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 5학년 부활절 휴일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5

예배 중에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성경 한 번도 안 읽어봤다며? 하지만 부활절이니까 한 번 들춰봐도 나쁘지 않을걸. 내가 읽던 거라 군데군데 침 흘린 자국이 있을지도 몰라. 그건 좀 너그럽게 봐줘.
어차피 바쁘다고 답장 안 해줄 거 잘 알지만, 늘 널 성가시게 하는 게 내 몫이니까 일단은 요구해볼게. 솔직히 편지 한 줄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지하감옥이랑 부엉이장이 좀 멀긴 해도… 사랑스러운 동급생을 위해서 그 정도도 못 해줘?

마녀님께, 미미.

P.S. 얜 내 부엉이 아니야. 대낮부터 돌아다니는 게 수상해서 간식으로 꾀어봤지. 어쩌면 우리 집 근처에 '머글 사회에 섞여 사는 마법사'가 사는지도.

 

사용감이 있는 성경책 한 권이 동봉되었다. 접힌 페이지에는 다음의 구절이 적혀 있다.

빛 가운데 있다 하면서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지금까지 어둠에 있는 자요 그의 형제를 사랑하는 자는 빛 가운데 거하여 자기 속에 거리낌이 없으나 그의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에 있고 또 어둠에 행하며 갈 곳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그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음이라 (요한일서 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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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 프레아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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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 15

그 짧은 편지에서 반박할 말을 여러 개나 찾다니, 너도 사실 내게 애틋한 구석이 있지? 
답장 읽는 데엔 채 1분도 안 걸릴 거고, 그 정도 거리는 감수할 정도로 우리 사이에 정은 있으리라고 믿는 데다가, 난 객관적으로 귀엽고 깜찍해. 이제 그만 시인하는 게 어때? 또 때리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너 어차피 날 정말로 치진 않을 거잖아. 마법을 걸면 또 몰라.

역시 모범생은 좀 다른가 봐.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재능이 있네. 지하감옥이 아늑하고 편안하단 건 나도 잘 알지만, 가끔은 햇볕 좀 쬐고 살아. 소피아 말로는 햇빛에 뭔… 비타민 같은 게 들었다더라.

그냥 내가 호그와트에 안 돌아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 아무리 나라도 중퇴로 학력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거든. 곧 보자. 머글 책이라 치우고 싶은 거면 그때 돌려줘.

미미.

P.S. 사고 안 쳐. 하지 말라며. 나 요즘은 조용히 지내는 중인데, 너무 관심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