪽으로 몸 틀고는) 꼭 그렇게 들려서. 그럼 그거 말고 또 뭐에 관심 있는데? (잠시 속으로 갈등하다가...) ...네가 추태 부리는 것도 녹화할 수 있게 허락해 주면 나도 허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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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길, 애착, 나를 위해 소모하는 시간. 권력의 부산물이나 아즈카반 면제권도 좋긴 한데, 따지자면 후순위야. 넌 앞선 것들을 주는 일에 더 박하잖아. (타박하는 건 아닌데. 짧게 덧붙인다.) 좋아, 둘 다 평생 못 보는 영상이 탄생할 수도 있겠다…. 소피아의 숙취해소제를 훔치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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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많았구나 너... (그렇게 말하곤 말없이 빤히 바라본다.) 그래도 나 너한테는 나름... 많이 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 (부족했나? 그렇게 생각하곤 고개 갸웃거렸다.) ...벌써부터 불안한데. 아니 훔치지는 말고. ...나도 언니한테 물어봐야겠다. 언니는 자주, 잘 마시니까 어떻게 해야 덜 취하고 추태 부리지 않는 법도 잘 알겠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가만히 시선 맞추다가 눈썹 들어 올린다.) 내가 욕심이 많아, 리야. 괜히 이 기숙사 배정받은 게 아니지. 가끔은 아무리 바라도 모자란 기분이 든다는 게 문제지만…. (뜸 들인다.) 그때는 다이애건 앨리겠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상 호그스미드는 꽤 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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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얼마나 더 줘야 충분할 것 같은데? 알려주면 앞으로 참고 해볼게. (네 쪽으로 몸 기울이고 묻고는) 그렇지. 아니면 아예 머글 사회 주점에 가도 상관없고. ...아, 취해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까 거긴 안 되려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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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가까워진 얼굴에 이마 부딪힌다. 뗀다.) 들어도 참고 못 할걸. 머글 주점도 나쁘지 않겠다. 어차피 취해서 헛소릴 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큰 문제는 없을지도 몰라. 런던? 아니면 사우스 웨스트 잉글랜드도 괜찮아. 졸업하자마자 플루 가루 개통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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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부딪히면 눈만 깜빡거리다가) 왜? 모르고 있는 것보단 낫잖아. (가볍게 이마 한 번 문지르고 만다.) 아하, 하긴 그렇겠네... ...그럼 그때 보고 정할까? 혹시 모르니까 내가 사는 곳 근처에 괜찮은 곳이 없는지 알아둬야겠다. 음, 플루가루 개통할 거라면 더럼 쪽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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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보다 더 열중해주길 바란다면? 난 내가 N.E.W.T.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농담조.) 그래, 그때 보자고. 너 고드릭 골짜기에 계속 머물지 않을 셈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 정도로? ...그래도 시험도 끝났겠다, 졸업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진짜 그렇게 해주길 원한다면... (고개 젓는다.) 아니. 아직은 고드릭 골짜기 떠날 생각 없어. 마법부에 가게 되면 플루 가루로 출근하려고. 삼촌한테 신세 지는 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오래 살았던 집이라 떠나기가 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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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로 말이야. (불만스럽게 조건 끝마친다. “됐어, 기대 안 해.” 부루퉁하다.) 아, 사는 곳이라길래 혹시나 했어. 혼자 살 생각인 애들도 많이 보였고. 나도 내가 더럼을 떠나는 상상이 잘 안 되네. 오래 살아서 그런 걸까…. 넌 거기서 태어났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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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맞아. 말했잖아, 참고해 보겠다고... 그런 의미였어. (부루퉁한 모습 보면 익숙하게 네 어깨 톡톡 건든다.) 그렇지? 나도 잘 상상이 안 돼. 앞으로도 삼촌이랑 언니랑 셋이서 고드릭 골짜기에서 살고싶은데... (고개 끄덕인다.) 응. 고드릭 골짜기에서 태어나고 자랐어. 호그와트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오래 살아본 적도 없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 그런 셈 치자…. (시혜적인 태도로 누그러뜨린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마법사 마을에서 자랐으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해. 아니면 아예 태어난 곳에서 자랐거나. 그랬으면 호그와트에 못 왔겠지만. 호그와트 졸업하면 잘 때 룸메이트가 없단 게 확실히 이상할 것 같긴 하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런 셈이 아니래도. 안 그래도 너한테 뭘 얼마나 더 해줘야 좋을지 고민인데, 네가 뭘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그만큼 해줄 수 있으니까 좋잖아... 이건 진짜 내 자의인데... (평소와 달리 조금 뚱한 투다.) 그랬으면 넌 내가 아는 1학년 때보다 더 말썽꾸러기인 마법사 소년이 되었겠지. 장난이나 '마법사 같은' 장난이나 행동을 숨 쉬 듯이 했을 테니까. (룸메이트 이야기엔 고개 끄덕인다.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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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낼 시간을 내줘. 앞으로도 내가 부리는 투정이나 아양 같은 것들에 신경 써줘. 날 계속 들여줘. 그거면 돼. (낮고 빠르게 읊는다. 잠시 말 없다.) …널 의심하는 건 아닌데, 애초에 이것들은 통제되는 영역이 아니잖아. 내가 이렇게 요구해봤자 성의로 다할 수 없는 부분인 걸 알아. (시선 피했다가 돌아온다. 분위기 환기하듯 가벼운 말투로 대꾸한다.) 확실히 그랬을지도. 나 아직도 ‘마법사 같음’이 부족한 건 아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뚱해 있던 채로 가만히 네가 하는 말을 듣는다. 어느새 낯에는 뚱했던 기색이 사라지고, 조금 놀란 듯한 기색이 자리잡는다.) ...정말? 정말 그거면 돼? (되묻는다기보다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냐는 의미에 가까웠다. 네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면, 네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일 같은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언제나 너한테 성의를 다하려고 해. 그래서 내 나름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처음으로 제 방식에 의문이 들었다.) '마법사 같음'은 또 뭐야. 가끔 보면 오히려 나보다 더 마법사 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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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늘 최선을 다하는 건 나도 알지. 내 말은 그러니까… (제 입으로 내뱉자니 치졸하단 걸 실감한다. ‘아,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제 머리 헤집었다.) 나한테 시간을 내는 일이나, 성가시고 귀찮아도 견디는 일이 무정한 마음으론 행해질 수 없잖아. 어떨 때엔 다른 것들이 나보다 앞선 우선순위에 있어서, 나한테는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는 거고. 난 그런 게 서운해. 이게 이성적인 너한텐 멍청하게 들릴 수도 있단 걸 아는데. (어째 말을 하면 할수록 바보같이 들린다. 절대 섭섭해할 일 없다고 장담해두고선 몇 년 전 일을 끄집어내 애원하는 꼴이지 않나. 입 달싹이다가 관둔다. 시선이 잔디밭으로 떨어진다.) 열등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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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네가 하는 말을 듣는다. 어쩌면 조금은 걱정하기도 했고, 그만큼 예상하기도 했던 문제를 직접 네 입으로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역시 서운했구나. 진작 말해주지. 그랬으면... (그랬으면 뭐? 아마도 그때의 자신이었다면 미안하다는 틀에 박힌 말이나,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기약 없는 말이나 했을 게 뻔했다.) 미안, 너를 서운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나는...그렇게 하는 게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너나 나한테 좋은 일인 것 같아서... (그걸 네가 알 리도 만무한데, 그렇게 중얼거린다.) ...혈통 문제 때문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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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하라고 한 소리 아니야. 그래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내가 미안. 그냥 잊어. 괜한 기대 안 할 테니까. (한 손으로 마른 세수 하더니, 몸 일으킨다. 잡고 일어나라는 듯 손 뻗었다.) 요즘 그냥 좀 기분 변덕이 심해. 네 말대로 혈통 문제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것도 있을 거고. 피곤한 주제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내민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어난 후에도 잡은 손을 놓지 않고서는.) 내가 자신만만하게 기대해달라고, 네가 원하는 만큼의 관심이나 다른 것들을 전부 줄 수는 없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건, 내가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내 나름의 사랑하는 방식이고.... 너도 나한테 그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 (그렇게 말하곤 붙잡았던 손을 놓았다. 어쩐지 속이 쓰렸다.) ...어려운 문제네. 내 눈에는 누가 뭐래도 어엿하고 번듯한 마법사인데. 어떻게 해야 네 기분이 좀 나아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냥 내가 잠깐 유치하게 굴었어. 나도 알아, 그게 네 방식인 것쯤은…. 합리적이라고도 생각하고. 그냥 무리하지만 마. 네가 날 범주 안에 넣어주는 건 기쁜데, 가끔은 그냥 만나서 티타임이나 같이 해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진짜로. (교복의 원단에 손바닥 문질렀다.) 왜, 기분 풀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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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는 말을 들으며 내내 애꿎은 소매 끝만 만지작거렸다. 시선은 눈치 보듯 너를 힐끔거렸고, 입은 무어라 반박하려는 듯 달싹이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아닌데. 어쩐지 엇나가는 기분에 꼭 머리에 열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응. 내가 풀어줄 수 있다면. 내가 어떻게 하면 네가 좀 나아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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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호수 위 하늘 본다. 멀리 응시하던 시선이 돌아온다.) 나도 잘 모르겠다. 같이 비행이나 해줄래? 오랜만에. 하늘을 봐서는 오늘 밤이나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으니까, 그전에.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재빨리 고개 끄덕이며.) 그래, 그러자. 좋은 생각이다. 비행하면서 바람 쐬다 보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 (그러곤 네 손 냉큼 붙잡고, 어서 가자는 듯 이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네 시간 너무 많이 뺏나? (손 붙잡힌 채로, 경기장 방향으로 따라 걸어가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그냥 디저트 하나쯤 입에 넣어주고 가도 돼. 개구리 초콜릿 같은 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뺏은 게 아니라 내가 너한테 내 시간을 내준 거니까 괜찮아. 게다가 단 거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경기장 쪽으로 가는 내내 손 놓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경기장에 도착하면, 어디였더라. 하고 둘러본다.) 함께 보낼 시간 내달라며. 막상 받아보니까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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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기분이 좋아진대.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쫓아가길 잠깐, 퀴디치 경기장에 도착해서야 빗자루 보관함 방면 가리킨다.) 좋은데 솔직하게 죄책감이 들어…. 네 빗자루는? 여기서 소환하기엔 너무 멀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하지만 너는 단 거 싫어하잖아... (...) 먹었다가 오히려 더 기분 나빠지는 거 아니야? ...앗. 그렇네... (그제서야 생각난 듯 잠시 말이 없다가.) ...네 빗자루 튼튼해? 튼튼하면 그냥 같이 타도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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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주는 거면 먹을 만 할 것 같기도 해. (잠시 상상했으나, 역시 번복하는 일 없다. 대답 듣고선 보관함 뒤적여 빗자루 꺼낸다. 올라타서 뒤 가리켰다.) 날 감당하는 빗자룬데, 너 하나 더 태운다고 문제 되겠어? 너 가볍잖아. 게다가 지금 무슨… 속력 싸움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내가 주면 개구리 초콜릿이 매운맛이 되기라도 해? (입 쌜룩이며 어깨 가볍게 으쓱이곤, 옷매무새 정돈하고 네 뒤에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적당히 자리 잡고 앉고 나면 이내 소심하게 네 옷자락 붙잡았다.) 음, 어디로 비행할 거야? 생각해 둔 곳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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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권유하는 건 사양하지 않는 주의라서. 매운맛이 되는 거면 달갑기야 하겠지만. (허리를 잡으란 소리 하고선 땅 박찬다. 이제 비행이란 행위는 숱하게 경험하여 익숙하다.) 어… 글쎄. 래번클로 탑? 기숙사 지붕 위에 올라가 본 적은 없을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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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박차면 뒤늦게 네 허리 붙잡고 발 아래 허공 본다.) 래번클로 탑? 응, 지붕 위는 올라가 본 적 없어. 애초에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붕 위에 올라가려고? ...실수로 발 헛딛으면 떨어질텐데...? (어쩐지 허리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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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풍경도 좋고. 비행하지 않으면 못 가는 장소라는 점도 매력적이지. (속력이 중요한지 말했던 것치곤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걸 느끼면 복잡한 속도 사그라지는 것 같고. 이윽고 지붕 위에 도달해서 손 내민다.) 잡고 내려봐. 혹시 헛디뎌서 떨어져도 땅에 닿기 전에 낚아챌 테니까 걱정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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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다면 그런거지만.. (속력이 높아지면 반사적으로 눈 질끈 감고, 놓칠세라 네 허리만 끌어안는다. 한참 그렇게 있다가 지붕에 도착하면 네 손 꽉 붙잡고 조심스럽게 내린다.) ...네 비행실력 보니까 걱정은 안 되긴 하지만... (그러곤 한껏 긴장한 채로, 지붕 위에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았다. 그제서야 긴장 풀린 듯 주변 둘러봤고.) ...뭐랄까, 확실히 창밖에서 보는 거랑은...좀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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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봐서는 여전히 걱정하는 것 같은데. (키득대며 허리 끌어안은 손 위로 짧게 토닥인다. 네가 자리 잡은 뒤에 훌쩍 빗자루에서 뛰어내려, 가파른 지붕에 몸 기댄다.) 그래? 바람이 부는 것 외에는 비슷하다고 무료해할 줄 알았더니.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창밖에서 보는 건 벽으로 가로막혀있지만, 여긴 그냥 바닥 빼고 탁 트였잖아. 그래서 좀 무섭긴 한데... 그래도 그만큼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서 좋아. (그렇게 말하는 낯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너 아니었으면 졸업할 때까지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겠네.") 음, 네 기분 풀어주러 온 건데 내가 더 신난 것 같아서 좀 민망하네. ...기분은 좀 나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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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훨씬. (여기선 숨이 쉬어진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네가 괜찮다니 다행이야. 아서가 그랬거든, 나는 사람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이것만으로도 혼자 있을 때보다 나아. (틈.) 안아도 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서가? 그렇게 묻곤 얼마 안 가 바로 수긍하듯 별말 안하더니) ...갑자기? (눈 깜빡거리며 보다가) 그래.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러곤 네 쪽으로 몸 틀더니, 너를 향해 양팔 활짝 벌린 채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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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그래, 곧 언제라도 비가 올 날씨잖아. (허튼 변명 하면서 끌어안는다. 실은 공허한 구석 채우려는 욕심이다. 등 옹송그려 어깨에 고개 묻었다.) 널 안고 있는데 왜 오래된 책 향이 나는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래, 그렇다 치자. (네가 끌어안으면 부드럽게 팔로 감싸안고 천천히 네 등 토닥이기 시작했다.) ...그 냄새가 아직도 나? ...도서관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가 봐. 루시아한테 새 향수라도 의뢰해야 하나... ...심하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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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나 추위 잘 타는 거 알잖아. (툴툴댄다. 한참 끌어안고 있다가, 느리게 몸 떼어낸다.) 이게 너 같아서 좋기만 한데, 왜. 충전 진짜 끝. 기분 다 풀렸으니까 다시 원래대로의 미미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으음, 나도 추위는 잘 타지만,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부러 그렇게 말꼬리 잡고 늘어진다. 툴툴대는 모습 보곤 속으로 조금 웃었다.) 그래도 오래된 책 향은 좀 그렇잖아. 도서관에서만 사는 사람 같고. ...사실이긴 하지만. (네가 몸 떼어내면 그대로 팔 풀어서 떠나게 둔다. 어쩐지 허전한 느낌에 괜히 제 팔만 몇 번 문지른다.) ...이걸로 정말 풀렸다면 다행이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더 취약한가 보지. 여태껏 겨울마다 장갑 빌려준 일을 고맙게 생각하도록 해. (밉지 않게 눈 흘긴다.) 도서관에 사는 사람이란 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 새삼스럽게 부인하는 것도 웃긴걸…. 됐어, 이것대로 좋아. 향수를 고른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괜히 네게서 달콤한 향이 나면 그것대로 어색할 것 같단 말이야. (지붕 끄트머리에 걸쳐있던 빗자루 주워들고, 기지개 주욱 편다.) 이제 진짜 도서관으로 돌아가셔야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엄살은. (괜히 콧등 한 번 톡 건들고 만다.) 어색할 것 같을 정도야? 그럼 좀 곤란한데... 그럼, 책 향기 말고... 네가 생각하기에 나한테 어색하지 않을 향기는 뭔데? (그렇게 묻곤 따라서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난다.) 친절하기도 하지. 바래다주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겨울, 그런 공기 향. 내가 그쪽으로 조예가 깊진 않으니 구체적으론 떠올리질 못하겠네. 호그스미드에 향수 가게도 있던가. 다음에 갈래? (빗자루 올라타고 다시 손 내민다. 장난스럽게 대꾸한다.) 음, 그래야겠지. 널 여기 두고 가도 괜찮으면 혼자 가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겨울향이라... 나도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네가 어울린다면 그런거겠지. (고개 끄덕인다.) 응, 같이 가줘. 같이 가서 네가 생각한 거랑 제일 비슷한 걸로 골라주면 그걸로 살래. (네가 내민 손 붙잡고, 다시 네 뒤에 타서 네 허리에 팔 감는다.) 바래다주고 그냥 갈까 봐 아쉬워서 그렇지. 넌... 도서관이랑 안 친하잖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 생일이 그때라 그런가 봐. 크리스마스 휴일엔 항상 네 생각이 나. (정당한 출입구 이용하는 일 없이 호그와트 성의 4층 창문 넘는다. 새 지팡이로 여닫는 것이 자연스럽다.) 누가 안 친하대? 나 도서관 알레르기 극복했어. 네가 아쉽다는데, 앞에서 책 들여다보고 있는 일이 대수야? (잠시 생각한다. 조금 대수일지도.) …아니면 너 줄 편지나 적고 있어도 되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이유네. 난 방학만 되면 네 생각 나는데. 특히 네 생일 가까워지는 날에는 더. (그 모습 보고 괜히 주변 한 번 둘러보고는) 오... 시험 앞두고 종종 본 것 같긴 했는데, 그 정도로 친해진 줄은 몰랐네. 그래 그럼...같이가. (그러다 고개 갸웃...) ...나한테 줄 편지를 내 앞에서 쓴다고? ...그래도 되는 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생일이 여름이라서 좋은 점이 처음 생겼네. 방학 중이라 잊히는 걸 늘 단점으로 생각했는데. (히죽 웃고서는 도서관 문 연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빗자루 구석에 세워두고, 적당한 자리 찾아 앉았다. 곧장 삐딱하게 다리 꼰다. 목소리 작아진다.) 네가 훔쳐보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마침 2주도 가까워지는 참이니까. 넌 무슨 공부할 건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방학 중에 만나서 직접 챙겨주기가 어려우니까 오히려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 일부러 생각하려고 의식하는 것도 있지만... (도서관에 들어서면 익숙하게 목소리 낮추고, 네 옆자리에 자리 잡고 앉는다.) 당연히 훔쳐볼 생각은 없지만, 나도 사람이니까...무의식중에 궁금해서 힐끔거릴 수도 있잖아. ...최대한 안그러기야 하겠지만. 오늘은 마법약. 저번에 과제 낙제한 거 복습도 할 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긴, 까먹었으면 성가시게 굴었을 거야. 졸업하면 직접 만나서 챙겨줄 거지? (턱 괴고 옆자리 쳐다본다. 만년필 들었으나, 한동안 손안에서 빙그르르 굴리기나 했다.) 어차피 며칠 뒤면 받을 내용인데 궁금해? 마법약에 집중하세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양. 뭘 만들어 냈길래 그렇게 싫어하는 낙제를 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당연하지. 갖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미리 생각해 둬. 내가 줄 수 있는 거면 뭐든 선물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곤 '심화 마법약학' 책 펼쳐든다.) 네가 보내는 편지는 늘 궁금하니까. ...살아있는 죽음의 물약. 분명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만들었는데 왜 실패했는지 모르겠어. 뭘 잘못 넣었나... (그러곤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양피지에 옮겨적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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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나 따달라고 할까 봐. 그것도 해줄까 봐 겁난다. (키득댄다. 한참 네가 공부하는 것 구경하더니, 양피지 찢어서 무언가 그렸다. 수선화—분명 살아있는 죽음의 약이라길래 생각났을 뿐인—와 제비꽃 낙서 건넨다. 그림은… 다소 흉측한 수준이고, 옆에 적은 글씨가 그나마 또렷하다.) [옆자리에서 양피지 남깁니다. 책에 곧 빠지실 것 같아서요. 미간 좀 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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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비슷한 건 따다 줄 수 있을지도... (그 말을 끝으로 말소리는 멈추고, 사각사각 깃펜 움직이는 소리만 울린다. 보통은 평온한 낯이었지만,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이 생겼는지 미간 찌푸리고 펜대만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네가 건넨 낙서 보더니 그제서야 찌푸리던 낯 스르륵 푼다. 그러곤 그 옆에 무어라 적더니) [미안, 지루하면 먼저 가도 돼. 이건 뭐야? 빗자루?] (...마지막 말은 그림 가리키는 화살표 아래에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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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거 뭐? (담백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 앞에 두고 그게 궁금해서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가, 결국 물어본다. 돌아온 양피지 한참 쳐다본다.) [네 얼굴만 구경하고 있어도 하나도 안 지루해. …근데 진짜 빗자루로 보여? 기회 한 번만 더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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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달 구경하기 좋은 장소를 알려준다던가, 달 모양으로 된 물건을 주는 방법도 있지. 음... 이건 너무 낭만이 없나...?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네가 준 양피지 글을 읽는다. 네가 그린 그림 다시 빤히 바라보더니) [아니면 혹시 꽃이야? 근데 이것도 아니면 어쩌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둘 다 로맨틱한데. 이번 생일선물은 그걸로 받을래, 그럼. (만족스럽게 선물 예약하고선 다시 펜대 쥐어 움직인다.) [왼쪽부터 수선화랑 제비꽃이야. 이틀간 토라지는 일은 면했네.] (답변 후 한동안 방해하기를 멈추는가 싶더니, 앞서 언급했던 편지 적기 시작한다. 문장은 ’나를 실시간으로 방치 중인 리야에게.‘로 시작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정말? 진심으로...?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이게 맞나 정말. 갸웃거리고는 양피지 본다.) ... ...미안. (양피지에 적는 대신 입으로 직접 말한다. 네가 편지 쓰기 시작하면 하던 것 다시 하지만, 아까만큼 집중하지는 못하는 듯, 너와 네가 쓰는 편지 쪽을 힐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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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하든? 다른 거 주고 싶으면 말해. (사과에는 조금 웃었다. 도서관 알레르기가 사실 완치되지 않았다는 고백으로부터 시작하는 편지는, 이내 체험기 내지 감상문의 형태로 변질된다. 요컨대 발레리의 잉크가 다 떨어져가는 듯하니 다음번에 향수와 함께 구매하자는 청유, 네가 펜대를 만지작거릴 때의 박자, 그리고 사서 선생님이 멀리서 졸고 계시다는 사설…. 한 문단 다 쓰고 고개 들어 올렸을 때엔 눈 마주쳤다. 짙게 웃는다.) 훔쳐볼 생각 없다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게 로맨틱한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 해서. 보통은 그런 때 정말 별도 달도 다 따주겠다고 대답하는게 더 로맨틱한 거라고 어디서 그러길래. (힐끔거리다가 그 내용이 보이면, 애써 못본척 하기 위해 책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한 번 봐버린 내용에 시선이 안가기가 더 어려웠던 듯 힐끔거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치면, 움찔하고는 고개 홱 돌린다.) ...무의식중에 궁금해서 힐끔거릴 수도 있다고는 했잖아. ...다 본 건 아니야.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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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사람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 난 네가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어도 낭만적인 구석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하하! 크게 웃지 않으려 입꼬리 실룩댔다.) 그래? 다분히 의도적인 시선인 줄 알았어. 아무래도 내가 방해만 되는 모양인데, 널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는 게 좋을까? (눈썹 휘어 물으나, 놀리는 투를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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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까 네 그 낭만의 기준이 좀 궁금해. 기준이 대체 뭐야...?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거야 말로 최악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입꼬리 씰룩거리는 모습이나 본다.) ...아냐, 방해된 적 없어. 그냥 나 혼자 집중 못 하는 거니까 그런 이유라면 갈 필요 없어. (반사적으로 네 소매 붙들고는 그렇게 말한다.) ...완치 안 된 도서관 알레르기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세상은… 좀… 불공평한가? (발레리 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 ... (짜잔. 갓 뽑은 미미 인형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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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네가 내 인형이랑 네 인형 두 개씩 뽑아서 나 챙겨준 셈이 됐잖아. (얼굴 좀 문지른다.) 이제 뭘 돌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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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중요한건 우리 둘 다 인형을 가지게 됐다는거지. 안그래? 괜찮아. 뭐 돌려받고 싶어서 준 거 아니니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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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수긍한다.) 오랜만에 만난 미미한테 잘 대해줘. 되팔지 말고 침대에서 책이나 읽어주란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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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잘 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읽어줄 거니까 되팔 걱정은 하지 마. 넌 내가 예전에 준 내 곰인형이랑 네 곰인형 잘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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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걔네도 내 침대에 있어. 방학 때도 걔넨 집으로 데려간다고.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뭔데. 미미 곰인형이 싫어할만한 책인지 판별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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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손에 넣은 반장들.' ...호그와트에서 반장이었던 학생들의 진로에 관해 적혀있는 책인데... 1학년 때부터 부적처럼 읽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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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어울리긴 하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해? 머리 쓸어넘긴다.) 뭐래? 다들 권력을 쟁취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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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중에 마법부에 가서 승승장구한 사람도 있었어. 정말 본받고 싶더라... (신나게? 대답하다가 뒤늦게 네 반응 살피곤) ...별로야? (...) ...그럼 네가 생각하기에 미미 곰이 좋아할 책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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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미미 곰도 그거 좋아할 것 같아. 나중에 너도 ‘권력을 손에 넣은’ 뒤에 개정판이 나오면 더 좋겠네…. 난 애초에 책이랑 별로 안 친한 거 알잖아. 요즘엔 그래도 도서관에 다닌다지만, 그것도 딱히 좋아서 하는 건 아니고. 그럼 네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쪽이 좋지. 그렇게 신 나 보이는 목소리는 간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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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아하는 동화나 소설은 있을 거 아니야. ...아닌가...? (힐끔...) ...흠흠, 그래도 듣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책을 읽는 게 더 중요하니까 괜찮아. 생각해 보니까 도서관이라면 몰라,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읽어줄 만한 책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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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렸을 땐 인어공주를 제일 좋아했어. 근데 머글 동화라 네가 아는지 모르겠네. 부기스까지 가지 않는 이상 호그와트 도서관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삼 형제 이야기도 좋아. 그거 네가 처음 필사하라고 골라준 책이었잖아. 덕분에 내용을 전부 외웠지. 아직도 비들 동화 중에서 제일 좋아해. 생각해보면 난 꽉 닫힌 해피엔딩 파가 아닌지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 그거 있어. 예전에 쉴라랑 도서관 가서 읽었다가 한 권 샀거든. 가지고 있는 동화라 다행이네. (외우기까지 했어? 조금 놀라기까지 하더니) 의외네, 너는 꽉 닫힌 해피엔딩을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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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이 겹쳤네. 그럼 그거 읽어줘. …생각해보니 내가 듣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괜히 열심히 골랐나? 문득 머쓱해져서 뺨 긁는다.) 꽉 닫힌 건 현실감이 부족하잖아.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했습니다.‘로 끝을 맺으니까… 오래도록이란 건 얼마나를 뜻하는 건지, 행복이 영원할 수 있는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넌 가능한 것 같아? 영원히 행복하단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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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그걸로 읽어줘야겠다... (네 말에 아. 그렇지. 라며 덩달아 머쓱하게 뒷덜미만 쓸어내린다.) 하긴 너는 예전부터 이런 부분에서는 좀...현실적이었지. (네 말에 잠시 흐음, 고민하더니) ...솔직히 나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긴 해. 그래서 동화가 동화인가 싶기도 하고... 현실은 뭐,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정말 앞으로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아도 갑자기 예상 못 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말하고 잠시 침묵하다가) ...정말 계속 생각하게 되네. 나 이제 네가 왜 꽉 닫힌 해피엔딩 파가 아닌지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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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하다기보단 억울하네. 그냥 나한테 읽어줘. 그럼 난 아지트에서 낮잠 잘래. (투덜댄다.) 그렇지? 나는 마음 놓고 낙천적으로 굴 자신이 없어서, 차라리 조금 찝찝한 결말이 속 편해. 사랑을 잃었지만 공기의 정령이 되었다든지, 죽음과 친구가 되었다든지.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개념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야…. 나 같은 앤 아마 죽어도 유령으로 돌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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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응, 그래. 그러자. ...말 나온 김에 지금 갈래...? (...) 그럼 마음 놓을 일 생기면 그땐 마음 놓고 낙천적으로 굴거야? 네 말대로 네가 정말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상황이 된다든가 하면. (그렇게 묻고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내가 생각해도 넌...나중에 정말 유령으로 돌아올 것 같아. 호그와트에서 맴돌다가,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이런저런 장난이나 이빨 달린 프리스비 개조하는 법 같은 거 알려주는 유령으로. (반쯤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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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이야? 그럴 시간도 있어? 난 네가 암호도 잊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의아하단 투다.) 어쩌면? 그럴 만한 상황이 생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기분이 이상할 것도 같다. 영원히 행복이라니. (입가 문지른다.) 좋아, 피브스랑 구역 다툼을 하게 생겼군. 지하감옥부터 3층까지는 내가 독점해야지. 애들한테 인기는 확실히 있겠네. 넌? 죽어도 유령으로 돌아오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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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냥 공부하러 갈까?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발걸음 돌리나...) 그치? 상상하는 건 공짜잖아. 나도 가끔 그런 상상 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지거든. 음, 글쎄. 네 말 들으니까 유령이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좀 고민이네. ...아. 호그와트에 유령으로 남아서 언니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까지 구경할 수 있으면 그건 좀 좋을 것 같을지도... (실없는 소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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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가지 마. (매달린다….) 난 사실 유령이 되면 해보고 싶은 거 있어. 초상화인 나랑 대화하기. 재밌을 것 같아…. 그것도 몇백 년쯤 하면 질리겠지만. (어깨 으쓱인다.) 줄리아의 손자가 아주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라 속을 썩여도? 네가 할 수 있는 건 구경밖에 없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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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지트 가자...(그 말에 곧바로 걸음 멈춘다. 일순 입꼬리 작게 씰룩였고.) 아, 그것도 재밌겠다. 여러의미로 통하는 구석이 많아서 꽤 재밌을지도... (고개 끄덕인다.) 응. 언니의 손자가 말썽꾸러기? 재치 있고 활발하고 기운 넘치는 부분까지 언니를 똑 닮다니... ... 오히려 좀 좋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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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인 너랑도 대화해보고 진짜 같은지 평가해줄게. 아니다, 그럼 후기를 들려줄 네가 없겠구나. 역시 같이 유령이 되는 수밖에 없겠는데. (헛소리 하며 3층 향해 걷는다. 석상 앞까지 걷는 게 익숙하다.) ……너도 진짜 대단하다. 그거 애정 필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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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죽고 난 다음을 계획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맞장구치며 익숙하게 따라 걷는다.) 왜, 솔직히 맞잖아. (아니다.) 난 언니처럼 다채로운 사람이 좋고, 그런 애가 언니의 혈육이기까지 하면 당연히 예뻐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물론 그 애가 나 같은 성격이어도 당연히 예뻐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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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마녀의 특권이지. 머글들은 꿈도 못 꾼다고. (시시덕대며 석상 앞에서 암호 대고 알로호모라 건다.) 나도 형제가 있었으면 좀 공감이 더 됐을지도 모르겠다. 사촌들이랑 친형제는 느낌이 약간 다르잖아. 나한테 그 정도로 애틋한 건 소피아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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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문 열리면 주변 둘러보다가 같이 안으로 들어간다.) 사실 내가 좀 유난인 것도 있어. 형제자매 있는 다른 애들 말 들으면 꼭 나 같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 음, 근데 그럴 만한 게... 난 어릴 때 부모님보다 언니랑 더 오래 붙어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더라고. (덤덤하게 말하고는) 어쩐지. 그래 보여. 할머니를 그렇게까지 친근하게 부르는 사람은 너밖에 못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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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논리로 우리 집 사유도 해결이 되네. 나도 부모님보단 소피아랑 붙어 지냈으니까. (자연스럽게 재킷 벗어서 의자에 걸쳐두고 해먹에 눕는다. 꾸준히 드나들었으므로 쌓인 먼지도 없다.) 넌 근데 네 쪽이 보호자인 것처럼 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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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네... (익숙하게 해먹 근처 벽에 기대앉는다.) ...그런가? (생각 못 한 말에 눈만 깜빡거린다.) ...동등한 관계가 되고 싶다고는 생각했는데, 보호자처럼 구는 것처럼 보일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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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받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동등하기보다 일방적이지. 넌 주는 일에만 관심 있고, 그걸로 행복해하는 편이니까. (몸 좀 뒤척이다가 눈 감는다. 계속 떠든다.) 가족 관계 말고도, 친구들에게도 그러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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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런 얘기를 하네... (그러곤 아예 벽에 머리 기대고, 네 쪽으로 고개 돌린다.) 꼭 뭘 받고 싶어서 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남한테 뭔가 도움이 되면 좋잖아. 가뜩이나 나는 할 줄 아는 것도 얼마 없는데... (평소와 같은 덤덤한 투로 말하곤)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그래. 그래서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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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하는 건 아닌데. 난 네가 그러는 거 안 말려…. 다른 애들이면 몰라도 난 ‘받는 쪽’인 거 좋아서. (한쪽 눈만 뜨고 표정 살핀다.) 다만 생각해 봐. 네 보호자 된 입장에선 좀 참담할지도 몰라. 네 의무 말고 네 권리에 익숙해져, 리야. 게다가 ‘가뜩이나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말의 근거는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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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너도 좋잖아. 나는 주는 게 좋고, 넌 받는 게 좋으니까, 서로에게 다 좋은 방식 아니야? (여전히 평소와 같은 말투와 표정이다.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에 가까웠지만) ...참담할 정도인가. 다들 기특하다고 해줬는데... (말끝 흐리며 중얼거리듯이) 그거야... 내가 딱히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내가 해줄 수 있다고 하는 것들도 언젠가 도움이야 되겠지만 당장 좋은 일은 아니잖아. 넌 내가 글씨 교정 해주고, 장난치지 말라고 타박할 때마다 즐겁고 신났어? 난 나름 너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일이었지만, 그런 문제로 생각하면...그건 딱히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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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한테 책임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렇고. 친구 사이랑 가족은 다르잖아. 기특하단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나 같으면 내가 부족해서 네가 그러는 건지 생각하게 될 것 같거든. (가볍게 대꾸하며 다시 눈 감았다.) 그것도 능력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거지. 난 네가 부러웠는데, 매번. 즐거운 게 꼭 대수인가. (틈. 화제 돌린다.) 책 읽어주세요, 반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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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그 말 듣는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전혀 그런 게 아닌데. 몰랐던 것을 깨달은 직후 다짐한 건, 어리광을 좀 부려야 하나-같은 게 아닌, 습관적인 자기검열이었다.) ...나야말로 네가 부러웠는데. 늘 그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말을 끝으로 잠시 고개 돌린다. 네가 화제를 돌리면) ...그래. 그러려고 왔지. 인어공주는 여기 없으니까 그럼... (그러곤 아지트 한구석에 쌓아놨던 책을 둘러보다가, '퀴디치의 역사' 책을 꺼내 펼친다.) ...지금까지 고안된 그 어떤 주문도... (직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차분한 투로 책을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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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그거야? 어리광 좀 부려보겠단 말이 아니라? (짐작이야 했지만 다소 허탈한 투로 뱉었다. 이후로는 조용해진다. 졸음 오지도 않으면서 버젓이 청취한다. 숨조차 고르게 뱉어 잠든 것이 아닌가 의심할 때쯤, 한 챕터가 끝마치는 것에 맞춰 입술을 뗐다.) 라디오 진행자는 내가 아니라 네 꿈이었어야 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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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리광 부렸으면 좋겠어? (그 말을 끝으로 더 묻지 않는다. 계속해서 책을 읽어내리다가, 네 숨소리가 들리면 자나 싶어 읽다 말고 네 쪽을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비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이용하기 시작했다. (첫 장을 끝내고, 네가 입을 떼면 흠칫 놀랐다.) ...자는 줄 알았는데. 장래 희망 목록에 라디오 진행자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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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당연하지. (옆으로 돌아누워서 쳐다본다. 올려다보는 시야가 다소 낯설다.) 자는 줄 알았는데 왜 관두질 않고. 이런 데서 필요 이상으로 성실하다니까…. 있었지. 내가 모르는 곳까지 내 목소리가 송출되는 거잖아. 그게 생각만 해도 좋아서. 마법사 사회에선 그다지 안 쓰이는 것 같지만, 우리 집은 자주 듣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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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네 말에 고민하듯 침음하다가) ...역시 잘 모르겠어. ...어리광은 어떻게 부리는 건데?(...) 네가 좀 알려줘... ... (고개 절레절레 젓다가 다시 네 쪽 본다.) 네가 모르는 곳까지 네 목소리가 송출되는 게? ...확실히 좀 멋질 것 같다. 너는 말도 잘하니까,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언젠가 머글 사회에서 나가서 들었던 것을 떠올리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의지하거나, 부탁하거나, 아양을 떨거나…. 나한테 요구하고 싶은 거 없어? 귀찮다거나, 성가신 일을 떠넘기는 것도 좋은데. 어쨌든 네가 날 믿는다는 뜻이잖아. 내가 네 좋아하는 친구 범주 안에 든다는 건 알지만, 신뢰는 다른 문제니까. (사이.) 마법사에게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해봐도 좋겠지. 라디오 선물하면 들어줄 테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너를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니었는데...(뿌리 깊게 박힌 가치관과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법. 신뢰한다면 오히려 더 의젓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잠시 말이 없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참고할게. 마침 너한테 요구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러곤 네가 누운 자리로 조금 가까이 앉고는, 어색하게 입 달싹인다.) ...나 그럼, 네 머리카락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돼? ...어깨 넘어갈 때쯤부터 한 번 만져보고 싶었는데, 너 귀찮을까 봐 말 못 했어... (말 마치곤 뭐가 민망한지 괜히 뒷덜미만 매만진다.) 당연하지. 잘 가지고 있다가 네가 정말 라디오 진행자 될 때 매일 들을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가까워지는 동안 잠시 말 멈춘다. 눈가 찡그려 웃었다.) 내 머리카락? 당연히 괜찮은데… 이유가 짐작도 안 된다. 네 머리카락이 훨씬 길잖아. 혹시 폴리주스라도 만들어? (농담한다. 손가락 걸고 잡아당겨 제 이마 위에 올려뒀다.) 한동안은 아니고. 은퇴하고 세계여행까지 한 뒤에. 그때까지 친구 해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딱히 대단한 이유는 없어. 그냥 예쁘게 길렀는데 한 번쯤은 만져보고 싶었어. 알잖아, 나 원래도 빨간색 좋아하는 거. 그런데 이유도 없이 냅다 만져봐도 되냐고 하기도 좀 그래서 아무 말 안했지... (손 잡아당기면 조심스레 네 머리카락에 손 뻗어 조심스레 만지작거린다.) 가끔 보면 네가 나보다 더 계획을 더 세세하게 세우는 것 같기도 해. 난 은퇴하고 뭐 할지도 아직 생각 못 했는데. (말하면서도 손은 열심히 움직인다. 땋아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괜히 꼬기도 하면서.) 당연히 그때까지 친구 할 생각이지만... (잠시 간극.) 음, 같이 갈 사람 없으면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나도 한 번 쯤은 세계여행 해보고 싶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네가 머리를 잘라보고 싶다고 했어도 빌려줬을 거야. 빨간색이 좋아서라니, 마음에 드는 이유네. (손끝이 닿으면 잠시 움찔한다. 조금 간지러운지 이후로 입꼬리가 씰룩였다.) 내 계획은 계획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데.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줄 세워 나열해둔 것뿐이지. 너처럼 꼼꼼한 취미는 없으니까, 혼자 내버려두면 흐지부지될 무산될지도 모르고. (틈 기다리며 눈 감았다가, 다소 놀란 눈치로 퍼뜩 눈꺼풀 들어 올렸다. 다시 올려다본다.) …정말? 진정으로? 난 좋지. 왜, 어렸을 때도 말했었잖아. 그리스의 풍경을 보여주겠다고. 무를 거면 지금 말해. 아니다, 말하지 마. 안 들어줄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멀쩡한 머리카락을 내가 왜 그러겠어. ...물론 내가 그럴 리는 없지만, 내가 진짜 그렇게 말하면 좀 거절해... 그래도 돼... (음, 이렇게 하던 거였나?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땋아보다가, 잘 안되었는지 다시 풀었다. 그러기를 한참이었고.) 그래도. 나열해 둘 정도로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게 좋은 거지. 그런 부분에서는 나보다 훨씬 나은 걸 뭐. (그러다 네가 눈을 뜨면, 이쪽도 조금 놀란 듯 눈만 깜빡거린다.) ...응? 으응, 정말로. 은퇴하고 날때 쯤이면 나도 한가할거고... 나도 테살로니키의 풍경이 궁금했는걸. 다른 나라들도 궁금했고. ...내가 이렇게 말하는게 이 정도로 놀랄 일이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재밌으면 다 좋다는 주의라서. 알면서 그래. 너 뭘 하려고 그러는 건데. 인형놀이 하기 좋게 앉아 있을까? (머리카락 세 번쯤 풀어질 때는 도리어 물어본다.) 네가 먼저 뭘 제안하는 일이 얼마나 있다고. 날 도와주려는 것들을 제외하고 말이야. 마음에 들어, 이건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이 됐네. 다른 곳은 같이 헤매야겠지만, 테살로니키만큼은 내가 확실하게 알아갈게. 아마 비행기나 플루 네트워크를 적절히 채택해야겠지만, 몇몇 순간에는 네 순간이동에 의존해야 할걸. 동반 순간이동 자신 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냐, 그냥 누워있어. 지금도 편하니까 괜찮아. (고개 저으며 그대로 있게 둔다. 여전히 머리카락 꼼지락거리며) 당연히 자신 있지. 나 순간이동 꽤 잘하는 것 같아. 작년에 수업 들었는데 칭찬도 받았거든... ...할 때마나 느껴지는 역한 느낌은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지만... (일순 눈 질끈 감는다.) 음, 그러면 테살로니키 말고도 생각해 둔 다른 곳은 있어? 평소에 가고 싶었다거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가만히 머리칼을 맡기고 누워있자면, 그 분위기에 취해 도리어 아까보다 잠이 오는 기분이다. 자연히 목소리 사근해진다.) 그렇게 생각만 해도 역할 정도면 심각한 것 같은데. 무리하지는 말고. 난 전부터 미국이 궁금했어. 감자튀김에 밀크셰이크를 먹는 동네잖아. 동아시아도, 남극도…. 물론 우리 둘 다 추위를 엄청나게 타니까, 거기 가려면 꽤 준비가 필요하겠지. 넌 특별히 가고 싶은 곳 있어? 로망 같은 거, 은근히 있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미국도 좋다. 간다면 동부랑 서부 중에서 어디에 가고 싶어? 아, 거긴 그런댔지. 대체 감자튀김이랑 밀크셰이크를 왜 같이 먹게 된 거지? 감자튀김은 식사고, 밀크셰이크는 디저트에 가깝잖아. (희한한 동네야. 그렇게 중얼거리곤) 음... 글쎄, 멀리는 아니지만 프랑스? 영국이랑 비슷하면서 또 다르다던데 한번 가보고 싶었어. 에펠탑도 보고 싶고. 음, 아니면 아예 먼 동양에 있는 나라도 좋을 것 같아. 아는 건 많이 없지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음, 서부. 별 이유는 없고 지난 방학에 카우보이가 나오는 영화를 봤어. (손으로 총 모양 만들어서 쏘는 시늉 한다.) 하지만 맛이 나쁘지는 않던걸. 밀크셰이크가 너무 단 게 흠이긴 하지만 말이야. 프랑스도 좋지. 에펠탑 앞에서 사진 찍어줄게. 물론 들키지 않으려면 마법사식 카메라 대신 머글식 카메라를 써야겠지만, 안 움직이는 사진도 나쁘지는 않아.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거든. …이럴 게 아니라 프랑스어 공부를 해야 하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카우보이? 뭔진 모르겠지만 엄청 재밌게 봤나 보네. 미국까지 가고 싶다고 하는 거 보니까. ("아, 저건 알아. 머글의 지팡이라면서?" 총 쏘는 모습 보고 그렇게 반응한다.) 음, 그렇다니 좀 궁금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뭐든 좋아.움직이지 않는 사진도 좋고. 너랑 같이 간다는 게 중요한 거지 뭐. (프랑스어 공부 이야기엔 잠시 으음, 고민에 빠진다.) ...지금부터 하는 게 좋으려나. 그렇지 않아도 외국어 하나쯤은 배워둬야 할 것 같았는데...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기세다.) ...아니면 아예 너한테 그리스어를 배울까? 안 그래도 좀 흥미있었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 재밌던데. 머글의 지팡이란 표현이… 맞긴 맞나? 공격만 할 수 있는 용도지만. 응. (잠시 고민하다가 수긍한다.) 그리스어? 당연히 가르쳐줄 수야 있지만, …내가 썩 괜찮은 교사일 것 같진 않은데. 알잖아, 난 그걸 한 번도 배운다고 생각하고 접해본 적이 없다고. 문법은 너 알려주려면 나도 공부해야 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럼 내가 혼자 공부해 올 테니까, 내가 제대로 공부한 게 맞는지 어떤지만 알려주는건? 들어보고 맞는 말이나 표현인지는 네가 더 잘 알지도 모르잖아. 어려우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하며 매만지던 머리카락을 다시 정돈해 주곤 손 뗀다.) 음, 아니면 그냥 그리스어는 너한테 의지해버리고, 나는 프랑스어만 제대로 공부해 볼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싫단 소린 아니야. 어느 쪽이든 네 마음대로 해. 전자면 공부하는 시간 핑계로 너랑 놀면 되는 거고, 후자면 같이 여행할 때 훨씬 편리하겠네. (손 떨어지면 상체 일으킨다. 해먹 두드린다.) 너도 누워보지? 나도 인형놀이 할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으음...그러면 졸업 전까지 좀 더 고민해 볼게. 어느 쪽이든 나도 좋으니까. ...나도? 그래, 네가 하고 싶다면 그러지 뭐. (그러곤 해먹에 조심스럽게 눕고는, 네가 만지기 편하게 해먹 밖으로 머리카락 빼준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니면 서로 알려주는 쪽도 좋아…. 외국어 기초 회화 같은 건 나도 관심 있고. 생각 다 하면 알려줘. (자세를 뒤바꾼 뒤엔 네가 앉았던 자리에서 내려다본다. 건드리지 않고 잠시 쳐다본다.) 계속 기를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응...그럴게. (조용히 대답하고는, 가만히 네가 뭘 하려나 지켜보다가) 음... 고민중이야. 옛날처럼 단발로 자를까 싶기도 하고, 조금 다듬어서 묶거나 지금처럼 풀고 다닐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다른 모양이 나을까 싶기도 해. (잠시 간극.) 네가 보기엔 어떤 게 나을 것 같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정작 만지자니 조심스러워서…. (변명하고는 옆머리 일부를 가름한다. 다소 신중한 태도로, 어수룩하게 세 갈래로 나누어 땋는다.) 이런 분야에 있어서 내가 보는 눈이 뛰어난 편은 못 되어서, 함부로 첨언하기 좀 무서운데. 넌 다 어울리기도 했어. (틈.) 지금이 가장 취향이라고 하면 내버려둘 거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조심스러울것까지야. (그러곤 가만히 네가 땋는 모습 지켜본다. 어수룩한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 거 떠나서 보기에 괜찮아 보이면 되는 거지 뭐. 나도 딱히 그런 쪽으로 보는 눈 별로 없는걸. 음... 응. 그러지 뭐. (그러다 잠시 뭔가 생각난 듯) 흐음, 미미 파블라디스는 이런 느낌이 취향이구나... (어쩐지 장난치고 싶어져, 부러 그렇게 말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남의 머리카락 만지는 경험이 처음이라. 실리안한테 땋는 법을 배우긴 했는데, 직접 행하는 일도 처음이고. …아, 제발…. (땋던 손길 멈춘다. 팔뚝 위로 이마 수그려 낯뜨거운 기색 가실 때까지 기다린다.) ……그냥 참고만 해. 아니다, 그렇게 놀릴 거면 그냥 잊어버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 모습 보면 입꼬리 씰룩이다 못해 아예 양손으로 입가 가리고 고개마저 돌려버린다.) 왜. 언제는 놀릴 거면 끝까지 버티라며. (이런다.) 음, 참고 해볼게. 나도 지금 이 스타일 마음에 드니까. ...그래서? 또 어떤 스타일이 취향인데? (멈추나 싶더니 계속해서 놀리듯 말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배우는 속도가 너무 빨라. 나한테 쓰란 소리 아녔다고. (손목 끌어당겨 웃는 낯 확인한다. 상당히 토라진 표정으로 노려본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더 실토하게 생겼어? 어디 베리타세룸이라도 먹여보시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손목 끌어당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은... 낯으로 돌아왔지만, 참는데 실패한 듯, 입꼬리는 여전히 씰룩인다.) 오, 정말? 음, 저번 실습 때 만든 베리타세룸이 어디있더라. 여기에도 하나 둔 것 같았는데... (그러곤 눈으로 아지트 내부 훑는시늉 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웃는 거 보여달라고 할 땐 안 보여주면서. (투덜대는 음 길게 이어진다. 눈썹 찡그린다.) 진짜 있다고? 아니, 애초에 진짜 베리타세룸까지 동원될 문제야? 그게 대체 뭐가 궁금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말해주면 다음부터는 정말 안 가리고 그대로 보여줄게. (정말? 농담인지 진담인지 한마디 툭 하고는.) 음, 사실 없어. ...나 마법약 과제도 낙제점 받았는걸. 그냥 해본 소리인데, 네가 이러니까 괜히 더 궁금하네. 이빨 달린 프리스비로 가득 찬 연회장을 선물해 주는 순수 혈통 마녀가 취향이라는 건 기억하고 있는데... (언젠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자의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인 줄은 몰랐네. 배신감이 느껴질 지경이야. (투덜대는 소리. 연이은 이야기에 얼굴 구긴다.)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어? 기억 못 한다고 지어낼 생각인 거지. 차라리 매일같이 도서관에 드나드는 모범적인 마녀라고 말을 해. (뻔뻔스러운 건가? 다만 정말로 억울한 표정이다. 제가 했던 이야기는 죄 잊었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하는 말 듣고는 벙찐 듯 아무 말도 안하다가) ...허, 언제 그런 소리를 했냐고? 4학년, 호그스미드로 외출했다가 큰 일 터졌던 날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내가 말했던 그 다 지난 로망은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었으면서,왜 본인이 한 말은 기억 못 하는 거야? (황당하다는 투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한테만 뭐라고 할 게 아니잖아. 너도 이상한 걸 기억하네…. 그날 정신 사나울 게 얼마나 많았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어? (움직이던 손이 잠시 멈춘다. 그런 이야길 했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아무 이야기나 한 거겠지. 순수혈통 마녀란 소리가 왜 나왔는지는 대충 알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은 해당 사항 없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이빨 달린 프리스비도 그렇고, 콕 집어서 순수 혈통 마녀라길래. 희한한데서 취향 확고하다고 생각했거든. (지금은? 손 멈추면 다시 네 쪽 힐끔 본다.) 그래서 그럼 지금 해당사항인 취향은 뭔데? (결국 원점이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다시 원점이네. 이런 거 안 궁금해하는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시선 모른 체하고 다시 땋는 일에 열중한다.) 그러니까 참고해서 써먹을 생각 하지 마. 예외적으로 연회장에 이빨 달린 프리스비 풀어두는 건 환영할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써먹긴 뭘 써먹어. 됐어, 이제 진짜 더 안 물어봐. (그렇게 말하곤 고개 돌려 천장으로 시선 돌렸다.) 응.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랬다간 나 반장배지 반납해야 할 걸. 어림도 없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졸업식 때는 고려해 봐. 어차피 그날엔 반납해야 하잖아. 네가 좋든 싫든. 이상하긴 하네, 반장이 아닌 리야라니. 난 네가 5학년이 되기 전부터 종종 반장님이라고 불렀는데. (머리칼 다 땋고서 반 묶음 형태로 고정하려다가, 리본에 자신 없어서 관뒀다. 손끝을 타고 흑색 머리칼 흐트러진다. 이마 가장자리를 타고 만지작댄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러게. 내심 이러다 진짜 반장 안되면 어쩌나 싶었다니까. 아, 네가 부담 줬다는 말은 아니고... (힐끔, 보다가 네가 땋았던 부분만 괜히 더듬는다.) 왜, 끝까지 안묶어주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니었다면 다행이고. 음, 상상이 잘 안 되긴 하는데…. 그랬으면 아지트 안에서만 그렇게 부르지, 뭐. 감점 권력은 없으니 덜 무서웠겠다. (엄지로 만지작대던 것 멈춘다.) 잘 끝맺을 자신이 없어서. 나 리본 예쁘게 묶을 줄 몰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럼 지금은 좀 무섭긴 하고? (한쪽 눈썹 치켜세우며 말하더니, 이내 손 뻗어 네 손길 닿았던 곳을 더듬는다.) 안예뻐도 괜찮은데 뭘. 네가 묶어줬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곤 묶고 있던 빨간 리본 풀어 네게 내민다.) 끝까지 묶어줘. 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너한테 꼼짝 못하는 이유가 그럼 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쪽 눈썹만 들어 올리고서 장난스럽게 쳐다본다. 얼결에 리본 잡은 채로, 다시 땋았던 머리의 풀어진 부분 정리한다. 다소 엉성한 모양새로 ―그러나 입매 일자로 모아 집중하여― 양 옆머리의 중간 지점 모아 묶는다. 매듭이 삐뚤다.) …잘 때까지 거울 안 볼 거지? 실리한테 머리 땋는 법은 배웠는데, 리본은 생각 못 했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 모습에 덩달아 한쪽 눈썹 삐뚜름하게 들어 올리곤 너 본다.) 아하, 그랬구나. 난 또.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무섭게 굴 걸 그랬다. 졸업하고 나면 그러지도 못할 텐데. (집중하는 표정 보기 위해 힐끔거리지만, 괜히 방해될까 싶어 가만히 있었다.) 그 정도야? 괜찮을 것 같은데... (손으로 가늠하다가) 그럼 리본 묶는 법은 내가 알려줄까? 익숙해질 때까지 내 머리로 연습해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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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뻗어서 미간 살살 문지른다.) 생각도 마. 난 지금이 딱 좋아…. 졸업한 뒤에도 통제하고 싶다면 다른 대책을 준비해보도록 해. (완성작 보고서는, 고개 끄덕인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발전할 구석이 많아 보이는 결과물이다.) 좋아. 애초에 내가 너 말고 누구 머릴 묶어줄 기회가 많을 것 같진 않기도 하고, 이거 은근히 재미있으니까…. 혹시 머리 하는 거 귀찮아서 나한테 맡기려는 수작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하... 대책 세워오면 협조는 해줄 거고? 한번 잘 고민해 봐야겠네. 어떻게 해야 졸업 후에도 네 말처럼 무섭게 굴 수 있을지. (괜히 눈 가늘게 뜬다.) 그렇다고 하면 계속 맡아주려고? (한 번 묻고는) 그럴 리가 있나. 학교 다니는 내내 혼자 머리묶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귀찮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지. 그냥 진짜 너 연습하라고 알려주겠다고 한 거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음, 마음에 드는지 보고. 무섭게 굴지 말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미간 펴라니까 왜 또 구겨?” 똑같이 눈 가늘게 뜨고 또 펴준다.) 내가 래번클로 여학생 기숙사에 갈 순 없으니까 매일은 무리겠지만, 가끔은? (몸 일으키더니, 리본 대신 파티용 끈 같은 것 협탁에서 꺼내온다.) 자, 교수님 노릇 좀 해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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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사랑으로 보듬는 방식인데도. 하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새 대책에는 좀 더 반영해 보도록 할게. (네가 다시 펴주면 눈 감고 다시 스르륵 미간 푼다.) 그럼 그 가끔은 머리 안 묶고 나가보기도 해야겠네. (말 마치고 너와 마주 보도록 앉고는, 리본 손에 쥐고 따라 해보라는 듯 보여준다.) 일단 처음엔 이렇게 잡고... (네가 따라갈 수 있도록 천천히 묶어 보인다.) ...한번 해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파티에 진짜 술 안 나온대? (계속 그 생각 중이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파티에 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 무알콜 칵테일. 나 논알콜음료 중독자잖아. (눈알 굴리며 빠르게 수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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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무알콜이라는 말이 안 들려서 오해할뻔 했어. 설마 미미가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진짜 술을 마시려고 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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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그렇지……. 리야, 우리 이제 성년인데, 진짜 안 돼?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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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이기 이전에 아직 우린 학생이고 여긴 학교잖아. 애초에 진짜 술은 안 들어올걸. 예전 누구처럼 누가 몰래 들여오는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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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소피아도 머글 기준으론 아직 미성년이라고 방학 때 못 마시게 했단 말이야. 그럼 호그스미드 가서 한 잔만 마셔보는 건 안…… (네 눈치 살핀다.) 되겠지. 그래. 우린 학생이니까. 그냥 실컷 춤이나 출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당연하지. 제대로 졸업하고 성년이 되면 마셔. 성인 되면 질리도록 마실 수 있을 테니까 조금만 더 참자. (고개 끄덕인다. 잘 생각했어.) 그나저나... 파티 엄청 기대되나보네. 너 춤은 잘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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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좀 더 해줘. 나 원래 이렇게 인내심이 좋은 편 아니라고. (생각하고선 입꼬리 올린다.) 아무렴. 요즘 재미있는 일들이 부족하잖아. 춤은 잘 모르겠는데, 아주 나쁘진 않을걸. 넌? 자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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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미미 정말 대단하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굳이 이런다...) 나? 아니, 전혀. 원래도 몸 쓰는 일 잘 못하기도 했고, 다른 애들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파티 즐길 생각도 못 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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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몰래 기숙사에 꿀술을 들여오던 슬리데린 남자앤 상상도 못할 일이지. (하! 자조적으로 대꾸한다.) 아무리 너라도 그건 참석할 줄 알았는데. 한 번밖에 없는 파티잖아. 나랑 춤도 춰야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연회복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아서 그냥 맛있는 거나 좀 먹고 평소처럼 지낼까 했지. 근데 네 말대로 한 번 밖에 없기도 하고... 다들 기대하길래 나도 그냥 갈까 싶어. (머릿속엔 뭘 입어야 하나, 이제 와서 연습한다고 될까-같은 온갖 생각이 가득 찬다.) 그래, 그래야지. 근데... ...나 발 많이 밟을지도 모르는데, 그거 괜찮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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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끼리 즐기는 건데 교복을 입어도, 춤을 망쳐도 상관없잖아. 공부는 하루쯤 쉬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 발을 밟히는 건 좀 문제가 되겠지만…. (손 내민다. 속닥였다.) 파트너는 용서해줄 생각 있어, 어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 ... (살짝 놀란 눈 하고 잠시 말 없이 바라본다.) ...어, 혹시 그거... 지금 나한테 파트너 신청하는거야? ...농담 아니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 파트너 신청하는 거야. 내가 이런 얘기 하면서도 농담할 사람으로 보여? (좀 웃는다.) 그러길 바라면 그렇게 넘어가도 괜찮긴 해. 대신 거절당하면 발 밟힐 때마다 숫자 세려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좀 놀라서... (그렇게 대답하고 잠시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이내 네가 내민 손 맞잡는다.) ...누가 슬리데린 아니랄까봐.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해. ...아니 그렇다고 딱히 그런 이유로 수락하는 건 아니야. ...이번엔 거짓말 아니고 진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하! 배정 모자가 날 잘 알아봤지. (손등 들어 올려 짧게 입 맞추고 뗀다.) ‘그런 이유’가 아니면 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너랑 파티 같이 가면 재밌을 것 같으니까... (어색함에 괜히 시선 데록 굴리며 손 제자리에 둔다.) ...그럼 넌 왜 나한테 파트너 신청했는데? 진짜 발 밟는 것 때문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너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호그와트 졸업 파티에 파트너가 있다면. (코 찡그린다.) 발 밟히는 건 아무래도 좋아. ……근데 그렇게 자신 없으면 나라도 연습해야겠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러니까... (왜? 정말 왜? 같은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정말 밑도끝도 없이 물어보게 될 것 같아서.) ...아 아냐. 나도 오늘부터 시간 날 때마다... 아니 시간 내서 연습해 올게. 아무리 그래도 파트너 발을 계속 밟을 수는 없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네 시간 뺏기 싫어서 한 소리였는데. (부연하는 일 없고 웃기나 한다.) 난 시간 남아돌아. 연습 상대로 삼아줘. …아니다, 혹시 또 노는 게 불안해서 정신 빼놓고 있을 셈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동안 너한테 내주기로 했던 시간도 못 냈었는데, 이 정도는 내야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생활 계획표에 공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럼 연습 때도 같이 춤추고 파티 당일에도 춤추는 거네. ...최대한 안 그럴 거라고 약속하겠지만, 혹시 내가 정신 빼놓고 있는 것 같으면 네가 내 발이라도 밟아줘. 나도 내 파트너가 발 밟는 것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려다본다.) ……역시 됐어. 비울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잠이나 좀 더 자. 발은 밟는 말든 상관없으니까. 난 네가 파티장에서 정신을 빼놓고 있는 게 아니라, 피곤해서 쓰러질까 봐 걱정이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니 정말 괜찮은데...?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눈만 깜빡인다.) ...그래도 이왕 같이 가는 건데, 연습해서 가면 좋잖아... (조금 안절부절못하며 힐끔, 널 올려다보고 그렇게 말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가끔 네 괜찮다는 말의 기준이 너무 궁금해. (제 뒷목 주무른다.) 그냥 연습 없이 가서, 플로어에서 잔뜩 깨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걸. 내가 파트너가 아닌 이상, 네가 그런 일을 살면서 얼마나 겪겠어? 그냥 어울려준다고 생각해. 장담해, 재밌을 거야. …나 못 믿는 건 아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기준이랄게 있어. 정말 내가 느끼기에 괜찮으니까 괜찮은 거지... (네 반응 살피고는 잠시 입만 달싹이다가) ...그래, 알았어. 네 말도 맞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 해보겠어. (그러곤 고개 젓는다.) 아냐, 너 믿어. 너랑 있으면 즐거운 일만 있었는걸. ...가끔 골치 아팠던 적은 있지만. (마지막 말은 반쯤 농조였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너처럼 눈에 다크서클 달고 돌아다니면 걱정할 거잖아. 그냥 당일까지는 잊고 살아. 데리러 갈 테니까. (벽에 기대 비스듬히 선다.) 골치 아팠던 적은 또 뭔데? 나 나름 네 앞에선… 얌전히 굴었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건 당연하지. (고민도 안 하고 대답한다.) 즐거운 일만 있었다는 말은 쏙 빼놓네. 너 장난치고 다니던 시절 얘기였어. 늘 말하지만, 네가 치는 장난이 좀 유쾌했던 거랑은 별개로 골치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거든. 누구 말대로 난 모범생이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럼 왜 입장 바꿔 생각하는 건 안 되는데? (틈.) 그럼 네가 보기엔 지금이 나아? 사고치고 다니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말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너는 너고, 나는 나니까...? (여느 때와 같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음... 어느쪽이 낫다고 할 것 없이, 예전에는 다채롭고 귀여워서 좋았고, 지금은 지금 너대로 좋아. 음, 그냥 네가 너라서 좋은데... (꼭 골라야 하는 문제야? 그렇게 묻곤 다시 고민한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우리 둘이 그렇게나 다른가? 이상하다, 마법사인 점은 같은데. 체력도… 내가 부족할 것 같지는 않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 ... (네 말에 아무 대답 못 하고 슬쩍 시선이나 돌린다.) 나야 늘...이렇게 살았지만, 넌 딱히 그동안 그런 적 없었잖아. 안 그러던 애가 그러면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 봐. 피로에 찌들어 살았다는 게 자랑이지, 아주? 익숙하단 게 언제부터 괜찮다는 단어랑 동의어가 됐어? (드물게 이어지는 잔소리….) 이럴 때 보면 네가 똑똑하단 말도 취소해야 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익숙하다와 괜찮다는 동의어가 아니지만 익숙해져서 괜찮은 경우는... (평소처럼 반박하려다가, 웬일로 입 다물고 고개만 슬쩍 돌린다. 조금 뚱한 낯으로...) ...그럼 나 멍청해? ...아닌데, 나 O.W.L 나름 잘 본 편인데...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좋아, 그럼 내가 어디 하나 부러져서 병동에 입원하는 건 아주 괜찮은 일이겠네. 익숙하니까. (….)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야? 네가 멍청하면 난 플로버웜이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 ... (그제서야 조금의 반박도 하지 않고 입 꾹 다문다.) ...안괜찮아. 안 괜찮은 일이야. 난 지금까지 별로 안 괜찮게 살았고, 네가 어디 부러져서 병동에 입원하는 것도 전혀 괜찮지 않은 일이야... (결국 항복한다.) ...똑똑하단 말 취소해야 한다며... ...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하하! (그제야 승리감에 고양되어 웃는다. 벽에서 몸 떼어내 기숙사 방향 턱짓한다.) 그러니까 푹 쉬라고. 가자, 기숙사까지 데려다 줄게. 그건 똑똑한 애가 이상한 소릴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한 소리지. 방금 것도 독수리상이 들었으면 널 안 들여보내 줬을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조용히 고개 끄덕이며 탑 쪽으로 걸음 옮긴다. 그러는 내내 영 찜찜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독수리상 문제는 지금까지 못 맞춘 적 없는걸. 시간이 많이 걸린 적이 있긴 해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정말? 매번 찰나에 맞추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여태까지 가장 어려웠던 문제를 물어도 돼? 보안상의 비밀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음, 제일 어려웠던 거라... (잠시 고민하더니) 1학년 초에 나왔던 문제인데, 깃펜 하나를 손대지 않고 짧게 만드는 방법을 말하랬어. 그래서 지팡이를 써서 짧게 만든다거나, 뭐...그런 대답을 했는데 다 틀렸더라고. 그래서 혹시? 하는 마음에 다른 답을 말했는데, 그게 정답이었지 뭐야. ...정답이 뭐였는줄 알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 이거 알 것 같은데? 그냥 긴 깃펜을 옆에 가져다 두는 거 아니야? ……이거 아닌가? (괜히 제 뒷목 주무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 ...? ... .... (네 대답 듣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멍하니 쳐다본다.) ...어떻게 알았어...? ...어, 그거 맞아. 긴 깃펜을 옆에 두면 된다고... ...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샐쭉 웃는다.) 나 래번클로에 들어갔어도 됐었나 봐. 뜻밖에 재능이 있네. 반장님 허가받고 기숙사 옮길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이다.) ...그러게. 래번클로 왔어도 될 뻔했네 너... (빤히.) ...너희 반장이자 네 룸메이트가 들으면 서운해하겠다. 다 떠나서 진짜 옮길 수 있을 리도 없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서는 내 진심을 아니까 괜찮아. 세이지만 못 들으면 돼. 걘 진짜로 날 보내버릴 거거든. (농담처럼 대꾸한다.) 게다가 래번클로에 진짜 갔다간 온종일 이브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할걸. 역시 래번클로 탑은 너 데려다 줄 때만 오는 걸로 해야겠다. (독수리상 앞에 두고 턱짓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세이지가? ...단단히 밉보였구나. 슬리데린은 형제애의 기숙사인데도... (독수리상 앞에 도착하면 새삼 벌써 도착했나 싶어 너와 독수리상을 번갈아 본다. 7년을 오고 간 길이었는데 어쩐지 평소보다 짧은 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마저 느껴진다.) 음, 벌써 도착했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도 얼른 들어가. 너 돌아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안타깝게도 내가 기준 이하거든. (자기 비하의 어느 부분이 재밌는지 좀 웃는다. 독수리상과 너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주머니에 손 꽂아넣는다. 호그와트가 이럴 땐 참 좁다.) 아직 통금도 아닌데, 벌써 잔소리하는 거야? 나 진짜 간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어디가 어때서. (부러 거창하게 부정하지 않고, 딱 그 한마디만 했다.) 탑에서 지하 감옥까지 꽤 머니까 그렇지. ...얼른 들어가. 내일 또 보면 되잖아. (어서 들어가라는 듯 손짓한다.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으니.) ...중간에 딴 데로 새지 말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위안은 되는데, 그런 얘긴 속으로만 하라니까. 나 요즘 모범생이라 얌전하게 굴어, 걱정하지 마. (킬킬거린다. 그대로 복도 반쯤 되돌아가다가, 불쑥 뒤돌아본다.) 내일 봐. 내 꿈 꾸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청동 독수리상 앞에서 기다린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미안, 내가 좀 늦었지. (쭈뼛쭈뼛 어색하게 나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기다린 보람이 있다'와 '나도 방금 왔다' 중 뭐가 더 그럴듯하게 들려? (벽에서 등 뗐다. 잠깐 움찔했다가, 손등으로 입가 문지른다.) 오늘 예쁘네. 내 파트너가 실은… 벨라였는지 잠시 고민해야 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어... ...나도 방금 왔다? (대답하는 와중에도 어쩐지 어색한 듯 팔만 문지르더니, 네 말에 두 눈 크게 뜨고 놀란 표정 짓는다.) ...그, 어... 고마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 푹 숙이다가, 다시 바로 세우고 너를 빤히 쳐다보곤) ...너도 오늘 멋지다. 머리도 예쁘게 묶고, 연회복도 잘 어울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도 방금 왔어. (천연스럽게 반복한다. 역시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르다니까. 혼자 고민해도 답 안 나오고. 농담처럼 이어 중얼댔다.) 빈말이라도 듣기에 좋네. 헤일리가 아니었으면 산발로 나와야 했을 거야. 걔 덕분이지. (팔 내민다.) 슬슬 내려갈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반복하는 모습에 괜히 손으로 입 살짝 가린다. 덕분에 어색함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걸로 빈말하는 거 봤어? 진심이야. 진심으로 제일 멋져. (조금 삐쭉이는 투로 말하고는 고개 끄덕이고 네 팔짱 낀다.) 응, 내려가자. ...음, 오늘 잘 부탁해. 파트너 신청해 줘서 고마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렇담 다행이고. 혹시 연회장에 도착한 뒤에 다른 애들 보고선 ‘제일’ 수식어 취소할 건 아니지? 나 운다. (농하는 목소리가 밝다. 팔 걸친 채로 연회장으로 이끈다.) 아까 지하감옥에서 올라가는 길에 힐끔 봤는데, 엄청나게 꾸며뒀더라. 신청 받아주고 참석하길 잘했단 생각 들걸. 목걸이는 내가 파트너라 일부러 고른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취소 정말 안 한대도. 오늘 하루만 너 편애하지 뭐. (우는 미미 파블라디스라니. 중얼거리듯 말하곤 힐끔 네 표정 살핀다. 네가 이끄는 대로 걸음 옮기다가 고개 작게 끄덕이며) 응. 모처럼 파티고, 네가 파트너니까. ...예쁘고 아까워서 평소엔 못하고 다니다가 큰맘 먹고 해봤어. 잘 어울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공정의 화신인 줄 알았더니, 편애하는 법도 알아? (들뜬 낯빛, 민망함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으면서 이제 와 괜히 입꼬리 실그러진다. 연회장 문 열면서도 시선이 네게 꽂힌다.) 어, 마리아가 보기보다 보는 눈이 있나 봐. 어울리네. 그게 뭐 별거라고 아끼기까지 해. 자주 해주면 안 돼? 어차피 출처 나밖에 모르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특별한 날에, 특별한 파트너니까. 그 정도 편애는 할 줄 아는걸. (표정이... 들떠보이는 낯에 어쩐지 네게서 눈을 못 뗐다가, 네가 문 열면 그제서야 재빨리 고개 앞으로 돌렸다.) ...어울린다면 다행이다. 그래, 앞으로도 자주 하고 다닐게. 나도 이거 좋아하니까... (그러곤 문 열린 연회장 한 번 둘러보곤, 살짝 상기된 낯으로 멍하니 본다.) ...진짜 예쁘다. 평소에 보던 연회장이 아닌 것 같아. 그치...? (들뜬 투로 말하고는 네 쪽으로 다시 고개 돌려 되묻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영광으로 알아야겠다. 오늘 기숙사로 돌아가선 일기라도 적어야겠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가 편애를 선언한 역사적인 날이었노라고. (동의 구하는 말이 들리면 그제야 곁눈으로 연회장 안 훑어본다.) …아, 그러네. 아무리 마법의 영역이라고 해도, 집요정들이 꽤 고생했겠어. 그 노고에 건배라도 해야 할까? 아니면… 역시 흔히 그러듯이 춤부터 신청하는 게 옳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내 편애를 역사적인 날로까지 기억해 준다니, 오히려 내 쪽에서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가볍게 말하곤) ...그럼 춤 먼저. 집요정들 노고에 건배하는 건 그 뒤에 해도 되니까... (직후 팔짱 낀 팔 풀고 네게 손등 보이도록 손 내민다. 네 반응 살피기 위해 눈치 보듯 힐끔거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좋아, 그럼 특별히 내 첫 춤을 드려야지. (파트너란 역할의 관습—그러니까 첫 곡을 당연히 함께한다거나 리드하는 쪽에서 신청하는 것 따위 짐짓 모르는 체다. 꼭 제가 신청받기라도 한 양 능청스럽게 대꾸하며 손 그러쥔다. 마침 춤곡이 새로 시작될 참이다. 플로어로 이끌며 속닥인다.) 왼손은 내 어깨 위로 올리고, 오른팔은 힘 빼. 나머진 알아서 할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우리 서로 첫 춤인 셈이네. 잘 부탁해... (네가 이끄는 대로 플로어로 걸음 옮긴다. 그 위에 서면, 네 말대로 왼손은 네 어깨에, 오른팔에는 힘을 빼고 다시 너를 올려다봤고) ...이...렇게? (어색한 듯 조금 주춤거린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야말로. 리드 못한다고 혼내면 안 돼. 상대도 없이 연습한다고 고생했단 말이야. 자, 오른발부터. (장난스럽게 칭얼대는 소리. 으름장을 놓는 것치고 몸짓이 어리숙하지만은 않다. 등허리를 단단하게 받치고 몸 붙인다. 왼발을 시작으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시선 마주치면 소리 없는 웃음이 목울대를 긁는다.) 내 수준 들통 나기 싫으니까 다른 애들 추는 거 쳐다보지 말고. 비교되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리드하는대로 따라가면 주춤거리던 것도 잠시, 자연스럽게 네가 이끄는대로 몸을 움직인다.) 안 쳐다봐. 파트너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새가 어딨어? (그제서야 긴장 조금 풀린 듯, 가벼운 투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꽤 능숙한데? ...역시 나도 같이 연습했어야 했어. ..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질투는 안 해도 되겠네. (달라붙은 앞섶이나 여름밤의 공기가 유쾌하다. 발걸음 앞세워 전진할 때마다 무릎이 스친다.) 내가 너보다 나은 게 하나쯤은 있게 좀 내버려둘래? 게다가 그때 네 상태를 봐선, 지금 여기 나와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너도 질투도 해? 질투하는 미미 파블라디스는 좀 궁금하긴 한데... (역시 농조였다. 움직이는 발걸음이 가벼워, 이젠 완전히 편안해진 표정이다.) 그래, 미안. 오늘 하루쯤은 상관없겠지... ...그 정도로 심했던가. 그래도 이제 시험도 다 끝났으니까, 앞으로 그럴 일 없을 거야. 적어도 마법부 들어가기 전까지는...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안 할 것 같아? 안 궁금할걸. 마지막 곡까지 내내 나랑 출 건 아니잖아. (토로한다. 한껏 기댄 무게가 자연스러워질 때쯤이면, 노래가 끝나간단 직감이 온다.) 시한부구나. 취업 응원한단 말을 갑자기 취소하고 싶어지는 발언이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못 할 것도 없지. 오늘 하루는 너만 편애하기로 했잖아. 나랑 마지막 곡까지 춤 추고싶어? (부러 그렇게 묻는다. 끝나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있다가, 뒤늦게 깨닫고 나면 표정에 아쉬움이 떠오른다.) ...왜, 응원해 줘. 그래도 정말, 우리 같이 마법부에 들어가게 되면 그때도 자주 만날 수 있잖아. 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어, 당연한 걸 묻네. 그런데 널 계속 독점했다간 독수리들 부리에 쪼일 것 같던데. 래번클로 애들이 반장님한테 관심이 많은가 봐. 한마디씩 하더라니까. 혹시 편애란 게 동기들로부터의 보호도 동반하는 말인가? 아니면, 너도 아쉬워? (짓궂은 웃음 걸친다. 곡이 끝나면 느리게 멈춰 서고, 궁금증과 투정을 동반하여 질문 돌렸다.) …이렇게 말해도 응원하는 거 알잖아. 넌 걱정 안 해. 같이 노닥거리기 위해선 내 성적이 걱정이지…. 모범생만이 가진 특별한 행운의 징표 같은 것 없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다들 착하고 좋은 애들이라 그렇지 뭐... 그래서 늘 고마울 뿐이고. (근데 어떻게 안 거지... 나 어디 가서 말한 적 없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다 곡이 끝나면 같이 멈춰 서지만, 잡고 있던 손은 놓지 못했다.) 그럼 마지막 곡까지 같이 출까? 그 전에 뭐라도 마시거나 바람 쐬러 잠깐 나가도 좋고... (음, 잠시 고민하다가) ...테라스로 같이 나가주면 알려줄게. 어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착하고 좋은 애들인 거 확실하지? 난 늘어나는 귀를 의심하고 있어. 나도 어디에 자랑하는 일은 참았다고. (중얼거림 듣고선 대꾸한다. 손등 엄지로 문질렀으나, 역시 떼지는 않았다. 고분고분한 태도로 테라스 근처 넘봤다.) 그럴까, 여기 덥다. 바람 쐬고 돌아오면 좀 나을 거야. 여름 왔다지만 밤에는 선선하고. (슬쩍 웃는 모양새로 손 잡아당긴다. 보폭이 작지 않은 탓에 테라스가 멀지도 않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가끔 좀 과격하고 장난기도 많지만 착하고 좋은 애들인 건 맞아. (이런다. 네 대답에 고개 끄덕이곤, 너를 따라 테라스 쪽으로 걸음 옮긴다. 테라스에 도착하면, 드레스 안쪽에서 지팡이 가볍게 휘두른다.) ...오르치데우스. (그러곤 흰 제비꽃 한 송이를 만들어내, 네 앞에 서서 머뭇거린다.) ...진짜 꽃을 심어두거나 종이로 만들어둘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는 못해서... (그러곤 한 발짝 더 가까이다다가 어느 날 처럼 네 귀에 살짝 꽂아주곤, 다시 물러났다.) 음, 행운의 징표 겸 파트너 해줘서 고맙다는 의미. ...하얀 꽃도 좋아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비난해도 돼? (투덜댄다. 네가 지팡이 휘둘러 꽃 만들어내면 헛기침하다가도, 은근히 허리 숙이는 모양새다.) 오늘부터는 확실히 좋아해. 이거 무슨 꽃인데? (괜히 귀 뒤로 꽃줄기를 조심스럽게 만지작댄다.) 잃어버리면 안 되겠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응. 마음껏 비난해. 사실이니까. (반쯤 농조로 대꾸하곤, 다시 머리 정리해 준다.) 흰 제비꽃. 어차피 기숙사로 돌아갈 때쯤엔 사라져있을걸. 나중에 내가 생화나 종이로 접어서 다시 보내줄게. (몇 번 더 정리하곤, 다시 손 뗐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됐어, 하는 방법도 몰라. (등허리 펴고서도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워 시선이 헛돈다. 이질감과 부유감을 구분하기 어렵다.) 난 종이가 더 좋아. 네가 접어주는 거잖아. 그편이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기도 하고. 행운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지…. 난 준비한 게 없는데 어떡해? 갑자기 초라해지는 기분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럼 파티 끝나고 종이로 접어서 줄게. 시험도 끝나서 시간이 나다 못해 텅텅 비었거든... (이내 다시 두 손을 네게 뻗는다. 이번엔 귓가가 아니라, 네 양 뺨을 감싸 천천히 쓰다듬었다.) 초라하기는.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데 뭘. 네가 준비한 게 없긴 왜 없어, 너 아니었으면 오늘 이만큼 즐기지도 못했을 거야. 너랑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한동안 그렇게 쓰다듬다가, 이내 천천히 손 뗐다.) 고마워. 정말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온기 떨어지는 것 같으면 제 손으로 포개어 고정한다. 고개 기울여 그 손에 뺨을 파묻듯 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닥인다.) 편애가 달긴 다네. (한참 즐기고서야 떼어내도록 둔다.) ……아직도 더워. 칵테일이라도 마실까? 물론 네가 준 선물 사라질 때까지 남들한테 들키지 말라고 하면 테라스에서 버텨도 괜찮긴 한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손 포개오면 조금 흠칫하더니, 그대로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둔다. 꿋꿋하게 네게 향했던 시선은 얼마 안 가 한곳에 가만히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했다. 네가 손을 떼면 괜히 네 손 닿았던 손등만 매만졌고.) ... ...그러게. 나도 아직 좀 덥다. 나는 음, 조금만 더 여기 같이 있고 싶어. 좀 더 바람 쐬고 나면 나아질 것 같으니까... (덤덤한 투와 달리, 말하는 내내 평소보다 조금 횡설수설하더니, 결국 손부채질이나 하고 말았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그럼. 난 네가 원하는 게 있을 때가 그렇게 좋더라. (떠나려던 것 관두고 테라스의 가장자리에 체중 실어 기댄다. 네가 말하는 모양새를 감상하다가, 이내 바람 빠지는 소리 낸다.)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야? 설마.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 말에 손부채질 하다 말고 네 쪽으로 한 번, 테라스 너머로 한 번 시선 두다가 어렵게 입 뗀다.) ...맞...는데. (그렇게 말한 것 치곤 낯빛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나, 중간중간 너를 힐끔거리는 시선이 유독 뻣뻣하다. 꼭 낯설어하는 것처럼.) ...나도 사람이거든. 부끄러워할 줄 알아. 원래도 그랬는데 네가 오늘따라... (말 고른다. 그러니까...) ...낯간지럽게구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봐, 테라스에 오자고 한 것도 너고, 꽃을 선물해준 것도 너면서? (괜히 손등으로 입가 문지른다.) 우리 둘 중 오늘 짓궂었던 쪽을 꼽으라면 당연히 너 같은데. 설레는 쪽은 나여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이런 건 네가 말하는 로망에 없었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 아니 나는 그냥... (네 말에 네 쪽으로 고개 돌려 반박하려다가, 말문 막힌 듯 입 꾹 다문다.) ...테라스는 같이 바람 쐬고 싶어서 나온 거고, 꽃은... 뭐라도 보답해 주고 싶었으니까... (끙. 결국 다 끝맺지 못하고 얼마 못 가 말끝 흐린다.) ...그래서 너도 좀... 내가 그래서 너도 부끄러웠어? 내 로망은 또 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당연한 거 아니야? 나도 사람이거든…. 그런데 좋아, 너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단 거지. 내가 불순했네. (희롱하는 말이 장난스럽다. 평소처럼 입을 내미는 대신, 손부채질 하기를 관둔 손 건드린다.) 네가 가진 낭만에 부합했는지 궁금해서. 보통은 실패하는 쪽이었잖아, 내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아니.. (부정할 새도 없이 네가 손을 건드리면 저도 모르게 손 움찔 떤다.) ...4학년때 호그스미드에서 말했던 것 때문에 그래? (언젠가 어린 마음에 했던 말 떠올리곤) ...그런거 다 떠나서 난 그냥...오늘 하루 정말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이거...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작게 숨 들이쉬었다가 내쉬곤.) ...나 그 로망인지 낭만인지 깨진 지 좀 됐어. 내가 그동안 좀 정신없이 살았어야지. 그러니까 그거 생각하고 말하는 거면... 부합이니 실패니...그거 다 의미 없다고... (말하고도 민망했는지 먼 산 보듯 테라스 너머만 바라본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손가락 하나 얽고선 내려다본다. 언질도 없고 염치도 없이 태연한 낯이다.) 어, 그게 4학년 때였나? 진정 의미 없다고? (시기는 기억도 못 하면서 내용만은 완벽하게 떠올릴 수 있는데, 당연히 그 뒤로 몇 번씩이나 자진하여 읊었던 탓이다. 네 ‘어른스럽고 과묵한 두 살 연상의 미남’, 그런 식으로. 장난스러운 불신 뒤에는 의뭉스러운 타박이 있다.) 너 실은 그냥 내가 샘내는 걸 즐긴 거지? 그걸 여태껏 말 않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어. 의미 없어 이젠. 애초에 그 낭만도 그냥 말 그대로 낭만이잖아. 현실이랑 낭만 구분하는 건 호그와트 입학하기 전에 진작에 할 줄 알았거든... (얽힌 손가락 내려보기 위해 고개 돌렸다가, 다시 네 쪽으로 고개 든다.) ...아니, 별것도 아닌데... 나서서 부정하는 것도 웃기고... 애초에 네가 지금까지 기억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 ...그렇게까지 샘낼 줄도 몰랐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나는 계속…… 아니다. 내가 의외로 기억력이 좋아. (다소 억울하다는 투로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매 일자로 닫는다.) 현실적인 프롬 파트너로는 잘생기고 깜찍한 빨간 머리 동갑내기가 더 낫다고 말해주면 용서해줄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네가 입 닫자 한쪽 눈썹 삐뚜름하게 올리더니, 잠시 말 고른다.) ...난 역시 프롬 파트너로는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난을 쳐가면서 날 놀랍게 하는 남자애가 좋은 것 같더라. (억지로 한다는 기색 없이, 오히려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말하듯 자연스럽다. 그러고 얽힌 손가락 움직여, 아예 깍지 끼고는.) 나이는 나랑 동갑이면 좋겠고, 머리색은 꼽으라면 빨간색이 좋을 것 같네. 난 빨간색 좋아하니까. (말 마치곤 입꼬리 살짝 올린다.) 귀엽잖아. 안 그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아. (난처함을 가리지 못한 민낯이다. 깍지 낀 손 채로 들어 올려 달아오른 이마의 열기 식히려 들었으나, 달뜬 밤에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 내리 깐 눈꺼풀 안에서 파란 눈동자가 자취 정하지 못하고 흔들린다.) ……너 원래 이렇게 사람을 잘 꾀어? 아니면 나 몰래 애인이라도 만나고 다녔나. 그렇게 말하면 내가 봐줄 수밖에 없잖아. (항복하는 말. 감싸 쥔 흰 손등 위로 입술 묻어 웅얼댄다. 짜증 나….) 귀여운 건 분명 사실일 테지만, 나 네가 기억하는 대로 재밌고 유쾌하기만 한 사람은 못 될걸.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 반응에 입꼬리만 올라간 정도가 아니라, 이젠 아예 작게 웃음 터트렸다. 눈에 띄게 방긋 웃는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평소의 발레리 그레이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흔치 않은 표정이라는 건 알 수 있을 것이다.) 꾀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보였어? 애인은 무슨,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면서. (손등 위에 입술 닿으면 어쩐지 간지러워 손가락만 꼼지락댄다.) 그래? 그럼 넌 어떤 사람인데? 네가 네 입으로 직접 알려줘.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네게로 시선 고정한다.) 재밌고 유쾌한 네 모습 말고도, 내가 모르는 네 모습이 있다면 그것도 알고 싶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응, 그런 것 같았어. 그냥 예상치 못해서… 네가 능란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것 말이야. 수작 아니었대도 넘어간 꼴이 됐네. (역시나 얼굴 전부 가려지지 않는 관계로, 붉은 기운 도는 목이나 네게로 꽂혀서 떨어지지 않는 파란 눈이 남는다. 꼼지락거리는 느낌에 괜히 잡은 손 힘준다.) …난 성실하거나 용기 있지 않고, 너처럼 지혜롭지도 않아. 여기까지는 너도 알겠지만. 삶에 반드시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정의를 두고서도 내 안위를 택할걸. 네가 노력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그걸 쫓아가느니 네 호의에 연명해 이득을 볼 생각이고. ……이거 말하다 보니 고해성사하는 기분인걸. 아무렴, 실망할까 봐 미리 이야기해두는 거야. 이후로는 내가 너한테 기대를 할 것 같거든. 다 알고 옆에 둔 것 아니냐고 섭섭해할지도 모르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능란한 거 아닌데.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았지, 그냥 평소에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잡힌 손에 힘이 들어가면, 맞닿은 손 한번 보다가 네 눈으로 시선을 돌린다. 평소라면 제게 꽂힌 시선이 민망해 슬쩍 피했을 테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네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더니) ...살라자르가 너를 제대로 데려갔구나. 전부 예상한 건 아니지만, 그저 지레짐작하던 걸 네 입으로 직접 들으니까 어쩐지 기분이 묘해. (잠시 간극.) 근데 너는 모르지, 내가 너에 대해 알아가는 걸 얼마나 기꺼워하는지. 그러니 실망할 리가 있겠어. 오히려...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시 닫는다.) ...나한테 기대하는 게 뭔데?내 눈길이나 애착, 내 시간 말고도 나한테 기대하는 게 더 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방금 그 말조차도! 이상한 재능이 있네…. (투정부린다. 팔 내리고 한 걸음 가까워지면, 시선의 궤적은 가파르게 떨어진다.) 오히려, 뭐? 말해. 궁금해지게 관두지 말고. 내가 너한테 기대하는 바야 투명하지. 밑바닥 전부 알고도 수용해주는 것.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건 또 무슨 소리람. (헛웃음 터트리듯 그러다가, 네가 가까워지면 그대로 고개만 천천히 세운다. 뒷걸음질 치거나 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듯 뜸을 들이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떼면) ...오히려 그게 내가 너한테 바라는 바라고. 네가 내 호의에서 이득을 보고, 다른 무엇보다 네 안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한테 밑바닥 전부를 보여주는 것까지 전부 다. 나한테는 오히려 그게 기껍다고 하면 어떡할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난 네가 내게서 네 가족의 특성을 보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정말 의도치 않게도, 당혹스러운 일의 연속이다. 감정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날 것 같아 헛기침을 했다.) 그럼 난 네 곁에 있겠지. 말했듯이 영영. 마음에 드는 결론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부정하지는 않을게.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그런데 어떡해. 네 그런 점까지 다채롭고 좋은걸. 네가 나를 필요로 하고, 네게 바라는 걸 내가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한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너는 모를 거야... (그렇게 말하곤 고개 끄덕인다.) 응. 마음에 들어. 그 말 꼭 지켜. 영영 내 곁에 있겠다고. 이렇게 말해놓고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리지 마. 너는 그러지 마 미미. (그렇게 말하고는 네 가슴팍에 고개 기울이고, 그대로 눈 내리감았다.) 제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약속할게. 난 안 떠나. 나 네 말 잘 듣잖아, 안 떠날게. (빈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뒷머리 천천히 쓸어내린다. 속닥이는 목소리가 낮다. 와중에도 농담을 섞어 요구했다.) 대신 너도 나한테 하나만 약속해. 그래야 네가 좋아하는 형평성에 맞잖아. …힘들 때 말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어. 무리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시간 내달라고 어리광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언질만 해줘. 조금 정도만 의지해줘. 내게 그 정도 알 권리는 있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응.. (쓸어내리는 손길에 조금 안심하기라도 하듯, 그제서야 네게 기댄 몸에 조금 무게가 실린다. 네가 농담을 섞으면 힘 빠지듯 실없이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그럴게. 정말 못 견디게 힘든 일이 생기면 너한테 말할게. ...고마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못 견딜 때까지는 나 안 찾는 거야? 아, 벌써 서운해. 영락없이 매여있는 꼴이잖아. (어조에서 나긋한 웃음기 묻어난다. 내려다보며 매만지는 손길이 차근히 느려진다.) 그러면 그땐 내가 네 기분 풀어줄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지금부터 생각해야겠지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좀 봐줘. 내가 어리광을 부려봤어야 말이지. 그래도 앞으로 내가 힘든 일이 생기면 그걸 제일 먼저 알게 될 사람은 너일 거야. (말하는 내내 그 투는 명쾌하고 밝다. 이내 고개 들고는 "그래서 싫어? "이렇게 물었다.) 난 네가 이렇게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데도. 그래도 그거랑은 별개로 네가 어떻게 내 기분을 풀어줄지는 좀 궁금하네... 넌 항상 여러모로 내 예상을 뛰어넘곤 했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당연히 좋아. 싫기는, 이렇게 물어보는 건 반칙이지. (시선 맞추고 헛숨 뱉는다.) 충분히 좋은 정도로 부족해. 내가 아주 무능하지는 않거든…. 실제로 효능감이 좀 있어야 네가 날 더 찾을 것도 같고. 프랑스에 가서 에끌레어를 사올까? 퇴근 시간에 맞춰서 퀴디치 경기장으로 모실 수도 있고, 아니면 네가 잠드는 동안 인어공주라도 읽어줄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냥 무능하지 않은 정도가 아닌데...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고른 거야? (그러다 잠시 빤히 바라보고는) 나 잠드는 동안에도 같이 있어 주려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래? 우연이네.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랐어. 우리 취향이 닮았나 봐. (뻔뻔스럽게 대꾸한다.) 네가 고드릭 골짜기로 초대만 해주면? ……싫으면 말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뻔뻔해... 에끌레어는 어떻게 설명하려고? (질책하는 투는 아니었다.) ...누가 싫대. 오고 싶을 때마다 와. 졸업하면 플루 가루 개통할 거라고 했지? 그럼 더 편하게 오고 갈 수 있어서 딱 좋겠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가끔은 초콜릿이랑 크림 들어간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 …구경하기에는. 에클레어 예쁘잖아. (시시덕대는 소리.) 어. 마지막으로 간 게 3년 전이었나? 나 그때 네 앨범 구경 다 못했어. 뭐 하고 노느라 시간을 다 썼던 거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구경하기에는? (그 말에 힘 빠지듯 웃음이나 터트린다. 말은 잘한다며 장난스레 타박하기도 했고) 앨범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 ..그러게, 뭐 하느라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갔더라. 그땐 별로 체감 못 했는데, 돌이켜보니까 뭐 때문에 그렇게 빨리 지났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 ...그래도 이거 하나는 기억하지. 너랑 우리 언니랑 죽이 잘 맞았던 거.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가... 보는데 네가 나보다 더 우리 언니 동생 같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응, 너 먹는 거 보고 있을래. (핀잔에도 천진하게 대꾸한다. 실은 미미 그레이스였다는 둥 하는 실없는 소리. 테라스 틈 사이로 들려오던 노래가 멎으면, 자연스럽게 시선 문 근처에 가닿았다가 돌아온다.) 그냥 너랑 있을 땐 항상 시간이 빨리 갔어. 봐, 지금도 그러잖아. (깍지 낀 손 들어 올려 장갑 위로 입술 내린다.) …마지막 곡은 여기서 출까. 영광을 내게 줄 생각이라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러게, 너랑 있으면 늘 그래. 벌써 마지막 곡이네... (아쉽다는 듯 따라서 문 근처로 시선 향했다가, 손등 위로 입술 닿으면 다시 네게 돌리곤 고개 끄덕인다.) 응, 물론이지. ...마지막도 잘 부탁해. 고마워. (그러곤 첫 춤 때와 같이, 왼손은 네 어깨 위로, 맞잡은 손에는 힘을 뺀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다친 곳 있으면 꼭 치료받아. (적당히 밖으로 나간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연회장에 있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멀리 안 나가고 그냥 바로 근처에 있으려고. 머리도 식힐 겸. (그러다가 잠시 너를 살펴보더니) ...다친 곳은 없지? 아까 확인하긴 했지만, 내가 못 본 곳은 없나 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그럼 다행이고. 같이 가. (따라붙는다.) 말끔해. 하나도 안 다쳤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괜찮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괜찮은데, 피곤할 텐데 쉬지 않고. (그래도 거절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연회장 밖 복도로 걸음 옮겼고)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도 다친 곳 없어. 괜찮아. ...다친 것 말고 다른 일이라면, 솔직히 잘 모르겠네... (잠시 간극.) ...미미 넌 괜찮아? 오늘 있었던 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내가 너보단 체력이 괜찮을 것 같다고 전에도 말하지 않았었나? (가볍게 대꾸한다.) 음, 놀라긴 했지. 그래도 괜찮은지 아닌지를 둘로 나누어 따지면 괜찮은 쪽에 가깝다고 생각해. 부활했을 것 같았고, 이런 태도일 줄도 알았고. 아무리 그래도 하찮은 미물 출신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인상 깊었지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건 그랬지... (더 말하지 않고 어깨 가볍게 으쓱인다.) ...생각보다 더...태연하네. 화낼 줄 알았는데. 아닌가, 오히려 너처럼 생각하는 게 맞는 건가...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그럴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어. 미물이라니, 어디서 그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조금 긁히거나 깎이는 정도로 화낼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지. 이런 걸 모두 감수하는데도 날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그땐 좀 열받을 지도 모르지만… 괜찮아, 지금은.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눈썹만 들어 올린다.) 그래도 위대한 공로가 있다잖아. 넌 하려던 거 계속할 거지? ‘권력을 손에 넣는‘ 일 말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걸 감수하거나 괜찮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했는데. (씁쓸한 투로 말하고는) ...응. 계속할 거야.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계획한 거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달려왔는데... (잠시 뜸을 들인다.) ...막상 마주하니까 화가 치미는 거 있지? 그 공로라는 것도.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당신만 아니었다면- 같은 생각이 자꾸 들더라. (힘 빠지듯 실소 터트리고는.) 이제 와서 이런 생각 하는 거 아무 의미 없는데.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넌 화낼 자격 있단 거 아는데, 너무 진 빼지 마. 환멸해봤자 걷는 길이 힘들어지기만 할걸.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돼. 그럼 앞으로도 잘할 테니까. (옆 내려다보고 손 내민다.) 그런 맥락에서 미리 이야기해두는 건데, 혹시 상황이 더 악화하면… 언젠가 날 끊어내도 괜찮아. (성공을 바라마지 않는 사람치고는 냉소적인 평가다. 그 자신의 실패를 점치고 조언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17

...그래, 네 말이 맞아. 내 계획은 앞으로 20년은 더 버텨야 하는 건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겠지... (그제서야 진정한 듯, 크게 한숨 한 번 내쉰다. 그러고는 네가 내민 손 꼭 붙잡았다.) ...언제는 너만 편애해 줬으면 한다고 했으면서. (붙잡은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난 너 안 끊어내 미미. 결국 내가 하려는 일은.. 너를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널 위한 일을 하면서 너를 끊어내는 게 그게 말이 되겠어. ...네가 날 먼저 끊어내는 게 아니라면 내가 먼저 그럴 일은 없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7

원망하지 않겠단 소리야. (손 얽고 시선 내리깔았다. 내려다본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리야. 네가 성공하기 전에, 내가 버티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널 기다리지 못하고 말이야…. 그래도 편애해줄 거야?

 

 

 

성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어휴, 이런 데서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많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아주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심란하긴 하네. (힐끔 네 쪽 보다가.) ...나도 별로 안 보고 싶었던 건 아니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저 너머 모인 얼굴들 읽다가, 옆으로 시선이 돌아온다.) 솔직하게 말해? 여기선 안 보고 싶었지.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음, 이런 반응도 예상했고. (그 말에 슬쩍 시선 돌리는가 싶더니) 왜, 그래도 이제라도 같은 곳에 설 수 있어서 난 좋은데. 게다가 네가 밖에서 날 만나주는 것도 아니었잖아. 아니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어떻게 널 찾아가겠어? (고개 돌리지 않고 응시한다.) 반갑지 않은 게 아니라, 위험하잖아. 알면서 왜 고집을 부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네가 계속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때 고드릭 골짜기에 찾아왔을 때 거절 않고 잡아 가둬두는 거였어... (살벌한 소리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그러곤 네 쪽으로 고개 돌리더니) 그럼 넌 안위험하고? 내가 지금 단순히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는 거 알면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이제야 하는 소리지. 그때는 너도 나 보기 싫어했잖아. (건조하게 대답한다.) 내가 운이 꽤 좋더라고. 여태껏 죽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런데 넌 내내 이런 일과 관련 없이 살았잖아. 머글 사회에서도 잘 지내는 것 아니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나는 그때 네가 보기 싫었던 게 아니었어. 그때 했던 말도 진심이 아니었고.(건조한 대답에 어쩐지 속이 쓰렸다.) ...널 진심으로 원망한 게 아니야. 그때 내가 가장 탓하고 싶은 사람은 나뿐이었어. 네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 바로 하고, 천천히 떨군다.) ...그 운이 마지막까지 계속되었으면 좋겠네. ...잘 지내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평생 여기를 외면하려던 건 아니었어. 내 손으로 직접 마무리 짓고 싶기도 했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딱히 달래지 않아도 돼.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진 나도 아니까. 오히려 네 잘못이 뭐가 있다고 그래. 네가 최선을 다한 걸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 (뒷목 주무른다.) 마무리 짓고 싶었단 건, 역시 복수 이야길 하는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단순히 너 달래주려고 그냥 하는 소리 아니야. 그런 걸로 따지면 너도 네가 했던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거 나도 알아. (네 대답에 울컥한 듯, 조금 날 선 투로 대답했다. 그러곤 곧바로 후회했다. 아, 이게 아닌데. 연신 마른세수만 한다.) ...응. 복수이기도 하고, 언니가 하려던 일을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그거라도 해주고 싶어서. (한참을 손에 고개 파묻고 그렇게 말하다가, 다시 손을 뗀다.) ...그러니까 나 말리지 마. 너도 내가 너 걱정된다는 이유로 말려도 여기서 안 멈출 거잖아. 그렇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럼? 정말 그립기라도 했단 소릴 하려고? (뜻밖에 어투는 담백했는데, 그 속에 담긴 감정 본인도 다 짐작하지 못한 탓이다. 옆으로 몸 틀었다. 이제 시선이 곧다.) ……그래. 내가 널 말릴 수 있었으면, 애초에 그 편지를 교장 선생님께 전해주지도 않았지. 대신 하나만 약속해. 기어이 여기까지 왔으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겠다고 말해. 또 구하지 못했다간 성공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어, 그리웠어. (네 말 한마디에 애써 어르고 있었던 마음이 다시 마구잡이로 헤집어졌다. 평소처럼 말을 고를 새도 없이, 날것의 진심 한마디만 그대로 툭 튀어나왔다.) ...언제는 안 떠나겠다더니 마법부 나오자마자 연락 끊긴 것도 야속했고, 언니 일 있고나서 내가 너한테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걸 두고두고 후회했어. 머리로는 네 행동이 충분히 이해됐지만, 늘 그래도-싶은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무는 바람에 마음 다잡은 것만 수십번이고, 네가 고드릭 골짜기에 찾아왔을 때 제때 사과하지도 못하고 너랑 다시 제대로 마주할 기회까지 그냥 흘려보낸 게 속상했어. (숨 쉬는 것도 잊고 지금까지 조금씩 쌓여왔던 그리움이나 서운함을 한 번에 토해냈다. 말하는 내내 시선은 네게 곧게 향해있었다. 이게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그런 걸 따져가며 너를 배려하기엔 9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넌... 아무것도 몰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그런 식으로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와중에... 어떻게든 다시 바로 잡고 싶어서 내가 어떤 심정으로... 하필 너한테 그 편지를 보냈는지. (그렇게 말을 마치자, 내내 네게 향했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상대를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을 거야. 끝까지 살아남아서 전부 마무리 짓고 고드릭 골짜기로 돌아갈 거야. ...그러니까 너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살아남아. 그 좋은 운 좀 여기서도 발휘해 봐. 나야말로 너까지 이런 식으로 떠나보냈다간 정말 더 못견디게 생겼으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비합리적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나랑 엮여서 좋을 것 하나 없었잖아. (비합리, 비효율, 감정적이고 감상적이다. 숨 들이켤 틈도 없이 이어지는 말들에 이를 악물었다가 놓았다. 영영 떠나지 않겠단 약속만큼 비이성적인 것도 없다.) 언제든 나랑 연락한 정황이 있었으면 단순 퇴출로 끝나지 않았겠지. 그 계획이 실패하든 말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너한테 미리 말해줄 생각 없어. 실제로 내가 부족하기도 했고, 줄리아가 돌아오지 않는 데에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야. 그런 마당에 네가 나를 원망하는 일에 있어서 사과할 구석이 대체 어디에 있는데? 그러니까 진작에 끊어내란 말 했잖아. 왜 그리움 따위를 품어서 네 감정을 낭비해…. (모질게 씹어뱉던 문장이 멎는다. 눈시울 붉어진 것을 보고선 목이 막혀온 탓이다. 부채감 내지 애틋함이 숨관을 틀어막는다. 잠시 정적. 말 없다.) 말해. 내가 뭘 모르는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래, 알고 있어 비합리적이라는 거... 그래서 내내 그런 마음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안했던 거야. (그런데도 이제 와서 뒤늦게 쏟아내는 이유는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약간의 충동이었다. 눈 한번 꾹 감았다 떴다. 다시 네게 시선 바로 둔다.)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알고, 네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제일 원망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내 감정 하나 못 추슬려서 잠시나마 너를 원망한 게 늘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사과하고 싶었어. 너를 원망한다고 언니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고. (각자의 사정 모두 알고 있었고, 머리로도 전부 이해했다. 그러니 너를 원망할 이유는 제겐 없었다. 그 원망의 크기보다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낭비? 내가 널 그리워했던 게 내 감정을 낭비한 거라고? (하, 헛웃음 터트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끝내 목구멍 밖으로 나오는 일 없다. 잠시 입만 달싹이더니)

...말 안 할래. 이것도 비합리적이기는 매한가지라, 네 말마따나 감정 낭비 안 하려면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거든. ...이제 와서 네가 안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이미 지난 일을. 안 그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래, 낭비한 거라고. 아직도 그 소중한 사람 테두리 안에 날 넣어둘 생각인 거잖아, 너. 세상엔 자격 미달인 사람도 있는 법이야. 다른 건 다 네가 ‘대단히 자비로운’ 태도로 용서해준다고 치더라도, 어차피 내가 용납하지도 못해. 널 못 만나는 동안 여러 생각을 했거든…. (맹세를 어긴 일이나 네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은 일에 관해서. 늘 자기애에 빠져 사는 사내에게도 그간 흠이 몇 생겼다. 실패가 격의를 쌓아올린다. 다만 문장 끝맺을 때엔 네가 정말 감정 거두는 상상을 했고, 밀려드는 섭섭함에 입을 잠시 다물어야 했다. 마음과 생각이 크게 불일치해서, ‘지난 일’이란 표현에 이르렀을 때엔 시선 피했다.) …네 말이 맞다. 지난 일이지. 그러니까 마음 쓰지 마. 네 몫의 행운이나 챙겨. 내 징표는 전부 너 줬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너, 내가 너를 고작 그런 마음으로... (결국 목이 메여 다 끝맺지 못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에 낯설어할 새도 없이, 흐려지는 시야에 고개 푹 숙였다. 그렇게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 얼마 안 가 손으로 눈가 몇 번 문지르고 고개 들었다. 미처 닦지 못한 물기가 남아있다.) ...그래? 그럼 됐어.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바라는대로 이제 낭비하는 일 없을 거야. 그게 네가 나한테 바라는 거면 마지막으로 들어주지 뭐. 아주 자비롭게. (그 말을 끝으로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이어지는 말에는 한숨 깊게 내쉰다. 아,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쓸데없는 짓을 했네. 그것도 엄청 비겁한 방식으로. (지팡이 꺼내든다. "오르치데우스." 언젠가처럼 그렇게 주문 외워, 이제는 익숙한 흰 꽃다발 하나 만들어낸다. 곧 목에 걸려있는 것들 중에서 짧은 쪽 목걸이를 거칠게 뜯어내더니, 꽃다발과 함께 그대로 네 쪽으로 떠넘기듯 품에 안겨준다.) ...내 앞가림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런 건 너나 챙겨. 너나 잘해 디미트리오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을 실감하기 어렵다.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나 끝을 고하는 말, 익숙한 마법 주문이 들릴 때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겁에 질려서 뱉었고, 배반감을 느낄 주제도 되지 못했다. 한데도 우습게 환멸을 느낀다. 다른 이름으로는 외로움이다. 속절없는 염증에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치밀었으나 발이 움직이는 일 없다. 해서 가만히 네가 예의 그 꽃다발 만들어내는 장면 모두 지켜본다. 목걸이 뜯어낼 때에 이르러 얼굴 구겼다.) 상처 나잖아. (뇌까리는 소리. 모두 되돌려주려던 손 붙잡았다. 흰 목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 울지 말고. (빈손이 검은 머리카락 안쪽으로 파고든다. 줄이 남긴 붉은 자국을 엄지로 쓸었다. 여전히 시선 고정한 채로 낮게 읊조린다.) 내가 비겁한 자식인 게 한두 해 일도 아니고. 안 돌려받을 거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손 붙잡히면 그대로 움찔 떤다. 머리로는 곧바로 내치는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목에 손 닿으면, 그제서야 고통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그 손 또한 쳐내지 못했다.) ...이럴 때만 이러지. 가져가. 네가 안 가져가면 아예 버릴 거야. (붙잡힌 손 다른 손으로 떼어낸다. 곧바로 쳐내지 않고, 이젠 아예 네 손에 직접 쥐어주었다.) ...정말 다 돌려주고 싶으면, 이 일 다 끝나면... 얼굴 마주 보고 직접 돌려줘. 그땐 나도 거절 안 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럼 상관이 없나? 이게 다 무슨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 안위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는데? (신경질적인 의문이 목울대를 긁는다. 머트랩을 찾아야겠다. 밴에 두고 온 구급 상자 따위가 아쉬워져 입술을 짓씹었다. 손에 꽃다발과 목걸이 들리면 그제야 시선이 흰 제비꽃으로 떨어진다. 황망한 기분이다.) …나는 네가 걱정돼. 네가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편지를 보내고 마법 세계에 돌아왔는지도 이해가 안 되고, 계속 그게 신경 쓰여서 번거로워. 그런데도 너를 말릴 수 없다는 게 환멸이 나. 만약에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면? 행운 따위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이 오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넌 내가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거 상관할거라고 생각해? 내 안위 신경 쓰다가 일 그르칠 생각 없으니까 뻔한 걱정 하려면 그냥 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너나 잘하라고. ...그런데 너야말로 이게 뭐야? (한껏 날카로운 대답이 이어진다. 다쳐온 모습에 울컥 부아가 치밀어서.) ...그게 왜 신경 쓰이는데? 굳이 신경 쓰지 마. 네 말대로 번거롭잖아. 이제 보니 감정 낭비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하고있는 거였네. (잠시 숨을 고른다. 이늑고) ...그럼 난 너에게서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겠지. ...근데 상관없어. 그런 이유로 돌려받지 못하는거라면... 그땐 나한테도 의미 없는 거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상관 안 할 것 같으니까 내가 그 뻔한 걱정을 하는 거잖아…. 난 이딴 거 익숙한데, 네가 다치는 일에는 적응하고 싶지 않아. 신경 쓰거나, 번거롭게 느끼는 일을 관두고 싶지도 않다고. 무정해지는 게 가능했으면 진작 그렇게 했어! (핏발 세워 날카롭게 외치고 잦아든다.) 그게 왜 신경 쓰이냐고? 그럼 난 계속 받는 쪽이어야만 해? 아직도 나는 너한테 일말의 책임이 없어? 나한테 만회할 기회 정도는 줘도 되는 거잖아, 리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럼, 좀 무섭다고, 겁난다고 하고 이런 생채기 하나에 엄살이라도 피워주면 덜 신경 쓸래? (네가 소리쳐도 여전히 덤덤하다. 그 말에 잠시 고개 한 번 돌리고, 작게 한숨 내쉰다. 고개 다시 바로한다.) ...네가 말하는 나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 줄리아 그레이스가 내 언니라는 이유에서 비롯된 거라면, 난 이미 몇 번이고 말했어. 네 탓 아니라고. 탓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나는 그냥... 네가 그 부채감 때문에 이렇게 무리하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그러니까, 애초에 너는 나한테 만회할 게 없었다는 거야. 그런데도 굳이 뭔가 하고 싶다면, 아까 말했듯이 다 끝나고 제대로 얼굴 마주 보고 해. 내가 이제 너한테 바라는 거 딱 그거 하나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어, 제발.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 시시콜콜한 생채기에도 겁먹는 애였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신경줄 위에 올려두는 일 멈추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마른 세수했다. 손에 쥔 것이 무겁다.) 죄책감이 전부였으면 이렇게까지 말 안 했을지도 몰라. 그게 없다곤 못하고, 여전히 너랑 이 부분에선 이견을 좁힐 수 없는 데다가, 무리하고 있지도 않지만. 난 그냥 한참 전부터 그러고 싶었어…. 줄리아를 잃거나 내가 널 떠나기도 전에, 기대해도 된다고 네가 허락해준 날부터 계속. 똑같이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잖아. 그냥 가끔은 너도 받기만 하면 안 돼? 내가 널 좋아하는 것 정도는 그냥 용납해주면 안 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래? 그럼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어, 그럴게. 참고할게. 나중에 성가셔하기나 하지나 말았으면 좋겠네. (그럴 생각도 없는 주제에 마구 지껄이기나 한다.) ... ...다른것도 아니고 그걸 용납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내가 네 생각하는걸 낭비라는 말을 했어...? (눈가 다시 찌푸린다. 달싹이는 입술 질끈 깨물었다가, 손으로 제 머리 아무렇게나 마구 쓸어넘긴다.) ...네가 뭘 모르는지 물었지. 내가 어떤 심정으로 너한테 그 편지를 보내고, 그 긴 시간동안 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너는 정말... (애써 덤덤히 말하려다 결국 실패한다. 다시금 먹먹함이 차올랐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그 한참 전부터 그냥... (한심할 정도로 두서없이 말 늘어놓는다. 한참을 그렇게 더듬다가, 어렵게 한마디만 내뱉는다.) ...그냥...다른거 상관없이 내내 네가 필요해서...그래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널 성가셔할 리가 없잖아. 네 말대로 다른 것도 아니고, 마음 좀 받아달라고 애원하는 처지에서. 낭비라고 표현한 것도 주워담을 생각 없어. 너랑 내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눈살 찌푸리는 것 쳐다본다. 그 자신과 엮여서 좋을 것 하나 없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혹시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인력으로 작용하여 너를 이 전장까지 끌어들였을까 봐. 혹은 그게 제 죄목을 덮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다만 필요라는 두 음절은 생각하지 못한 단어라서, 얼이 빠진 채로 되묻는다.) 내가, 네게? 왜, 아니다…. 언제부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너랑 내가 다를 게 뭐가 있는데? 나도 지금 너한테 애원하는 거야. 내 마음 좀 받아달라고. 지난 날에 지키지 않았던 만큼 이젠 정말 예전에 했던 약속 좀 지켜달라고... (곁에 있어 주겠다며. 그렇게 말하고 결국 양손으로 제 얼굴 덮는다.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서러움이 차올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제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곁에 있고 엮이고 싶어서. 네가 짊어지고 있는 것 까지 같이 짊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네 부재를 실감했을 때부터. 항상 있었던 네 편지가 더 이상 오지 않았을 때나, 기쁜 일이 있을 때나,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나, 가장 평화로웠던 때 전부. 난 그냥 다른 거 다 안 따지고... 네가 좀... 그런 순간마다 내 옆에 있었으면 했어. ..그래서... 네가 오지 않는다면 그냥 내가 너한테 가야겠다 싶어서... 하필 너한테 그 편지를 보낸 거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 (잠시 말 없다. 자신이 감히 그래도 되는지, 혹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궁금한 것이 많은데 내뱉지 못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네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음에도 덜컥 되묻고 싶은 마음이 치민다.) 나 봐. (팔 잡아 끌어내린다. 낱낱이 고하고자 하는 말이 영글기도 전에, 다소 충동적으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조급하다.) 네가 괜찮으면.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할게. 영영 곁에 있겠단 그 약속 지킬 테니까…. 실은 그러고 싶었어. 마법부를 떠나거나 매번 쓰던 편지를 관둘 때에도. 네가 머글 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걸 확인한 뒤에도 줄곧. 그러니까 같이 돌아가. 이번 일이 지나고 나면 전부 끝이잖아. 약속 어길 이유도 이제 없어. (네 안위와 신변을 책임질 수 없다는 불안이 이 순간 옅다. 끝내 아뜩하게도 전부 실토한다.)

무척 보고 싶었어, 사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범생.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말을 마치고 연신 눈가를 문질렀다. 어떻게든 멀쩡한, 적어도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네가 팔 잡아 내려도 고개 떨구고 있다가, 뒤이어 들려오는 네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잔뜩 빨개진 눈가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정말? 정말이지? (그리고 네 입에서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두 팔 뻗어 네 목을 끌어안았다.)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썽꾸러기. ... 이번에는 꼭 지켜. 우리 꼭 같이 돌아가자, 고드릭 골짜기든, 더럼이든, 런던이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와락 안겨오는 것을 거부 않고 등 수그린다. 잠시 실감하지 못해 우두커니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등허리 안았다.) 그래, 정말이야. 울지 말라니까…. 내가 잘못했어. 널 생각한다는 게 더 너를 힘들게 할 줄은 몰랐지. 네가 그렇게 날… 용서할 줄도 몰랐고. (느리게 토닥이는 손길. 함께 속닥인다.) 그 별명 오랜만에 듣네. 역시 고드릭 골짜기가 좋지? 평생 거기 있고 싶어했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렇게 한동안 네 어깨에 고개 묻고 소리내어 울다가, 네가 토닥이면 점점 잦아들어갔다. 코 훌쩍이는 소리까지 들리고 나면, 먹먹해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가 아무리 의젓해지고 달라져도, 나한테는 평생 말썽꾸러기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개 작게 끄덕였다.) ...응. 거기 있고 싶어. ...하지만 네가 다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난 거기도 좋아. ...너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을 거 아니야... 그렇지?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언제는 달라지는 대로 그것도 좋다더니. (이제야 힘 빠진 목소리로 농담한다. 품에 안은 채로 등만 펴서 얼굴 확인한다. 눈물 자국 엄지로 문질렀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항상 우리 아지트였는데 말이지. 더럼은 이제 고향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해졌고. 고드릭 골짜기에 해먹만 달게 해주면 안 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달라지는 모습까지 다 좋지. ...언젠가 네가 점잖아져도 나한테는 그럴 거라는 소리였어. (네가 농담하면 결국 작게 웃음 터져나온다. 가만히 네 손길 받고 있다가) ...우리 아지트가 아직도 남아있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는데. ...잠깐 가볼래? 다른 학생이 차지했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그러다 잠시 간극. 어깨에 두르고 있었던 손 조금 꼼지락거리더니.) ...해먹만 달아주는게 아니라, 아예 방 하나도 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점잖아지는 모습은 나도 상상이 어렵긴 한데… 그래, 귀엽게 봐줘. (잠시 손 멈추고 생각한다.) 아마도? 십 년 사이에 우리 마법을 파훼할 새로운 사고뭉치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직접 확인해볼까. (대답하고서도 한동안 멀거니 있다가, 등 옹송그려 네 어깨에 얼굴 묻는다. 힘주어 끌어안고 나서야 놓아줬다.) 나 몰염치하고 파렴치해. 나중에서야 후회한다고 쫓아내면 곤란한데.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응, 오랜만에 가보자... 언젠가 한 번쯤은 와서 확인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같이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네... (멀거니 있으면 고개 돌려 얼굴 보려다가, 어깨에 얼굴 묻으면 말 없이 네 머리 쓰다듬었다.) ...그거 알아? 난 네가 몰염치하고 파렴치하게 굴 때가 좋더라. ...그러니까 쫓겨날 걱정은 안 해도 돼. 쫓아내기는 커녕... 나중에 가서 다른데 살겠다고 해도 안 보내줄 거거든...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느리게 3층 향해서 걷는다.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발은 위치를 기억하는데, 머리로 받아들이는 경로가 생경하다.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동안 꽃다발은 사라졌으나, 끊어진 목걸이가 걸을 때마다 손안에서 달랑거렸다. 석상 앞에 서서 쳐다본다.) 암호 기억해? (웃는 소리 잠깐 이어진다.) 아까 가둬둘 걸 그랬다는 말이 아주 빈말은 아니었나 봐. 사는 동안 대가로는 뭘 받을 생각인데? 내가 보기에 넌 주는 것 말고 받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거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당연히 기억하지. (석상 앞에서 지팡이 한 번 휘두르고, 망설임 없이 주문 외운다. ‘나는 고드릭 골짜기부터 테살로니키까지의 거리를 안다.’ 천천히 공간 열리면, 봤지? 라고 말하는 듯 네 쪽 보고 작게 웃었다.) 응. 거의 진심이었어. 그래서 곤란해? ...딱히 뭘 받고 싶어서 제안한 건 아닌데, 뭔가 해주고 싶다면...음, (잠시 고민하다가) ...아침마다 내 머리 묶어줘. 내가 지금 묶은 것처럼... ...일단 그것부터 받아볼게. 어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똑똑이. 잊었을 줄 알았어. (마주 입꼬리 올리고서는 안쪽 들어간다. 오래된 먼지 냄새와 책 냄새, 익숙한 포스터와 개어둔 담요…. "아무도 없었나 본데." 확신한다.) 곤란할 것도 없지. 방치하지만 마. 내가 또 외로움을 무척 타잖아. (검은 머리카락에 매달린 리본 힐끔 본다.) 빠짐없이 매일 해줄게. 대신 오랜만이라, 다시 익숙해지는 데엔 꽤 시간이 걸릴걸. 한동안은 엉성해도 좀 봐줘. 땋아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잊을 리가 있나. 우리 둘만 아는 건 데다가, 난 너랑 있었던 일들은 웬만하면 다 기억하고 있거든. 일부러 안 잊으려고 한 것도 있었고... (천천히 내부를 확인했다. "그러게, 정말 그대로네." 라고 대답하고 나서도 한동안 추억에 잠기기라도 한 듯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지팡이 작게 휘두르고 주문 외웠다. "테르지오." 오래된 먼지 사라지는 모습 보다가, 다시 네 쪽으로 고개 돌린다.) 음, 어떻게 하면 네가 안 외로울까... 너는 내가 받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고는 했지만, 내가 오라고 한 이상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할 것 같거든. (이내 가볍게 손등끼리 톡. 부딪히게 한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네가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응, 지금 이렇게 땋아서. 엉성해도 당연히 괜찮아.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미미 파블라디스 과목으로 시험이라도 칠래? 나는 관대하고 편파적인 감독관이니까, 몇 개 틀려도 O를 줄게. (소파에 걸터앉아서 네가 마법 부리는 것 지켜본다.) 내가 바라는 건 십 년이 지나고서도 똑같지. 네 눈길, 애착, 나를 위해 소모하는 시간. 책임질 테면, 밀린 편지만큼 데이트해줘. 이번에는 다른 곳에 정신 팔지 말고. (손등 닿으면 깍지 껴서 고쳐잡는다.) 네 회사 동료들이 보고 웃을 것 같은데. 이브네 회사 다니는 거지? 어느 정도 들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럴까? 그런 시험이라면 몇 개 틀리는 게 아니라 다 맞아야지. 음, 그래도 10년 동안 달라진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부분만 좀 공부할 시간은 줄 거지? (깍지 낀 손 마주 잡는다. 따라서 소파에 앉고는) 그거야 이제는 너무 당연한걸. 네가 원하면 난 더한 것도 해줄 생각이었는데... (맞잡은 손가락 틈으로 꼼지락대듯 문지른다.) 정신 안 팔고 너한테만 집중할게. 예전에 정신팔았던 것까지 다 포함해서... 하루 이틀 데이트 하는걸로는 안 끝나겠네. (고개 끄덕인다.) 맞아, 에블린이 이래저래 많이 도와줘서 저쪽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어. 일하는 것도 즐거웠고... 음, 웃으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남자가 나를 위해서 묶어준 거라고 하지 뭐. 그럼 아무도 뭐라고 못 할걸...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더한 게 뭔지 물어도 되나? 내가 너보다 상상력은 뛰어나다고 자부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 (시선 위에서 옆으로 돌아간다. 손장난 치는 와중에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난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공부 범위가 크진 않을걸. 너랑 연락 끊긴 이후로는 거의 혼자였으니까, 바뀔 것도 없었거든. 말고 네 얘길 해줘. 그 뒤로도 마법부에서는 괜찮았는지, 머글들이랑 일하는 게 불편하진 않은지 같은 거. 요즘 좋아하게 된 음식이나, 특별히 갖게 된 취미는 없는지 알고 싶어.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는 수식어 내게만 주는 게 맞는지도 궁금하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네가 물으면 잠시 음, 하고 고민하다가, 네 쪽으로 시선 힐끔 던지고 다시 다른 쪽으로 돌리며 입 뗐다. 조금 머뭇거리나 싶더니) ...남아있는 내 시간을 다 너한테 내주는 거. 시간뿐만이 아니라, 음... (무어라 더 말하나 싶더니, 괜히 어물거리며 말 마쳤다. 아무튼, 그렇다면서.) 나? ...음, 마법부에서는... 열심히 일하긴 했지만, 일하면서 별의 별 못볼 꼴 다 봐서 그런지...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 지쳤던 것 같아. 머글들이랑 일할 때가 오히려 즐거웠어. 에블린이 있어서 나를 전부 감출 필요가 없기도 했고. ...그리고 한동안 자주 다니는 펍이 있는데, 거기서 혼자 술 마시면서 모르는 사람들이 떠드는거 구경하는게 즐거웠어. 학교 다닐 때 시끌벅적했던 연회장이 생각나서 그런가...거긴 나중에 같이 가자. 너도 분명 좋아하게 될걸.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는 수식어는 너한테만 주는 것도 맞아. 적어도 나한테는 네가 그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염치없단 주의사항을 이미 고지했던 것 같긴 한데, 돌아갈 때까지만 번복할 기회를 줄게. 생각 바뀌면 그 전에 말해. 이후로는 안 봐줘. …그리고 그게 정말 괜찮으면, 그땐 내 전부도 가져가. 그게 형평성에 옳지 않겠어. (느리게 말 시작한 것치곤 담백하게 맺는다.) 혼자 펍엘 다녀? 사람 구경이라니, 특이한 취미가 생겼네. 데려가 줘. 나야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좋아하니까…. 성실히 공부하는 일은 제외하고. (시원스럽게 웃는다.) 혹시 샘내야 할까 봐 긴장했어. 질투하는 것도 꽤 힘든 일이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당연히 숙지하고 있었지. 번복할 일 없으니까 부디, 제발 그래 주길 바라. ...이미 오랫동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야. 난 그래도 좋아. 정말로. (깍지 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네가 웃으면 따라서 웃음 터트리곤) 퇴근하고 감자튀김 먹으면서 맥주 마시는 게 좋기도 했거든.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들리고. 예전에 샀던 장난감이라도 챙겨와야 했나 싶을 정도로. 엿듣는게 좋지 않은 거라는 건 알지만...아무튼. (그래, 같이 가자. 흔쾌히 대답하고, 공부하는 일을 제외한다는 말에는 괜히 옆구리 안 아프게 찔렀다. 뒤이은 말에는 눈 한번 깜빡이더니.) ...샘을 내? 질투하는 건 또 뭐고. 뭔데, 말해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사실 이거 다 내 백일몽인가? 어제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는데. 난 그 오랫동안 네가 날 꺼릴 줄 알았어. 그래서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는, 잘 믿기지가 않네. (손 잡아당겨 제 뺨에 가져다 댄다. 실감하는 모든 현실이 낯설다.) 늘어나는 귀 말이지. 네가 그걸 생각해낼 정도로 장난에 익숙해졌다는 게 감탄스럽다. 네가 원한다면 슬쩍 챙겨가는 건 일도 아니야. 엿듣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지만, 음… 어차피 우린 대단히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는 불사조 기사단인걸. (옆구리 찔리면 과장스럽게 반응한다. 밉지 않게 눈 흘겼다.) 어, 입에 발린 말에 재능 있는 우리 리야가 혹시 내게 말고도 줄곧 이런 표현을 사용했을까 봐. …자그마치 구 년이잖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우리 미미는. 앞으로도 그럼 계속 알려줘야겠네, 네가 믿을 수 있도록 말이야. (손 그대로 내어준다. 이어서 다른 한 손도 네 뺨에 가져다 대곤, 천천히 쓰다듬으며 네 얼굴을 살펴보았다. 눈 아래의 흉터나 혹여 그사이에 달라진 모습이 있는지 찾아보듯.)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 뭐... 그래, 이왕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엿듣는 정도야 아무렴 어때... (눈 흘길 때까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눈치였다가, 네가 뒤이어 말하면 그제서야 눈치챈 듯 아. 하고 짧게 소리 낸다.) ...너 말고는 없어. (그러다 잠시 시선 데록 굴리다가) ...잠깐 음, 그래. 자그마치 구년이었으니까 나도 거짓말은 못 하겠지만... ...이런 표현 쓰는 건 너밖에 없어. 입에 발린 말이나, 너 달래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간지러워. (겉면보다는 마음이 그렇다. 손끝이 흉터 스칠 때면 어리광이나 부린다.) 이유야 많았지. 게다가 난 널 좋아했잖아. 날 불안하게 하는 유일한 사람도 당연히 너였다고. 줄리아의 계획이 성공한 뒤에, 그다음에 있었던 일을 전부 실토하는 상상을 줄곧 했었어. 네 안전을 위해서도 미리 귀띔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게 다 무용해지고 난 뒤에는…. (문장 잦아든다.) 그래, 너 빨간 머리 좋아하잖아. 아니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가볍게 환기한다. 농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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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광 부리면 따라서 장난치듯 부러 손끝으로 뺨 간지럽힌다.) ...내가 정말 그런 이유로 너를 꺼렸다면, 이렇게 돌아오고 나서도 다시는 너를 안 봤을 거야. 미미, 난 좋고 싫은 거 확실하게 구분해. 싫은 건 확실하게 무시하고, 번거롭게 내 감정 쏟지도 않아. 그만큼 나한테 의미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불안해하지 마. 너는 그냥... 나도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것만 생각해. (다시 한껏 네 뺨 문지르고, 손 뗀다. 농조로 말하면 조금 웃더니) 그래, 난 역시 이 빨간색이 제일 좋아. 남들 눈에는 비슷해 보여도 나는 빨간색이 아니면 안되겠어. (이내 머리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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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손가락 깨무는 시늉이나 한다. 엄지 아프지 않게 물고 나서야 관뒀다.) 그럼 연락 끊겼던 것도 용서해주나? 그 정도로 내가 예뻐죽겠으면. (이미 몸이 반쯤 틀어진 채다. 네가 머리 헝클어트리도록 내버려두었다가, 고개 두어 번 흔들어 가라앉혔다.) 하긴, 너 목도리도 빨강 그거 계속 쓰잖아. 앞으로 염색은 말아야겠다. (내용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목에 닿는다.) 목걸이는 고치지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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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깨물면 쿡쿡 웃으면서 네 콧잔등 한번 툭 치고 말았다.) 그건... 이미 반쯤 용서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정할래. 이 정도 짓궂게 구는 건 봐줄 거지? (시선 목에 닿으면, 아까 났던 상처 손으로 조금 문지른다.) 음, 아니. 그래도 너한테 받은 거니까 고쳐서 다시 하고다닐래. ...근데 지금은 말고, 이 일 다 끝나고 나서. 고쳐서 네가 직접 다시 걸어줘. ...그래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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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한테 너무 약하다니까. 잘할게. (코 치고 도망가는 손목 끌어당겨, 손바닥에 입 맞춘다.) 어, 내가 못 본 사이 개조와 수리 마법에는 아주 능통하게 됐거든…. 걸어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거 십 년도 전에 줬던 것 같은데. 더 예쁜 걸로 걸어주면 안 돼? (상처에서 시선 못 떼다가, 겨우 주변 둘러본다.) 다치지 마. 신경 쓰인다. 여기 어디 머트랩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건 안 가져다 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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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너도 마찬가지면서. (손목 붙잡히면 순순히 있는다. 간지러운 느낌에 일순 움찔했고.) 프리스비 개조를 그렇게 열심히 하던 게 이렇게 빛을 봤구나. ...그럼 수리만 하고 따로 잘 가지고만 있을게. 사실 이것도 좋지만... 네가 주는 건 앞으로 다 받기로 했으니까 그것도 받을래. (잠시 둘러보더니) 음, 서랍 어디에 몇개 둔 것 같긴 한데... ...너무 오래전에 가져다 놓은 거라 괜찮을지 모르겠네. ...괜찮아, 나중에 천천히 치료해도 돼. 미안, 내가 괜히 욱해서 너 신경 쓰이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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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해서 나쁠 것 없단 거지…. 음, 전쟁에서 이겨도 사법부가 날 잡아가지는 않겠지? 허가 없는 탐지 불능 늘이기 마법 사용 그런 죄목으로. 아즈카반에 가는 건 곤란하게 됐는데. (움찔이는 것 보면 입술 붙인 채로 웃는다. 꼭 전부 받아야 한단 당부 덧붙였다.) 나한테 화내는 것만 아니었더라면 그것도 화끈해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을 거야. 음, 그럼 불안하니까 이따가 본부에 있는 걸로 치료할까. 마법약 좀 남은 것 같던데 슬쩍 해오지, 뭐. 흉질까 봐 그래. (틈.) 내가 두고 간 건 언제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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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의 승리에 공헌했으니까 잡아가지는 않을 거야.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내가 너 아즈카반 가는 거 보고만 있을 것 같아? 내가 한동안 무슨 일 하고 살았는지 잊은 건 아니지? (따라서 마주 보고 웃는다. 그러겠다며 고개 끄덕였고.) 아하, 그런 걸 좋아하는구나? 흐음, 잘 알겠어. 긴 머리랑 화끈하게 구는 게 취향이라는거. (언젠가 나눴던 대화 떠올리며 괜히 그렇게 말했다.) 응. 남는 게 있다면. (잠시 간극) ...꽃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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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너만 믿을게. 솔직히 이 정도 고생했으면 그 정도 면책특권은 있어야지. 내가 멀린 훈장까지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받으면 좋겠지만. (속물적인 생각 숨길 마음도 없이 읊다가, 문득 말 멈춘다.) 솔직히 좋아하기야… 하지. 혹시 내 취향 반영해주려는 의도라면 어려울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개 끄덕인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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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받고 싶다면 받아야지. 내가 그럴 수 있게 해줄게. (속내 그대로 털어놓으면, 도리어 너를 보는 눈에 안광이 돈다.) 왜? 까다롭기라도 해? 내가 꼭 전부 반영한다는 건 아니겠지만, 조금은 참고하려고 했는데. 취향이 뭔데 그래, 한 번 말이라도 해봐. 넌 내 취향 다 알고 있잖아. (이내 회상하듯 잠시 말이 없다가) ...처음엔 몰랐어. 이걸 누가 가져다놨나 했는데, 그땐 막연하게 네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네가 진짜 가져다준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 일부러 네 생각 안 하려고 하기도 했고. ...나 혼자 설레발치는 것도 웃기잖아. (픽 웃었다.) 아까 네가 한 말 듣고 깨달은 거야. 그게 진짜 너였구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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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보다 더 적극적인 것 같은데. 권력욕이 아직 남았어? 이왕이면 힘써서 1급으로 부탁해. (잠시 뜸 들이다가 대답했다.) 꼼꼼하게 구는 버릇이나 입꼬리 실그러지는 얼굴, 안았을 때의 부드러운 느낌, 내가 얌체같이 굴었을 때 흘겨보는 눈. 물론 은회색이 가장 좋고. 그게 의도해서 맞출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은데. 내 취향이야 항상 너지. 어렸을 때는 끝내 실토한 적 없나? 길게 풀어내린 머리도 너 때문에 좋아하게 됐을걸. 네가 그 기준인데 참고를 어떻게 하려고? (키득거린다. 짐짓 모르는 체 물론 안다며 으스댄다. ”과묵하고 어른스러운… 뭐였지?“) 난 네 생각 많이 했어. 편지를 질리도록 읽었지. 이제 안 보고서도 낭독할 수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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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은 무슨.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걸 쥐여주고 싶을 뿐이야. 그러려고 그 권력을 갖고 싶어 했다는 거 잊은 건 아니지? (1급으로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대답한 후, 가만히 네 말을 듣는다. 처음에는 눈치 못 챈 채로 가만히 있다가, 이내 그 대상이 자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눈이 커진다. 눈 몇 번 깜빡거리더니, 천천히 고개 반대로 돌리고 손으로 입 틀어막았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귀가 새빨갛다.) ... ...집요하게 물어봐도 안 알려주길래. ...그래서 대답 안 해준 거야? (그렇게 묻고 나서야 힐끔, 네게로 시선 바로 한다. 과묵하고 어른스러운- 그 이야기를 하면 괜히 딴청피웠고.) ...나도 네 생각은...많이 했어. ...단지 기대했는데 못 만나면 속상하니까 일부러 안 하려고 한거지. ...그렇게 노력해도 별 소용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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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것도 같이 챙기는 것 잊지 말고. (손 뻗어서 옆머리 귀 뒤로 넘겨준다. 불그스름해진 귀 끝을 스친다.) 아마. 당사자 앞에 말하기에는 꽤 민망한 내용이잖아. 아닌가? (민망하다는 단어 입에 담은 것치곤 태연한 기색이다. 딴청 피우는 거 보고선 세모눈을 떴다. 치사하게 굴어.) 세 배쯤 더 해줘, 그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난 딱히 너만큼 훈장 받을 정도로 뭘 한 것도 아닌데 뭘. (손이 귀 끝을 스치면 어깨 조금 들썩이다가 돌렸던 고개 다시 네 쪽으로 돌린다.) 네 입에서 민망하다는 말 나오니까 이상해... 예전에는 이런저런 소리 잘만 했으면서. (세모눈 뜨는것 보면 끝까지 모른 척한다. 아, 이건 할 말이 정말 많은데... 말해야하나 입만 달싹이다가 입 꾹 다물었다.) 세 배? 정말 세배만? 나는 한 아홉 배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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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한테 들었다니까. 무슨 일 하는 건지. 의도라면 내가 한참 더 불손하지. (귀걸이가 흔들거리는 것 보다가 느리게 손 뗐다.) 예전에도 낯부끄러워하는 경우는 있었던 것 같은데… 너한테 그렇게 안 보였다면 다행인가 싶네. 그랬나? 특별한 말은 안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네 표정 대충 알아보니까 그냥 말해. 말하려다가 않는 거 다 티나. (투덜댄다.) 이전에 내 생각을 정말 끔찍하게도 안 했던 거야? 아니면 온종일 내 생각만 할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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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까지 다 들었구나. 음,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훈장은 에블린이 받아야지. 먼저 생각한 것도 에블린이니까. 나야... 딱히 욕심 없기도 하고... (떨어지는 손 끝까지 눈으로 쫓다가) 내 기억엔 낯부끄러워했던 것보다 뻔뻔했던 기억이 더 많아서 그렇지. (말하라는 말에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슨 대단한 비밀이야기라도 하는 양 귓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거 사실 언니 취향이었어. 언니가 그런 사람이 좋다고 했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로망 삼은 것 뿐이야. ...네 말대로 당사자 앞에 두고 대놓고 그런 이야기 하기도 좀 그렇잖아. 그땐 별 생각 없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난 감정표현 다채로운 귀여운 연상을 더 좋아했으니까... (말 마치곤 곧장 떨어진다. 정말 이게 무슨 대단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나서도 괜히 말했나 싶은 생각만 한다.) 당연히 후자지. 온종일 네 생각만 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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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좀 부리지? 난 네가 멀린 훈장쯤 있는 마녀면 더 반할 것 같아. (뻔뻔스럽게 응수하다가, 속닥이는 이야기 전부 듣고는 잠시 미묘한 표정이 된다. 헛웃음 한 번 뱉고선 눈 찡그린다.) 줄리아 취향이었다고? 변명 아니고 진짜로? 혹시 마이너스 육 개월 연상도 연상으로 치나? (실없는 소리로 되묻는다.) 내가 모범생 하나를 망쳐둔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역시 뻔뻔해. 네가 그러면 내가 순순히 받으려고 할 줄 알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받더라. 같은 절차 따위를 생각하기 시작했으니. 헛웃음 소리 들리면 괜히 제 팔 문지르더니) ...어, 진짜로. 언니가 좀 활발했어? 그냥 자기랑 반대인 사람한테 끌린 거지. 나도 그렇고... (실없는 소리 들리면 못참고 풋, 하고 웃음 터트린다.) 마이너스 육 개월 연상은 뭐야. ...딱히 나이까지 생각 안해도 될 정도로 다채롭고 귀여워서 상관없을 것 같은데. (흠흠, 괜히 헛기침하고는.) 이건 또 무슨소리지... 나는 딱히 그렇게 생각 안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해결이야 간단하지. 망친 만큼 책임지면 돼. 간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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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네가 나한테 워낙 무르잖아. (속내 짐작하고서 유쾌하게 웃는다. 어깨에 머리 툭 기대고 치댔다.) 그럼 언급하지 말았어야지. 날 한두 해 본 것도 아니고, 쪼잔하게 굴 거 알면서. 제시된 해결방안이 명료하긴 한데, 간단한지는 모르겠네. 나야 오래도록 원하던 바지만. 책임지게 해줘, 너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아무 데나 대충 드러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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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차마 말도 못하고 옆에만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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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 여기 온 이래로 가장 많이 웃었어. 네가 나한테 주문을 쏘고 싶어할 줄은 몰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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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까딱 잘못하다가 죽을뻔 했어...그것도 나 때문에... 웃을 일 아니잖아 이거... (눈 질끈..) ...내가 너한테 쏘고 싶고 용납할 수 있는 주문은 릭투셈프라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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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한테 쏜 일로 용서받지 못할 주문은 오블리비아테밖에 없어. (하하! 여전히 누운 채로 웃는 소리만.) 안 죽었잖아. 뼈는 좀 부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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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일을 오블리비아테를 쓰고 싶은데도. (손으로 얼굴 한 번 문지르고는, 너 따라서 옆에 나란히 눕는다.) ...죽기 직전이지. ...뼈 붙을 때까지 뭐든 해줄게. 간호는 물론이고, 수발들어달라고 하면 들어줄게... 말만 해. 정말로...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안 돼. 십 년쯤 너 놀려먹을 거란 말이야. (옆으로 돌아누워서 쳐다봤다.)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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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십년 지나고 나서는 잊어줄거야? (따라서 고개 돌린다.) 응. 정말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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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고. (얄밉게 대꾸한다.) 너도 엄청 다쳤잖아. 다른 건 됐고, 뺨에 입 맞춰줘. 그럼 너그럽게 용서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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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모습에 괜히 눈 흘기다가) ...뭐든 해주겠다고는 했지만, 이건 예상 못 한 부탁인데... (잠시 빤히 보다가) ...눈 감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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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안 읽고 자랐어? 쓰러진 공주를 되살리는 건 언제나 애정의 입맞춤이라고. (천연스럽게 대꾸하다가, 금세 조용해진다. 눈꺼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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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글 동화 기준이잖아. 나는 신데렐라도 호그와트 들어와서 처음 알았어. (눈꺼풀 내리면, 잠시 말없이 지켜보다가 천천히 얼굴 가까이한다. 이내 한 손으로 네 입 가리더니, 그 손등 위로 가볍게 입 맞췄다 뗐다.) ... ...이번엔 이걸로 봐줘. (그러곤 곧장 떨어져서는, 다시 몸 일으켜 앉는다.)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오랜만이네, 여기. (마지막으로 고드릭 골짜기에 왔던 것은 다섯 해 전인데, 그마저도 깊이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기억이다.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면 기억이 옅다.) 돌아온 기분이 어때?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러게. 너무 오랜만이다. (평생을 살았던 곳이었지만, 저 역시 다섯 해 만에 돌아온 고향이었다. 그리움과 마침내 돌아와 다시 이곳에서 영영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고, 이제야 가장 돌아오고 싶었던 곳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없이 잠시 집을 살펴보다가, 이내 네게로 고개 향한다.) ...기쁘고, 안심되고, 이제야 좀... 마음이 완전히 편한 것 같아. 너랑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더 그렇고.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 네 손등 한 번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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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안 계시나? (고드릭 골짜기라는 이름이 함축한 의미 안다. 네가 집 안 둘러보는 동안 벽난로에 기댄 채로, 시선만 쫓는다.) 듣기에 좋네. 네가 나를 요구하는 일을 겪어본 바가 드물어서 묻는 건데, 나로 괜찮은 거 맞지? 나 방에 짐 내려두면 진짜 안 나갈 거라 그래. (검지 얽었다. 와중에도 시선 떼는 일 없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오늘은 안계신가봐. 아무래도 혼자 계시기엔 넓으니까... 최근에 오신 것 같긴 한데 말이지... (묘하게 깔끔한 내부에 그렇게 짐작했다. 어서 연락드려야지. 그렇게 생각하곤 네 옆에 기대섰다.) 당연하지. 짐 어디에 뒀어? 어서 방에 가져다 놓든지 해야겠네. 방은 어떤 방이 마음에 들어? 언니 방도 있고... 삼촌 방이 마음에 들면 음... 삼촌한테 바꿔 달라고 할게. 부모님 방도 괜찮고... (얽힌 검지 가볍게 문지른다. 뒤이어 다른 손가락도 천천히 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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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짐이야 다 밴에 있지. 그거 뺏기기 전까지만 천천히 옮기면 돼. (꼭 필요한 것은 바닥에 내려둔 더플백 안에 들어있는 것이 전부다. 늘이기 마법을 걸었대도 단출하다. 빈손으로 가방 들고, 손깍지 단단히 끼운다.) 뭐, 그렇게까지. 난 어디든 안 가려. 애초에 집이란 곳을 가져본 게 굉장히 오랜만인걸…. 네 방이랑 제일 가까운 게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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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당연히 뺏기려나. 어떻게 보면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네. 네가 그걸로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내부 어떤지도 좀 궁금하기도 했었고... (말 마치고 네가 내려둔 더플백 집어 들었다. 깍지 낀 손 꼭 붙들고, 대답하는 대신 이끌듯 천천히 빈방 앞으로 걸음 옮겼다.) 여기, 언니 방. (빈방 옆에는 'Valerie' 라고 적힌 팻말이 걸린 다른 방문이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 침대나 책상 같은 가구 빼고 다 정리해서... 당장 짐 풀어도 될 거야.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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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할 것도 많다. 원하면 그 전에 구경은 시켜줄게. 별거 없고, 그냥 마법사식 텐트 수준이지만…. (네가 이끄는 대로 쫓아가서, 방문 앞에 선다. 줄리아 그레이스를 생각할 때엔 잠시 눈가 찌푸렸으나, 곧 조심스럽게 방문 열었다.) 그러게. 정말 아무것도 없네. (침대에 걸터앉아서 올려다본다. 여전히 손 쥔 채다.) 하숙생에게 그레이스 규칙 같은 것 좀 알려주지? 하면 안 되는 거, 되는 거, 식사 시간, 너 언제 잠드는지도.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어떤 형태든 네가 지냈던 곳이니까. 당연히 궁금하지. (침대 옆에 가방 내려놓았다. 잠시 방 둘러보며 필요한 게 없을지 생각했다. 음, 커튼이나 침구 같은 건 바로 사러 가야 할지도... 같은.) ...떠날 때 다 정리했거든. 부모님 방도. 집이 좀 휑해졌긴 했는데 그래도...괜찮아.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채우면 되니까. (따라서 네 옆에 앉는다.) 규칙은 딱히 없는데...음... (잠시 고민한다.) ...나는 보통 6시에 일어나서 12시에 자는 편이야. 식사는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먹고, 저녁은 퇴근하자마자 바로 먹어. 하면 안 되는 건... 딱히 없어. 네가 편한 게 제일 우선이니까, 뭐든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집을 통째로 폭파시킨다거나 하는 것만 아니라면. (마지막 말은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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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진 마. 조악해서 실망할 거야. (낮게 키득대는 음. 가방 뒤적여 담요 하나 매트리스 위로 던져둔다. 시선이 옆으로 떨어졌다.) 네 머리칼 땋아주려면 일찍 일어나는 모범 마법사가 되어야겠네. 뭐, 좋아. 어렵지도 않아. 대신 식사 준비 정도는 내가 하게 해줘. 난 하는 거 없으니 네 손이나 덜자, 집요정 미미라고 불러. (농담에 속절없이 입가 씰룩댄다.) 아, 네 방에도 드나들어도 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실망하고 말고가 뭐가 있어. 내가 기대하는 건 딱히 그런 게 아니니까 괜찮아. (잠시 고민하다가) 식사준비? ...나야 좋긴 하지만, 꼭 뭔가 해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은걸. 나도 혼자 살면서 제법 요령도 생겼고. ...일찍 일어나기 어려우면 내가 아침마다 깨워줄까? 한동안 좀 늦잠 잤으면 하긴 하지만... 너만 괜찮다면 깨워줄게. (네가 입가 씰룩이면 덩달아 입꼬리 슬쩍 올라갔다.) 당연하지. 편하게 들어와. 노크만 한 번 해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그럼 나한테 뭘 기대하는데? (눈썹 들어 올리고 묻는다.) 어, 꼭 깨워줘.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 척을 해서라도 네가 깨워주는 거 들을래. 늦잠이야 너 출근 안 하는 날 자도 되고…. (엄지로 손등 문지르다가 멈춘다.) 너 일 하고 있을 때 구경해도 되고? 왜, 어렸을 땐 너 공부하고 있는 동안 옆에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일 많았잖아. 아지트에서나 도서관에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동안...함께 못했던 일들을 같이 한다거나, 네 지난 발자취를 들여다보는 거. 밴 구경하고 싶다는 것도 그런 의미였어. 9년을 전부 돌아보려면 오래 걸리겠지만... (맞잡은 손 조금 꼼지락거리듯 깍지 낀 손가락 사이사이 문질렀다.) 그래? 알았어. 그럼 아침마다 깨워줄게. 꼭 나 출근하는 날 아니어도 따로 늦잠 자고 싶은 날 있으면 말해줘. 그날은 안 깨울게. (고개 끄덕였다.) 그럼.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집에서는 최대한 일 안 하게 밖에서 다 끝내긴 할거지만 말이야.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이 사는 사람 심심하게 일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반대도 하게 해줄 거지? 나 네가 말한 펍에 꼭 데려가 줘야 해. 여기에서 영영 머무를 생각이니까 당장 조급하게 갈 필요까진 없어도.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것도 아닌데 괜히 심장이 가렵다. 맞잡은 손 그대로 잡아당겨서 손등 위에 입 맞췄다.) 없겠지만, 그래. 네 말대로 9년이나 못 봤잖아. 네가 집에 있는 동안은 계속 얼굴 보고 있어야 성에 찰 것 같거든. (어깨 으쓱인다.) 유능한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가 그러시다니 믿어야지. 난 집에서 같이 영화 보는 거 좋아해. 카드 게임도 나쁘지 않고, 족욕도 괜찮지. 잔뜩 성가시게 굴어줄게. 나 말고는 같이 지낸 사람 없었어? 그러니까, 왜…… (말 흐리게 마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당연하지. 나야말로 내가 그동안 혼자 있으면서 했던 일들 다 너랑 해보고 싶은걸. 퀴디치 경기도 보고 싶고, 풋볼 경기도 다시 같이 보고 싶었어. 너 없으니까 예전만큼 재미없더라. (그 모습 계속 지켜본다. 손등에 입 맞닿으면, 깍지 꼈던 손 풀어 네 뺨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 나 예전처럼 빡빡하게 안 살아. 뭐든 다 같이 해보자. 안 해본 것도 해보고, 네 말대로 성가시게 좀 해줘. 난 네가 성가시고 파렴치하게 구는 거 좋아하니까. 알지? (말끝 흐리면 잠시 뭔가 싶어서 말 없다가, 아. 하고 얼마 안 가 이해한다.) ...없어. 네가 처음이야. 런던에 있을 때도 그랬어. ...그거 신경 쓰고 있었어?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나 없을 때에도 혼자 경기 보러 갔었어? 역시 내가 같이 있는 게 낫지. 나 아니면 누가 상대 팀 선수 퇴근길에 사인받는 걸 같이 기다려주고, 제때 나쵸를 입에 넣어주겠어? 퀴디치 월드컵엘 같이 갔어야 했는데, 못 간 게 아쉽네. 그것도 기회가 오겠지. (손 위로 제 것 포개 못 떠나도록 한다. 그 온기에 뺨 기대고 눈꺼풀 내린다. 기실 투기하는 마음 낱낱이 고해하려면 두 눈 마주치기 낯부끄럽기도 했다.) 신경 쓴 것까진 아닌데…. 들어서 알았거든. 계속 만나는 사람 있었단 거. 그러니까 이쪽에 머물 때까지는 말이야.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응... 퀴디치는 못 봤지만 풋볼 경기는 시간 날 때마다 봤어. (고개 끄덕인다.) 다음에 경기 열리면 그땐 다시 가자. 그땐 네가 사인 받는거 기다려주고, 네 입에 나쵸도 넣어줄게. 풋볼도 그렇고. (엄지손가락으로 네 볼 살살 쓸며 대답 기다렸다. 네 대답 들려오면 여전히 덤덤한 낯으로) ...나한테는 이제 아무 의미 없는 사람들이야. 딱히 좋아서 만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적당히 서로 배경 보고 만난 거였어. 그것도 정말 잠깐. (다른 한 손마저 네 뺨에 갖다댄다.) ...정말 신경 안 썼어? 그런데 왜 눈을 못 마주칠까...응?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내가 너한테 영향 미친 부분이 하나쯤 있는 것 같아서 기쁘네. (여전히 눈 내리깐 채다. 멀거니 서로 스치고 있는 무릎을 바라보다가, 고개 들었다. ‘난? 그조차도 아니었잖아.’ 따위 의문이 치밀었으나 목구멍 안쪽으로 삼켜냈다.) …좋아, 솔직히 아주 마음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샘났다고 말하면 기분 좋아? 불가피했는데도 연락 끊은 것을 조금 정도는 후회했다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하나만 있겠어?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나한테 알게 모르게 영향 준 게 얼마나 많은데. (계속해서 뺨 쓰다듬는다. 뭐가 되었든 이제 솔직하게 말해줘도 좋을 텐데. 같은 생각 한다.) 네가 쓸데없이 샘내고 기분 나빠 하면서 감정소모 하는 건 좀 별로지만, 샘을 내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조금 좋은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여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 끝에 그렇게 덧붙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음, 네가 생각하는 이유 맞을걸. 토라지면 네가 달래줄 테고, 그럼 그걸 생각해서라도 질투가 아주 쓸모없는 감정은 아닌 거지. (붙잡지 않더라도 손 떨어지지 않을 것을 짐작한 뒤에야 느리게 손 놓았다. 엄지가 흉터 위 쓰다듬는 느낌은 여전히 좋다. 느리게 입꼬리 삐쭉 올린다.) 어,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떠나자마자 곧장 그린듯한 순수혈통 오러를 소개받았잖아. 배알이 조금 뒤틀려야지. 조건이 좋은데도 차마 축하는 못 하겠더라. (음.) 혹시 시샘하는 남자는 취향에 없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맞다면... (잠시 말끝 흐린다. 무언가 생각하듯 조금 말이 없다가, 이내 여전히 네 뺨 쓰다듬으며 네 쪽으로 조금 몸을 숙였다.) ...그럼 내가 좋아, 미미? 내가 좋아서... 질투도 하고 시샘도 했던 거야? 그 모든 순간마다? (시선이 올곧다. 뒤이어 말한다.) 그건 그냥... 네가 떠났는데 연락까지 없어서 반쯤 홧김에 받은 거야. ... 인상적인 부분이라고는 조건밖에 없었어. 나머지는...전혀 내 취향도 아니었고. 알잖아 내 취향. 응? (여전히 네게 시선 바로 한 채다.) ..시샘 자체가 취향인 건 아니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은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잠시 말문 막힌다. 좋아하는 감정 진작 실토하였음에도 다시 시인하는 것이 멋쩍다.) 그래, 좋아한다고 말했었잖아. …널 사랑해서 매 순간 네 주위의 것들을 두고 투기했어. 그 옛날에 네가 네 취향도 아닌 이상형을 부러 읊을 때부터. (말은 꽤 담백하게 읊었으나 목이 붉다. 가까워진 낯 내려다본다.) 같은 말로 돌려줄 필요는 없는데, 그러니 질투하는 것 정도는 좀 귀엽게 넘어가 줘.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가만히 네 대답 듣는다. 이미 들었던 대답이었음에도 그 무게가 달리 느껴졌다. 좋아한다는 말을 넘어,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뺨 쓰다듬던 손 천천히 내려가더니, 붉어진 목으로 향했다. 이내 팔로 목 감싸는 모습이 된다.) ...나도...나도 널 사랑해 미미. 그래서 내내 네가 그리웠고, 너와 앞으로 쭉 함께하고 싶어서...고드릭 골짜기로 끌어들인 거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널 사랑해서... (말 마치고 잠시 입 다문다. 마음이 간지러웠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난...네가 질투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 나한테 파렴치하고 몰염치하게 구는 것도, 쪼잔하게 구는 것도, 비슷한 문제로 삐지는 것도. 그러니까 걱정 마. 좀 귀엽게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보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니까...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환희와 희열이 심장에 불을 붙인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가 그를 사랑한다! 명료한 명제 하나가 머리에 불을 켠다. 대단히 경악스럽게도 마녀가 디미트리오스를 그리워하고 필요로 한 것은 그를 원하기 때문이다! 고드릭 골짜기에 도착할 때까지도 가졌던 스스로에 대한 미약한 불신이 산산이 흩어진다. 손이 등허리를 휘감는 것이 빨랐는지, 혹은 네가 팔 올려둔 어깨가 네게로 옹송그려지는 일이 빨랐는지 불분명하다. 고개 틀어 입 맞춘다. 영원한 첫사랑이 끝나는 순간이다.) 그래도 돼. 뭐든 괜찮아. (아랫입술을 연신 적시던 행위도 조급함에 가로막혀 오래가지 못했다. 입술 벌어지면 젖은 혀가 다급하게 파고든다. 등허리를 더듬던 큰 손이 뒤통수를 단단히 받친다.)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등허리에 닿는 손을 인지할 새도 없이 맞닿은 입에 잠시 눈 조금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눈 내리감고 천천히 네 입술 머금었다. 목 감싸던 팔은 끌어안듯 제 쪽으로 끌어당기고, 파고드는 혀에 입 조금 더 벌린다. 여전히 끌어안은 채로 손은 네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 정도로 내가 좋아? 뭐든 좋을 정도로? (한 손 풀어 손 끝으로네 뺨 미끄러지듯 문지른다.) 정말 뭐든? 이렇게 키스하는 것도 괜찮아? 정말? (연신 되묻는다. 몇 번이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또 뭐가 괜찮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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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눈 감으면 장난스러움이 부재하다. 혀 섞어대는 모양새가 어리숙하지 않다. 혀 얽다가 치열 사이를 훑는다. 머리카락 쓸어내리는 느낌에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눈 뜨면, 속눈썹이 자연히 네 뺨을 간지럽힌다. 얼굴 붙인 채로 속닥이는 소리가 낮다.) 그래, 정말로 네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설령 네가 내 목표를 저어한다고 해도 전부 포기하고 네 곁을 선택할 정도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입꼬리가 기울어진다. 소리 없이 가만히 웃었다.) 그건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달가운데. 나는 줄곧 네게 반해있어서, 입이든 배든 맞췄던 거였다고. 정말 하나도 몰랐어?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뺨 간지럽히면 작게 웃음 터트리며 눈 감았다 떴다. 가만히 네 말 듣고 있었다. 평소보다 가까이 들리는 목소리에 어쩐지 귓가가 간질거렸다.) 그건... ...그냥 네가... 나랑 그러는게 썩 나쁘지는 않구나...같은 생각까지만 했어서... (말하는 내내 손끝은 계속해서 네 머리카락 쓸어내린다. 다만 그 손길이 조금 머뭇거리거나 부끄러워 할 때 마냥 꼼지락거리는 모양으로 바뀌었는데, 네 말을 듣자 자연스레 지난 순간들을 떠올린 탓이다. 그때 네가 보였던 반응이나, 행동, 목소리 같은 것을. 전부 떠올리고 나니 그제야 모든 것이 들어맞는 느낌에, 고개만 푹 숙였다.) ...미안, 내가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다 동시에 그때의 제 감정을 떠올린다. 호기심이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네게 반해있었는지 어떤지는 정확하게...나도 내 감정을 모르지만, 나는... 적어도 그 모든 걸 한 사람이 너여서... 계속 하고 싶었던 거라고 말할 수는 있어. 그래서 계속 그러고 싶었고... 거절하지 않았던 거야. ...이건 변명이나 너 달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야. 난 그냥... 너여서 좋았어. 아마도...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28

알아. 너 표정이 꽤 투명하다니까. (네가 이 방면에서 기민하지 않은 것도, 호감 쏟았다는 사실도. 디미트리오스는 늘 제게 쏟아지는 호의를 셈하기에 바빴으므로 모를 리 없다. 그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오직 두려움 탓이다. 네 선의를 과대해석한 걸까 봐, 우정과 사랑을 분별하는 게 어려워서, 혹여라도 또 네 눈길을 잃게 될까 봐….) 게다가 이 일로 너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도 고백한 적 없고. (고개 수그려 한 번 더 입술 내린다. 도장 찍듯이 느리게 떨어진다.) 좀 늦긴 했지만, 나 애인 삼아주면 안 돼?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어, 앞으로도 영영 그럴 거고.

 

발레리 엘라 그레이스 28

그럼 왜... (진작에 따지거나 화내도 이상하지 않은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이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그때의 자신의 태도나, 그걸 네가 어떻게 생각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했기 때문이다. 입술 꾹 다물었다. 묻기를 관두려고 했기 때문이었고, 다시 입 맞추기 위해서였다. 귓가에 들려오는 고백에 잠시 네 푸른 눈 바라보다가, 네 목 끌어안는다.) ...응. 나야말로 부탁해.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괜찮으면 그렇게 해줘. 네 애인도, 그 이상도 되고 싶어... (끌어안은 팔에 힘 들어간다. 그대로 네게 조금 부비적거리듯 고개 파묻는다.) 사랑해 디미트리오스. 사랑해 미미. 그동안 떨어져 있었던 만큼, 그 이상으로 쭉 함께하자. 이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