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re that you feed

 

 

 

 

      디미트리오스 파블라디스가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하는지는 사실 꽤 명백하다. 조금 멍청하고 적당히 사랑스러우며 보기에 유쾌한 사람. 다행스럽게도 타고난 천성이 아주 그에서 빗겨나가지도 않았다. 그는 장난스러운 사고를 즐길 정도로 겁이 없었으나 제 안위를 챙겨 몸을 사렸고, 지혜를 갈음해 교활하기를 스스로 택했으며, 공정의 미덕보다는 한정된 편애를 선호했다. 이 소년이 배정될 수 있는 기숙사는 처음부터 슬리데린 하나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작 그 자신은 비마법사 가정에서 자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다이애건 앨리에 도착하자마자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로 신입생을 들여보낸 교수는 놋쇠 냄비를 구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가게는 비좁았고, 퀴퀴한 먼지 냄새가 났다. 마법사 세계에선 반짝거리는 대리석 바닥이나 환한 미소의 판매원, 상냥한 환영 캔디보다도 오래도록 내려오는 내력을 더 신뢰하는 모양이었다. 빨간 머리통은 그 방식이 조금 구식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마음 한구석을 두드린단 걸 부정하지 못했다. 여긴 정말 여태까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가게엔 이미 선객이 있었는데, 샛노란 레몬색 머리카락의 여자애―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이 헤일리 헌트란 걸 알게 됐다―가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지팡이가 휙 소리를 내면 책장이 하나 와르르 쏟아졌고, 젊은 장인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잽싸게 다른 지팡이를 손에 들려줬다. "오리나무가 좋겠어." 같은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디미트리오스는 이게 일반인들이 쇼핑할 때에 거치는 '피팅 과정'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이렇게 무턱대고 실험하는 방식이라니! 엉망이 된 가게 꼴을 살피고 있으면 웃음소리가 입술 새로 새어나왔다.

      게릭 올리밴더가 그 장면을 놓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재단하는 시선이 디미트리오스를 훑었다. 이윽고 그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그는 숨도 거의 쉬지 않고 소년에게 층층나무 지팡이를 추천했다. 분명 서로 끌릴 것이라며 말이다. 

 

      "층층나무dogwood라고요? 이름부터 웃기는데요!"

      마음에 쏙 든다는 말을 구태여 하지 않아도 이미 입꼬리가 쭉 찢어져 광대 위로 향하고 있었다. 

      "다듬기에 아주 즐거운 목재 중 하나지. 그 지팡이는 주인이 늘 재미있는 일을 벌이길 고대할 거다."

      장인이 자신 있게 단언하자 디미트리오스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재미라니, 마법 세계에 입성한 순간부터 그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미미는 마법을 통해서 부릴 멋진 장난들을 일찍이 상상했고, 그걸 이 마법 지팡이가 실현해주리라 짐작했다. 처음 쥔 순간부터 강렬한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남자애는 자신의 성미를 꼭 빼닮은 이 매력적인 지팡이에 곧장 클레오파트라란 이름을 붙였고,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7갈레온을 지불했다. 아직 마법 세계 화폐는 물론이고 일반인 화폐 금전 감각도 부족한 남자앤 35파운드에 해당하는 동전 일곱 개가 얼마나 비싼 건지는 잘 몰랐지만, 그 두 배를 주더라도 괜찮았을 것이란 생각을 속으로 했다. 

 

      실제로 파트라는 미미에게 꼭 알맞은 파트너였다. 그 지팡이는 장난에 가담할 때 더 강력한 위력을 보이곤 했다. 수업 시간 중 스코지파이를 스코트파이로 발음할 땐 들은 체도 안 하다가도, 베이커 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복도의 장난을 청소할 때면 주문이 엉망이든 말든 귀신같이 복도를 반짝반짝 닦았단 뜻이다. 파트라를 희열하게 하는 것은 장난스러운 사건과 금지된 사고들이었고, 둘이 함께 이룬 업적이 수십 가지에 이르게 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남자앤 자랐다.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당연하고, 일반인 대신 머글이라는 용어를 쓰는 마법사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마법사로 정체화하는 과정 중 그 앞의 수식어가 방해된단 생각을 곧잘 하게 됐다.

      여태까지 미미의 기준은 파블라디스들이었다.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것을 낙으로 알고, 터무니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그 가족. 배운 것이 그것뿐이므로 약삭빠르게 실천했는데, 안타깝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유쾌해지더라도 모든 이들의 호감을 살 수는 없었다.

 

      하필 슬리데린에 소속되었던 것도 때로는 악재로 작용했다. 머글 태생이란 가정환경을 트집 잡아 소년을 문제아 카테고리에 끼워 넣는 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탈 행위로 까먹는 점수를 성실하게 수복해두어도 그랬다. 그즈음 미미는 억울함보다는 갑갑함을 느꼈고, 슬슬 다른 수법이 좋지 않은지 머리를 굴렸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소년은 종종 이 '혈통 문제'를 두고 곧 없어질 구닥다리 사상 취급하였으나 조짐은 심상치 않았다. 디미트리오스가 사랑에 빠진 세계가 그를 두고 악의를 품는다. 서있을 공간이 좁아진다. 그리하여 결단한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장난을 관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지팡이는 동맹자의 결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전부 깎아내. 네 마음에 드는 부분만 남겨. 그렇게 물너울이 인다.